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5 / 0380 ----------------------------------------------
[여신 대 여신]
[여신 대 여신]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신들의 힘은 서로 싸움의 여파만으로도 세상 자체를 파괴해버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신들은 싸우는 장소 역시 정해져있었다.
바로 배틀 필드(Battle Field)라고 불리는 세계였다.
신들끼리 마음껏 싸울 수 있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세계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평지와 같은 세계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세계는 신들의 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세계 자체가 신들의 싸움의 여파로도 박살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주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는, 태초의 근원에서 신들의 싸움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생한 세계였기에 이곳에서는 에라시안과 아이린은 힘을 제어할 필요 없이 마음껏 분출하며 싸울 수 있었다.
"......"
"......"
그리고 아이린과 에라시안은 허공에 뜬채로 서로를 노려보며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고혹적인 미모를 지닌 두 여신이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은 누가 보아도 가슴이 설레일만큼 아름답고 고고한 모습들이었지만, 정작 두 여신에겐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이린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카이라스의 해방을 위해 에라시안을 이곳에 묶어놓는 것이었고, 에라시안은 바로 아이린을 제압하여 그녀를 생포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아이린이었다.
그녀의 손에 생성된 어둠의 기운이 마치 칼날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그 기운의 안에 '신의 의지'가 깃들여졌다.
그리고 그녀의 공격이 수천번은 연달아 에라시안을 향해 날라갔고, 에라시안 역시도 손에 황금색의 기운을 마치 칼날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아이린이 날려대는 공격에 '신의 의지'를 담아 날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은 그녀들이 서로의 공격이 상쇄되는 여파에 방어태세를 취했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여신들의 수십번의 공격이 충돌하면서 너무나도 강력한 충돌로 인해 주변의 공간 자체가 완전히 뒤흔들리고 있었다. 그나마 이곳 세계였기에 이 정도였지 만약 밖의 세계에서 벌어진 전투였으면 이 충돌만으로도 카르시스 제국의 영토 수준의 범위의 공간이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공간이 뒤흔들리던 것도 잠시, 순식간에 배틀 필드의 세계는 신들의 싸움을 위한 무대 답게 절대신의 반열에 오른 그녀들의 충돌에도 금새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바로 에라시안의 손에서 뿜어져나온 황금색의 기운이었는데 이윽고 그 기운은 순식간에 수십억개로 분리하여 아이린의 몸을 관통하기 위한 황금색의 광선들로 변화해 그녀를 향해 날라갔지만, 아이린의 육체는 순식간에 검은 운무와 같이 변하였고 그 검은 운무는 빛의 속도라 불러 마땅한 가공할 속도로 순식간에 에라시안의 뒤로 이동한채 어둠 손에서 새하얀 손이 튀어나오며 그대로 에라시안의 몸, 정확하게는 엘리나의 육체의 심장이 있을 부분을 뒤에서부터 노리며 공격해왔다.
하지만 에라시안은 간단하게 몸을 뒤로 돌린 후 아이린의 손을 붙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대결 도중 입을 열었다.
"꽤나 실력이 상승했군요. 그나저나 이 육체는 당신의 남편인 카이라스의 엄마인 엘리나의 육체인데 정말 가차 없군요."
"...이미 당신에게 동화된 이상 해방시킬 방법이 없으니까요."
아이린은 다시금 아름다운 여인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갖추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에라시안은 이내 쿡쿡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상당히 마음을 독하게 먹었군요. 이미 이 계집의 육체는 카이라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
"그리고 당신의 딸인 아이리스라는 계집아이는 지금 카이라스의 아이를 임신한채 카이라스에게 안겨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말이죠."
에라시안의 도발에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에 스산한 살기가 깃들여졌다. 어둠의 여신이 된 그녀였지만 그녀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었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딸이 당하고 있는 상황은 그녀에게 확실히 크나큰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분노에 사로잡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다.
"정말...당신은 용서할 수 없군요. 카이라스 공자가, 내 남편이 왜 그리 당신을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했는지 정말 잘 알 것 같습니다."
"호호, 저는 카이라스를 한 번도 증오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에라시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린의 손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고, 아이린은 비어있는 왼손에서 수많은 검은색의 기류들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기류들은 마치 살아있는듯이 에라시안을 붙잡으려 들었지만, 에라시안은 아이린의 손을 놓고 가볍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했고 그녀가 움직이는 속도의 여파만으로도 주변에 거센 광풍이 불러일으켜졌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싸움 속에서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공격하는데만 집중하였다.
