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음모가 부족하다]
시공회귀 이전, 드워프들은 전쟁터에서 아주 많은 숫자가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드워프 대전사이자 드워프 킹인 소루스와 그를 따르는 드워프 전사들을 제외하면 드워프들이 전쟁의 전면에 나서는 일들은 드물었다.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것은 주로 오크들이 하는 일들이었고, 드워프들은 주로 다른 이종족들이 쓰는 무기와 방어구들을 만드는 이른바 후방 지원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골렘들은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는 막대한 피해를 내고는 했었고, 그 골렘들은 과거 인간 마법사들과 드워프들이 합작으로 만들었던 것임을 감안하면 인간들 입장에서는 엘프들에게 전수해줬던 검술만큼이나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또 애초에 골렘이 아니더라도 드워프들이 만든 무구들과 가끔씩 드래곤들이 드워프제 무구들에 자신들의 마법을 인챈트 시켜줌으로서 치명적인 위력이 발휘되고는 했었다.
오크들의 끝을 알 수 없는 군사력, 엘프의 정령 지원 및 궁수부대 사격, 드워프들의 무구 지원 및 골렘 부대 지원, 고블린의 주술 지원, 트롤들의 재생 능력과 마법의 힘을 통한 정예부대 견제, 늑대인간들과 뱀파이어들의 암습과 암살 지원, 하나하나가 대마법사들인 강력한 드래곤들의 마법 공격.
이런 이종족들의 연합에서 드워프들의 무구 지원은 뱀파이어들의 암살이나 오크들의 군사력과 더불어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성가신 부분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드워프들의 흔적이 우연히 시비를 걸어대던 불량배 하나의 마음에서 보이는 것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그의 부하 혹은 패거리로 보이는 자들이 5 명 정도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에서는 드워프가 보이지는 않았다.
'드워프와 관련이 있는건가?'
카이라스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는 에스더에게 시비를 걸어대던 날라리 같이 생겨먹은 불량스러운 놈의 앞 쪽으로 걸어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전세를 냈다. 불만이 있나?"
에스더의 옆에 서서 차갑게 말하는 카이라스는 자신의 위압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보통 사람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막강한 위압감.
당연히 보통 사람인 불량배들은 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동시에 말했다.
"아닙니다!"
사실 카이라스가 위압감을 풍기지 않았다고 해도 아르테일 공작령에서 카이라스의 외모를 모르는 사람은 타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불량배들은 현지 사람들이었고, 크나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그저 소리를 질러대거나 하는 사소한 행패들만을 부려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송사리들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날라리 같이 생겨먹은 불량스러운 놈의 마음을 읽었고 차가운 눈빛이 되었지만 그는 은근슬쩍 그에게 마법을 걸어놓고는 살짝 고개를 까딱하였고, 그것이 꺼지라는 신호임을 알아차린 불량배들은 황급히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드워프라...'
정보를 읽어낸 카이라스는 당장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아이린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에스더를 바라보았다.
"들어가자."
"아, 네..."
간단하게 불량배들을 모두 내쫓아준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에스더가 얼굴을 살포시 붉히면서 약간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손을 잡고 그녀를 데리고 식당의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져있었다.
그리고 식당의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카이라스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 자리에 앉았는데 겉으로는 나가기 전과 그다지 달라보일 것이 없는 그였지만 그의 9 개의 사고 중 3 개의 사고는 방금전 얻은 정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불량배 같은 쓰레기들이 드워프에 관련되어있다니...'
10 서클 마스터에 이른 카이라스의 리드 마인드는 기억까지도 들춰내서 읽을 수 있었고, 그로인해 카이라스는 아까전 그 불량배가 드워프에 대해 아는 것을 모두 읽어냈다.
그 불량배들 중 가장 서열이 높아보이는 앞에 서있던 놈은 드워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에스더를 바라보면서 흑심을 품고 있는 그는 속으로 '아 씨발, 드워프 영감이 하도 잔소리를 해서 짜증나 죽겠는데 여긴 또 왜 영업을 안하는거야. 씨발'이라는 생각을 품었기에 카이라스는 바로 그가 드워프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었다.
