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6화 〉[바닷가가 있는 마을] (266/380)



〈 266화 〉[바닷가가 있는 마을]

'9 살때 이후로 말이지.'

9 살 때 엘리나가 그의 손을 붙잡고 당시 어린 소년이던 그가 입을 수영복을 골라주던 것은 아직도 그의 기억에 있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그 때 이후로 그는 시공회귀 이전이건 이후건 카일라랑 가까워지려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었으니까.

지금 그의 나이가 19 살이었으니, 아들하고 좀처럼 단 둘의 추억이 없는 엘리나의 소녀 같이 들뜬 모습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뱃속에 있는 그의 여동생이 추가로 태어나기 전에 엘리나는 아들하고 단 둘이서 추억을 좀 더 쌓아보고 싶은 것이었다.

'어머니하고의 추억은 괜찮겠지. 아버지와의 둘만의 추억은 사양이지만.'

아버지, 루스칼리스를 떠올린 카이라스는 갑자기 오싹하며 소름 돋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2 일전의 일이었다.

*              *             *

2 일전.

카이라스는 어느 때와 같이 꼼꼼하게 자신의 휘하에 들어온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성장시켜주며 그에 따른 보고를 가주이자 그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에게 하고 있었다.

"흐음, 오늘도 잘되어가고 있구나."

루스칼리스는 카이라스가 건네주는 보고서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일처리는 꼼꼼하게 하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에 관한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카이라스가 루스칼리스에게 약간 차가운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말해보거라."
"아버지가 어머니께서 이종족들의 음모에 관련된 일에 관여하게 하지 않고 싶다는 것은 이해하고, 저 역시 공감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임신시킨 것까지는 이해해도 그렇게 조교를 해야했습니까?"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가 엘리나를 다루는 방법을 직설적으로 '조교'라고 표현했다.

이미 공포와 절망감으로 노예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10 명의 엘프 여인들을 이용하여 루스칼리스는 엘프 여인들이 엘리나의 몸 곳곳을 핥고 빨아대며 깨물어대게 해주고 있었다.

음부와 항문이 빨리고 핥아지는 것은 기본이었고 가슴과 엉덩이를 빨리고 깨물리며 심지어 클리토리스까지 깨물린 엘리나는 이미 루스칼리스에 의해 20 년 가까이 루스칼리스가 그 동안 건든 수많은 여자들과 침대에서 알몸으로 몸을 섞던 경험이 여러번이었기에 같은 여자들인 엘프 여인들의 손길에도 쉽게 달아오르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단순히 플레이라고는 하지만 개목걸이를 채우고 엘리나에게 개 흉내를 내게 시키거나 그녀가 사소한 반항을 하려들면 바로 손가락으로 자극을 주면서 그녀를 굴복시키는 행동들을 알게 된 카이라스가 느끼는 분노는 심상치 않았다.

"...할 말이 없다. 사실은 그냥 재미삼아서 해본 거였는데, 묘하게 재미가 붙다보니 좀 진도가 심하게 나간 것 같구나."

루스칼리스는 아들의 질책에 바로 반성을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묘하게 빛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조용히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엘프 계집들에게 정신마법을 걸어 완전히 정신을 재구축해 철저하게 노예로 만드셨더군요. 혹시 이것은 시공회귀 전의 일 때문입니까?"

카이라스는 입으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던 회귀전의 일까지 언급하며 루스칼리스에게 물었고, 루스칼리스는 아들이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지 않으마."
"......"

카이라스의 얼굴이 살짝 움찔거렸지만, 그는 바로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아버지도 과연 아르테일이군요. 철저한 소유욕. 자신의 것에 누군가가 손을 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못하며, 가지고 싶은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하 직성이 풀리는."
"후후, 그렇단다."

카이라스는 잠시 조용히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엘프들의 죄는 정말 용서할 수 없지만, 딱히 어머니의 잘못도 아니잖아요. 이미 어머니는 아버지 거인데."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영 좋지 않더구나. 라스, 네가 회귀하기 전의 시대의 나는 그 때 죽었지만 내 아내가 내가 죽은 후라고 해도 다른 놈들에게 넘어간게 말이야."
"넘어간건 아니죠. 강제로 당한거니까."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원해서 하기 시작했었지."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말에 자신의 눈이나 아이린의 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와 카르시스 황가의 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소유욕.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르테일 공작가의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과는 달리 강렬한 독점욕을 지니고 있었다.

루스칼리스는 지금 엘리나에 대해서 강한 독점욕을 드러내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그 모습에서 카일라를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에 대한 독점욕을 비롯하여 그의 아내들 전원에 대해 독점욕을 지니고 있는 자신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부자가 닮은 것은 외모만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네 엄마가 회귀전에 엘프들에게 받았던 조교들을 실험해보기는 그렇더구나."

엘프들과는 달리 루스칼리스는 엘리나가 괴로워할 수준까지 조교를 할 수는 없었다.

엘프들에게 있어서 엘리나는 그저 완전히 길들여야할 인간 계집이자 엘프들의 보물이었지만, 루스칼리스에게 있어서 엘리나는 평생을 함께 데리고 살 하나뿐인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내가 시공회귀 이전, 자신이 죽은 후에 엘프들에게 길들여져 엘프들에게 복종했다는 것에 대해 루스칼리스는 솔직히 말해서 그 사실을 알고 엘리나에게도 상당히 분노를 했었지만 그것을 표출하지 않았었다.

남편으로서 그녀가 그런 꼴이 되도록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죽어버렸던 미래의 자신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엘리나는 너무도 밝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순종적인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였을 뿐이었고 이미 앞으로의 미래는 그의 아들, 카이라스로 인해 수도 없이 달라져있는 상태였다.

