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7화 〉[사냥이 시작되었다] (257/380)



〈 257화 〉[사냥이 시작되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본가에 암흑가의 사람들이 배달(?)되어 왔다.

아니, 정확히는 카이라스가 부른 경비병들에 의해서 유리아나에게 아작이 난 암흑가의 쓰레기들이 모조리 체포되어 연행된 것이었다.

40대 초반 정도의 중년 남성의 외모를 하고 있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전대 가주, 아나클레투스는 자신의 어린 손녀, 유리아나에게 흠씬 맞았다는 암흑가의 쓰레기들을 보며 혀를 찼다.

"허, 그 아이는 그렇게나 귀엽게 생겼으면서 대체 누굴 닮아서 이리 과격한거지?"
"어머, 설마 그게 저를 말하는 거는 아니겠죠?"

그리고 외모도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어있었고, 실제 나이 역시 상당했지만 여전히 완숙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며 아나클레투스의 하나 뿐인 아내인 펠리시아가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묻자 아나클레투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설마 그럴리가 있겠소? 내가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나클레투스의 말에 펠리시아가 보라색 눈동자를 살짝 가늘게 뜨며 물었다.

"진짜죠?"

아내의 추궁에 아나클레투스는 바로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소? 내가 언제 부인을 두고 바람을 핀 적이 있소?"

아나클레투스의 말에 펠리시아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요. 믿어주겠어요. 호호."

부인의 웃음소리에 아나클레투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나이는 어느덧 80 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의 부인 역시도 80 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둘의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허허..."

그리고 그런 그들의 둘째 아들이자 유리아나의 아버지인 카이우스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많이 성장헀구나..."

물론 그가 웃는 이유는 딸의 여자 답지 않은 과격함 때문이 아니라 13 살 밖에 되지 않은 딸이 오러 블레이드를 정교하게 날을 없애고 몽둥이 같이 만들어서 이들을 두들겨 팼다는 점이었다.

자신도 13 살에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었는데, 정말 딸의 눈부신 재능과 노력이 아버지로서 기특하기 그지 없었다.

더군다나 외모까지도 자신의 딸이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의 아름다운 형수님(엘리나)이나 아름다운 조카며느리들(카일라, 디아나, 셀리나, 티세라, 레이나, 아이린, 세르티네스)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을 미녀로 자라게 될 것이 분명해보였으니 그 뛰어난 검술의 재능에 그 미모까지 합쳐서 대륙에서 이름을 날릴...아니 대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미녀검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카이우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후후, 누구 딸인지 정말 잘났군.'

딸에 대해 흐뭇해하던 카이우스는 쓰러져있는 암흑가 쓰레기들의 처분을 과연 가주인 자신의 형이 어떻게 될지 살짝 궁금함을 담아서 옆에 서있는 그의 하나 뿐인 친형이자 아르테일 공작가의 당대 가주인 루스칼리스를 바라보았다.

"이것들 그냥 다 감옥에 쳐넣어. 밥은 하루에 한끼만 주고."

그리고 루스칼리스는 엘리나가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을 시간대라 홀로 이곳에서 이런 시커먼 남정네, 그것도 쓰레기들을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드는지 간단하게 처리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된 병사들은 "네, 가주님!"을 힘차게 외치면서 쓰레기들을 끌고 사라졌고, 루스칼리스는 품에서 가주의 상징물 중 하나인 버너디움으로 만들어지고 그 위에 아르테일 공작가의 문양이 미스릴로 새겨져있는 둥근 검은 메달을 꺼내며 '가주로서' 물었다.

"아버지, 어머니, 카이우스. 라스 녀석이 동원해달라고 요청한 가주령에 대해서 아무도 반대는 없으시죠?"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아나클레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 녀석이 보내온 정보가 사실이라면 일이 심각하지. 가주령을 동원하는 것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

이종족들이 암흑가에 세력을 뻗고 있다는 소식은 아르테일 공작가의 전대 가주인 아나클레투스와 당대 가주인 루스칼리스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일이기에 루스칼리스는 엘리나를 일부로 계속 정원에서 꽃에게 물을 주고 내버려두며 이런 일 쪽에 데려오지 않은 것이었다.

엘리나는 그저 범죄자를 체포한 것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었고, 루스칼리스는 기왕이면 오랫동안 그녀가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했고 그것은 그의 아들인 카이라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인가를 예감한 카이라스가 루스칼리스에게 말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가 불안해요. 어머니를 가능하면 최대한 우리의 일에서 멀어지게 하세요.]

과연 어떤 것 때문에 그녀가 이 일에 끼어드는 것이 불안한지는 루스칼리스도 알지 못하고, 카이라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10 서클 마스터로서의 예지가 위험하다고 알려주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자신의 예지를 믿고 그녀를 최대한 이 일에 배제하며 안전하게 지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루스칼리스는 천천히 명령권을 상징하는 메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8 서클 이상의 가문 사람들에게 모두 명령을 내려야겠군요."

이 날을 기점으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절대강자들에게 암흑가 퇴치령이 가주령으로서 선포되었다.

*              *             *

1799년 4월 11일 오후 3 시.

"이것이 바로 이종족들이 관여한 것으로 확정, 혹은 추정되는 암흑가 세력들의 정보들이에요."

아이린이 품에 안고있는 가득한 종이들을 카이라스에게 모두 건네주며 말했다.

"고마워."

살짝 감사를 표한 카이라스는 바로 그녀가 건네준 정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인간들의 암흑가 조직 중 몇 곳은 통째로 이종족들에게 넘어간 것을 본 그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예 통째로 이종족들이 암흑가를 접수하거나 뒷배를 봐주는 식으로 세력을 참 널리도 떨쳤군. 저것들이 다 각국에서 내부혼란을 불러일으킬 준비인데."

