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플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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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 그리고 암흑성기사 단장의 권능]
[각오, 그리고 암흑성기사 단장의 권능]
암흑성기사 된지 다음날이 되었다.
유린의 경우 여전히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제와 같이 변함 없이 황궁에서 일하는 시녀들에게도 착하고 다정한 성품을 보이는 그녀는 겉으로 보아서는 전혀 암흑성기사, 그것도 암흑성기사들의 단장이 된 소녀와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아..."
그렇지만 자신의 방 안에서 홀로 문을 닫고 침대 위에 털썩 누운 그녀의 얼굴은 피로 때문인지 약간 힘들어보였다.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원하는 힘을 얻었지만 아이린이 예상을 하고 그녀 본인도 예상을 했듯이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나 살생이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착하고 순수한 셀리나는 그렇다치더라도 검사를 꿈꾸는 유리아나 역시도 마물을 죽였을때 그 느낌에 힘들어했던 것을 생각하면 첫 살생을 즐겁게 여기는 사람은 정말 미친 사람이 분명했다.
심지어 당장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적을 죽이는 카이라스 역시도 원래 어릴적에는 무엇인가를 죽인다는 느낌을 끔찍해하고는 했을 정도였고, 그것은 카일라도 마찬가지였다.
단 카이라스의 경우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훈련을 통해서, 카일라의 경우는 엘리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굳은 결의로 인해 그 고비를 어렵지 않게 뛰어넘었었다.
하지만 유린의 경우는 아무래도 힘든 감이 없지 않았다. 그나마 언젠가 벌어질 전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었더라면 아까 30 분 전에 살생을 아예 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처음으로 경험한 살생의 공포 외에도 거리낌 없이 살생을 시범을 보여주던 아이린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 * *
30 분전.
유린은 아이린을 따라서 황실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지하의 여러 장소들 중 비밀감옥으로 향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감옥 안에 감금되어있는 생포된 이종족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오크들도 여럿이 있었다.
녹색 피부에 흉측하게 생긴 외모들을 지닌 오크들은 모두 쇠사슬들에 전신이 묶여져있었고 마나 역시 쓸 수 없는 구속구들이 채워져있었다.
"크으...인간 계집..."
하지만 그런 꼬라지로 감옥 안에 갇혀있는 와중에도 아이린과 유린을 바라보는 오크들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들의 시선은 공포로 바뀌었는데 차가운 조소를 지은 아이린에게서 풍겨져오는 강대한 위압감 때문이었다.
황제로서 막대한 위압감을 갖춘 그녀는 마신의 성녀로서 살기까지 섞어서 위압감을 뿜어낼시 이런 오크들 몇 마리 쯤은 금새 공포에 질리도록 만들어버리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그 외에도 마신의 성녀로서 권능들을 몇 개 좀 사용하면 저 오크들이 공포에 너무 질린 나머지 공포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린은 그렇게 오크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오늘 저 냄새나고 역겨운 오크들을 찾아온 것은 암흑성기사의 단장이 된 유린에게 죽이는 것을 시범을 보여주고 체험을 해주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스르릉-
아공간에서 검을 빼들은 아이린은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왼손에는 검은 부채를 든채로 조용히 감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쇠사슬로 전신이 묶여져있는 오크들은 묶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끼 때문이었다.
"유린아, 잘 봐둬.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니까."
그렇게 말한 아이린의 목소리는 평상시 유린과 플로리아에게 들려주던 다정하던 언니의 목소리가 아닌 차가운 황제로서의 목소리였다.
슈우우우-
그리고 거대한 암흑신성력이 아이린의 검에 집중되어갔고 이윽고, 천천히 아이린의 검이 휘둘러졌다.
"크엇...?"
아이린의 검이 휘둘러지자 오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잠시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이내 그 오크의 목이 상체와 분리되어 떨어졌고 그 오크의 절단된 목 부분은 마치 불에라도 지진듯 새까맣게 타있었다.
너무도 강대한 암흑신성력이 마치 오러 블레이드와 같은 절단효과를 선보인 것이었다.
"아..."
눈 앞에서 벌어진 오크의 죽음을 보며 유린은 살짝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진짜로 죽은 것이었다.
한 생명의 목이 그녀의 눈 앞에서 잘라져 죽었고, 그 생명을 죽인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녀의 언니인 아이린이었다.
"이것이 네가 가기로 택한 길이야. 후회하지 않지?"
검에 서린 암흑신성력을 해제한 아이린이 유린을 향해 물어왔다. 그리고 유린은 잠시 그녀의 모습과 목 위와 아래가 분리되어있는 오크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택한 길에는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언니."
유린은 그렇게 대답했고, 아이린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그럼 이 언니의 앞에서 증명해볼 수 있겠어?"
"네? 그...네."
아이린의 말에 유린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지만 그녀는 이윽고 무엇인가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감옥 안에서 나온 아이린은 그녀에게 방금전 자신이 쓰던 검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검을 건네받은 유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드디어 살생을 처음으로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각오를 보여봐."
