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후궁인 엘프의 정체]
시공회귀 이전이었다.
그 저주스러운 엘프를 만났던 것은.
* * *
시공회귀 이전.
대륙력 1822 년.
다른 쪽의 전쟁터에 파견되었던 엘리나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이 포로로 잡혀갔다.
무려 아홉마리의 드래곤이 협공을 하여 그녀를 생포하여 끌고 갔다는 소식과 그렇게 포로로 잡힌 그녀가 에라시안에 의해 엘프들에게 하사되어 엘프들에게 매일 같이 윤간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인간들의 군세에 전해졌다.
그것은 단순히 한 여자가 잡혀가서 윤간을 당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들이, 그녀의 딸과도 같은 조카딸이 바로 인류의 최강자인 마법왕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었고, 또 검성이라고 불리는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 중에서도 유달리 뛰어난 실력을 지닌 당대 최강의 검사 중 한 명인 카일라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둘은 바로 엘리나를 구출하기 위해 둘이 함께 따로 움직였다.
그렇지만 레이나 등은 그들과 함께 갈 수 없었다. 그녀들은 전쟁터에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니까.
사실 전쟁터에서 중요성은 카이라스가 더욱 강했지만 그는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그의 어머니가 치욕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 그와 카일라와 함께 한 것은 오직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이며 허리 아래까지 드리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색기가 가득해보이는 풍만한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미녀인 유리아나, 그녀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역시나 예상대로 엘리나가 잡혀있는 곳으로 향하던 도중 그들은 에라시안과 그녀를 따르는 드래곤들...그리고 엘프들을 이끌고 있는 엘프 퀸 세레시아를 마주했다.
"후훗, 역시나 인간들의 가족의 정은 정말 이용하기 쉽군요. 함정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알아서 찾아오다니."
"에라시안..."
엘리나의 황금빛 머리카락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금발을 지닌 황금색 눈동자의 미녀가 전신을 가려주지만 아름다운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는 흥미롭다는듯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엘리나, 카일라, 유리아나 등의 미모에 필적하는 수준을 가진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미녀의 정체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었다.
인류의 최악의 적, 이 모든 것의 원흉, 아버지의 원수, 어머니를 비참하게 만든 배후.
그 모든 것들로 인해 그녀를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두 눈에는 싸늘한 증오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때 백금발의 머리카락에 에메랄드빛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엘프 미녀이며, 에라시안에 못지 않은 미모를 자랑하는 엘프 퀸 세레시아가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바라보며 살짝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일라 양, 유리아나 양. 둘 다 허벅지와 늘씬한 다리가 드러나는 검은 핫팬츠들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엘리나 양처럼 당신들도 즐기고 싶은가보군요? 당신들의 털들도 꽤나 예쁠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세레시아가 보여준 것은 자신의 가느다란 검지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황금색의 털들로 만들어져있는 실반지였다.
그것을 본 카일라의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푸른 눈동자가 '설마...!'하는 느낌과 함께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파르르 떨렸고, 반면 유리아나의 안색은 분노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유리아나에게 있어서 엘리나는 어디까지나 숙모이자 시어머니였지 카이라스와 카일라와 같은 친어머니 혹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까지는 아니었기에 분노하는 셋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일라는 도발에 걸려들 수 밖에 없었다.
"호호호, 엘리나 양이라는 계집의 보○에 나있는 털들로 만들어 제게 바쳐진 이 반지는 과연 고귀한 엘프들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이 몸에서 어울리는 아름다운 반지군요. 아, 그리고 지금 엘리나 양은 임신 중이니 기왕이면 조용히 해주시는게 어떨까요? 우리 엘프 족의 가장 아름다운 보물이 손상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요. 안 그래도 임신 중이면서도 사내의 물건들을 앞, 뒤로 받아들이고 입으로 정신 없이 빨아대는 음란하기 그지없는 창녀 같은 계집인데 말이죠."
대놓고 엘리나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녀를 창녀와 같은 계집이라며 모욕을 하는 세레시아의 말은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엘리나의 음모들로 만들어진 실반지로 인해 카일라의 분노를 앞당겼다.
"세-레시아!"
카일라가 먼저 검을 빼들고서는 그대로 세레시아에게 달려들자 세레시아 역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들고 그녀에 맞섰고, 이윽고 카이라스를 상대로 에라시안과 드래곤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체재로 변하였다.
그리고 2 마리의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은 유리아나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고, 나머지 엘프들 역시 정령술로 드래곤들을 지원하며 유리아나를 압박하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막힌 상태나 다름 없게 변해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곳은 적지였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것은 카이라스 쪽이었지, 에라시안의 쪽이 아니었다.
'난감한데...젠장할.'
카이라스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에라시안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검사인 카일라에 비해서 마법사인 자신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도 정말 이 정도로까지 분노한 적은 드물었기에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게 되었다.
에라시안 하나라면 그가 더 강하겠지만, 에라시안의 옆에 있는 여러 드래곤들이 계속해서 마법을 날려대고 견제를 해대니 도통 에라시안을 쓰러뜨릴 수가 없었고 이번에도 그녀를 견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지만 치열하게 견제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카일라와 유리아나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유리아나는 9 서클의 마법들을 날려대는 드래곤들의 공격과 사방에서...아니 지면까지 합쳐서 그야말로 십방에서 날라오는 각종 정령들의 공격을 시간 가속을 통한 빠른 검으로 오러 플라워의 꽃잎들을 일으키며 막아내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주위에는 향기로운 꽃향기가 풍겨져오고 있었다.
