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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의 재회]
[성녀와의 재회]
"이제 20 분 정도 남았군."
별장의 지붕 위에 앉은채로 카이라스가 맑은 날씨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세르티네스와의 정신적 연결은 아이린의 현 상황의 정보들을 속속히 그에게 전달해주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그렇기에 황실 측의 상황을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옆에 앉아있는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외모와 성격을 지닌 검은 원피스 복장의 미녀, 셀리나가 조용하지만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적들에게는 지배자의 눈이라는 아티팩트가 있다는데 요격전이 괜찮을까요?"
"간파당할까봐?"
"네, 그건 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면서요?"
"그렇긴 하지."
카이라스는 제니에게 들은 지배자의 눈의 정보를 떠올렸다. 마신의 신전 안에 봉인되어있었던지라 마신의 신전에 봉인을 해두었던 제 1의 마도시대가 멸망한 후에 봉인되었었기에 지배자의 눈에 대한 모습은 마계에서도 아는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마신의 신전을 관리하던 마신의 교황인 루키페르조차도 알지 못했다.
봉인되어있던 지배자의 눈은 수많은 결계와 아공간의 상자 안에 보관되어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제니가 전해준 초고대문명, 제 1의 마도시대의 멸망 직전의 당시 때를 묘사한 책에서 지배자의 눈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둥근 원형의 길다란 막대기의 몸통을 지니고 있었다. 양쪽에는 날개와 같은 네모난 판이 나있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생명체들을 기억하며 그 생명체들의 눈과 귀를 통해 세상의 정보들을 꿰뚫어보며 자신의 주인에게 그 정보들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생명체들에게 각인을 시키는 것 이외에도 지정한 장소를 파고 들어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 역시 있었다. 가히 신(神)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인류의 최악의 욕망의 산물 중 하나라 할만한 물건이었다.]
그런 기록들을 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는 카이라스는 그것이 어떻게 구조가 되어있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10 서클 마스터인 그라고 해도 여러명의 10 서클 마스터가 모여서 만든 최강의 작품이자, 최악의 금기의 아티팩트 중 하나를 모양에 대한 기록만 보고 구조를 완벽히 떠올리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도 있다니 더욱 성가시지. 그래서 린도 요격을 할때 이동할 위치는 나에게 맡긴거지. 적들은 요격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테니까."
카이라스는 대규모의 군세를 이끄는 이 전쟁에서 적들에게 지배자의 눈이 있는한 이제는 예전과는 달리 어느 식으로 정보가 빠져나갈지도 몰랐기에 상당히 불리한 위치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규모의 군세를 움직이는 것은 이전이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겠지만 마법이 발달하여 제 3의 마도시대라고까지 불리게된 지금은 마법진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십만의 군세도 단번에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이렇게 요격전이라도 계획할 수 있었지 정보라는 강력한 무기의 이점을 저 쪽에서 차지하고 있는한 인류 측은 만약 대규모의 군세를 텔레포트를 시킬 수 없었다면 그저 방어전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왔나. 후후, 하긴...늦게 와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이유는 없으니까."
카이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셀리나, 슬슬 내려가자."
"네, 주인님."
카이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일어나있던 셀리나는 공손한 어조로 대답한 후 카이라스가 지붕에서 밑으로 내려가자 그 뒤를 소리없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지붕 밑으로 내려와 별장의 안으로 들어간 카이라스는 지하로 내려갔는데 그곳에서는 1000 명의 흑마법사들과 200 명의 네크로맨서, 100 명의 다크 나이트들이 일제히 부복해있었다.
""주군을 뵙습니다.""
카이라스는 제일 선두에서 자신에게 부복하고 있는 9 서클의 마스터인 흑마법사들인 아릴리아와 슈리안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채 1300 명의 수하들의 인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두들 얼굴이 편해보이는군. 그렇지만 엘프 계집들이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나태해지지는 말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수하들 중 남성들은 모두 카이라스의 말에 힘차게 대답했지만, 소수의 여성들의 경우는 본인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기에 카이라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부복해만 있었고 아일리아와 슈라인을 향해 카이라스가 명령했다.