원래 그의 기억을 들춰보지 않고, 그저 행패를 부리는 그의 생각을 읽어보려 했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드워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그는 그의 기억을 읽어냈고 그가 가진 드워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어냈다.
그 드워프는 놀랍게도 불량배들에게 수정구를 통해서 지시를 내리는 이른바 불량배들이 일단 명목상으로나마 소속되어있는 암흑가의 중간보스에 속하는 자였다.
본인이 아르테일 공작가의 영지 내에 있는 것이 아닌 도청 방지 마법과 주변에 대한 소리를 차단해주는 마법이 걸린 수정구를 쓰다보니 반경 100 km의 범위를 영역권 내에 두며 그 안의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카이라스라 해도 반경 5 km 이내까지 오지 않는다면 알아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암흑가는 이곳 아르테일 공작령의 중심지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카이라스의 영역인 반경 100 km 내에도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암흑가에 손을 뻗기 시작했나보군. 회귀 이전에는 내가 22 살 때야 암흑가에 손을 뻗었었는데 말이야.'
그 뭐 어쨌든, 그 불량배는 드워프에게 직접 지시도 받는 놈인듯 했으며 그 놈에게는 마법을 걸어뒀으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정보가 캐어질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3 개의 사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6 개의 사고들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유리아나와 에이미, 그리고 자신의 앞에 마주보며 수줍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셀리나에 집중되어있었다.
"라스 오빠, 아까 그 사람들 불량배지?"
그리고 물컵의 물을 살짝 한 모금 마시면서 유리아나가 그에게 물어왔다. 그녀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야말로 인간 사회의 쓰레기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지."
카이라스는 예나 지금이나 암흑가 조직들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남을 괴롭히고 남의 것을 강탈하는 인간성을 버린 자들의 모임.
거기다가 암흑가들 중 상당수는 자기들이 이용만 당하고 버림 받을 줄도 모르고 이종족들의 수하 노릇을 하는 자들 역시 상당수였고, 자연스럽게 카이라스의 계획 중에는 2 년 후 쯤에는 이종족들과 연계를 맺은 암흑가 조직들을 모두 제거하고 이종족들의 음모를 점점 퍼트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생각보다 빨리 암흑가 쪽에 이종족들이 손을 뻗어가는 것을 보면 오히려 상황이 아주 좋은듯 했다.
그만큼 이종족들에게는 제대로 쓸만한 음모가 없다는 것이었으니까.
'뱀파이어는 이 쪽이고, 엘프들은 이미 로블린 공국처럼 공왕이 미치지 않는한 끼어들 수 없을테니까.'
회귀전 뱀파이어 여인들이나 엘프 여인들은 그 미모를 이용하여 수많은 나라의 귀족들이나 왕족들을 홀리고는 했었다.
지금과는 달리 보링논이 매일 꾸준히 투입한 약으로 인해 결국 에라시안에게 세뇌당했던 디아나는 뱀파이어 퀸으로서 각 나라에 아름다운 뱀파이어들을 각지에 보냈었고, 겉으로는 인간들과의 화목한 친선을 주장했었다.
물론 겉으로나 목적이 친선이었지, 당시 그녀의 계획은 에라시안의 명령에 따라 뱀파이어들이 각 나라에서 그 아름다운 미모로 고위 귀족들이나 왕족들과 연을 맺는 것으로 여러 내부의 혼란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었다.
물론 그것은 에라시안에게 세뇌를 당했던 디아나이기에 가능했지, 그녀의 순진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본래 성격으로는 그런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당장 회귀전에 자신이 그런 짓을 했었다는 것을 듣고 "흥! 나 같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왕님을 그렇게 더러운 수법을 쓰도록 만들다니! 정말 용서못하겠네."라며 오히려 에라시안에게 적의까지 드러내는 것이 그녀였다.
또 고아인 불쌍한 인간 어린아이들을 자랄때까지 돌봐주던 성품만으로도 그녀가 비록 허세가 강하고 자존심이 강하지 본성은 착하고 순수함을 카이라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너무도 잘 속게 순진하고 단순해서 가끔 놀려먹는 재미도 있지만...그러다가 삐지거나 울기 직전까지 가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드럽게 키스를 해주면 금방 배시시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적어도 그녀를 따르는 뱀파이어들이 회귀전처럼 인간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일은 없었고, 오히려 그녀는 전쟁 때 자신을 도와서 인간들의 편에 서줄 것이었다.
