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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퀸]
[킹과 퀸]
"너는...!"
전혀 의외의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판은 놀란 감정을 숨길 수 없었는지 그 감정이 그의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들어났었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의외로군. 드래곤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설마 서큐버스 퀸을 좀 입에 담았다고 네 년이 진짜 등장할 줄이야."
판은 더 이상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여전히 침착하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결코 아까전처럼 여유로움도 없었고 즐거움도 없었으며 오직 긴장감만이 가득했다.
눈 앞의 상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인 인큐버스 킹이라지만 지금 그의 눈 앞에 있는 상대 역시 엄연하게도 마계의 대마왕 중 한 명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게 기른 흑발의 머리카락에 눈가에 눈물점이 나있어 요염한 인상을 풍기면서도 동시에 귀여운 인상을 풍기기도 하는 늘씬한 몸매의 미녀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남과 동시에 그 미녀, 제니의 색기 가득한 붉은 입술이 열리며 고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등장할 줄 예상 못한 것이 바보지."
차가운 목소리로 신랄하게 말한 제니의 붉은 눈동자가 판의 품에 힘없이 안겨져있는 엘리나를 향하였다. 인큐버스 킹의 권능에 당한 그녀는 애액을 새하얀 허벅지 아래로 다리를 타고 주르륵 흘리면서 무릎 위에 걸쳐져있는 핫팬츠까지 적시고 있었는데 힘 없이 뒤에서부터 판에게 안겨져있는 그녀는 머리 속이 몽롱한지 제니가 왔음에도 그저 파들파들 몸을 경련할 뿐 그 외의 반응은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아까전 엘리나가 쇼크 웨이브의 기운을 판의 체내에 주입시켜 일순간 그를 무력화시켰던 것과 비슷하게 판의 권능이 그녀의 체내를 강타했던 것이었다.
애초 판이 벌이랍시고 이 권능을 쓴 이유 자체도 자신이 당한 것을 되돌려주기 위함이었으니 별로 특이할 것은 없었지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 애액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흘리는 엘리나의 모습은 제니에게는 시공회귀 이전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 지옥 같은 미래.
그리고 그녀의 친구이자 동료인 카이라스를 뿌리치고 떠나 자신의 죽음으로 엘프 퀸 세레시아를 비롯한 엘프들을 죽게 만들어 복수를 했던 엘리나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무척이나 괴로워하며 시공회귀를 시도하던 친우의 모습...
"칠흑의 결계, 어비스를 쳐두고 있어서 찾기는 힘들었지만 적어도 당당하게 배신자가 되었으면 그에 따른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어야지."
차가운 목소리로 지적하는 제니의 말에 판은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너무 여유를 부렸군. 상황이 최악이야."
인간 출신으로서 서큐버스 퀸의 자리에 오른 제니는 다른 대마왕들 역시 주목하고 있던 대상이었다. 신에 맞먹는 힘을 가진 최고위의 천사 출신이던 루시퍼나 애초부터 신 출신이었던 벨제뷔트나 판과는 달리 순수한 인간 출신이었던 제니의 존재는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거기다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점에서 판 역시 많은 흥미가 있었다.
'위험한데.'
하지만 제니의 강함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것 역시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그녀와의 조우가 결코 반갑지 않았다.
엘리나의 공격에서 완벽하게 재생하여 부활한 그였지만 부활을 위해 상당한 양의 암흑투기를 사용했기에 그가 가진 암흑투기의 기운 중 5% 가량의 기운이 소모되어있었고 전체적으로 볼때는 극히 미미한 양이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를 상대로 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약해져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계집.'
