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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대정령사,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물의 대정령사,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1805년 5월 18일.
황궁의 꽃,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이름부터가 꽃을 의미하는 그녀는 공주의 신분으로서 황궁의 꽃이라 불리는 것은 아름다운 미모 외에도 항상 미소를 보이는 부드러운 성품에서 기인했다.
언니인 유린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지만, 겉은 약해보여도 속은 강인한 면이 있는 그녀는 이제 내일이면 성인식을 치루고 성인이 되는 것이었다.
대륙에서는 9 서클의 마법사보다도 희귀하다는 대정령사의 반열에 들어있는 그녀는 불과 14 살의 나이, 정확하게는 몇 개월 전에 카이라스가 직접 중급 정령에서 정령왕 급까지 성장시킨 운디네와는 달리 태어날때부터 물의 정령왕이었던 운다를 소환하였고 계약을 했었다.
즉 자연스럽게 최상급의 정령들 역시 마음껏 소환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그녀는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부족했다.
정령왕과 되면서 자연적으로 체내에 많은 양의 마나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마나 역시 저절로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체계적으로 마나를 체내에 쌓는 법을 익힌 그녀와 비슷한 경지라 할 수 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에 비하면 마나가 쌓여지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녀가 아직 어리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나이가 스물을 넘으면 충분히 제몫을 할 정도로 강해질 것이었다.
"......"
카이라스는 플로리아의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하아, 플로리아가 검술이나 마법에 재능이 조금만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시공회귀 이전에도 아쉬워했던 점을 떠올리며 카이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만약 플로리아가 둘 중 하나에도 자질이 있었다면 그녀는 정령검사나 정령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검술이나 마법에 재능이 없는 것은 카이라스가 어떻게든 강제적 바디체인지 등을 해서라도 재능이 어느정도 있게 만들어줄 수는 있었지만 본인 자체가 검술이나 마법을 지루해하고 흥미없어했다.
그렇지만 정령술에는 대신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공회귀 이전의 대정령사였던 그녀는 정령술에서는 진짜 천재였기에 카이라스는 그녀에게서 정령술에 대해 여러가지를 배우고는 했었었다.
그렇지만 정령술이라고 해봐야, 정령과의 친화력을 올려야했고 그 친화력을 얻는 것에 제일 좋은 방법은 정령과 친하게 지내며 함께 노는 것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초였기에 어찌보면 플로리아는 천성적으로 정령술과 잘 맞는 셈이었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는 소녀를...전쟁터에 끌어들여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착잡했다.
다른 아내들과는 틀렸다.
원래부터 철저한 검사인 카일라와 유리아나.
뱀파이어 퀸과 프린세스이기에 이미 얽매여버린 디아나와 셀리나.
늑대인간들에 의해 휘말려버린 티세라와 레이나.
황제로서 직접 그 짐을 짊어지기로 자처한 아이린.
각오가 강인하던 유린.
물의 부족에서 살아왔기에 전투에 익숙한 에이미.
그리고 그저 자신과 아이린을 도울 뿐인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
이들과는 틀렸다.
플로리아는 딱히 각오를 지니고 있지도 않았고, 일에 휘말린 것도 아니었고 전투를 좋아하는 성품도 아니었다.
그저 정령들과 놀기를 좋아하는 동화 속의 공주님 같은 '진짜' 공주님일 뿐이었다.
"카이라스 공자, 플로리아의 생각 하고 있나요?"
새하얀 커피잔에 살짝 입술을 대고 뜨거운 커피를 한모금 마신 아이린이 커피잔을 살짝 책상 위로 내려놓으며 묻자 카이라스는 그냥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의 옆에 앉으면서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려놓았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자신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얼굴 위로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간들은 착잡해할 때는 이렇게 연인이나 아내가 이렇게 손을 올려주는게 위로라고 들었다. 맞는지는 잘 모르겠군."
딱히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 세르티네스의 행동에 카이라스는 결국 키득 웃음을 지으면서 세르티네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하나 더 올려놓았다.
"세르티네스, 위로는 고마워. 하지만 위로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야. 그냥 플로리아를 전쟁 쪽에 끌여들이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고민하던거였어."
"새삼스러운 고민이네요."
"새삼스러운 고민이다."
아이린과 세르티네스는 거의 동시에 카이라스를 향해서 말했고, 두 흑발의 미녀가 동시에 하는 말에 카이라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아내들이자, 인간들의 제국의 황제인 여인과 마계의 군주 중 하나인 대마왕인 여인(?)의 말대로 새삼스러운 고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공회귀 이전에는 플로리아만이 살아남았으니 어쩔 수 없이 플로리아가 최후의 황족이자 황제로서 짐을 짊어지게 되어버렸다지만 이번에는 전쟁준비도 탄탄하고 린도 있으니까 그냥 플로리아는 지금 저대로 쭉 살아가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붉은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던 중 아이린이 붉은 입술을 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플로리아도 어차피 내일이면 진실을 알게 될테고 선택권은 플로리아에게 줘야한다고 언니로서 생각해요."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아이린도, 카이라스도 이미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로서 추측하는 거지만, 플로리아 역시 제대로 된 '카르시스'인 이상 피는 속일 수 없죠. 유린처럼 싸우려고 할거에요."
아직까지는 각오가 없는 정령들과 놀기 좋아하는 소녀일 뿐인 플로리아.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여려보이는 겉모습 안에 숨겨진 강인함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그 강인함은 그녀의 선택을 전쟁에 스스로 자청하여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들 것이었다.