이미 그녀와 자신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가족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종족들이 쓸 수 있는 음모의 숫자는 보다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인간들을 내분에 빠뜨리기 가장 좋은 훌륭한 무기인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뱀파이어들과 엘프들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어버렸고, 자존심이 강한 드래곤들이 제대로 인간들의 사이에 스며들기는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또 무엇보다도 당장 자신의 앞에 디아나의 뒤를 이어서 차기 뱀파이어들의 여왕이 될 소녀가 수줍은 미소를 지은채 자신과 마주보고 앉아있어싿.
"셀리나."
"네?"
카이라스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을 기뻐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던 셀리나는 카이라스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순수한 붉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았고, 카이라스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며 마나로 무릎 위로 가있던 그녀의 손이 식탁 위로 올라오게 만든다음 그녀의 새하얀 손을 살포시 잡으며 말했다.
"항상 날 믿고 얌전히 따라줘서 고마워."
카이라스의 말에 셀리나는 살짝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그 긴 흑발을 살포시 찰랑거리며 성녀와도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에 카이라스는 피식 웃었다. 이종족들의 음모와는 상관없이도, 그저 이 순수하고 착한 소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좋았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부끄러움이 많은데다가 여린 면이 있어서 귀여운 카일라나 겉은 고귀함이 물씬 넘치지만 사실은 허세고 속은 단순하고 순진하기 그지없는 바보라 사랑스럽고 귀여운 디아나와는 별개로 그저 성녀 이상으로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이 뱀파이어 공주님은 보면 볼수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응..."
셀리나와 카이라스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애정이 못내 부러웠던 것인지 은근슬쩍 카이라스의 무릎 위로 올라간 유리아나는 살짝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셀리나가 살짝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반면 카이라스는 그런 유리아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살짝 흘렸다.
아직 13 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이지만 놀라운 미모를 자랑하며 허리까지 드리운 장미를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카락이 무척이나 강렬하게 보였으며 벌써부터 여자의 향기를 살짝씩 풍기고 있었다.
서서히 몸매가 발육이 되어가기 시작하는 나이대인 그녀는 아직 여자로서의 매력이 개화는 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개화해가는 중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녀 역시도 과연 아르테일이라고 떠올렸다.
한 번 좋아하는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집념.
비록 마법사의 재능을 물려받지 못하고 돌연변이라고까지 불리는 검술에 대한 천재성을 지닌 숙부인 카이우스의 피와 재능을 물려받은 그의 사촌여동생인 유리아나는 어머니 쪽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것인지 아르테일 가의 특징인 검은색 머리카락이 아닌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특이하게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체내에서 흐르는 피는 틀림없는 아르테일 가문의 피였고, 그런 그녀 역시 아르테일 가문의 특성적인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자신처럼.
'원래는 유리아나에게 실전대상으로 암흑가와 암흑가를 장악하고 있던 이종족들을 상대하게 해주려 했는데 말이야. 생각보다는 조금 일러졌군.'
이종족들의 음모를 오히려 카이라스는 유리아나에게 실전을 쌓게 해주는 용도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카이라스에 의해 꾸밀 수 있는 음모의 숫자가 대폭 적어져버린 이종족들이 한다면 치를 떨 생각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옆에서 에이미가 살짝 그의 옷소매를 잡으며 그를 순수한 붉은 눈동자로, 그리고 인형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라스 오빠, 분노했어?"
"......"
에이미의 물음에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그의 3 개의 사고들이 약간 당혹스럽게 생각했다. 그 3 개의 사고들은 바로 이종족들, 그러니까 드워프들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따가...설명해줄께."
카이라스는 6 개월 후면 에이미에게도 모든 사실을 다 말해주기로 결정하며 쓰게 웃었다.
시공회귀 이전,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백치스러운 푸른 머리카락의 귀여운 용모의 인형 같은 소녀는...고블린들의 대주술사인 그리든과 대결 도중, 드워프 킹 소루스가 뒤에서 습격을 가해오자 둘을 동시에 맞상대하다가 둘을 한꺼번에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