"...아들로서 참견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참견하겠습니다. 어머니가 괴로울 정도까지는 하지 마세요."
"후후, 알겠다."

루스칼리스는 카이라스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야, 그래도 이 애비가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얻은 것 중 제일 귀중한 것이 바로 네 엄마인 엘리나고, 그 다음이 너란다. 내 아들이지만 훌륭하게 자라줘서 다행이다."

그리고 루스칼리스는 뜨거운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았고, 카이라스는 그 눈빛에 감동은...개뿔이었고, 소름이 돋는것만 느꼈다.

그리고 카이라스에게 다가온 루스칼리스는 그의 어깨에 턱-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들과 함께 한 추억의 시간이 없었구나. 이 기회에 한번 이 애비랑 같이 추억을 만들러 가보자."

갑자기 뜬금없는 제안을 하는 루스칼리스의 말에 카이라스는 급히 1m 정도 거리를 벌리며 마법 시전을 준비했다.

"1m 이상 가까이 오지 말아주시죠, 아버지."
"흠?"

루스칼리스가 갑자기 경계심이 가득해보이는 카이라스의 반응에 의아해하자, 카이라스가 그를 향해 직격타를 날렸다.

"느끼해보이는 그 눈빛, 드디어 남색에까지 눈을 뜨신 겁니까? 저는 결코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아들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니, 왜 그런 결론이..."

루스칼리스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카이라스는 추가타를 이었다.

"어머니를 보는 눈빛과 비슷한 부류의 눈빛이었습니다. 변명하지 마시고,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루스칼리스는 아들의 말에 기가 막힌듯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내 아들이지만 역시 우리 집안 남자애들은 귀여움이 전혀 없어."

*              *             *

1초 정도 시간을 들여서 회상을 끝낸 카이라스는 이윽고 엘리나와 팔짱을 낀채로 우선은 상점가를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었는데 엘리나의 발걸음이 문득 멈춘 곳은 비키니를 구입하려는 수영복을 판매하는 상점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무기점이었다.

"라스, 저기 잠깐 들러보자. 응?"

카이라스와 팔짱을 낀 상태에서 엘리나가 살짝 재촉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마치 소녀처럼 푸른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에 카이라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그러도록 해요. 들어가요."

카이라스는 엘리나와 팔짱을 낀채로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는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십, 헉...!"

어서오십시오. 라고 손님에게 언제나처럼 인사를 하려던 무기점의 가게 주인은 가게의 안으로 들어오는 인세에 강림한 미의 여신의 모습에 놀라 말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멈춰버린채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들 보여주는 단순한 그 방법에 카이라스는 아예 무덤덤한듯 엘리나에게 물었다.

"여기 무기들은 제법 잘 만들어져있네요. 몇 개 구입하실래요?"
"응, 마음에 드는거 있으면 몇 개 사가자."

엘리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선 유리창 안에 전시되어있는 무기들을 자세히 보기 위함인지 살짝 허리를 숙였고, 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그녀의 긴 금발이 옆으로 쏠려지는 모습도 눈부셨지만 무엇보다도 가게 주인의 눈에는 뒤로 내밀어져있는 새하얀 핫팬츠로만 가려진 엘리나의 아름다운 엉덩이의 굴곡이 눈에 가장 들어왔다.

꿀꺽!

가게 주인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면서 엘리나의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그는 몸을 찌르는듯한 강렬한 살기를 느끼고는 엘리나의 옆쪽으로 시선이 간 후 그는 공포에 질렸다.

'허억! 무슨 사람의 눈이...'

비록 그는 나이 50이 되면서 은퇴를 하고는 이곳 타르코스 왕국이라는 작은 왕국으로 이사를 오기는 했지만 한 때 그는 뮤란 왕국에서 상당히 많은 무기를 팔았던 전쟁상인이기도 했었다.

은퇴한지 8 년이나 되어 이곳에서 조용히 무기들을 판매하며 편안하게 보내고 있었지만 과거 그의 안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카이라스의 검은 눈동자는 단순한 눈이 아닌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본 눈이었고, 가게 주인은 아까전 저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와 팔짱을 끼고 있던 그의 표정을 보지 않았다면 마왕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 더러운 눈을 떼라. 뽑히고 싶지 않거든.

자신의 어머니의 엉덩이를 먹음직스럽다는듯 바라보던 가게 주인에게 카이라스는 싸늘하게 메세지 마법으로 경고를 날렸고 가게 주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직 장님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아마 평생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엘리나는 잠시 카이라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살포시 미소를 지은다음 유리관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라스, 이거 봐바. 이 검."

그리고 검을 살펴보던 엘리나는 한 가지의 검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리관 안의 문을 옆쪽으로 밀어서 연 후 한 자루의 검을 꺼내었다.

"이거 꽤나 검의 균형도, 길이도 괜찮아보여. 날도 제법 예리한데, 라스가 볼때는 어때?"

아무리 착하고 얌전한 성격의 엘리나라고 해도 그녀는 어릴적부터 검술에 빠져 살았던 여인이었기에 좋은 검을 발견한 그녀는 무척이나 기쁜듯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아들인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에는 한참 부족했었지만, 지금은 부족함이 없는 검사로서의 안목으로 대답했다.

"날이 아주 예리해서 이걸로 목을 치면 드워프의 목도 간단히 쳐버릴 수 있겠는데요? 엘프의 얇은 목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치? 이거면 오러를 씌우지 않더라도 목을 치기만 해도 잘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엘리나였지만, 그녀는 검사였기에 검의 성능에 대해 얘기하는 대화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살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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