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여동생이 안에 있다]
1799년 4월 28일.
"...이게 정말이야?"
"네,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는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냐, 에라시안.'
암흑가에서의 이종족들의 완벽한 철수.
그로인해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기껏해야 자신들의 배후인 이종족들의 힘을 믿고 다른 암흑가의 세력에게 시비를 걸었던 암흑가의 세력들이 역으로 다른 암흑가의 세력들에게 공격당해 지리멸절을 했다는 것 정도랄까?
"아무래도 너무 많은 고위급들을 잃어서인지 내부 정리에 들어간 것일듯 하네요."
아이린은 카이라스에게 자신의 추측에 대해서 말했고, 카이라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지. 이 이상 많은 수하들을 잃는 것은 그저 손해일 뿐이니까. 그래도 경계는 확실히 해두는게 좋아. 어디서 무슨 짓을 갑작스럽게 벌일지 모르니까."
이종족들은 10 년간 조용히 전쟁을 준비하겠지만, 그 사실까지 카이라스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확한 사실들을 아는 것은 오직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과 엘프 퀸 세레시아 뿐이었으니까.
"일단 우리 쪽의 '특수부대들'은 훈련은 잘 되어가고 있지?"
"네, 시간이 갈수록 계속 실력이 늘어나고 있더군요. 후훗, 여러모로 정말 쓸만한 부대에요. 그리고 특히 최근에 특수부대로 만들어진 디아나 양 휘하의 '뱀파이어'들도 그렇고요."
행동 하나하나에 고귀한 기품이 배여있는 아이린은 고귀한 기품을 물씬 풍기면서 쓸만한 휘하들을 거느리게 된 것을 '황제'로서 기쁜듯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준비는 이미 할 수 있는만큼 다 해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방문 밖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지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똑똑-
"언니, 저 유린인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응, 들어와."
끼이익-
"언니, 여기...어멋!"
직접 구운듯한 과자들을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으로 문을 열며 들어오려던 유린은 카이라스를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안녕하세요. 공자님."
그리고 묘하게 붉어진 얼굴로 유린은 카이라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카이라스 역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안녕, 후후. 내 년이면 성인이라서인지 유린이도 많이 성숙해진거 같네?"
"부, 부끄러워요."
카이라스를 편하게 오빠처럼 생각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할 카이라스와 아이린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까부터 그냥 말 없이 잠들어있는 아이리스와 아이리네 자매를 조용히 손으로 쓰다듬어주던 세르티네스 역시 알아차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것을 입 밖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저, 과...과자를 좀 구워왔는데..."
그리고 부끄러워하면서 떨리기까지 하는 자신의 태어난 배는 다르지만 친여동생 이상으로 아끼는(물론 친여동생은 없지만) 여동생인 그녀에게 살짝 부드러운 걸음으로 다가간 아이린은 그녀가 진정되도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잘 먹을께. 유린아, 카이라스 공자. 공자도 같이 먹으실래요?"
밖에서는 철혈의 여제라 불리며 잔혹함이 돋보이겠지만, 적어도 유린과 플로리아에게는 상냥하기 그지없는 언니인 그녀였다.
"유린이가 구워온거니 맛은 봐야지. 근데 플로리아는?"
"아, 리아는 지금 자고 있어요..."
카이라스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유린이 플로리아의 행방에 대해 말해주었고, 카이라스는 "그래..."라고 중얼거리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공회귀 이전의 연인이자 아내인 카르시스 제국의 최후의 황족이며 마지막 황제이자 대정령사였던 플로리아...
아직 그녀는 고작 9 살의 소녀였다.
* * *
1799년 4월 29일.
이종족들이 모두 암흑가에서 철수함에 따라 암흑가의 사냥이 끝이 나고 그저 아이린이 움직이는 황실의 소드 마스터들 정도가 계속해서 퇴치하는 모양새를 보일 뿐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사냥을 하는 모습까진 보이지는 않았기에 이종족들에게 협력을 하지 않았던 암흑가 조직들만은 어느 정도 숨을 돌리고 있었다.
덕분에 카이라스는 어제부터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실 휴식이라고 해도 카일라와 대련을 하며 그녀에게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힘들을 상대하는 법들을 가르쳐주는데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것이 현재 이틀 째였다.
"읏...!"
시간가속으로 인해 몇 배나 빨라진 카이라스의 검의 연격을 막으면서 카일라는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지만 카이라스의 대검이 몇 배나 빨라진 속도로 연달아 공격을 해오니 눈으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급히 검사로서의 감으로 모두 막아냈지만 몇 배나 빨라진만큼 위력 역시 올라가있었고 오러 블레이드끼리 충돌을 하였는데도 마치 나무 몽둥이로 쇠몽둥이를 막은 것과 같은 충격감이 그녀의 양쪽 팔에 전달되었다.
그렇지만 팔이 떨리는 것은 카이라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휘유~시간 가속에도 이제 좀 대응할 방법이 생겼구나. 팔이 꽤 저릿저릿한데?"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공격을 해오는 카이라스의 오러 블레이드와 대검을 타고 카이라스의 팔에까지 침투를 시도했던 것이었다. 물론 카이라스는 간단하게 그녀의 쇼크 웨이브를 제압해서 분출했지만 그 탓에 팔이 떨리고 있었다.
"응, 덕분에."
