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에스더의 식당으로]
"네..."
셀리나는 살짝 아쉬운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 역시 어려서 밖으로 데리고 다니기 불안하다는 카이라스의 말에 동의했다.
아이린의 집무실에야 그냥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하니 괜찮지만 너무 어린 아기를 안고 다니기는 그녀 역시도 생각해보니 불안한 것이었다.
'엄마의 마음이구나...셀리나.'
자기가 낳은 자식은 계속 품에 안고 싶어하는 모성애의 본능을 보이는 셀리나의 모습을 보며 카이라스는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가 왜 자꾸 자신을 끌어안는 것인지를 가슴으로 알 수 있게 됬다.
...솔직히 말해서 19 살이 되서도 자신을 끌어안는 어머니가 싫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무척이나 좋았지만 가끔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나 밖에서 했을때는 그녀와 자신을 모자 관계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연인 사이로 착각하는 주변 사람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카이라스의 외모는 루스칼리스를 더 많이 닮았지 엘리나를 닮은 외모는 어릴때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모자 관계인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엘리나는 "엄마가 아직 젊어보이나보네?"라고 말하며 장난스러운 기쁜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둘은 닮았네.'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점심시간까지는 아직 약간 여유가 있었으니까.
* * *
오전 11시.
지금 이 시간대에서부터 평민들이 주로 사먹는 작은 식당들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들르면서 호황을 이루고 있었다.
고급 레스토랑들은 값이 너무 비싸다보니 돈이 넘쳐나는 거대 상단의 대상인들이나 고위 귀족들이나 자주 즐길 수 있었지, 보통 준귀족의 작위를 가졌거나 평민인 사람들은 가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아르테일 공작령은 자연히 수많은 마법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거리들이 가장 많이 존재했고 다른 영지에 거점을 둔 상인들이나 다른 귀족가에 소속된 상인들은 물론이고 타국의 상인들까지도 아르테일 공작령에서 판매하는 마법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오고는 했다.
하지만 용병이나 중소 규모의 상단의 상인들 같은 평민들이나 자유기사들 같은 대부분의 준귀족들은 기껏해야 3 서클까지의 마법 물품들을 구입하는 것이 재력의 한계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는 식당 역시도 자연스럽게 한정될 수 밖에 없었고,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식당거리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식당 거리에서 최근 들어서 유명한 음식점이 하나있었으니 바로 '북방의 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었다.
이 식당의 주인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푸른 머리카락의 여자였는데 에스더라는 이름을 가진 3 서클의 마법사로 수계 마법을 집중적으로 배운 속성형의 마법사라고 알려져있었다.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녀의 미모에 의해서 찾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 에스더라는 여인에게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 신세를 졌고 그 신세를 갚기 위해 카이라스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 알려져있었기에 그녀에게 먼저 마수를 뻗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보고 음흉한 생각들은 많이 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즉, 다르게 말하면 적기는 해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자들의 경우는 에스더의 호위로 붙어있던 아르테일 공작가 소속의 7 서클의 마법사들이 알아서 정리를 해주었고 그 탓에 그녀를 건드는 자들은 이제 진짜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 본인 역시 3 서클의 마법사였고, 1 서클의 마법들은 주문 없이 바로 즉석에서 사용했기에 간단한 매직 미사일 정도는 쓸 수 있었기에 일반 평민들이 얕볼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와 풍만한 몸매 외에도 그녀의 식당에서 나오는 요리들은 평민가의 식당이라고 믿을 수 없게 맛이 좋았기에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매일매일 끊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에스더는 최근 종업원으로 릴리와 메이라는 어린 고아 소녀들 2 명을 고용하여 일거리를 분담하기도 했다.
월급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숙식도 제공해준다는 말에 두 소녀들은 기뻐하며 에스더를 친언니 같이 따랐고, 에스더 역시 그녀들을 친여동생들처럼 귀여워하며 돌봐주고는 했다.
그리고 11 시가 되어서 점심시간이 시작되려고 하자 클린 마법들을 통해서 깔끔하게 식탁들을 비롯해 식기들까지 모두 닦은 에스더는 깔끔한 위생에 만족해하고 있을 때 오늘 가게의 첫 손님이 찾아왔다.
"아, 어서오..."
마침 에스더는 가게의 문 쪽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었기에 손님이 보자마자 바로 습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다가 찾아온 손님들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183cm를 넘는 훤칠한 키에 여자들은 보기만 해도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사내 다우면서도 무척이나 준수한 용모를 가진 흑발과 흑안을 지닌 소년.
허리까지 드리운 흑단 같은 흑발을 지니고 맑고 순수한 붉은 눈동자를 지닌, 마치 성녀와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수수한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지만 그럼에도 참한 기품이 가득해보이는 아름다운 소녀
허리까지 닿도록 길게 기른 붉은 머리카락에 사파이어빛의 푸른 눈동자를 지닌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조만간 대륙을 뒤흔들 경국지색의 미녀가 될 것을 예약을 해둔 것이나 다름 없는 소녀.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마치 인형 같이 무표정한 모습의 백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마치 바다와도 같은 푸른 머리카락에 붉은 색 눈동자를 가진 인형과도 같은 귀여운 용모가 유달리 부각되어 보이는 소녀.
전부 그녀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카이라스, 셀리나, 유리아나, 에이미.
어찌 그녀가 이들을 모를 수 있겠는가?
