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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대정령사,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물의 대정령사,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그리고 물의 정령들은 플로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정령계로 돌아갔고, 물의 정령들을 모두 정령계로 돌려보낸 플로리아가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카이라스 오빠,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세요?"
카이라스가 틈틈히 자신을 찾아와 여러모로 돌봐주고 신경을 써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얘기라고까지 하며 찾아온 적은 없었기에 플로리아는 뭔가 큰일이 난건가 하고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표정을 읽어내어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내는대는 리드 메모리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다. 플로리아의 속마음에 대해서도 카이라스는 이미 완벽한 파악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큰일이라면 큰일이긴 하지..."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잠시 아공간에서 시원한 생과일쥬스가 담긴 유리잔을 꺼내 플로리아에게 건네주고는 자신의 것 역시 하나 꺼내 가볍게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내일이 플로리아의 성인식이자 생일이잖아. 축하해줘야하기는 하는데 말이야...사실 말해야할 진실이 있어서 말이야."
"진실이요? 혹시 유린 언니가 성인이 되고 나서 바빠진 이유에 대한 건가요?"
플로리아 역시도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는 아니었다.
유린처럼 세상일에 귀를 크게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큰 소문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관찰력은 타고나있었다.
아무도 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항상 자신과 놀아주던 유린이 갑자기 바빠진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전 대륙이 동맹을 맺는다는 등의 일들은 평범한 일로 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관찰력이 있었기에 시공회귀 이전, 황제의 자리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플로리아의 푸른 눈동자를 1 초 정도 응시하던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유린이가 바빠진 이유이기도 하지. 너도 이제 내일은 성인이니까 미리 알려줘야될 것 같아서 말이야."
"대체 어떤 일이길래?"
그렇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는지는 플로리아도 알 수 없었기에 호기심을 담은 푸른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바라보았다.
현재 플로리아의 복장은 푸른색의 비키니 계열의 수영복이었기에 아직 나이가 어려 몸매의 발육이 잘 되어있지 않은, 그저 가슴이 봉긋한 수준이었지만 내일 성인식을 치루는 소녀의 몸매치고는 괜찮은 편에 속하였고 성숙하게 자란 그녀는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몸매를 지녔던 것을 카이라스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긋나긋한 아름다운 육체를 안겨오며 힘들어함을 고백함과 동시에 자신의 위로를 원하던 그녀의 모습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플로리아, 역시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기억을 보여주는게 빠르겠지. 지금부터 기억을 전송해줄테니까 보고 결정해."
"네? 네."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은 마법을 통해서 자신의 기억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는 대륙의 기본적인 상식 쯤은 알고 있는 플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을 표했다.
"핸드 다운 어 놀레지."
그리고 카이라스의 8 서클의 마법, 핸드 다운 어 놀레지에 의해 그가 보유한 시공회귀 이전의 기억들이 플로리아에게 전달되었다.
"아...!"
플로리아는 자신이 한창 깊은 꿈에 빠졌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시간은 10 초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거늘, 마치 수십년이 지난듯한 느낌이 들기도 수년이 지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고작(?) 몇 일이나 몇 시간 정도가 지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래서 였군요...카이라스 오빠가 저에게 어릴적부터 유달리 신경 써줬던 것은."
플로리아는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의 눈을 통해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스스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순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짜 여신이라고 밖에 감탄이 나오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카이라스의 다른 아내들에 비해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지만 카이라스의 눈으로 본 자신은 언제나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황제로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서 강한 척을 하지만 밤에는 카이라스와 뜨거운 섹스를 하고 그에게 안긴채 하나하나 속마음들을 토해내고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크게 터트리며 카이라스의 품에서 위로를 받는 일과들...
["왜 그리 쳐다봐?"
"좋아서요.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다보니 아무리 봐도 안 질리거든요."
"후후, 그래?"
"네, 황녀이던 시절에는 멋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근사한 로맨스를 이뤄보는게 제 여자로서의 꿈이었어요. 근데...황제가 되서 이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오직 홀로 살아남은 마지막 황족으로서 카이라스만을 바라보며 그것으로 위안을 얻던 미래의 자신...
[플로리아의 언니들 말이야. 친언니가 아니었지?"
"네, 두 분 모두 제 친언니는 아니었어요. 이복언니들이었죠. 하지만 두 분 모두 저만큼이나 아름다웠죠..."
"큰언니인...아이린 언니는 정말 기품이 넘쳐 흘렀어요. 여동생인 제가 봐도 진짜 황녀 다운 고귀한 기품이 넘쳐서 언니 같은 화려하면서도 고귀한 기품을 가지는 것이 한 때 제 꿈이기도 했죠."
"너에게는 어땠는데? 플로리아, 너에게는 좋은 언니였어?"
"별로요. 뭔가 항상 숨기는게 있어보였거든요. 유린 언니가 착하고 다정한데 비해서 아이린 언니는 진짜 속을 알 수가 없는 언니였어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지만 위험한 미소였거든요."
"위험한 미소?"
"네, 뭔가가 위험하다고...제 주위의 정령들이 항상 알려줬었고 저 역시 그렇게 느꼈었어요. 하지만 무엇인지는 이제 알 수가 없게 되었네요. 언니는...죽었으니까."]
언니들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미래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언니들을 죽였던 자가 디아나 블라디미르라는 사실 역시도 충격적이었다.