"아일리아, 슈라인. 지금부터 20 분 후에 출발을 할테니 모두 나태한 잡념들을 버리고 냉철하게 머리를 식히고는 전투를 준비해라."
""네, 주군.""
아일리아와 슈라인은 고개를 숙이며 부부가 나란히 카이라스를 향해 극도의 예를 보이며 대답했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충복이었던 둘은 능력도 있으면서도 신뢰할만 했기에 시공회귀 이후에도 카이라스는 둘을 신뢰하고 있었고, 그 신뢰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아일리아와 슈라인 역시도 카이라스를 향한 충성심은 무척이나 깊고 튼튼했다.
"가자, 셀리나."
"네."
그리고 카이라스는 조용히 서있던 셀리나를 부르며 말했고, 셀리나가 고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나서야 그녀가 이 자리에 있던 것을 알아차린 아일리아와 슈라인은 물론이고 1300 명의 수하들은 모두 일제히 흠짓 놀랐다.
셀리나의 은신능력은 9 서클 마스터인 그들조차도 공격을 당할 상황이 아니라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은신능력만을 놓고 본다면 뱀파이어 퀸 디아나의 은신능력보다도 뱀파이어 프린세스인 그녀의 능력이 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그 사실들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아일리아와 슈라인을 비롯하여 수하들은 금새 평정심을 되찾았다.
'역시 셋째 주모님의 은신 능력은 무섭군.'
'여전히 있는 줄도 파악하지 못하다니.'
그렇게 생각한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카이라스의 옆에 서있는 셀리나에게 잠시 향했지만, 이윽고 카이라스와 셀리나는 순식간에 이곳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바로 카이라스가 공간이동으로 셀리나를 데리고 사라진 것이었다.
* * *
셀리나는 카이라스가 갑자기 공간이동으로 자리를 벗어나 카르세드 백작가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방의 근처에 있는 빈 마당인 지금 이 장소로 이동하자 맑고 순수한 붉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공간이동까지 쓰셔서 자리를 벗어나시다니."
"무슨 일이라...있긴 있지. 짐작은 했지만 설마 벌써 올 줄은 몰랐던 일이 말이야."
카이라스의 말에 셀리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것만큼이나 외모 역시도 성녀 이상으로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셀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은 순진한 귀여움이 부각되어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게 만들었고,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뺨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셀리나의 붉은 눈동자가 놀란 토끼눈처럼 크게 떠졌지만 이내 그녀는 새하얀 양쪽 볼을 연분홍빛으로 수줍게 물들이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고, 카이라스 역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조만간 찾아가보려던 사람이 먼저 찾아왔어."
"조만간 찾아가보려던 사람이요? 아!"
카이라스가 준 힌트에 셀리나는 바로 카이라스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냈고, 그녀의 깨달음의 탄성에 카이라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잘난척이 심하며, 거만하지만 순진하고 단순하며 바보 같은 면이 있는 디아나와는 달리 셀리나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겸손하면서도 또 총명한 면이 있어서 배우는 것은 금방 익히고 그랬다.
'하긴 마법까지 익히는 애가 머리가 나쁠리가 없지만.'
셀리나에게 뱀파이어 프린세스로서의 권능들을 다루는 법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카이라스였지만 셀리나는 마법에도 현재 8 서클의 경지에도 오를 정도로 상당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의 말에 금방 누가 찾아왔는지를 알아차렸다.
"실비아 양이군요? 찾아온 사람이."
"맞아, 실비아...그녀가 찾아왔어."
어딘가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는듯한 카이라스의 모습에 셀리나는 조신한 몸가짐으로 가만히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이내 카이라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출전을 20 분도 안남기고 있는 이 때에 오다니. 타이밍도 안좋군."
