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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아티팩트, 지배자의 눈]
[금단의 아티팩트, 지배자의 눈]
'기껏 다시 신이 될 기회가 왔는데...여기서 죽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자신의 목숨이 위기에 처한 순간, 판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신의 자리를 잃고 대마왕으로서 살아오며 자존심 따위는 예전에 버렸던 그였다.
애당초 자존심이라는 것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면 벨제뷔트와 루시퍼, 이 둘과 힘을 합쳐서 세르티네스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을 것이었다.
판은 제니가 자신을 공격해온다면 그대로 끝장임을 알았기에 바로 제니에게 축복을 걸어준 마신의 성녀이자 인간 측의 총사령관인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 아이린 폰 카르시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인큐버스 킹 판이 인간들의 황제, 아이린 폰 카르시스에게 항복을 청합니다."
"......"
"......"
"......"
난데없는 판의 항복 요청에 제니는 물론이고 아이린과 유린 자매 역시 침묵을 했다.
제니는 기가 막힌지 아이린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이 놈을 어떻게 할까?"라며 처분을 물었고, 셀리나만큼이나 조용한 성격인 유린 역시도 황당한듯 판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내리고 있던 부채를 다시 들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의 눈 아래의 절반을 가린 아이린은 차가운 붉은 눈동자 안에 경멸감을 가득 담아 판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한심하군요. 한 때 다산의 신이었으며, 또한 배신자이긴 하지만 엄연히 한 종족을 이끄는 왕이 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렇게 쉽게 무릎을 꿇다니."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일단 살아야죠."
아이린의 차가운 질책에도 판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아이린이 판의 앞으로 한걸음 다가온 순간 판은 그대로 아이린을 인질로 잡으려는 생각인듯 손을 뻗었지만 그 순간 그는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에 마주친 순간 섬뜩한 분위기에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흐응~역시나 이런 꼼수나 쓰니 세르티네스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합공이나 하려고 했겠죠."
아이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판을 비웃었다.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이며 한 때 다산의 신이기까지 했던 그를 비웃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 속에서 판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가 봐왔던 여인들 중에서 아이린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인들은 당장 눈 앞에만 해도 엘리나와 유린, 제니 등이 있었지만 그녀 같이 전신에서 고고한 분위기와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의 압도적인 고귀함을 풍기는 여인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복장부터가 검은 색이 섞인 화려한 붉은 드레스에 그녀의 몸에 걸치고 있는 장신구들 역시 하나 같이 화려하면서도 그녀에게 전혀 조금의 어색함도 주지 않고 완벽하게 그녀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보조해주고 있다지만 그녀가 풍기는 이 기운과 비슷한 기운을 판은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판은 이 느낌이 누구에게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한지 확신할 수 있었다.
"너는...아니 당신은 대체?"
판이 여태까지와는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린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아이린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고는 판의 기억을 읽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뻗어지는 새하얀 손을 바라보면서도 몸이 마비된듯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낀 판은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신하였다.
'이 여자는...단순히 마신의 성녀 따위가 아니야. 이 여자는...'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섬광이 떨어졌다.
* * *
딱-
루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가 가진 블러드 마나와 대마왕들에게서 조금씩 받아낸 암흑투기를 조합해낸 암흑혈투기로 이루어진 수많은 가느다란 실들이 수백, 수천가닥이 얽혀 마치 그물과도 같은 모양이 되어 움직였다.
그리고 수천에 달하는 푸른 꽃잎들이 일제히 그녀가 만들어낸 검붉은 실들과 충돌했고 하나하나가 오러 블레이드 급의 절단력을 지닌...아니 애초부터 오러 블레이드에서부터 피어오른 꽃잎들이었지만 오러 블레이드의 절단력보다 능가하고 있는 루나의 실들은 견디지 못한채 이윽고 모조리 절단되어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루나가 생성한 실들의 위력은 충분히 약해져있었고, 그런 그녀가 생성한 실들을 향해 다른 공격이 날라왔다.
"불꽃폭풍우, 블레이즈 템페스트!"
아름다운 여인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와 함께 8 서클의 공격 마법인 블레이즈 템페스트가 발현되어 매우 빠르게 회전하는 불들로 이루어진 붉은 공들이 그녀가 생성한 검붉은 실들을 강타하고 폭발을 연달아 일으켰고, 결국 그녀가 생성한 그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슈우우웅-
그리고 푸른 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녀를 향해 휘둘러졌고, 루나는 그 공격이 단순한 오러 블레이드의 공격이 아닌 그녀로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는 강력한 공간절단의 힘이 깃들여져있음을 알고는 몸을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을 피했다.
그녀가 이 세상에 불러들인 소환수들은 이미 모조리 역소환되어있었고, 현재 싸움이 가능한 것은 오직 그녀 뿐이었고 상황은 그녀에게 점점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본래는 디아나와 셀리나만을 상대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들이 암흑혈투기를 쓰기 시작한 그녀와의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어디에선가 자꾸 그녀를 도와주는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작은 유리아나라고 하는 붉은 머리카락의 계집애가 나타나서 오러 블레이드의 꽃잎들을 마구 생성해내며 광범위한 공격으로 그녀가 소환한 소환수들을 모조리 단숨에 전멸시켜버리며 그녀의 광범위 공격에도 번번히 방해를 해대었다.