여유를 가지고 엘리나를 상대하던 때와는 달리 처음으로 전력으로 나가기로 한 판은 제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가녀려보이는 늘씬한 몸매에 상당한 굴곡, 그리고 현재 검은 티셔츠에 허벅지와 새하얀 늘씬한 다리가 숨김없이 드러날 정도로 짧은 푸른 핫팬츠를 입고 있는 그녀는 요염함과 섹시함, 귀여움 등의 매력이 골고루 공존하고 있는 아름다운 얼굴과 더불어져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판이 볼 때 적어도 그녀의 미모는 지금 그의 품에 안겨져있는 엘리나에 비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포해서 데려가야하는 엘리나와는 달리 그녀는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었다. 거기다가 엘리나가 농염한 여인의 매력이 가득하다면 처녀인 제니는 처녀로서의 맛이 있을 것이었으니 인큐버스 다운 욕망에 의해 판의 생각은 점점 싸우는 쪽으로 바뀌어갔다.
'어차피 싸워야한다면 이겨서 제압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그는 제니를 생포하여 조교할 생각으로 그의 전용 무기를 소환했다.
슈우우-
소환된 것은 검도, 창도, 활도, 심지어 도끼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악기였는데 음높이가 다른 여러 대의 세로피리(縱笛)인 플루트를 보통 평평하게 늘어놓은 모습을 하고 있는 피리는 판의 피리, 혹은 팬플루트, 팬파이프 등의 이름을 가진 악기였다.
과거 그가 다산의 신이던 시절 만들었던 악기로 과거에는 신기(神器)에 속하는 악기였지만 판이 더 이상 신이 아닌 마계의 대마왕이 되어버린 지금 신기 역시도 대마왕의 전용 무기로 변해있었다.
"판의 피리..."
제니는 그 무기를 보며 차갑게 판을 노려보던 붉은 눈동자에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대단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웃음까지 나오게 만들 무기라고도 할 수 없는듯한 모습이었지만 제니는 그 무기가 얼마나 위험하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여자인 그녀에게는 치명적이었는데 애초 인큐버스가 전투에서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때는 남자와의 전투가 아닌 여자와 전투를 벌일 때였으니 상성적으로는 좋지 못한 셈이었다.
'라스의 어머님이 붙잡혀있기는 하지만...보아하니 어머님이 상당히 필요한듯 하니 인질극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벌이지는 않겠지. 통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테니까.'
판의 손에 쥐어진 그의 전용무기인 [판의 피리]에 정신을 집중시키며 제니 역시도 그녀의 애검인 프라가라흐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판과는 달리 엄연하게 인간 출신이었고, 인간으로서 강해지는데 한계를 느낀 탓에 서큐버스 퀸이 되어 힘을 얻는 방식을 택하였었기에 그녀의 무기인 검은 판의 피리처럼 신기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검이었고 또한 다양한 마법 처리가 되어있던 명검에 속하는 검이었다.
아니, 단순한 명검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초고대문명 시대 때의 유물에 속하는 검이었으니까.
빛의 검 프라가라흐.
한손으로 쓰는 편수검인 이 검은 언제나 칼날이 빛나고 있었는데, 그 어떠한 마법갑옷이라 할지라도 두부 자르듯 자를 수 있을 만큼 예리한 검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인이 원하기만 하면 칼집에서 저절로 빠져나와 주인의 손으로 미끄러져 들어오기도 했으며, 멀리 떨어져있더라도 주인이 원하기만 하면 스스로 알아서 돌아오는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프라가라흐(Fragarach)의 다른 이름인 더 앤서러(The Answerer) 때문에 프라가라흐의 힘이 자동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것이라 착각하지만 실제로 프라가라흐의 이름의 뜻은 검이 주인의 기대에 부응한다라는 뜻이었다.
즉, 주인이 원하는대로 적을 베어버린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검이었고 그만한 예리함을 지니고 있었다.
설사 판의 암흑투기를 이용한 방어라 할지라도 제니 역시 암흑투기를 다룰 수 있었기에 암흑투기를 머금은 프라가라흐는 그 예리한 힘과 더불어 간단하게 판의 방어를 베어버릴 수 있었다.
"......"
"......"
판의 붉은 눈동자와 제니의 붉은 눈동자가 서로 마주 노려보았고, 아름다운 외양을 한 두 남녀...인큐버스 킹과 서큐버스 퀸은 서로의 무기를 든채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해, 시공회귀 이전의 라스 만큼이나.'