칠흑 같은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어둠의 여신과 황금빛의 찬란한 기운을 뿜어내는 지배의 여신의 싸움은 이미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속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저 검은 빛과 황금색의 빛이 번쩍거리는 순간에는 이미 수천번도 넘는 공격을 서로 겨룬 상태였고, 그녀들이 이동한 장소 역시 이미 카르시스 제국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의 거리를 넘어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 속에서도 그들은 모두 시간가속의 힘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유리아나가 10 배 정도까지의 시간가속이 한계였던 것에 비해 그녀들은 현재 수십만에 달하는 시간가속을 선보이고 있었다.
만약 그녀들이 정말 중간계에서 싸움을 벌였다면 중간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 것이었다. 아니 행성 자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었다.
그만큼 절대신의 가공할 힘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들은 공간절단의 힘을 담은 공격을 한 번에 수십만번 씩 사용하는 압도적인 위력을 선보였으며 이어서 에라시안과 아이린은 서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각자 검을 생성한채 검술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공간절단의 힘 뿐만이 아닌 시간마저도 절단해 멈추어 공간이 가진 복구의 힘까지도 무력화시킨다는 시공절단의 힘을 검에 불어넣어 사용하고 있는 둘이었기에 둘의 시공절단의 힘이 충돌할 때마다 반발현상이 일어나 그 충격은 고스란히 서로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시간의 개념을 '창조'하여 공간이 알아서 복구력을 지니게 만드는 것으로 반발현상의 충격이 자신들에게 오는 것을 막았고, 계속해서 검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아이린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에라시안은 그저 가만히 제 자리에 있었다.
스윽-
그리고 에라시안을 향해 손을 뻗은 아이린은 이윽고 하나의 힘을 창조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빛조차도 삼켜버린다는 블랙홀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일반적인 블랙홀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당장 아이린의 힘은 오직 에라시안만을 향하고 있었고 또 블랙홀과 같은 구멍은 다른 것은 일제히 빨아드리지 않고 오직 에라시안만을 빨아드리기 위해 무한한 인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삼켜져 소멸해주세요."
아이린이 차갑게 말하면서 블랙홀에 불어넣던 중이던 자신의 힘을 더더욱 빠르고 많게 불어넣었다. 에라시안이 척력의 권능을 사용해 반발을 일으키려 하더라도, 그녀가 화이트홀을 생성하더라도 이미 저 블랙홀은 색깔부터가 까만것이 진짜 블랙홀과는 이름만 같을 뿐 완전 다른 구멍이나 다름 없었고 그저 일단 빨려들어간다면 빛의 속도로도 탈출 할 수 없을 터였으니 그닥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대로 아이린의 권능이 주는 압력에 저항을 하며 버티겠지만 결국은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마신의 권능 중에서도 최강을 다투는 신을 소멸시키기 위한 권능 답다면 다웠지만, 에라시안은 오히려 살짝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놀랍게도 아예 블랙홀의 안 쪽으로 스스로 뛰어드는듯한 모습을 보였고 정말 찰나의 순간 아이린이 생성한 블랙홀은 그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예외인걸요?"
아이린은 납득이 가지 않는듯 중얼거렸다. 솔직히 에라시안을 죽일 생각으로 블랙홀을 쓰긴 했지만, 에라시안 정도의 강자라면 블랙홀을 무효화시킬 방법은 있었다. 그 예로 소드 익스퍼트 초급 수준의 분신을 생성해내 블랙홀이 빨아드리려는 지정대상을 분신에게로 옮긴다면 블랙홀은 혼란에 빠져 분신만을 집어삼키고 끝날 수도 있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저 강력한 무효의 힘을 담은 권능을 전력으로 방출한다면 신으로서의 힘인 신기(神氣)의 소모가 극도로 심하겠지만 아이린의 권능은 확실히 무력화 됬었을 것이었다.
즉 죽일 생각으로 쓰긴 했지만 이것이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즉각 다른 권능들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에라시안은 그저 블랙홀의 안으로 뛰어드는 길을 택했고, 그로인해 그녀의 모습은 이제 이곳에 없었다. 이제 이 대결의 승자는 그녀가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하윽!"
