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화 〉[아르테일 공작가 내의 암흑가]
1799년 4월 10일 오후 1시 50분
아이린에게 먼저 정보를 알려주고 다시 에스더의 식당으로 돌아온 카이라스는 우선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 있는 암흑가의 정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그는 셀리나와 유리아나, 에이미를 대동한 그는 암흑가들이 주로 있는 거리인 아르테일 공작령의 변두리 근방에까지 와있었다.
아르테일 공작령의 전체 크기가 아르칸 왕국 등 대륙의 강대국들의 절반에 달하는 영토였고, 그 탓에 거의 왕국처럼 아르테일 공작가의 방계 혈통들 중 통치에 재능이 있는 자들에게 영지를 나누어주는 식으로 분할 통치를 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주인 공작이 직접 통치하는 직속 영지의 크기는 아르테일 공작령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탓에 카이라스의 반경 100 km에도 걸리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 반경 100 km라고 해도 그를 중심으로 반경 100 km였으니 그가 다니는 거리를 생각하면 드넓은 아르테일 공작령 전체를 커버하긴 무리였다.
물론 그것만 해도 굉장한 것이었지만 그 탓에 암흑가들은 잘도 그의 영역권 밖에서 걸리지 않고 있을 수 있던 것이었다.
'린에게만 너무 맡기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너무 일찍 이종족들이 암흑가 쪽에 세력을 뻗게 되었다.
아무리 아이린이 여황제로서 대륙에서 가장 큰 정보단체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기에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알아차리게 된 것이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하암~"
그리고 유리아나는 자다가 깨어나서 아직 약간 피로가 남아있는지 가볍게 하품을 하며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근데, 라스 오빠. 이곳 암흑가들은 그냥 가문에 말해서 정리하라 시켜도 되지 않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나이라 미래에 대해서는 얘기해주지 않았기에 유리아나는 왜 이런 암흑가를 정리하는 일 따위에 카이라스가 직접 움직였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미야 인형 같이 무표정하게 평상시처럼 그냥 카이라스를 따라왔을 뿐 아무래도 흥미 없다는듯한 태도였고, 셀리나의 경우는 그냥 카이라스의 옆에만 있으면 행복해했기에 따라왔을 뿐이었지 누구도 암흑가를 직접 정리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오직 암흑가를 제거하려고 이곳에 온 것은 카이라스 한 명 뿐인 것이었다.
"조만간 대대적인 소탕령을 내릴 예정이야. 지금은 그냥 시범을 보여줄 뿐이지."
유리아나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한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의 암흑가를 떠올렸다.
지하에 수많은 이종족들이 암흑가의 일원으로서 존재했었던 기억...
마스터 급의 경지에 올라있는 오크들을 비롯해서 트롤 마법사들이나 고블린 주술사들이 암흑가 쪽에 배치된 주 전력으로서 암흑가를 수장 직위를 맡고 있는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지배하게 하는데 큰 힘이 되고는 했었다.
또 욕망에 눈이 먼 암흑가의 인간들은 자기들이 죽게 될 줄도 모르고 엘프들과 드워프들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같은 인간들에게 셀 수도 없이 많은 피해를 입히고는 했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암흑가에는 오크, 트롤, 고블린이 스며들었을 것이었다.
'그나마 적진에 아직 뱀파이어는 없는게 다행이군.'
암흑가의 세력들 중 도둑 길드는 그나마 인간들이 계속 담당하게 되었지만 암살자 길드들의 경우는 완전히 뱀파이어들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암살자 길드들이 모아둔 수많은 각 고위층들에 대한 정보 역시 그로인해 이종족들의 손에 들어가며 암살 의뢰로 위장을 하여 뱀파이어들이 암살을 하고는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회귀후 가능한한 그가 알고 있는 암살자 길드들을 아이린에게 말해서 미리 처리해놓게 시키기도 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암살자 길드에 있는 암살자들의 실력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 하나만 출동해도 다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암살자니 뭐니 해봤자 실제로 그렇게까지 실력이 좋다면 기사의 직위와 작위를 얻어서 편하게 먹고 살지 뭐하러 암살자 노릇을 주로 하겠는가?