아이린의 말에 유린은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억지로 가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암흑성기사들의 단장이 되길 스스로 택해놓고 살생을 하지 못한다면 바로 하루도 되지 않아 언니에게 했던 맹세를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결코 이곳에서 주저 앉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결과를 말하자면 유린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는 암흑신성력을 검에 서리게 한다음 쇠사슬로 묶여있는 오크의 목을 베어버리는데 성공했었다.
* * *
"하아..."
처음으로 했던 살생의 휴유증과 더불어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오크의 목을 베어버리던 아이린의 모습을 계속 생각하며 유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쯤 자신은 그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살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그녀는 아이린이 했던 충고를 떠올렸다.
[명심해. 살생에 무감각해져야하는 것이지 살생을 즐기어서는 안되는거야. 살생을 즐기는 것은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거니까.]
아이린이 했던 말을 떠올린 유린은 조용히 살짝 입술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결코 잊지 않을께, 언니..."
유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현재 쓸 수 있는 권능들을 떠올렸다.
- 유린아, 들려?
그 때 그녀는 그녀의 머리 속을 통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의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카이라스 공자님?"
-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아, 죄송해요. 오빠..."
카이라스의 가벼운 타박에 유린은 얼굴을 붉히며 바로 그의 호칭을 정정했다.
- 지금 방 안에 찾아가도 되겠지?
"네, 괜찮아요."
현재 그녀는 옷을 벗고 있는 와중도 아니었고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딱히 카이라스가 찾아와도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카이라스는 일단 그녀의 허락을 미리 구한 것이었다.
아이린이었다면 부부 관계이니 딱히 허락 받을 필요도 없었고, 세르티네스와의 정신 연결고리를 통하여 거의 계속 그녀를 조용히 응시할 수 있었으니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를 모두 미리미리 알 수 있었지만 유린은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메신저 마법을 통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찾아오셔도 되는데...'
유린은 일일이 자신을 직접 찾아올때마다 허락을 받는 카이라스의 행동이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약간 섭섭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슬슬 성인식이 다가와가니 점점 성격도 묘하게 대담해가져 가는듯 했지만 그녀는 아직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던 빈 공간에서 카이라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카이라스 오...빠, 어서오세요."
유린은 황제의 여동생이자 황족 중에서도 황위 계승서열 순위가 상당히 높은 황녀인 여인 답게 아이린처럼 기품 있는 태도로 살짝 드레스의 끝자락을 손으로 잡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래."
카이라스는 그런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유린을 살펴보았다.
이제 곧 성인이 되어가는 그녀는 서서히 미모가 물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녀의 미모는 확실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미모였다.
이대로 그녀가 2 년에서 3 년 정도만 지난다면 언니인 아이린이나 시공회귀 이전 보았던 성인 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한 그녀의 여동생인 플로리아와 비교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미모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깊은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 그녀가 저지른 짓은 예상 범위 이상이었다.
'설마 암흑성기사단의 단장 자리를 맡게 되다니.'
아이린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카이라스 역시도 유린이 착하고 순수하며 상냥한 성격의 소녀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공회귀를 하기 전, 황제로서의 업무에 힘들어하던 플로리아가 잠자리에서 특히 그녀에 대해 설명을 자주 해주었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각오를 굳게 하며 암흑성기사단의 단장의 자리를 자처했고 직접 각오를 다지며 오크의 목을 베기까지 했다. 원인이 자신 때문인 것이니 뭔가 착잡하지 않다면 거짓이었다.
"세르티네스를 통해서 얘기는 다 들었어. 아이린이 허락을 하고 네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내가 참여할 권리는 크게 없지만...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카이라스는 긴 말을 잘라버리고 간단히 본론만을 요약해서 물었다. 그리고 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에게도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결코."
"...그래. 유린아, 그럼 우선 암흑성기사로서의 모습을 한번 보여줄래?"
카이라스의 요구에 유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것이 없는 요구였고, 어려운 요구라고 해도 카이라스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것이 그녀였다.
어릴적부터 쭉 그러해왔다...
슈우우우-
유린의 주위에서 제법 상당한 양의 암흑신성력의 파동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그 암흑신성력의 기운들은 유린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윽고 그녀의 전신은 칠흑빛의 검은 갑주로 뒤덮혀졌다. 그리고 그 칠흑빛의 검은 갑주에는 마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있었는데 그녀의 암흑신성력과 더불어서 그녀가 암흑성기사라는 증거였다.
'암흑성기사, 그 중에서도 최강이 될 단장의 자리에 유린이 선택이 될 줄이야.'
카이라스는 암흑성기사들의 단장의 자리에 오른 자가 얼마나 강할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야 갓 암흑성기사가 되었기에 유린의 성취는 참으로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몇 년만 흘러 그녀가 자신이 보유한 힘들에 익숙해져간다면 그녀의 실력은 이종족들의 최강자들과 싸워서도 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린도 그렇지만...'
당장만 해도 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비견될만할 힘을 지닌 아이린이었다. 그녀 역시도 몇년만 지난다면 그의 숙부인 카이우스나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에 비할만한 힘을 지니게 될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암흑성기사 단장인 유린.
처음 죽여보는 것은 오크가 제일 편함. 엘프는 인간을 닮은 외모라 죽이면 살인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엘프들은 물론 그 주장에 극렬히 반대하겠지만)
슬럼프다 슬럼프...흐느적흐느적...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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