카이라스는 그녀에게 다시는 없을 은인이며 그녀의 뒷구멍의 처녀를 가져간 장본인이기도 했으며, 셀리나는 그녀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고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여러가지를 알려준 고마운 선생님이었으며, 그리고 유리아나는 자주 자신을 신경 써주던 말괄량이이기는 하지만 본성은 무척이나 착하고 정이 많은 사랑스러운 소녀였고, 마지막으로 에이미는...그녀가 태어난 곳인 물의 부족에서 함께 이곳으로 온 이른바 같은 고향을 둔 사람이었다.
"어머, 공자님...? 거기에...셀리나 님과 아가씨들까지?"
"오랜만이야. 에스더."
"오랜만이에요."
카이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셀리나 역시 자애의 여신과도 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유리아나는 둘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녀를 향해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유리아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살짝 찰랑거리며 귀족가에서 자란 소녀 답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물론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는 카이라스는 아직 13 살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시공회귀 이전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유리아나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2 년도 남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자신의 아내가 될 날이.
시공회귀 후에는 유리아나가 너무 어린 미성년자라서 문제였지, 시공회귀 이전만 해도 카이라스가 가장 사랑하던 여자는 카일라와 유리아나. 이 둘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 시공회귀 이전에는 30 살 까지의 여행을 허락받고 가문을 나와서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대동하고 온갖 유적들을 돌아다니고 던전들을 공략했던 카이라스였다.
당연히 여행을 하면서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동시에 데리고 매일밤 뜨거운 섹스를 하면서 보냈었고,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그는 오직 카일라와 유리아나만을 아내로 삼고 조용히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로 살다가 적당한 때에 자식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하고는 카일라와 유리아나만을 데리고 조용히 살았었을 것이었다.
그녀가 시공회귀 이후에는 너무 어려서 아직 크게 진도를 못나가고 있을 뿐이었지, 그녀는 카이라스가 유일하게 카일라만큼이나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물론 지금 미성년자인 유리아나에게 애정표현들을 했다간 로리콘으로 찍히기 딱 좋겠지만.'
그 생각에 미치자 유리아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카이라스의 미소 안에 쓴웃음이 내제되었다.
"오랜만."
반면 에이미는 간단하고 짧게 인사를 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니 끝은 아니었다.
"...배고파, 라스 오빠..."
카이라스를 라스 오빠라고 애칭으로 부르고 있는 에이미의 순수한 붉은 눈동자가 밝게 빛났고, 그녀를 바라보는 유리아나의 볼이 살짝 부풀려졌다.
"우, 라스 오빠. 빨리 자리에 앉자."
그리고 그녀들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할 에스더가 아니었고, 카이라스가 아니었다.
유리아나는 지금, 이른바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이라스를 라스 오빠라고 애칭에 오빠를 붙여서 부르던 사람은 자신이 유일했는데 이제 에이미가 생김에 따라 유일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
거기에 자신보다 나이는 1 년하고 몇개월만 연상인 에이미가 카이라스에게 귀여움을 받는 모습을 보면 질투를 하며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카이라스에게 자신도 똑같은 귀여움, 이른바 머리 쓰다듬기 등을 받아야 만족하는 것이었다.
"후후, 알았어. 근데 에스더, 오늘 여기 전세 내도 될까?"
"네? 네...공자님이 오셨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릴리, 메이!"
에스더는 당연하다는듯 미소를 지으면서 이곳의 종업원 소녀들인 릴리와 메이를 불렀고 이윽고 적발과 금발을 지닌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어린 소녀들이 일제히 뛰어나왔다.
식재료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던 중이던 그녀들은 에스더의 부름에 바로 나왔다가 카이라스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 어서오세요. 공자님.""
평민인 두 소녀에게 카이라스의 신분은 역시나 어렵게 느껴지는지 여러번 봤음에도 둘이 카이라스를 대하는 태도는 편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카이라스는 그런 그녀들을 향해 가볍게 머리를 한번씩만 쓰다듬어준 후 에스더가 안내해주는 자리로 가 에이미와 유리아나를 양 옆에 앉히고 셀리나와 마주보는 자세로 앉게 되었다.
"에스더 양이 만든 요리는 오랜만이네요."
뱀파이어이기에 허기는 채울 수 없어도 음식의 맛은 확인할 수 있는 셀리나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고, 카이라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3 주나 안 찾았으니 꽤나 오랜만이네."
카이라스는 그렇게 생각할 때 릴리와 메이는 얼른 포크와 나이프를 네 명의 식탁 앞에 내려놓았고, 이어서 시원한 물을 담은 물컵 역시도 4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에스더가 오늘 전세라는 간판을 걸려고 할 때였다.
어떤 불량스러운 놈들이 에스더에게 "왜 오늘은 장사를 안하는거냐? 지금 손님이 눈 앞에 보이지 않냐?" 라고 떠들어대는 것을 느낀 카이라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재수가 옴 붙었군. 모처럼 외식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다니 말이야."
아직 음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모처럼 좋은 분위기가 망가지는 느낌에 화가 나는 것을 느낀 카이라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온 카이라스가 본 것은 딱봐도 불량불량해보이는 날라리 같은 인상의 남자가 에스더를 향해 자신을 손님이라며 왕처럼 대접하라며 이른바 '개지랄'을 떨고 있는 광경이었다.
카이라스는 자세하게 상황을 알기 위해 바로 리드 마인드로 그의 마음을 확인하려 들었다.
'흠?'
그리고 카이라스의 그의 마음에서 의외의 것을 보았다.
'드워프...?'
그의 마음 속에는...그와 잘 아는 사이인듯한 드워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