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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5화 〉[용서해주마, 단 이것만큼은 명심해라] (245/380)



〈 245화 〉[용서해주마, 단 이것만큼은 명심해라]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의 기세를 드러내고 있는 아일라노레를 보며 레니에 공자와 100 명의 기사들은 모두 그 강렬한 위압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카이라스가 워낙에 흔하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을 보아서 그렇지 실제로 대륙에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실제로 크라이센 왕국에서도 보유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고작해야 7 명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아일라노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상급의 경지에 이르어있는지가 벌써 50 년이나 되는 절대강자로 전체 엘프 종족 중에서도 10 순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이기도 했다.

이곳에 모인 기사들이 100 명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중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20 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전부 익스퍼트 상급 정도의 기사들이었다.

애초 거대한 왕국도 아니고 그저 인구수가 60 만 밖에 되지 않은 공국이었기에 20 명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아일레노레를 상대로 할 경우 승산이 없는 것은 명확했지만 레니에 공자는 태연했다.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이라스 공자,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저벅저벅-

그리고 한 사내의 발걸음이 들려왔다. 그저 평범한 발걸음에 불과했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를 긴장시키는 강렬한 위압감이 전달되는듯한 발걸음.

그 발걸음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아일라노레조차도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던 공포라는 감정이 솟아오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의 주인은 레니에 공자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일라노레는 순간, 그가 여태까지 투명마법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소름이 돋았다.

고작 투명마법을 쓰는 것 가지고 자신이 아예 기척을 파악하지 못하다니? 그리고 그 소름을 돋게 한 사내의 이름을 분명 레니에 공자가 카이라스라 했던 것을 떠올렸다.

"카,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아일라노레의 입에서 그의 풀네임이 흘러나왔고, 카이라스는 그 잘생긴 얼굴 위로 차가운 분노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네 년을 만났군. 한시도 네 년을 잊은 적이 없었다. 네 년에게 살아서는 끔찍한 고통들을 맛보여주고 싶었고...네 년에게도 죽음과 죽음 이후에도 안식을 할 수 없는 고통을 맛보여주고 싶었었으니까."

그리고 카이라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시원시원하고 사내다운 잘생긴 용모에 지어진 미소는 여자들이 본다면 얼굴을 붉힐 법도 했지만 아일라노레는 그저 끝없는 공포를 느낄 뿐이었다.

어째서인지 눈 앞의 남자는 어마어마한 증오를 자신에게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자신은 그에게 원한을 살 짓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그녀는 바로 비굴해졌다.

고귀한 하이엘프인 자신이 이러는 것은 굴욕이었지만, 상대는 10 서클을 마스터했다는 대마왕에 맞먹는 힘을 가진,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 맞먹는 힘을 가진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싸워봤자 이길 가능성은 0%였고, 그렇다고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사, 살려주세요. 흑, 저는 그저 세레시아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에요. 그리고 전 아직까지 인간들을 해한 적도 없으니 분명 오해하신걸거에요."

아일라노레는 살짝 흐느끼는 자세가 되어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연출했다.

하이엘프들은 일반적인 엘프들에 비해 힘만 강력한 것이 아닌 미모들 역시 평균적으로 더욱 뛰어났고 아일라노레 역시도 미모가 아름다운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얼마나 사악한 여자인지를 알고 있는 이들 모두는 아일라노레의 아름다움에도 그냥 흔들림을 잠깐 느낄 뿐 깊이 빠지지 않았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오오, 역시 그랬구려. 가여운 내 사랑..."

알로이스 공왕은 아직도 현실도피를 하는 중이었고, 카이라스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좀 저 미친 아저씨 좀 데려가줘. 홧김에 헬 파이어 블래스터...아니 파워 워드 킬을 날려버릴지도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레니에 공자는 아버지의 뺨을 손으로 후려쳐버리고 싶다는 폐륜적인 욕구를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국가망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그의 간절한 바램이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알로이스 공왕을 끌고 사라졌고, 이제 좀 조용해지자 카이라스가 말했다.

"그래 용서해주마."
"네?"

아일라노레는 설마 카이라스가 쉽사리 자신을 용서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지 노골적으로, 그렇지만 살았다는 기쁨을 약간 담아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진한 풀빛의 머리카락에 연한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그녀의 용모는 무척이나 아름다웠기에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아까전의 악마와 같은 모습이 아닌 천사와도 같은 모습처럼 보였지만 카이라스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못생긴 주제에 쳐 웃지마. 역겹다."

아일라노레의 표정이 굳어졌다. 언제 그녀가 이런 폭언을 당해보았겠는가? 그녀의 미모는 엘프들 중에서도 수위급에 이르는 미모로 솔직히 말해서 엘리나와 카일라, 디아나, 셀리나, 아이린, 티세라 등의 카이라스의 아내들 같은 최고급의 미녀들이 아닌 이상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찾을 수가 없을 수준이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혈압이 올랐지만, 아일라노레는 목숨이 더 소중하다 생각하며 천천히 분노를 억눌르며 말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가긴 어딜간다는거지?"

카이라스는 킥킥 웃으면서 거대한 프레셔를 내뿜으며 아일라노레를 압박했다. 그리고 사색이 된 아일라노레가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요, 용서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십니까?"
"용서해줬지. 후후..."
"그, 그럼...저를 이만 보내주시는게..."

아일라노레는 다급하게 말했지만, 카이라스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주마."

그리고 카이라스의 말은 그를 이어서 충격과 공포, 정신이 붕괴되는듯한 충격에 몰아넣었다.