암흑가의 세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치안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도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간들의 입장에선 성가신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것도 이종족들이 암흑가의 세력을 장악할 경우는 더욱 치명적이게 변하는데 이종족의 강자들이 각 영지에 잠복해있으면서 반란 형식으로 영주를 비롯한 영지의 핵심인물들을 살해한 후 행패를 부릴 수가 있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아니, 그냥 학살을 저지를 수도 있지.'

백작가 정도의 영지가 아닌 이상 이종족들의 강자들이 암흑가의 협력으로 은신처를 보유한채 잠복해있다가 기회를 노려서 대학살을 저지를 경우 인간들은 내부에서부터 혼란스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 시공회귀 이전에도 그러했다.

암흑가들이 한 짓거리로 인해 얼마나 인간들이 큰 손해를 보았던가?

시공회귀 이전 30 살 까지는 계속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던 카이라스는 카일라, 유리아나와 함께 암흑가의 이종족들이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노리고 음모를 꾸며대자 역으로 그 음모들을 분쇄시켜주었었고 그러다가 이종족들의 음모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카이라스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암흑가의 이종족들을 궤멸시켰지만, 남아있는 그 절반만으로도 인간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었고 그렇기에 이번생에서 카이라스는 암흑가를 빠르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에게 부탁하여 가주령을 통해 아르테일 공작가의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을 동원하여 암흑가들을 공격하게 시켰고, 동시에 그는 음지에서 지냈던 흑마법사들에게도 따로 명령을 내려둔 상태였다.

'이제 이 정보들대로 각자 일을 분담시키면 되겠지.'

그렇지만 어느 곳에는 이종족의 강자들이 있을터였으니 최소 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9 서클의 마법사를 상대하거나 상대로 하여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팀을 짜게 해줄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의 아내들은 데리고 다니더라도 결코 떼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아직 그녀들을 떼어놓기는 너무 불안했기에 계속 그가 지켜볼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아르테일 공작가와 황실이 암흑가를 공격할 명분이었다.

명분이란 참으로 중요했다.

어떤 사소한 일에도 명분이 있어야 당위성이 생겼으며, 심지어 시공회귀 이전에도 이종족들이 내세운 명분은 누가 들어도 억지이긴 했지만 그들도 명분을 내세우기는 했었다.

그렇기에 아르테일 공작가와 황실이 실행하려는 암흑가를 철저히 사냥하는 작업은 그에 따른 명분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명분을 준비해두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아이린과 카이라스가 아니었고, 아이린의 작업 하에 이미 명분은 충분히 만들어져있었다.

"후훗, 현 황제의 이복오빠를 살해했다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명분이죠. 아무리 쓰레기이기는 했어도, 황실에서 쫓겨나기는 했어도 그래도 전 황태자였으니까요."

아이린이 차갑게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른손에 검은 부채를 들고 붉은 드레스를 입고서는 붉은 눈동자를 차갑고 잔혹하게 빛내고 있는 흑발을 생머리로서 허리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린 우아하고 도도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제가 되기 위해 태어난 여인과 다름 없었고, 그녀의 계획을 다시 들은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새끼가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뭐 그렇죠. 그런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작자도 가끔 도움이 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니까요."

아이린이 내세운 명분은 다름아닌 4 년전, 엘리나와 카일라에 대한 흑심을 노골적으로 들어내며 광분하는 미치광이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황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덤으로 황실에서도 추방되어 황궁에서도 쫓겨나버린 알렉스의 죽음이었다.



당시 그는 쫓겨난 후 그는 카이라스와 아이린의 사주로 인한 암흑가의 사람들에 의해 구타당한 후 살해되었었다.

암흑가의 사람들에게 살해당한 알렉스는 공식적으로는 황실의 일원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아이린의 오빠이기도 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알렉스의 일은 실종이었기에 최근에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된 것으로 위장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혈육의 정 때문에 분노하는 황제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도 의외로 재미가 있죠. 후훗."

아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유린이나 플로리아 같이 자신을 언니로서 잘 따르는 아이들이 하는 한 그녀는 황제로서 얼마든지 비정해질 수 있었다.

특히나 지금은 다들 조용히 유배되어있었지만 만약 그녀의 오빠나 동생들...즉 황자들이 만약 반역의 끼미를 보일 경우 그녀의 아버지인 전 황제의 심정이 어떻든간에 그녀는 황제로서 가차 없이 그들의 목을 쳐버릴 것이었다.

쓰레기는 괜히 악취를 풍기게 계속 쌓아두지 않고, 미리미리 처리해버려야하니까.

"황제란 꽤나 잔혹한 자리죠. 피붙이라고 해도 쉽게 신뢰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는 희극의 배우 같은 자리이기도 하고요."
"틀린 말은 아니네."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고, 아이린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에게 미소를 짓던 아이린이 부채로 살짝 눈 아래의 얼굴을 가리고는 루비 같은 붉은 두 눈동자를 치명적인 색기를 가득 담아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저는 공식적으로 황명을 내릴테니...처리를 부탁해요. 카이라스 공자."
"훗,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어."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을께요."

그리고 이 날, 분노한 연기를 하는 아이린에 의해 암흑가를 퇴치하라는 황명이 떨어졌다.

죄다 범죄자들이었기에 어디에 항의도 할 수 없게 된 암흑가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는데, 원래부터 약자들의 돈이나 빼앗던 그들은 정예인 강자들을 상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일에 아이린은 황명과 아르테일 공작가의 영향력으로서 불러모은 은거했었던 절대강자들을 대량으로 투입했고, 그야말로 암흑가의 사냥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카르시스 제국의 서부 쪽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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