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2 / 0380 ----------------------------------------------
[킹과 퀸]
[킹과 퀸]
'잠시 옆에 놓고 싸워야겠군.'
이미 그의 피리 소리를 들은 이상 엘리나는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었고, 눈 앞의 서큐버스 퀸을 쓰러뜨리는 일만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판은 자신의 뒷 쪽에 엘리나를 권능으로 이동시켜 놓고는 다시금 피리를 자신의 입가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제니는 그런 판을 차갑게 노려보며 서큐버스 퀸으로서의 힘들을 끌어올리고는 노래를 하고 있는 검을 암흑투기를 가득 담은채로 판에게 겨누었다.
편수검(한손검)을 들고 있는 아름다운 서큐버스 퀸과 팬플루트(판의 피리)를 들고 있는 인큐버스 킹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타타타탕!
피리의 구멍에서 쏟아져나온 검은 탄알들이 일제히 제니를 향해 날라왔고, 제니는 빠르게 프라가라흐를 8 방향으로 휘둘러댔고 그러자 프라가라흐의 빛나는 칼날들이 지나갔던 자리들에 남겨진 암흑투기의 선들이 마치 그물 같은 모양이 되어 판의 피리의 구멍들에서 나온 암흑투기의 탄알들을 막아냈다.
"관통력은 좋지만 예리함은 없으니 별 볼일 없네."
제니는 코웃음을 치며 말한 후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서큐버스 퀸으로서의 본모습을 개방했다.
촤아악-
서큐버스 퀸으로서의 본모습을 완전히 개방해 12 장의 검은 날개를 펼친 제니는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는데 바로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나타난 한 개의 검은 색의 악마의 꼬리 때문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본래 인간인 그녀로서는 등에 날개가 생기는 감각은 마법 아이템 등으로 인해 여러번 체험해볼 수는 있었지만 꼬리가 생기는 감각만큼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특히나 비록 바지나 치마를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닌 알아서 옷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엉덩이 사이에 꼬리가 있다는 사실이 여자로서 민망하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잡생각은 저멀리 보내놓고 전투에만 집중할 때였다.
"......"
서큐버스 퀸으로서의 본체를 드러낸 제니를 향해 인큐버스 킹으로서의 본체를 이미 드러내고 있던 판은 다시금 팬플루트를 연주하였고 그러자 파괴의 선율들이 일제히 제니가 있는 방향으로만 날라가 그녀를 공격해왔다.
'밧줄?'
제니는 파괴의 선율들이 음속의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기 전 밧줄의 이미지가 저절로 머리 속에 떠올랐고, 검의 노래로 막는 대신 피하기를 택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자리를 피하자마자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진짜로 소리에 물리력이 부과되어 밧줄과도 같아졌었다는 것과 그 밧줄이 자신을 노렸던 것을 알아차렸다.
서큐버스 퀸의 권능 중 하나인 미래예지의 힘이 위기를 경고해주었던 것이었고, 제니는 그 미래예지가 알려주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 것이었다.
고잣 밧줄 따위에 단번에 승부가 끝날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타격을 받을 짓은 피하는 것이 좋았으니까.
타타타타탕!
그리고 판의 공격을 피한 제니를 향해서 판의 피리 구멍에서 나온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연달아 제니를 향해 날라왔고 제니는 아까전처럼 암흑투기의 그물을 만들어서 공격을 막아내는대신 앞으로 달려가면서 탄알들을 모두 검으로 흘려버리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경지에 오르면서 제니는 원거리 공격 역시 뛰어나졌지만 그녀의 근본은 검사였다.
마법사는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이 강하고, 검사는 근접전이 강하다라는 대륙의 상식대로 그녀는 서큐버스 퀸이 되어서도 특기는 근접전이었다.
본래 서큐버스 퀸의 경우는 전투적인 부분의 권능들이 대마왕들 중 가장 약했지만, 제니의 경우 본래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였으며 그에 따른 수많은 전투를 경험해보았었다. 그렇기에 서큐버스 퀸이자 대마왕으로서 가지고 있는 암흑투기를 비롯한 권능들을 전투에 걸맞게 응용하여 제니는 이전의 서큐버스 퀸 릴리트보다 훨씬 강해져있었다.
'릴리트의 전투법과는 달라서 성가시군.'
릴리트를 습격하여 직접 붙잡았었던 판이었기에 제니의 전투법이 전대의 서큐버스 퀸이었던 릴리트와는 전혀 다른 전투법을 구사하는 제니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면 그가 생포하여 전리품으로서 즐기고 있던 릴리트를 빼돌린 것도 제니였다. 그녀가 서큐버스 퀸이 되면서부터 철저하게 전투적으로 서큐버스 퀸의 권능들을 개발해낸 그녀의 강력함에 의해 마계에서 서큐버스들의 위상이 달라졌었었다.
