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7화 〉[바닷가가 있는 마을] (267/380)



〈 267화 〉[바닷가가 있는 마을]

- 더러운 눈을 떼라. 뽑히고 싶지 않거든.

자신의 어머니의 엉덩이를 먹음직스럽다는듯 바라보던 가게 주인에게 카이라스는 싸늘하게 메세지 마법으로 경고를 날렸고 가게 주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직 장님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아마 평생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엘리나는 잠시 카이라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살포시 미소를 지은다음 유리관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라스, 이거 봐바. 이 검."

그리고 검을 살펴보던 엘리나는 한 가지의 검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리관 안의 문을 옆쪽으로 밀어서 연 후 한 자루의 검을 꺼내었다.

"이거 꽤나 검의 균형도, 길이도 괜찮아보여. 날도 제법 예리한데, 라스가 볼때는 어때?"

아무리 착하고 얌전한 성격의 엘리나라고 해도 그녀는 어릴적부터 검술에 빠져 살았던 여인이었기에 좋은 검을 발견한 그녀는 무척이나 기쁜듯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아들인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에는 한참 부족했었지만, 지금은 부족함이 없는 검사로서의 안목으로 대답했다.

"날이 아주 예리해서 이걸로 목을 치면 드워프의 목도 간단히 쳐버릴 수 있겠는데요? 엘프의 얇은 목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치? 이거면 오러를 씌우지 않더라도 목을 치기만 해도 잘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엘리나였지만, 그녀는 검사였기에 검의 성능에 대해 얘기하는 대화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살벌했다.

"이거 하나 사가자."
"네, 제가 계산할께요. 이리 주세요, 사고 나서 아공간에 넣게."
"응!"

엘리나는 계속해서 밝게 웃음을 지으면서 검을 카이라스에게 넘겨주었고, 그녀가 건네주는 검을 받은 카이라스는 가게 주인에게 다가갔다.

"가격은 얼마죠?"

아까전 그 무시무시한 눈동자와 살기 어린 메세지 마법을 기억하고 있는 가게 주인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래뵈도 미스릴로 만들어진 명검이라 60 골드나 한답니다. 단지 마법으로 미스릴이 아닌 강철과도 같은 색으로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죠."

그 정도 쯤이야 이미 간단히 파악하고 있던 카이라스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60 골드를 꺼내 가게 주인에게 건네주었고, 그 검을 바로 아공간 안으로 넣어버린 후 엘리나에게 다가간 그가 작게 속삭였다.

"집으로 돌아가면 제가 더 좋은 마법들을 새겨드릴께요."
"응, 고마워."

엘리나는 그리고 카이라스의 뺨에 살짝 연분홍빛 입술을 대며 입맞춤을 한 후,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라스, 반대쪽 뺨에도 해줄테니 반대쪽 뺨도 대."
"......"

카이라스는 자신의 예뻐 죽겠다는듯,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듯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을 보며 자식이 아무리 커도 어머니의 눈에는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워보이는 아기와 같아보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카이라스는 엘리나에게 은근히 서운해하던 부분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15 살 이후로 특히 그랬지만 이전에도 그랬지.'

어머니인 엘리나에게 항상 점잖고 예의바르게만 행동했지 제대로 애교를 부리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었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그건 한참 어릴때의 일이었다.

"...싫어? 미안..."

엘리나는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카이라스에게 사과했다. 카이라스가 반대쪽 뺨을 대지 않고 약간 굳어있자,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19 살의 나이에 어머니에게 양쪽 뺨 키스를 당하기는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무룩해있는 어머니의 모습 보기도 싫은데.'

카이라스는 그러면서 천천히 엘리나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살짝 토닥여주었다.

엘리나는 아들이 갑자기 자신을 끌어앉자 이내 금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녀의 행복해보이는 모습에 카이라스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설마...나는 앞으로 이대로 마마보이들이 하는 행동을 하게 되어버리는건가?'

그가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보아왔던 청년들 중에서는 나이가 스물이 넘었음에도 어머니의 앞에서는 항상 애교도 많으면서도 어릿광을 부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밖에서야 건실한 청년들이었지만, 어머니들에게 그러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행동을 해서 의존하는 모습들을 보여줄 경우 어머니들은 기뻐하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자신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엘리나를 품에 안은 상태는 계속해서 유지하였다.

'여전히 어머니의 향기는 정말 좋구나.'

엘리나의 머리에서부터 풍겨져오는 향긋한 체향을 맡으면서 카이라스가 피식 웃었다. 더불어서 말랑말랑하면서도 누구보다도 풍만하고 탄력이 좋은 완벽한 몸매를 지닌 어머니의 육체가 자신의 품 안에 안겨져있자 문득 아버지인 루스칼리스가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 제발 어머니에게 잘해주세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과분함을 넘어서 분에 넘치는 여자에요.'

아들인 자신이 보아도 진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분에 넘치는 여자인 수준이었으니, 할아버지인 아나클레투스가 엘리나를 아내라고 하며 데려온 루스칼리스에게 "넌 누구냐!"라고 경악하며 소리질렀던 것이 괜히 있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를 마주 끌어안고 있던 엘리나가 살짝 장난스럽게 말했다.

"라스, 라스랑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니 마치 연인 같네? 그치?"

무기점 주인은 안중에도 없는듯 했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고 오직 바로 앞의 카이라스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엘리나의 말에 카이라스도 키득 웃었다.

"어머니가 워낙 아름답게 생겨서 다들 착각하게 보이는 것 뿐이에요. 어머니가 좀 아름다우셔야죠? 어머니 얼굴과 몸매만 보고 누가 40대 후반의 나이에 19 살의 아들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겠어요?"
"어머, 라스도 참."