플로리아 역시 당연하게도 카이라스의 둘째 아내인 디아나를 여러번 만날 수 있었는데, 겉으로는 기품이 넘쳐보이며 고귀함과 고결함을 가진 우아한 절세미녀였지만 속은 그야말로 자신보다도 철이 덜든듯한 철부지 중의 철부지에 단순하고 순진하며 허세는 심하지만 실상은 그냥 바보에다가 허당인 여자가 자신의 언니들을 시공회귀 이전에 죽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것에 대한 정보 역시 기억을 보낼 때 첨가해두었고, 그녀가 사실은 모든 일의 원흉인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게 세뇌되어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보냈을때야 납득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셀리나는 살해당하고, 디아나는 에라시안의 명령대로 그녀를 약을 꾸준히 복용시켜 세뇌했던 보링논에게 에라시안이 내리는 포상으로 '하사'되었다는 것까지 알게되자 그녀 역시 살해당한 언니들 못지 않은 피해자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전쟁터에서 에이션트급 레드 드래곤, 카르베너스와 트롤 로드인 트루이에게 살해당한 자신...
그리고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 이끄는 이종족의 군세에 의해 짓밟혀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조리 강간당해 노예로 전락하고 성인남성들만이 아닌 어린아이, 노인들까지도 재미로 죽이는 사악한 엘프들을 비롯한 잔인한 이종족들...
그리고 그녀는 이종족들에게는 가장 큰 적인 카이라스의 여인이었기에 인간들의 지도자인 황제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해당하는 것에서 끝날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카이라스의 여인이었고, 카이라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려는 에라시안의 목적이 아니었더라면 시공회귀 이전의 여황제 플로리아는 분명히 카이라스의 어머니인 엘리나와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었다.
전쟁이 이종족들에게 유리해짐에 따라 인간 미녀 노예는 이종족들 사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끌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미래의 세계는 그야말로 잔혹함의 극치이며 광기들이 가득한 지옥이었다.
"하아..."
플로리아는 너무나 충격적인 이 진실들에 고개를 가볍게 저어댔다. 뭔가의 부정을 하겠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받은 기억들을 되짚어보니 너무나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가볍게 끌어안은 카이라스는 등을 살짝 토닥여주며 말했다.
"린도 나도 얘기를 한 끝에 결론을 내렸어. 네가 살아가고 싶은대로 살아가게 해주겠다고. 시공회귀 이전처럼 황제가 되어서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그냥 싸우고 싶다면 내가 강하게 만들어줄께. 그냥 평범하게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면 내가 그렇게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줄께."
카이라스의 말에 플로리아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냥 이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
그 끔찍한 전쟁터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그녀로서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황족이 오직 그녀 뿐이었기에 차선의 대책이 없었기에 스스로 황제로서 모든 짐을 떠맡아야했지만 지금의 황제는 그녀의 언니인 아이린이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시공회귀 이전의 자신을 보아도 자신보다 아이린이 더 황제에 어울렸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황족으로 태어나서 그 동안 저는 부러움 없는 혜택을 누리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겠죠. 그리고 저에게는 충분히 힘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싸우겠어요."
푸른 눈동자에 깃든 결연함. 카이라스는 그녀의 결연함을 보고 역시나...라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미소도 들었다.
이런 결연한 눈빛이야말로 마법왕이던 자신을 넘어가게 만든 플로리아의 매력이었다.
"플로리아, 그게 네 선택이라면 나는 내키지는 않지만 존중하고...강해지게 도와줄께."
카이라스의 말에 플로리아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카이라스 오빠만 믿을께요."
카이라스는 미소를 짓는 플로리아의 모습을 보고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고마워요, 카이라스 님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가 있네요. 아! 그러고보니 카이라스 님이랑 아이린 언니랑 나이가 같기도 하네요?"
"그랬지, 1 황녀인 아이린이랑 나는 동갑이었지. 근데 왜?"
"그냥...인연이 약간 그래서요. 카이라스 님이랑 언니는 사교계 파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소도, 날짜도 같았다면서요?"
"묘하게 얽히는데는 많았지만 가까워지지는 못했었어.""하지만 언니랑 가까워졌으면 이렇게 카이라스 님과 이어지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아이린 언니가 카이라스 님과...깊은 관계를 맺었다면 어쩌면 아이린 언니도 죽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저는 카이라스 님을 만나지 못하고 노처녀로 살아가고 있었겠죠. 황제도 언니가 할테니 그야말로 노처녀 황녀로요."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할 것 없어. 아이린의 죽음을 또 억지로 달래려고 하지마. 그냥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하고, 슬프다면 슬프다고 해. 나는 다 받아줄테니까."
"카이라스 님..."]
'틀려, 플로리아. 린과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너와의 관계는 무효화되지 않았는걸.'
시공회귀 이전의 플로리아에게 그렇게 속으로 한마디를 한 카이라스는 자신의 앞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내일 성인식을 치루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한 플로리아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잘생긴 얼굴 위로 드리우며 천천히 몸을 숙여 플로리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 작품 후기 ============================
플로리아와 첫날밤만 보내고 난 후 그 동안의 과정들은 빠르게 압축해서 정리하고 전쟁편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시공회귀 이전의 플로리아의 경우는 여황제지만 애를 쓰는 모습을 안쓰럽게 보던 카이라스와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렸던 겁니다.(...)
대륙력 1811년에 플로리아가 카이라스에게 처녀를 주고 카이라스의 위로를 받으며 지냈었죠. 기억하실 분들은 거의 없을 거 같은데...(...워낙 예전에 올려진거라;)
그리고 연참을 할 기운이 나게 쿠폰 지급을 해주시면 내일모래 쯤에는 전쟁편이 시작될 수도 있어요.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리리플도 좀 하게 코멘트들 좀 많이 달아주세요....10 명은 되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