뭐, 아주 가끔 살인에 미친 소드 마스터나 강자에 대한 암살 의뢰만 받아들이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같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암살자들의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즉 그나마 전설적인 암살자들도 사실 전문적인 암살자들이라기 보다는 강한 자와 목숨을 건 생사결을 하고 싶은 미친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이 암살의뢰를 받아서 다른 그랜드 소드 마스터랑 목숨을 건 승부를 한 끝에 승리하여 암살을 성공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강자와의 싸움을 원해서 있는 경우가 아닐 경우는 암살자들의 실력이라고 해봐야 그냥 암기들을 좀 던져대고 독을 좀 쓰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보니 아이린이 파견한 오직 황제 직속 수하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카이라스의 고모뻘인 9 서클의 마법사인 유노 백작가 함께 암살자 길드들이 번번히 습격하고 다니자 암살자 길드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예 대부분 황실의 정보단체로 소속을 바꿔버리고 안정적인 배경을 얻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사실 그들도 정말 미친 살인귀가 아니고서야 위험한 암살자의 일보다는 월급도 나오는(?!)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암살자 길드의 정보력이 암살의 능력은 뱀파이어만은 못하더라도 암습의 능력은 만만치 않은 늑대인간들에게 넘어가는 것도 성가시겠지만, 적어도 이미 대륙에서 80% 이상의 암살자 길드들은 모두 사라지고 정보단체들에 흡수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진짜 최강의 암살자는 내 옆에 있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셀리나를 바라보았다.
저 성녀와도 같은 착하고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가 사실은 최강의 암살자라는 사실을 누가 짐작이나 할까?
아니, 정확하게 아직까지 완벽한 최강의 암살자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2, 3 년 후의 그녀는 회귀 이전의 디아나를 능가하는 최강의 암살자가 될 것이었다. 그만큼이나 그녀의 암살에 대한 재능은 뛰어났으니까.
그리고 카이라스는 아공간에서 후드를 꺼내더니 그대로 후드를 뒤집어썼고 바로 3 명의 소녀들에게 명령했다.
"유리아나, 검을 빼들어. 셀리나, 경계를 강화해. 에이미, 주술을 언제나 준비해둬."
카이라스의 명령에 셀리나와 유리아나, 에이미는 바로 그의 명령에 따랐고, 그녀들의 빠른 행동에 카이라스는 흡족해했다.
이곳에서야 위험한 일이 없겠지만 앞으로 아이린이 모아주는 암흑가에 대한 정보들을 받고 나 이종족들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 그곳을 습격할 때는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할 것이었고, 앞으로 카이라스는 그녀들 셋만이 아니라 레이나와 티세라 역시도 대동할 생각이었다.
그녀들에게도 경험이 필요했으니까.
'카일라 누나와 디아나도 데려가는게 좋겠지.'
아이린이야 당장 황제로서의 업무만 해도 바쁘고 스스로 알아서 강해져가고 있으니 괜찮았고, 세르티네스의 경우야 대마왕이니 또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카일라와 디아나는 혹시나 이종족들 중에서 절대강자에 속하는 자들이 암흑가 쪽에 배치되어있을 경우 보다 강한 실전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함께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오늘은 그저 연습일 뿐이야.'
이곳에 있는 암흑가 세력들은 그저 연습 대상일 뿐이었다.
물론 카이라스는 인간인 그들을 그냥 암흑가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제거할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용서해준다는 것도 아니지.'
카이라스는 후드를 뒤집어쓴채로 셀리나와 유리아나, 에이미와 함께 변두리에 속하는 지역에 진입해왔고, 이 자리에 있던 암흑가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와 소녀들에게로 집중되었다.
