소설리스트

〈 238화 〉[티아나, 그리고 세라] (238/380)



〈 238화 〉[티아나, 그리고 세라]

1799년 4월 6일.

반짝거리는 비단결 같이 고운 황금빛 머리카락을 살포시 허리 아래까지 드리운 장난기 가득해보이는 아름다운 미녀가 세상에는 다시 없을 표정으로 갓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성숙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얼굴에는 마치 소녀와 같은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가득 담은 그녀의 이름은 티세라.

한 때 아르칸 왕국의 왕비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늑대인간들을 피해 카이라스에게 맡겨졌다가 그의 아내가 된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의 품에 안겨진 아기는 바로 카이라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있어서는 두번째 딸, 티아나였다.

한참 티세라의 모유를 실컷 먹고 잠이 든 티아나를 바라보는 티세라의 눈은 사랑이 가득해보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살짝 착잡한 눈으로 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허리까지 기른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을 살짝 가지런하게 묶고 있는 아름다운 16 살의 소녀의 품에도 갓난아기가 안겨져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잠들어있는 자신의 아기가 아닌 티세라가 안고 있는 그녀의 아기인 티아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할 티세라가 아니었다.

"레이나?"

티세라가 그녀를 부르자 레이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엄마...부르셨어요?"

레이나는 착잡한 눈으로 티아나를 바라보면서 무엇인가를 생각 중이었던지 티세라가 부르자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녀의 친엄마이기에 짐작이 간 티세라는 부드럽게 레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레이나, 엄마랑 같은 남편의 아이를 낳은게 아직도 혼란스러워?"

티세라와 레이나는 머리색은 틀려도 외모는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미모가 따로 없는데다가 둘이 모녀인지라 무척이나 흡사했고, 또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성격을 가진 티세라와 검사인지라 나이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레이나로 인해 둘은 모녀가 아닌 자매로 착각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레이나에게 다정하게 묻는 티세라의 모습도 엄마로서의 모습보다는 언니로서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레이나는 고개를 살포시 옆으로 저었다.

"아뇨, 제가 선택한 일에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세라도 낳고 좋은걸요."

레이나의 말에 티세라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후훗, 역시 레이나는 엄마랑 다르게 당차네? 아유~귀여운 내 딸."
"어, 엄마!"

레이나는 갑자기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고 드는 티세라의 행동에 살짝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고, 티세라는 레이나의 양쪽 뺨에 키스를 해주며 말했다.

"사실 말이야. 레이나. 그저께 레이나가 딸 이름을 세라(Sera)라고 지어줬을때 엄마를 많이 생각해주는구나 하고 기뻤었어."

티세라가 장난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레이나도 살짝 웃었다.

"저는 엄마가 딸 이름을 레나 같이 제 이름이 연상되는 이름을 지어주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이름인 티세라(Tissera)와 비슷한 티아나(Tiana)라고 지어서 서운했어요."
"읏, 엄마가 반격을 당했네...흑...미안해, 레이나..."

티세라는 장난스럽게 우는 흉내를 내며 말하자 레이나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소녀 시절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의 엄마는...그녀의 앞에 대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딸인 자신이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그 때 문이 열려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티세라와 레이나는 동시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드리우고 있는 카이라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같이 잘 놀고 있었네?"

카이라스의 말에 티세라가 살포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서방님, 이제 일이 끝나셨나요?"
"응, 일단은. 후우, 아내들이 많다보니 신경써야할 것이 많더라고. 티세라, 너는 믿음직스러운데 알다시피 카일라 누나나 디아나는 애를 맡기기가 불안하잖아."

아버지들이 고질적인 두려움, 그것은 바로 갓 태어난 아기가 너무 연약해보여 실수로 죽거나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아내들에게 아기들을 얌전히 맡기는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돌보는데는 섬세하지 못한 손길을 가진 카일라와 디아나에게 아기를 맡기는 것은 옆에 유모들을 붙여놨다 해도 신경 쓰이고 걱정이 되었기에 카이라스는 그녀들의 옆에 있다가 지금 돌아온 길이었다.

육체의 피로도는 없었지만 정신적인 피로도는 상당해보였는지 바로 카이라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소파 위에 앉았고 그의 오른쪽 옆에는 레이나가, 왼쪽 옆에는 티세라가 살포시 엉덩이를 대며 각자 세라와 티아나를 앉은채 앉았다.

양쪽에서 풍겨져오는 아내들의 향기로운 체향들은 카이라스의 정신적 피로를 상당히 풀리게 해주었고 반대로 육체적인 욕망은 급격히 솟아오르게 했지만 카이라스는 그 육체적 욕망은 바로 억눌렀다.

"티아나랑 세라는 잠들어있네."

카이라스가 자신의 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티세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정말로 기뻐요."

그리고 반면 레이나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공자님. 제 딸인 세라는...엄마에게는 딸뻘도 되겠지만 외손녀이기도 하네요."

공자님. 이것이 레이나가 카이라스를 임신 기간 동안 새롭게 부르기 시작한 호칭이었다.