그리고 셀리나는 어린 소녀의 기척이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을 파악했다. 실비아라는 소녀는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의 기척이 어떤지는 알지 못했지만 셀리나는 이쪽으로 오는 소녀가 카이라스가 말해주었던 성녀인 실비아라는 소녀가 틀림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카이라스가 굳이 이 장소로 이동해왔을리는 없을테니까.
"인도인가...썩어도 준치라더니. 주신은 주신이라는거군."
그리고 카이라스는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명의 중년인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는 13 살 정도의 어린 나이로 보이지만 무척이나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그와 셀리나의 눈에 들어왔고 그 소녀를 안내하던 중년인은 카이라스를 보고는 흠짓했다.
그야 당연했다.
그 중년인의 정체는 카르세드 백작가의 전대 가주이자, 바로 카이라스의 외할아버지이며 엘리나의 친아버지인 전대의 카르세드 백작이었으니까.
"카이라스."
중년인이 굳은 표정으로 카이라스의 이름을 부르자 은발의 소녀는 놀란듯한 눈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았다.
"마법왕...님이신가요?"
그리고 은발의 소녀의 정체는 셀리나가 짐작했던대로 바로 주신 일루바타르 교단의 성녀인 실비아였다.
주신의 계시를 받아 주신의 인도에 따라 먼저 카이라스가 있을 카르세드 백작가로 텔레포트를 한 그는 미리 카르세드 백작가에 연락을 해둔 덕분에 카르세드 백작가의 전대 가주가 직접 그녀를 마중 나와 안내를 자처했고, 이제 막 온 그녀는 바로 전대 가주의 안내를 받으려던 참이었다.
20 분, 아니 이제 15 분 후에 여황제인 아이린이 직접 이끄는 황실의 군대가 온다면 바로 요격전을 떠날 것이었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전력이 되어줄 성녀가 혼자서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 온다는 소식을 받은 카르세드 백작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단번에 그녀가 오는 것을 환영하며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실비아는 전쟁에 나가기보다 자신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마법왕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을 만나보려는 것이 더욱 큰 목적이었고, 그녀의 목적은 이곳에 온지 1 분 30 초 만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외조부님, 잠시 성녀와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켜주셨으면 합니다."
"...크흠. 곧 출전인데..."
전대의 카르세드 백작은 최근에서야 처음으로 직접 얼굴을 마주 본 외손주의 말에 뭐라고 반대를 하려는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카이라스가 차가운 눈으로 한번 그를 쳐다보자 그는 웬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때 실비아가 앞으로 나섰다.
"마법왕님이 맞으시죠? 전 주신 일루바타르님을 모시는 자리에 있는 실비아라고 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예의 있게 공손히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와 쓴웃음을 동시에 지었다.
그의 미소는 실비아를 오랜만에 본 것에 대한 기쁨이었으며, 그의 쓴웃음은 시공회귀 이전 그에게 모든 속내를 털어놓기 이전까지는 여린 주제에 혼자서만 모두 짊어지려고 하는...너무 과도할 정도로 무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저, 죄송하지만...저 분과 잠시 얘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 자리를 비켜주실 수..."
"아, 괜찮습니다. 크흠! 그럼 이 늙은이는 이만 빠져드리겠습니다."
전대의 카르세드 백작은 그렇게 말하면서 빠르게 자리를 피하며 사라졌고, 그의 뒷모습을 보며 카이라스는 자신의 아들만을 사랑하고 자신의 손녀는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며 외손자인 자신은 거의 무시하는 그를 복잡하게 바라보다가 마음을 가다듬고는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할 얘기가 많지만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니 편법을 좀 써야겠군."
============================ 작품 후기 ============================
333 화입니다...
힘들게 한편 썼고...이제 요격전이 시작되는데 강화된 에라시안 vs 카이라스의 대결도 나올 겁니다.
그리고 이제 정예인 적들도 나올 타이밍...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리리플은 10명 안되어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