"...일단 플로리아를 좀 만나보고 올께."
"만나보고 오세요. 후훗, 카이라스 공자를 처음 만났을때가 기억나네요. 그 때는 제부였었는데 지금은 플로리아가 카이라스 공자를 형부라고 부르게 되었으니."
"나도 그때는 기억난다. 정말 어떻게 이런 인간이 있나 놀라웠지."
아이린과 세르티네스는 동시에 카이라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종족을 초월하여 '친구'인 둘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플로리아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 * *
"꺄하하~"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플로리아는 황궁 내에 마련되어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복의 차림으로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주위에는 맑은 미소를 지은 푸른 머리카락의 미소녀들이 마주 웃음을 지으며 물장난을 함께 치고 있었는데 가볍게 물을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노는 그녀들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 같았다.
거기다가 플로리아의 머리카락 역시 파도치는 물결 같은 푸른 색의 머리카락에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푸른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기에 언니들과 마찬가지로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그녀가 물의 정령들과 어울려 놀고 있으니 누가 정령이고, 누가 정령들을 소환한 정령사인지 혼란이 올 정도였다.
"리스~이거 받아~"
그리고 플로리아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푸른색의 말랑말랑한 물놀이용 공을 흑발의 소녀에게 던졌다.
"네~이모."
그리고 플로리아를 이모라고 부른 흑발에 붉은 눈동자의 소녀는 플로리아가 던진 공을 받으면서 즐거운듯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리스 폰 카르시스.
바로 올해 9 살이 된 카이라스와 아이린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이며 황태녀의 신분을 지닌 소녀였다.
제국의 뒤를 잇기 위해서, 그리고 카이라스의 딸이라는 것을 겉으로나마 숨기기 위해서 아르테일의 성이 아닌 카르시스의 성을 쓰는 그녀는 마법과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아버지의 피의 영향인지 검술보다는 마법을 더욱 좋아했고 마법에 상당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9 살인 지금 이미 3 서클을 마스터하고 4 서클의 진입을 넘보는 수준인 그녀는 6 살 연상인 이모 플로리아와 함께 이렇게 물장난을 치면서도 은근슬쩍 마법을 섞어서 수영장에서..
쏴아아아~
"꺄아아~"
파도가 일렁거리게 만들어 즐거운 비명소리를 내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플로리아가 계약한 물의 정령왕 운다의 휘하에 소속된 물의 정령들도 그녀들의 놀이에 즐겁게 함께 동참하고 있었고, 카이라스가 온 것은 이 때였다.
"어? 아빠~"
카이라스를 본 아이리스는 맑게 웃음을 지으면서 물 속에서 나와서 그대로 물에 젖은채로 카이라스에게 달려왔고, 옷이 물에 젖게 되겠지만 마법으로 말리면 그만이었기에 카이라스도 미소를 지으면서 달려와 안기는 아이리스를 가볍게 자신의 품에 안고는 그녀의 뺨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리스, 이모랑 잘 놀고 있었어?"
"응! 잘 놀고 있었어요. 헤헤~"
아이리스의 즐거운 모습에 카이라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리스, 미안한데 아빠가 잠시 이모랑 둘이서 할 얘기가 있거든. 잠깐 엄마에게 데려다줄까?"
"후웅...중요한 얘기에요?"
"응, 상당히 중요한 얘기야."
"그럼 가 있을께요. 아빠, 얘기 끝나면 찾아와주세요."
"알았어, 약속할께."
카이라스가 약속까지 하겠다고 말하자 아이리스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이에요."
새끼손가락을 내밀면서 약속 도장까지 찍으려 하는 딸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보인 카이라스는 저절로 부드러운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아이리스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가볍게 검지손가락을 맞대어 도장을 찍는듯한 모습까지 가볍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텔레포트로 단번에 아이리스를 아이린이 있는 방에 두고 온 카이라스는 수영장 안에서 나와서 근처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앉아서 물기를 뚝뚝 흘리고 있는 플로리아를 보게 되었다.
현재 그녀는 그녀가 소환한 물의 정령들을 정령계로 돌려보내려는 중이었다.
"미안해, 잠시 카이라스 오빠가 나랑 할 얘기가 있나봐. 나중에 다시 놀자."
[응, 이해해. 이따가 불러줘.]
[기다리고 있을께~]
[나중에 보자~]
그리고 물의 정령들은 플로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정령계로 돌아갔고, 물의 정령들을 모두 정령계로 돌려보낸 플로리아가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카이라스 오빠,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세요?"
카이라스가 틈틈히 자신을 찾아와 여러모로 돌봐주고 신경을 써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얘기라고까지 하며 찾아온 적은 없었기에 플로리아는 뭔가 큰일이 난건가 하고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표정을 읽어내어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내는대는 리드 메모리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다. 플로리아의 속마음에 대해서도 카이라스는 이미 완벽한 파악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큰일이라면 큰일이긴 하지..."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잠시 아공간에서 시원한 생과일쥬스가 담긴 유리잔을 꺼내 플로리아에게 건네주고는 자신의 것 역시 하나 꺼내 가볍게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아이리스는 파파콤 끼가 있음.
플로리아 파트 시작. 이 파트 끝나면 바로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 시작됩니다.
근데 전쟁 때 되면 카이라스 외의 다른 놈들 비중도 많아질듯 합니다...
아무래도 전쟁이다보니까요.
그리고 내일도 연참할 수 있게 쿠폰 좀 많이...(오늘 3연참 달성)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리리플은 코멘이 10명이 안되어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