그 때 그가 세르티네스의 원래의 육체를 가지고 노냐고 릴리트에 대한 감시를 소홀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제니가 서큐버스 퀸의 자리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녀가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원인은 모두 그의 방심 때문이었다.
'이 이상 크기 전에 짓밟는다.'
판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팬플루트에 암흑투기를 가득 불어넣은 후 바로 제니를 향해 난사를 시작했다.
타타타타!
판의 팬플루트의 피리 구멍들에서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다시금 발사되었다. 그렇지만 둥그런 모양의 탄알들이 발사되던 아까와는 달리 끝이 뾰족한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발사되었고, 거기다가 그 탄알들이 나선형의 모양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하고 있었다.
개틀링 스파이럴(Gatling Spiral).
엘리나가 판에게 사용했던 스파이럴 토네이도 블레이드와 나선형으로 회전하여 파괴력과 관통력을 극도로 높힌다는 점은 같았지만 엘리나가 검 한 자루에 힘을 집중시킨 것과는 달리 판은 나선형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암흑투기의 탄알들을 수십개를 발사하는 형식이었다.
거기다가 회전을 하고 있는 덕분인지 속도에도 가속력이 붙어있었고 아까전의 탄알들처럼 가볍게 그물을 쳐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파악한 제니는 바로 검을 판이 발사하는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회전하는 방향에서 반대방향 쪽으로 마구 회전시켰다.
슈우우-
빠르게 회전하고 있던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제니의 역회전의 힘에 휩쓸려 맹렬한 힘을 잃어버렸고, 이내 그녀가 휘두른 참격 형태의 암흑투기의 칼날들이 날라가 암흑투기의 탄알들을 모조리 베어서 소멸시켜버림으로서 판의 이번 공격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니는 이어서 판을 향해서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그보다 위력이 훨씬 더 강한 암흑투기의 칼날들을 날려댔고, 판처럼 제자리에서 공격을 발사하는 방식이 아닌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다양한 방향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 참격을 날려댔다.
그저 단순히 가만히 참격을 날려대는 식이 아니라 발을 섬세하게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암흑투기의 칼날들이 더욱 위력과 속력이 강해져서 날라갈 수 있도록 몸의 사소한 자세들까지도 신경 쓰는 순수하게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경지를 쌓아온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본래 신이었기에 처음부터 강자였던 판에게는 불가능한 방법들이었다.
그렇지만 판은 제니처럼 섬세한 공격을 보이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다산의 신이라는 이름답게(?) 개틀링 스파이럴처럼 한 번에 수많은 공격을 날려대는 것이나 대마왕 답게 크게 한 방을 날리는 것을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세르티네스의 마력들을 루시퍼와 벨제뷔트랑 나누기는 했지만 3 분의 1을 흡수한 지금의 판은 그의 신으로서의 삶과 대마왕으로서의 삶을 모두 뒤져보아도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때!
"다크 임페리얼 버스터!"
판은 9 서클의 흑마법, 다크 임페리얼 버스트를 사용하였고 거대한 어둠의 마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체가 빠르게 제니를 향해 쏘아졌고, 제니가 날린 암흑투기의 칼날들은 일제히 다크 임페리얼 버스트에 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다크 드래곤 로드로서 어둠의 마력만큼은 다른 대마왕들보다 훨씬 압도적인 양을 보유하고 있던 세르티네스의 3 분의 1에 달하는 어둠의 마력들을 흡수한 만큼 판의 흑마법의 위력 역시 강해져있었고, 특히나 판이 사용하는 흑마법은 발현 방식은 전혀 틀리지만 보여주는 결과는 오히려 트롤 마법에 비슷했다.
무조건 크고, 파괴적이고 강력하게.
밑바닥에서부터 실력을 쌓아온 인간 마법사면 모를까, 처음부터 신이었던 판에게 섬세한 마법을 다루는 힘 같은 재능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애초 신은 의지의 힘을 사용하기 마련이었고, 용언 마법처럼 말만 하거나 혹은 강하게 이미지를 떠올리기만 하면 이루어지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마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계가 명백했다.
끊임없이 다양한 활용법들을 만들고 성장해가는 마법과는 달리 한계가 명백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의지의 힘이었지만 그 의지의 힘으로 '마법'을 구현화시킨다면 그 위력은 얕볼 수 없게 변해갔다.