그리고 티세라라고 하는 금발의 계집과 그 계집의 딸이라는 에메랄드빛 녹색의 머리카락의 레이나라는 계집이 나타나 광범위한 마법 공격과 함께 도저히 막을 엄두도 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공간절단의 힘이 담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대었다.
그리고 디아나와 셀리나는 그녀들이 상대를 해주는 동안 보다 여유 있게 은신을 하고 암습을 가하는 식의 공격을 해오니 5 명의 여자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루나라 해도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연계 역시 싸워보는 입장으로서 느껴볼때 하루이틀 연습해온 것이 아니었고 만약 그녀가 에라시안에게 세뇌를 당한 상태이기에 감정을 통제받고 있어 냉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짜증을 느꼈을 법한도 한 상황이었다.
[루나!]
그리고 6 번째의 적의 등장에 루나의 아름다운 얼굴이 찡그려졌다.
칠흑빛의 갑주로 무장하고 있는 사기를 줄줄 풍기고 있는 데스 나이트의 얼굴은 비록 시체 답게 창백하기는 하지만 루나는 그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애초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저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었으니까.
"추한 꼴이로군요, 아베디스."
자신의 남편을 향해 루나가 경멸스럽다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항상 남편의 앞에서는 얌전하고 순종적인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내로서의 모습만을 보였던 루나였지만, 지금 에라시안에게 세뇌되어있는 그녀에게 그녀의 남편인 아베디스의 등장도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지금의 그녀 입장에서는 그저 귀찮은 적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었다.
[루나...]
아베디스는 드디어 재회를 하였지만 너무나도 변해있는 아내의 모습에 데스 나이트가 되어있는 상황에서도 참담한 목소리를 내었다.
[루나, 안나는...우리 딸은 어떻게 되었소?]
안나의 이름이 들려오자 루나의 얼굴이 처음으로 찡그려졌다. 찡그려진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루나였지만, 지금 그녀 본인은 머리에서 살짝 느껴진 두통 때문에 어지러움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내 견고한 에라시안의 세뇌가 그녀의 모성애마저 억눌러버림에 따라 다시금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온 루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목이 마르길래 피를 모조리 빨아 식량으로 사용했죠. 반은 인간이라서인지 피맛이 상당히 좋더군요."
에라시안은 루나에게 한모금의 피도 주지 않고 그녀를 피에 굶주리게 만든 후 그녀에게 여러가지 정신 마법을 걸어 이성을 잃게 한 후 함께 잡혀왔던 딸 안나를 그녀가 있는 곳에 보내주었다.
루나를 보자마자 엄마를 부르며 그녀의 품에 안겼던 안나는 바로 굶주렸던 루나의 송곳니가 목에 박혀 피를 빨린채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고 이윽고 허기가 가라앉으면서 정신 마법들도 모조리 풀린 루나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던 친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녀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져버렸었다.
그리고 정신이 망가진 그녀를 에라시안이 세뇌하고 개조하여 변모된 모습이 바로 지금의 루나였다.
그렇지만 그런 자세한 설명들은 생략된채로 루나는 아베디스를 향해 딸의 죽음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을 하자 아베디스는 데스 나이트가 된 상황임에도 크나큰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화목하던 가정을 습격해와 파멸시킨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그녀를 향한 증오는 만약 그가 인간이었다면 도저히 통제를 할 수 없었을 것이었고 그나마 데스 나이트가 되어있는 덕분에 침착해진 상태였기에 증오를 막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통제하는 그는 자신과 루나를 번갈아바라보는 그의 은인, 카이라스의 아내들에게 부탁했다.
[부디 제 아내를 구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흥, 아저씨가 말을 안해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이 여왕님의 고모는 이 여왕님이 직접 구해낼테니까."
"저희도 애초부터 루나 님을 구하려고 여기에 온 거잖아요."
루나와 직접적인 혈연의 관계가 있는 디아나와 셀리나가 다른 아내들의 몫까지 대표해서 말해주었을 무렵이었다.
[그건 좀 곤란하군요.]
하늘에서 무엇인가 섬광이 떨어졌다.
* * *
카이라스는 섬뜩한 살기를 가득 머금은 검은 눈동자로 웃음을 짓고 있는 에라시안을 향해 마치 맹수가 으르렁 거리는듯한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라시안, 네 년을 정말 더더욱 죽여버리고 싶군."
그렇지만 에라시안은 그런 카이라스의 사나운 목소리에도 여유롭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훗, 이런 섭섭한데요. 이래뵈도 지배자의 눈의 효용성을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는데 말이죠. 거기다가 방금전 것은 당신의 여자들에게는 별 해도 없었고 오히려 전 여태까지 당신을 위해서 선물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말 서운하네요. 호호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웃음을 짓는 에라시안의 모습은 확실히 아름다웠지만 카이라스의 눈에는 여전히 그녀의 아름다움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배자의 눈에만 그의 시선이 집중되어있었다.
============================ 작품 후기 ============================
카이라스 빠르게 스토리 나갑니다. 생각해두었던 부분들도 짤리는게 많이 있겠지만 빠르게 완결내려고...
그리고 현재 루나의 경우만 특별하게 강한겁니다. 수장급 블랙 드래곤의 피까지 빨아먹은데다가 대마왕들에게서 암흑투기도 조금씩 받고 에라시안이 직접 강화형 개조까지 했거든요.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