그리고 서로 끌어안고 작게 속삭이는 둘을 보며 가게 주인은 둘의 대화내용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 둘이 참으로 사람 속을 헤집어놓는군.'

참고로 가게 주인은 일에 치여서 살다보니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엘리나와 카이라스의 모습은 사실 모자 관계였지만 겉으로 볼 때는 연인 관계로 보이고 있었고, 가게 주인 역시도 둘의 사이를 연인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둘의 모습에 염장을 느낄 만도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름답고 착해보이며 완벽한 비율의 몸매까지 갖춘 엘리나와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카이라스의 모습은 비록 20대 후반의 여인과 10대 후반의 소년의 모습이긴 한데 잘 어울리는 커플 같이 보였다.

그야말로 선남선녀랄까? 특히나 엘리나에게 틈틈히 배려를 하고 그녀에게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카이라스의 모습이 지극정성으로 보여 더욱 그러했다.

물론 엘리나의 아들인 카이라스는 이목구비 중 일부가 약간 엘리나를 닮은 면도 있었지만 머리색과 눈색도 틀렸기에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면 척 알아볼 수준까지는 아니었기에 약간 비슷해보이는 부분도 둘을 더욱 잘 어울려보이게 만드는 요소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엘리나의 옷위로 보아도 거의 수박만한 풍만해보이는 젖가슴이 카이라스의 탄탄한 가슴 쪽에 짓눌러져있는 모습은 가게 주인으로서는 미쳐버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배 부분은 노출하는 탱크톱 계열의 상의였기에 그녀의 움푹 들어간 귀여운 배꼽과 더불어서 그녀의 짧은 하얀 핫팬츠 아래로 뻗어있는 늘씬한 두 다리와 탐스러운 허벅지를 보자니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제길, 인생이 참 서럽군. 누군 저런 미녀를 끼고 있고, 누구는 아직 결혼도 못해봤으니.'

그런 가게 주인의 한탄은 입 밖으로 결코 나오지 않았다. 아까전 메세지 마법과 아공간으로 볼때 카이라스는 최소 고위 마법사였고, 그의 목숨 쯤은 파리 목숨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워버릴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귀에 엘리나의 천상의 목소리와도 같은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응, 우리 라스. 품도 따뜻하고 탄탄하고 정말 좋네?"

엘리나의 기분 좋아보이는 표정과 목소리에 가게 주인의 얼굴은 더더욱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더욱 그를 참혹하게 만드는 일이 이어서 벌어졌다. 엘리나의 연분홍빛 입술이 살짝 카이라스의 입술에 맞닿았던 것이었다.

쪽- 하는 가벼운 키스와 함께 입술을 떼어낸 엘리나를 카이라스는 자신의 품에서 놔주었고, 엘리나는 바로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고 가게 주인은 더더욱 비참함을 맛보았다.

'제길, 저 놈은 저런 미녀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텐데 나는 창녀들과 해봤던게 다에다가 아직 장가도 못갔는데...어흑..."

점점 착각의 끝으로 가고 심하게 절망을 하는 그를 향해 엘리나의 이어진 목소리가 그를 착각에서 끄집어내 현실로 되돌려놓았다.

"이제 옷 사러 가자. 라스는 엄마가 입을 비키니는 무슨 색이 좋을 것 같아?"
"글쎄요? 어머ㄴ...아니, 엄마는 어떤 비키니 색을 제일 좋아하세요?"
"나? 글쎄...금색도 좋고, 하얀색도 좋고, 분홍색도 좋은데...후웅, 일단 가서 보자."

그리고 엘리나와 카이라스는 서로 팔짱을 낀채 밖으로 나가버렸고, 가게 주인은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모자 관계였냐?..."

혼자서 착각을 하고 부러워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게 주인은 멍청하니 중얼거렸다.

휘이잉~

엘리나와 카이라스가 밖으로 나가면서 열려진 문을 통해서 전달되는 살짝 소금기를 담은 바람이 가게의 안으로 들어왔지만, 가게 주인은 멍청하니 서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가 10 분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완전히 망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채로.

"라스, 아까 그 사람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던데?"
"신경 쓰지 마요. 그냥 가끔 상상력이 풍부하다못해 망상에 이르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엘리나가 입을 비키니를 사기 위해 수영복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에 들렀다.

"라스, 이곳에서도 라스 꺼도 하나 사자."

수영복 판매점의 앞에서 하는 엘리나의 말에 카이라스가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요?"
"응, 라스꺼도 엄마가 골라줄께."

아들이 입을 수영복을 골라보려는 엘리나의 표정은 정말 즐거워보였고 카이라스는 마치 소녀의 맑은 눈동자처럼 빛나고 있는 엘리나의 눈길을 거부하지 못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응~들어가자."

엘리나는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카이라스와 팔짱을 유지한 상태로 가게의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어멋!"
"어멋!"

이 수영복 판매점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여자였는데 그녀를 비롯한 여성 종업원들 모두 일제히 놀라는 소리를 냈다.

우선 그녀들은 엘리나의 인간 같지 않은,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것만 같은 아름다움에 최초로 놀랐고 그 다음으로 그녀와 팔짱을 끼고 있는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용모이면서도 묘하게 여성을 홀리는듯한 남성미의 색기를 풍기는 카이라스의 모습에 놀란 것이었다.

그리고 엘리나나 카이라스나 둘 다 전체적으로 외모 자체는 귀티가 가득해보이는 외모들이었기에, 그녀들은 일제히 이번 손님들이 중요한 손님들이라는 것을 감으로 바로 깨달았다.

온화하고 착한 성품인 엘리나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이라는 신분에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도 불구하고 평민인 그녀들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물었다.

"제가 입을 비키니와 여기, 라스가 입을 수영복을 사려고 왔는데 혹시 추천하시는게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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