푸른색의 수많은 꽃잎들이 사방에 흩날려지며 그 사이에서 아름답게 검무를 추고서는 긴 붉은 머리카락을 펄럭이는 유리아나의 모습은 그의 아내지만 정말 아름다워보였다.
하지만...그에게는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채애앵!
반면 카일라와 세레시아의 대결 역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5 명이나 되는 최상급 정령들이 일제히 세레시아의 뒤에서 카일라를 공격해대고 있었고, 두 자루의 단검을 쓰는 세레시아의 검술은 카일라와도 맞설 정도로 뛰어났다.
바로 그녀 역시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검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같은 최상급이라고 해도 검성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유달리 뛰어난 카일라에 비하면 검술적인 실력은 부족했지만 세레시아의 정령술들은 그런 그녀의 검술의 부족함을 보충해주고 있었다.
콰아아앙!
그렇지만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는 세레시아에게는 여전히 위험했다. 그녀의 검이 공간을 타격할때마다 그에 따라 공간이 뒤흔들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쇼크 웨이브를 특히나 집중해서 담은 카일라의 검은 레이나의 공간절단만큼이나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장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생성해서 방어를 한다고 해도 그 쇼크 웨이브가 오히려 상대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타고서 상대의 체내로 침투하여 상대의 내부를 뒤흔들어버리는데다가 그녀의 검 자체도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다운 강력하고 막강한 공격이었으니 오러 베리어 같은 것으로도 막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세레시아는 카일라와 검을 부딪치면서도 카일라의 검에 쇼크 웨이브가 집중되었을때는 검을 부딪치지 않고 최상급 정령들이 원거리 공격을 하게 시켜 카일라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고는 자신은 회피하는 식으로 카일라를 맞상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둘의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치명적인 공격은 회피하는 세레시아로 인해 카일라는 세레시아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공격을 해보았지만 뭔가 회심의 일격을 날릴 것 같으면 최상급의 정령들이 방해를 해대는 통에 세레시아에게 타격을 입힐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세레시아 역시도 최상급의 정령들의 도움으로 겨우 카일라를 견제할 뿐 그녀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콰앙! 콰앙!
카일라의 검이 계속해서 주변의 공간을 타격하여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켜 공간을 뒤흔들어버리며 세레시아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그 주변의 공기들과 마나들까지도 뒤흔들리게 만들었지만 최상급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가는 세레시아는 본인이 미처 피하기 힘들때는 최상급 정령들이 알아서 세레시아가 회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고 그 때문에 카일라는 여전히 세레시아를 쓰러뜨릴 수가 없었고 그것으로 인해 그녀는 더더욱 분노를 했다.
자신의 어머니와도 같은 여인, 가출을 하면서까지도 자신을 딸처럼 챙겨주었던 고모...남편인 카이라스만큼이나 자신에게 소중한 그녀가 저질스러운 모욕을 당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 모욕을 한 눈 앞의 저 증오스러운 엘프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세레시아의 상당한 양의 힘이 집중된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갑자기 날라왔고, 카일라는 그것을 막기 위해 검을 빼든 순간 최상급의 정령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댔고 카일라는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퍼부으면 자신이 회피하거나 방어에 성공시에 헛점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주변 역시 난장판이었기에 자칫 회피를 했다간 유리아나나 카이라스가 상대하던 적들의 공격에 당할 수도 있었기에 카일라는 자신의 쇼크 웨이브를 이용한 방어를 택하였다.
'앗...!'
그리고 순간 그녀는 적들이 어째서 이런 공격을 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녀는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이미 적들의 공격은 눈 앞에까지 와있었으니까.
쾅! 쾅!
그녀가 쇼크 웨이브를 담은 검으로 주변 공간들을 타격하자 공간들이 뒤흔들림이 심하게 강해졌고 결국 그로 인하여 자신에게 날라오던 세레시아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와 5 마리의 최상급 정령들의 공격들을 모두 사방으로 튕겨지게 만들었다.
최상급 정령들이 아무리 8 서클의 대마법사에 비견되는 존재들일 뿐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들이 저렇게 힘을 집중해서 하는 것만큼은 9 서클의 마법에 필적할 위력이 있었고, 그만큼 한 번 사용 후에는 무방비해지는 대가만큼의 위력이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9 서클의 수준에 달하는 공격을 무려 6 개를 카일라는 쇼크 웨이브로 막아내었다.
그야말로 쇼크 웨이브를 이용한 완벽한 방어. 하지만 그녀는 단 하나의 공격은 막지 못하였다.
"읏...!"
카일라의 연분홍빛 입술에서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녀의 차가운 눈이 싸늘하게 자신의 허벅지에 검을 꽂고 있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카이라스가 비명을 지르듯이 "카일라 누나!"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카일라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얼굴은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여러번 봤던 익숙한 얼굴이었으니까.
'하이엘프...아일라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