"용서해주마, 단 이것만큼은 명심해라. 내가 용서하는 것은 바로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것을 용서했다는 것이지 그 이전의 원한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즉, 세레시아의 이름을 핑계로서 대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든 그녀의 거짓말은 용서해줬지만 그 이전 그녀의 원한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를 하지 않겠다는 카이라스의 말을 들은 아일라노레는 순간 '장난하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죽을 확률이 더더욱 올라갈 것이 뻔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비록 작은 공국이긴 하지만 나라 하나를 내분으로 빠뜨리기 위해 후궁으로 잠입을 하다니."

그렇게 중얼거린 카이라스는 바로 아일라노레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거칠게 그녀의 얼굴을 땅에다가 쳐박았다.

콰앙-

"꺄윽!"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그녀에게는 그리 큰 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나를 이용했다면 완벽하게 타격도 받지 않았을테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나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오브젝트 드레인."

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오른손으로 붙잡은 카이라스가 9 서클의 마법을 통해서 아일라노레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 서클 마스터에 이른 그에게 보다 많은 양의 마나는 그닥 필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마나를 자신의 마나와 융화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니 귀찮기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라스는 아일라노레가 100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은 마나를 모조리 뽑아내고는 그것을 자신의 왼쪽 손에 쥐어져있는 드래곤 하트에 쑤셔넣고 있었다. 마침 뒤섞이지 않은 순수한 한 종류의 기운은 꽤나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안돼!'

아일라노레는 자신의 마나가 모조리 흡수당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몸이 이상하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체내에 있던 마나가 모조리 빨려나가고 나자 카이라스는 더 이상 흡수를 멈추었다.

그녀의 생명력 역시 기운의 일종이라 드래곤 하트에 넣을 수 있었지만 아직 그녀는 살아있어야했다. 그의 각종 고문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레니에 공자, 이제부터 당신이 공왕이 되는 것이오?"

그리고 모든 마나를 잃어 암담함에 빠져있는 아일라노레의 머리채를 부여잡은채로 카이라스가 묻자, 조용하게 서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듯 싶군요. 카이라스 공자, 이번 일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군사력을 보다 키워주시오. 아무래도 이 엘프들이 조만간 전쟁을 일으킬듯 하니."

사실 뱀파이어를 제외한 모든 이종족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음모를 꾸미고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일단 이 정도로 먼저 주의를 주었다.

이종족들이 모두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사실을 말해봤자, 인권단체라는 것들이 온갖 망언들을 떠들어대며 카이라스에게 이종족들을 모욕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사람들을 선동할 것이 뻔했으니까.

"그렇지만 다른 이종족들도 가능하면 주의해주시오. 아르칸 왕국에서 늑대인간들이 보였던 음모나 엘프들이 보이는 만행들이 심상치 않으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쿨하게 작별인사를 나눈 카이라스는 아일라노레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대로 공간이동을 했고, 그가 온 것은 바로 아르테일 공작령 내에 있는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 다크 나이트들이 모여있는 마을들을 다스리는 영주가 있는 영주관이었다.

흑마법사들의 마을들을 다스리는 영주관에서 영주의 직위를 가진 것은 당연하게도 흑마법사 길드의 수장이었던 아릴리아였다.

"아,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후, 그래."

고운 흑발을 살짝 찰랑거리며 살포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아일라노레를 그대로 아릴리아의 앞에 내던졌다.

이미 연락을 해두며 준비를 해두라고 시키기까지 해뒀기에 아릴리아는 카이라스가 갑자기 내던지는 엘프 여인을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카이라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녀 역시도 상당한 엘프혐오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으으..."

모든 마나를 잃은 아일라노레는 흑마법의 기운을 풍기는 아릴리아를 보고도 두려움에 빠졌다. 얼마나 한심한 종족인가?

힘이 좀 있을때는 자신이 고귀하다느니 인간들은 천박하고 미개하다느니 떠들어댔지만, 힘이 사라지니 바로 흑마법사인것을 보기만 하고도 겁에 질려 덜덜 떨어대는 꼴이라니?

어쨌거나 그녀의 그런 한심한 꼴을 보고 있으니 카이라스는 저절로 비웃음을 짓게되며 그녀를 한심하다는듯 경멸스럽다는 눈길을 보내었다.

이미 지금 이 순간도 아일라노레에게는 지옥과도 같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진짜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준비하라 시킨 고문도구들은 준비가 됬겠지?"
"말씀하신 것들은 다 준비해뒀습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20 명과 흑마법사 50명, 그리고 네크로맨서 30명으로 총합 100 명이 이번 1차적 고문에 도움을 드리기로 자청을 하였습니다."
"후후, 그래. 뭐 좋아. 20 명이건 100 명이건..."

카이라스는 광기가 가득한 증오서린 눈으로 아일라노레를 바라보았고, 그의 광기 어린 증오와 원한이 담긴 흑안에 아일라노레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고 그녀는 다시 비굴하게 애원했다.

이제는 진짜로 눈물까지 짜면서.

"흐어어엉~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미 전 마나도 잃었고 더 이상 위협도 못되는 존재잖아요. 그러니 제발 제 목숨만은..."
"그래 용서해주마."

카이라스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일라노레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고 카이라스는 재차 말했다.

"용서해주마, 단 이것만큼은 명심해라. 내가 용서해주는 것은 네 년이 그 역겨운 상판대기로 내 앞에서 질질 짜댄 것을 용서해주는 것이라는걸."

카일라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녀를 모욕했던 것을 카이라스는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일라노레의 아름다운 얼굴과 풍만한 몸매를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눈길에는 음심은 하나도 없는 대신, 잔혹함이 가득 서려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일라노레의 육체는 사실 남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처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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