보기 드물게도 카일라는 카이라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물론 고마워 등의 말을 대놓고 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카이라스와의 대련이 위험하긴 해도 빠르게 실력을 느는 것에 그녀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 동안 임신을 하고 있었기에 하지 못했던 수련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마음껏 속이 후련할 정도로 검을 휘둘러보고 있었고 다양한 권능들에 자신의 권능들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맞서고 있었다.
"둘 다 열심히네?"
그리고 연무장의 문이 열려지며 들려오는 맑고 고운 천상의 목소리, 바로 카이라스의 엄마이자 카일라의 고모인 엘리나가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담겨진 두 개의 유리잔을 쟁반 위에 올려놓고 싱긋싱긋 예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우선 레모네이드를 카이라스와 카일라에게 한잔 씩을 건네주었고, 공손하게 유리잔을 받는 둘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한 명은 딸처럼 기른 조카딸이자, 그녀의 며느리였고 또 한 명은 그녀가 직접 낳은 친아들이었으니까.
"어머...아니 엄마, 근데 허리에 검을 차고 계신데..."
"응, 아 이거?"
엘리나가 어머니라고 불리기를 싫어하고 엄마라고 불리길 좋아하였기에 카이라스는 엄마로 고쳐부르면서 엘리나의 허리에 차여있는 검이 들어가있는 검집을 가리키며 묻자, 엘리나가 쟁반을 허공에 가볍게 띄우며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허리에 검을 잡으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엄마도 이래뵈도 검사라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엘리나의 말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그렇지만...
"하지만 홀몸도 아니잖아요."
"후훗, 그렇지? 엄마 뱃속 안에 무려 라스의 여동생이 있으니까 말이야."
루스칼리스는 딸을 낳기로 결정을 하고 그녀를 임신시켰고 그 때문에 엘리나는 자신의 뱃속의 아이가 딸임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기쁘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움푹 들어가있는 귀여운 배꼽을 비롯한 아직은 조금의 군살도 보이지 않는 복부를 가리켰다.
그리고 현재 엘리나의 복장은 카일라가 입는 허리의 가냘픔도 확실히 보여지며 풍만한 가슴의 굴곡도 잘 보여지는 몸에 달라붙지만 그러면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간편한 상의가 새하얀 색으로 달라지고 대신 아래 부분이 짧아져서 배꼽을 비롯한 배주변을 노출하는 상의였기에 그녀가 스스로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꼽 주변을 가리키는 것이 보여졌다.
또 그녀의 하의는 엉덩이에 보다 확실히 새하얀 핫팬츠였는데 오직 새하얀 천으로만 만들어져 무척이나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주면서도 허벅지를 훤히 노출해 섹시한 느낌을 풍기는 여검사들이 자주 입는 종류의 옷이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보다 진해진 색기가 착하고 맑아보이는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과 겹쳐지자 치명적인 섹시함과 농염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져왔다.
그녀가 검은색의 핫팬츠 대신 이 새하얀 핫팬츠를 입고 있는 이유는 그저 단순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는 옷을 입어도 어두운 느낌인 검은색의 핫팬츠보단 밝은 느낌을 주는 새하얀 핫팬츠를 입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 전부였다.
"저기, 카일라. 오늘 잠시 몇 시간만 라스를 빌려가도 될까?"
그리고 레모네이드가 무려 그녀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며 어머니 이상의 존재로까지 생각하는 시어머니이자 고모가 갖다준 것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에 천천히 마시고 있던 카일라에게 갑작스럽게 엘리나가 말을 걸어왔고 카일라는 빨대에서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떼며 물었다.
"라스를 빌려가신다니요?"
"응, 잠깐 밖의 바람을 쐬고 싶은데...라스랑 단 둘이서 다녀올까 해서 말이야."
"...어머님이 원하신다면요."
카일라는 1 초 정도 고민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카이라스는 약간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었어도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와서 카일라를 잠시 빌려가겠다고 하면 빌려줬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입장이 다르다는 말은 바로 이럴때를 위해서 있는 말임을 느낀 카이라스는 서운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바로 자신의 어머니, 엘리나에게 물었다.
"밖에 나간다면 어디를 가실 생각이세요?"
"웅...바닷가? 바닷가로 한 번 갔으면 하는데..."
"바닷가요?"
"응, 일단 바닷가 근처 마을로 좀 데려가줬으면 해. 실은 라스를 임신했을때도 엄마는 카일라를 데리고 바닷가 쪽의 마을들에 꽤나 오래있었거든."
엘리나는 기쁜 추억을 떠올리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고 카일라는 살짝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녀 역시도 기억에 있었다. 카이라스를 임신한지 몇 일 되지 않았을때 그녀들은 바닷가 근처의 마을에 있는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물론 그 때에도 카일라는 바닷가에서 놀거나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검을 잡고서 검술 수련에만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었지만.
"다시 임신을 해서인지 갑자기 잠깐 보고 싶어지더라...이번에는 아들이랑 단 둘이서 말이야."
엘리나의 감상적인 말에 카이라스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란 아주 가끔 감상적으로 변하는 때가 있는 법이었고, 특히 임신을 한 그녀라면 그럴수도 있었다.
"카일라 누나, 잠시 엄...마랑 둘이서 다녀올께."
"응, 다녀와."
엘리나를 데리고 바닷가 근방 마을에 다녀오겠다는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짧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몸 조심해라 등의 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가 조심해야할 곳이면 이미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무슨 마계의 대마왕들의 회의장 쯤 되는 곳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