19 살에 이르어서 이제는 완벽하게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그러면서도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미소녀인 셀리나의 모습은 누구라도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화려한 장미와 같은 붉은 머리카락에 반짝이는 사파이어빛의 푸른 눈동자를 가진 유리아나는 비록 어린 13 살의 소녀였지만 이미 그 미모를 숨길 수 없었고, 머지 않아서 대륙에 이름을 날릴 절세미녀가 될 것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귀여운 얼굴을 지니고 서서히 여자로서 개화해가는 모습이었다.
또 인형 같이 무표정하지만 귀여운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백치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푸른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의 소녀, 에이미 역시 무척이나 무척이나 희귀한 머리색과 눈색의 조화였기에 그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서 시선을 끄는데는 충분했다. 특히나 과자를 아작거리며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카이라스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고, 소녀들을 납치할 생각을 품고 있던 이곳 변두리의 남자들은 카이라스의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려 슬그머니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곳이군.'
카이라스는 아까전 그 불량배에게 걸어둔 마법을 통해서 그들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걸어가면서도 1 개의 사고를 통해서 그가 다른 자들과 하는 대화를 엿듣고, 또 그의 상황도 보고 있었다.
'송사리들...'
카이라스는 단번에 그가 이종족들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행패나 부려라. 라고 시키는 송사리라는 것을 파악하였었다.
그야 당연했다. 카이라스가 있는 이 아르테일 공작령에 이종족들도 감히 자신들이 직접 가서 세력을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유는 무서우니까.
그렇다보니 그냥 원래 있던 양아치들에게 적당히 일반 평민들을 대상으로 행패나 부려라 정도로만 명령을 내릴 뿐이었고, 그 이외에는 그냥 아르테일 공작령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게 시키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평민들의 식당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에스더의 식당에서 에스더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각자 속으로 그녀를 상대로 음란한 상상을 하며 그녀가 주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것을 낙으로 삼던 그들은 재수없게도 성질을 좀 부리다가 그들의 행동대장 격인 날라리 같이 생겨먹은 자가 드워프에게 지시를 받았기에 카이라스에게 딱 걸린 것이었다.
'죽일 정도의 죄인들은 아니지만...그래도 적당히 처벌을 받아야겠지.'
카이라스는 어느덧 한 작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고, 철로 만들어져 꼭 잠겨져있는 문을 바라보던 유리아나가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오빠, 저 문을 박살내면 되는거야?"
13 살의 아름다운 소녀가 묻기에는 참으로 과격한 말이었지만, 카이라스는 황당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마법으로 열면 그만이었지만, 그는 기꺼이 유리아나에게 그의 기준으로는 '오랜만'에 양보를 했다.
"그래, 부숴. 그리고 안의 것들은 죽이지 말고 적당히 제압해."
"응!"
그리고 유리아나는 가녀린 팔로 길다란 검을 빼들고는 그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한후....그대로 문짝을 향해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리고 가냘픈 체구의 어린 소녀가 휘두른 검에 의해 철로 만들어진 문이 절단되는 것도 모잘라 아주 박살이 나 날라갔고,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습격이다!"
"모두 도망쳐!"
카이라스에게 이미 안의 것들의 처리권까지 양도받은(?) 유리아나는 뭔가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살상력은 배제한채로 예리함을 제거한 오러 블레이드 몽둥이(!)를 달려가면서 가볍게 휘둘렀고, 13 살의 소녀에게 암흑가의 사람들이 얻어맞으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모습은...참으로 기괴해보였다.
'후후, 하여간 다혈질적이야.'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런 유리아나의 모습을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정말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저, 주인님...좀 말려야하지 않을까요?"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이 든 모양인지 셀리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묻자 카이라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냅둬."
콰아아앙!
그리고 뭔가 튕겨져나온 나이프가 우연히도 자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자 카이라스가 중얼거렸다.
"그냥 멈추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