제니는 판의 실력이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에 비할만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즉, 그녀가 판을 쓰러뜨린다면 그녀는 적어도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를 능가했다는 것이 되기도 했다.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의 힘은 시공회귀 이전의 제니가 볼 때는 동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그녀로서는 도저히 카이라스의 힘을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았었다.
검신으로 갈 길은 멀기만 했기에 그녀가 택한 것은 바로 전전대 뱀파이어 퀸인 아르테미스의 인도를 받아 서큐버스 퀸이 되는 것이었고, 서큐버스 퀸이 된 그녀는 확실히 10 서클 마스터와 동등한 반열에 서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그녀의 힘을 본격적으로 시험해봤던 상대는 대천사 미카엘이 유일했다.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만큼이나 강해져있는 판을 쓰러뜨린다면 확실하게 그녀는 보다 자신 있게 카이라스에게 동료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만족이라면 자기만족이겠지만, 시공회귀 이전의 지옥 속에서 강함에 목말라있던 제니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저 계집을 쓰러뜨린다면 내 힘은 벨제뷔트나 루시퍼보다도 강해질 수 있겠지.'
판에게도 제니를 쓰러뜨리는 것은 상당한 이득들이 따라오는 일이었다. 제니를 쓰러뜨린다면 저 아름다운 서큐버스 퀸이 그의 것이 될 것이 첫 번째의 이득이었고, 그녀가 가진 힘들을 흡수한다면 그가 루시퍼나 벨제뷔트보다도 강해질 것이라는 것이 바로 두 번쨰의 이득이었다.
그리고 판은 자신의 피리를 입술 사이로 갖다댄 후, 연주를 시작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음악의 신이 연주를 하는 것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선율이 칠흑빛의 세계를 가득 담았고, 그 선율을 들은 엘리나의 눈동자가 더욱 거세게 떨려왔다.
"아아..."
판의 피리 소리는 다양한 힘들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힘은 적을 소리의 힘으로 파괴하는 것과 여자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현혹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방비하게 판의 품에 안겨져있던 엘리나는 그 피리 소리에 저항하지 못한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고, 여자인 제니에게도 그 영향이 미쳐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우우우웅-
그렇지만 판의 피리 소리들은 제니에게 도달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녀의 검에서 뿜어져나오는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노래하는 검..."
그녀를 현혹시키기 위해 피리를 불러봤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판이 피리를 부는 것을 멈추었다. 검이 부르는 노래가 그의 피리 소리를 차단하고 있는한 그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피리 소리 역시도 당장은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엘리나, 이 계집을 데리고 있는 것이 오히려 성가시군...에휴.'
아이러니하게도 판은 현재 품에 엘리나를 안고 있기에 오히려 역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인질극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애초 이 쪽에서 엘리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알고 있는 판에 인질극이 될리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넘겨주자니 아주 낮은 가능성이었지만 제니가 엘리나를 데리고 도망치는데 성공할 수도 있었다.
'잠시 옆에 놓고 싸워야겠군.'
이미 그의 피리 소리를 들은 이상 엘리나는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었고, 눈 앞의 서큐버스 퀸을 쓰러뜨리는 일만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판은 자신의 뒷 쪽에 엘리나를 권능으로 이동시켜 놓고는 다시금 피리를 자신의 입가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제니는 그런 판을 차갑게 노려보며 서큐버스 퀸으로서의 힘들을 끌어올리고는 노래를 하고 있는 검을 암흑투기를 가득 담은채로 판에게 겨누었다.
편수검(한손검)을 들고 있는 아름다운 서큐버스 퀸과 팬플루트(판의 피리)를 들고 있는 인큐버스 킹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인큐버스 킹 vs 서큐버스 퀸인데..
오랜만에 써서인지 감이 잘 안오네요...아이디어는 있는데 쓰기가 잘 안된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이제 시간이 좀 생기겠는데...다.드.판 용량 맞추기 및 리메이크 작업 하던 것들 다시 시작해서 작업 좀 더 해둘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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