이전에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것 때문인지 그냥 카이라스님, 서방님 이렇게 부르는 것에 결국 어색함을 느낀 그녀가 정한 것은 현재 카이라스의 신분인 공작가의 공자를 이용한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었고, 카이라스 역시 아쉽게 느끼기는 해도 동의를 해주었다.

그리고 어쨌든 레이나의 말에 카이라스가 약간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잖아. 티세라, 레이나. 너희 둘이 모녀이니까. 뭐, 그래도 둘 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어멋, 서방님도...흑흑, 티세라는 서방님이 그렇게 절 사랑해주신다는 것을 깨달으니 기뻐서 눈물이 나오네요."
"우는 척 하지마. 입술이 기뻐서 웃는 것 다 보여."
"어멋..."

티세라는 살짝 놀란 소리를 냈지만 이내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하게 밝은 웃음을 보였다. 나이는 작년 12월 3일에 생일이 지나서 33 살인 그녀였지만 여전히 10 대 소녀와도 같아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그녀가 정말로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근데 레이나. 어제부터 재활훈련을 시작했는데 괜찮아?"

레이나가 세라를 살짝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럭저럭요. 소드 마스터에 올라 있어서인지 금방 감이 돌아오는거 같아요. 벌써 육체도 처녀 시절과 비교해도 살이 찌지 않았잖아요?"
"검사는 그런 점이 부러워. 하아, 마법사는 바디 체인지를 겪어야하는데 말이야."

티세라가 진심으로 검사인 레이나의 그런 점이 부럽다는듯 중얼거렸다.

마법사 역시도 체내에 마나를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그냥 좀 건강하게 해주는 정도에 불과했지 소드 마스터처럼 육체를 강화시키고 회복력을 빠르게 하는 쪽에 전문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때마침 억눌러두었던 7 서클의 깨달음을 개방해서 7 서클의 마법사가 되는 것으로 15kg이나 찐 살들과 붓기를 없애고는 다시금 임신 전의 몸매로 돌아왔지만 다음 번 임신을 하게 된다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근데 서방님, 다음 번에도 애를 만들건가요?"

티세라가 살짝 기대감에 빛나는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았다.

"왜 또 자식이 낳고 싶어?"

카이라스의 말에 티세라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낳고 싶어요. 기왕이면 이번에 또 딸 하나를 더 낳아서 레이나까지 합쳐서 세 딸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미안, 앞으로 임신은 카일라 누나만 시키려고 해."

카이라스의 말에 티세라는 금새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 모습이 33 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아 키스를 해주고 싶을 만큼 귀엽게 보인 카이라스는 바로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준후 말했다.

"카일라 누나의 임신도 가문의 후계자를 생산하려고 하는 것 때문이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마. 솔직히 말해서 임신기간 동안 난 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어머, 서방님도 떨리시나요?"

티세라가 시무룩한 표정을 풀고는 놀란 표정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았고, 레이나 역시 살짝 놀라운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는 죽은 자도 대량으로 살려내는 전지전능함을 지니 그야말로 신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신과 같은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존재를 그냥 남편으로 여기고 편하게 대하면서 장난까지 치는 티세라도 평범한 여자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그녀들의 시선에 카이라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뭘 그리 놀래? 나도 인간이라고. 내 이쁜 마누라들이 내 애들을 뱃속에서 품고 있는데 애들이 잘못 될까봐 계속계속 긴장하고, 마누라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똑같다고."

그의 말을 들은 티세라가 살포시 웃음을 지었고 레이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문득 시선이 미니스커트 아래로 쭉 뻗어있는 티세라의 늘씬한 다리와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로 먼저 향하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이어서 고개를 돌려서 카일라와 디아나가 자주 입던 검은 핫팬츠를 착용하고 있는 레이나에게로 향하였다.

엄마들이 저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고 각선미도 좋으니...딸들 역시 그녀들 못지 않게 예쁘게 자라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딸들은 절대로 시집 보내지 않겠어. 딸들과 결혼하고 싶거든 데릴사위가 되어야 할거다. 후후후.'

카이라스는 시집을 보내서 딸들을 멀리 떨어뜨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현재 그의 바램은 전쟁이 끝난 후 편안하게 예쁜 아내들을 귀여워해주며 데리고 지내면서 예쁜 딸들의 애교를 받아가며 지내는 것이었으니까.

만약 딸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놈이 나온다면...자신과 결투를 하게 할 것이었다.

"티아나, 세라..."

자신의 딸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른 카이라스는 지금은 눈을 감고 있지만 자신을 닮은 검은 눈동자를 가진 티아나와 어머니를 닮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세라의 눈색들을 떠올리며 그녀들을 향해 부성애가 가득한 눈길을 보내었다.

'근데 나중에 카일라 누나랑 사이에서 낳는 아들이...시스콤이 되지는 않겠지?'

딸들이 생기고 나니 정말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떠오른다고 생각한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젓고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 생각을 하기보단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아내들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 모녀. 지금 그녀들은 둘 다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자신의 아내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그래, 그저 내 아내들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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