그리고 그 순간 아이린이 심장이 저릿한 통증을 느꼈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금새 알아차렸다. 바로 블랙홀에서부터 무엇인가가 역으로 그녀가 보내는 권능을 타고 침투해 그녀의 내부를 공격한 것이었다.
"쿨럭, 욱!"
그리고 급기야 아이린은 피까지 토해냈고, 여신의 육체로 피를 토해낼 정도라면 정말 보통 심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린은 다급하게 얼른 블랙홀에 주입하던 권능의 연결을 끊어냈지만 이미 아이린의 힘을 가득 받은 블랙홀은 아이린이 사라지라 명하기 이전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린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블랙홀의 안에 분명히 에라시안은 빨려 들어갔고(스스로 뛰어든거 같지만) 아무리 버티더라도 결국은 소멸하게 될 터였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에라시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이윽고 그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콰아아아앙-
그녀가 만들어내었던 블랙홀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이린은 급히 주변의 공간을 완벽히 차단하여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눈 앞에 보여진 광경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람을 표시했다.
"이럴수가..."
분명 블랙홀은 에라시안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 절대신조차도 안에 빨려들어가기 전에 박살을 낸다면 모를까 일단 빨려들어간다면 탈출할 수 없고, 안에서 그저 권능의 압력에 소멸할 수 밖에 없어야만 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 앞에는 아름다운 황금빛을 전신에서 찬란하게 빛내고 있는 섹시한 복장의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 엘리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에라시안이 똑똑히 보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엘리나의 모습이었거늘 그녀의 모습은 지금 너무도 달라져있었다.
우선 등에는 드래곤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황금색의 날개가 펼쳐져있었고, 엘리나의 아름답기로 유명하던 엉덩이의 사이에는 황금색의 드래곤의 꼬리와 같은 모양의 꼬리가 나있었으며 그녀의 머리에는 본체의 드래곤으로서의 모습일때의 에라시안의 머리의 뿔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뿔이 나있었다.
드래고니안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모습.
그러나 아이린이 놀란 가장 큰 이유는 에라시안이 블랙홀의 안을 찢어내고 탈출한 것도 아니었고, 그녀의 모습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가공할 힘 때문이었다!
신들의 힘은 신들이 가진 의지의 크기에서 비롯된다. 마치 드래곤들의 용언처럼 가능한 힘의 한도 내에서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힘을 보이는 신들이었지만 그렇기에 마법에 비해 변칙적인 방법들이 떨어지는 단순한 공격들을 주로 사용했었다.
그렇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신들은 동수의 상대가 아니라면 그런 변칙적인 면조차도 무시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그냥 짓눌러죽이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여태까지의 승부는 엘리나를 동화시킨 에라시안에 비해서 아이린은 떨어지지 않는 변칙적인 권능의 사용법들을 익히고 있었기에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었다.
그렇지만 지금 에라시안에게서 느껴지는 신으로서의 힘은 그야말로 격을 달리하고 있었고, 아이린은 공포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서 에라시안이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에 묘하게 장난기가 깃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둠의 여신, 아이린. 마신인 당신의 실력을 잘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부터...슬슬 놀이를 끝내도록 하겠어요."
"크읏..."
============================ 작품 후기 ============================
에라시안의 최종모드 등장입니다.
그리고 드래고니안 모드에 대해서는 다음화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드래고니안 모드는 카이라스도 생각해두고 여러번 세르티네스를 통해 드래고니안 모드를 대놓고 언급은 안하지만 생각해두는 묘사 등은 떡밥으로서 투척되어있었죠. 생각해둔 이론이라는 식으로.
그리고 아이린과 에라시안의 힘은 사기적이지만...참고로 신 각성 모드의 카이라스는 드래고니안 모드 에라시안을 제외하면 지금 아이린과 에라시안이 보여줬던 힘보다 한 수 위의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드래고니안 모드까지 한 카이라스가 상대라면...후속작의 주인공이 상대해야하는 최종보스의 강력함은 그저 눈물(...)
그리고 카이라스의 아내들은 계속해서 카이라스의 아내로 있습니다. 변함 없이.
그리고 아이린이 쓴 기술인 블랙홀은 이름만 블랙홀이지 실제 블랙홀과는 묘사에서처럼 확실히 틀립니다.(우선 눈에 잘 보입니다. 블랙홀이 투명드래곤처럼 투명투명해서 안보이는거는 아니지만)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