물론 그 마법에 대해서 자세히 익혀야했고 또 마법을 마법사로서 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힘으로 발현시키는 것인만큼 여러가지가 고정되어 다양한 변화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강력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메리트였고 특히나 의지로 마법을 발현시키더라도 마법의 형체와 힘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어둠의 마력인만큼 많은 양의 어둠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다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판의 마법은 순수한 어둠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흑마법이었기에 다른 것은 상관없이 위력에만 집중해있었고, 애초 섬세한 운용이나 다양한 변화 등은 기초도 할 줄 모르는 판이었기에 위력에만 무식하게 집중한 마법 답게 위력만큼은 회귀전의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가 사용하던 9 서클 마법에 비견될만했고 즉 평범한 9 서클 마스터의 9 서클의 마법의 몇 배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카이라스라면 그냥 무식하게 정면으로 맞부딪칠 것도 없이 그냥 간단한 파훼법으로 마법을 파훼시켜서 무력화시키겠지만 제니는 마법사가 아닌 검사였고, 서큐버스 퀸이 된 이후에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대의 퀸인 릴리트에게 어둠의 마력들도 받은 그녀였지만 그녀가 가진 어둠의 마력은 판이 보유한 어둠의 마력과 비교하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대마왕인 그녀 역시 대마왕의 권능을 통해서 판이 가진 것과 같은 의지의 힘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의지의 힘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고 그만큼 소비되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어둠의 마력을 사용해야하는데 판이 지금 사용한 다크 임페리얼 버스터는 본래 9 서클의 흑마법이었기에 파훼를 하려면 카이라스와 같은 섬세한 마력 운용을 할 수 없는 제니로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어둠의 마력을 소비해야했고 그것은 극히 비효율적이었다.
'그럼 피하면 되지.'
그리고 제니는 자신에게 쏘아지는 헬 파이어조차도 능가하는 위력을 지닌 거대한 어둠의 마력의 구체 덩어리를 이동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신법(迅法)이라는 것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으로 피해낸 제니는 그대로 엘리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흠?"
판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내 그녀가 하려는 행동을 깨닫고는 황급히 그녀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순간적인 속도를 내는데는 체계적으로 힘을 기른 제니가 그보다 뛰어났기에 엘리나를 갑작스럽게 낚아챈 그녀는 그대로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성가시게 만드는 계집이군!"
판은 제니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며 이 세계를 빠져나가려 했다. 이 세계, 어비스는 애초 그가 만든 것이었기에 제니와는 달리 그는 이 세계에서 나가는데 조금의 힘도 쓸 필요가 없었고 그녀가 엘리나를 낚아채 가봤자 따라가면 그만이었기에 그녀의 짓을 의미없는 짓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피리 소리를 들은 엘리나가 있는한 그는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그녀의 체내에 깃들여있는 자신의 기운을 통해 단번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으니...
"흐음!"
그리고 판은 이어서 제니와 엘리나를 추적하기 위해 어비스를 빠져나가 중간계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바로 제니와 엘리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 그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제니와 더불어 엘리나를 제외하고도 두 명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제니 이상으로 긴 흑발의 머리카락에 검은색이 드문드문 섞인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치명적인 색기를 머금은 붉은 눈동자를 지닌 검은 부채를 들고 있는 고귀한 자태의 아름다운 여인, 마신의 성녀이자 대륙 최강의 제국의 황제인 아이린 폰 카르시스는 검은 부채로 살포시 아름다운 얼굴의 절반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오랜 세월 동안 머리가 굳어있는 덕분인지 단순하군요. 설마 이런 유인에 간단히 걸리다니. 유린, 어머님을 잘 모시고 있어요."
"네, 언니."
판을 조소하면서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는 엘리나를 품에 안아서 부축하고 있는 유린에게 말한 아이린은 유린의 대답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판은 자신이 함정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이런 간단한 함정에 걸리다니, 솔직히 그 동안 일이 너무나 잘 풀려 크게 방심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신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들이 가진 교활함 등을 어느 정도 배웠다고 자부하던 판이었으나 그것이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인간들은 애초부터 신으로서 태어났던 그의 상상 이상으로 교활했으니까.
"제니 양, 그럼 직접적인 처리는 맡기겠어요. 꼭 붙잡아두도록 해요. 저 자의 머리 속을 끄집어내서 얻어야할 정보가 많으니까."
얼굴을 가리던 부채를 치운 아이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신의 성녀로서 대마왕인 제니의 힘을 축복으로서 강화시킨 지금 판이 제니를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게 되었고, 거기에 아이린 본인이 여러가지 주박을 건다면 판으로서는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곳은 전쟁터에서 상당히 뒷편에 위치한 곳이었기에 당장 그를 도와줄 드래곤들은 저 멀리서 격전들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진짜 위험하군.'
판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의 붉은 눈동자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기껏 다시 신이 될 기회가 왔는데...여기서 죽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 작품 후기 ============================
하도 오랫동안 안썼던 덕분인지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힘드네요 한편 쓰기도;
어떻게든 감각을 되찾아서 연참을 하던지 해야하는데...난감해요 정말..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