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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벌이]
[시간벌이]
에라시안은 엘리나의 육체와 영혼을 지배하는 상태에서 여신의 경지에 오름에 따라 그녀 본인 자체도 여신이 되었지만 동시에 함께 여신의 경지에 오르게 된 엘리나의 모든 것을 자신의 분신체처럼 지배하고 다룰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또 다른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엘리나의 힘을 공급받아 자신의 힘처럼 사용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힘이 1 + 1로서 2의 효과를 낸다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2 명의 절대신이 함께 힘을 합쳐 권능을 사용하는 것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에라시안은 엘리나의 힘과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1 + 1로서 2의...아니 그 이상의 효율을 낼 방법을 궁리했고 그녀가 떠올린 것은 과거 1000 년전 들었던 한 이론이었다.
드래고니안 폼.
인간과 드래곤의 연결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드래곤이 체내에 깃들여져 힘을 주는 것과 드래곤의 모습을 바탕에 인간이 체내에 깃들여져 힘을 주는 방식이 있었다.
즉 에라시안과 엘리나의 연결이나 카이라스와 세르티네스의 연결과 같은 상태를 예로 들자면 에라시안의 경우 엘리나의 육체를 메인으로 하고 본인이 엘리나의 육체에 깃들여져 그녀에게 힘을 주는 방식이 있고, 또 에라시안의 드래곤으로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엘리나를 드래곤의 육체에 깃들게 하는 방식이 있었다.
카이라스와 세르티네스도 그런 방식이 가능하긴 했고, 또 카이라스나 세르티네스는 서로의 육체에 대한 지배권도 마음대로 공유할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서로를 부부로서 존중하던 그들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에라시안은 거리낌 없이 엘리나의 육체에 깃들여져 전투에 가장 적합한 인간 형태의 육체를 메인으로서 다루며 아이린과 전투를 벌였었다.
드래곤으로서의 본래 모습으로서 싸우는 것은 신들끼리의 싸움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완벽하게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드래고니안 폼이었고, 바로 인간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여 거기에 드래곤으로서의 힘을 덧씌움으로서 두 개의 힘이 각각 따로따로 서로를 지원해주는 식이 아닌 그대로 완전히 하나로 융화되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방식이었다.
이 이론은 카이라스는 그저 생각만 해두고 시행을 하지 않았었지만, 에라시안은 지금 아이린을 상대로 이 방법을 실제로 사용했고 그로서 그녀는 지금 아이린의 권능을 간단히 제압하고 어둠의 여신이 된 아이린조차 공포를 느낄만큼 강력한 힘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의 여신, 아이린. 마신인 당신의 실력을 잘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부터...슬슬 놀이를 끝내도록 하겠어요."
"크읏..."
보다 거대해진 신의 의지가 아이린을 향해 뿜어져나왔고, 아이린은 요염한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내가 해야할 일은...시간을 버는 것. 제니 양, 에이미 양...둘 다 한시라도 빨리 카이라스 공자를...그리고 세르티네스...뒷일을...'
* * *
그리고 아이린이 에라시안과 마주쳤을 때, 제니와 에이미는 황궁으로 잠입하는 중이었다.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 내부의 지리는 이미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잠입하여 걷는데는 문제는 없었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그녀들의 존재감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녀들의 존재는 에라시안에 의해 들통이 나있었고, 그녀들을 잡기 위해 10 명의 미녀들이 일제히 나타나 그녀들을 포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카일라, 유리아나, 디아나, 셀리나, 티세라, 레이나, 플로리아, 유린, 실비아, 그리고 루나까지.
똑같이 풍만한 가슴들을 거의 드러내놓고 있는 것이나(아직 성숙하지 못한 실비아를 제외하면) 마찬가지인 새하얀 비키니 상의에 옆이 트인 새하얀 미니스커트를 착용하고 있는 10 명의 미녀들을 본 제니와 에이미는 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는데 그녀들은 전투태세를 취함과 동시에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읏!"
"윽!"
바로 무엇인가가 그녀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저주를 건 것이었다.
그리고 대주술사인 에이미와는 달리 서큐버스 퀸이기도 한 제니는 지금 자신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저주의 정체를 금새 알아차렸다.
다산의 신 판.
사당의 주인 바알세불(벨제뷔트).
샛별의 신 루시퍼
그 외의 신의 자리를 얻은 4 명의 대천사들.
바로 에라시안에게 협력의 대가로 신의 자리들을 되찾은 그들의 저주였다.
그들은 현재 모두 에라시안이 만들어준 신계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중간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신계에서부터 그녀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저주를 일제히 사용한 것이었고 비록 중간계의 벽을 넘으면서 저주의 위력이 약해졌다지만 7 명이나 되는 신들이 한꺼번에 저주를 걸었기 때문인지 제니와 에이미는 힘이 상당히 빠진 것을 느꼈다.
대충 검신의 기준으로 치자면 최상급의 검신의 힘이 상급의 검신 수준으로 떨어진 정도로 볼 수 있었다.
그만큼의 힘이 떨어진 그녀들을 향해 거기에 이제는 주신 일루바타르의 성녀가 아닌 지배의 여신 에라시안의 성녀가 되어버린 실비아가 직접적으로 성녀로서의 저주를 걸었다.
"여신을 거역하는 저들에게 약화의 저주를, 여신께 복종하는 우리에게 강화의 축복을."
그리고 실비아는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9 명의 카이라스의 아내들에게는 축복을 사용했고, 에라시안의 축복은 마치 마신의 축복처럼 검사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들까지도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고 특히나 마신의 성녀인 아이린이 어둠의 권속에 속한 자들의 힘을 20% 정도 증가시켜주는 것이었던 것에 비해 에라시안의 축복은 무려 50%나 그녀들을 강하게 만들어주었고 강력해진 그녀들의 기세에 제니와 에이미는 지금 상황이 대단한 위기임을 느꼈다.
"서큐버스 퀸, 제니. 서방님과 함께 시공회귀를 한 동료."
그리고 제니를 바라보던 카일라가 연분홍빛 입술을 열며 말했고, 제니의 붉은 눈동자가 카일라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일라는 항상 차가운 표정만 짓던 본래의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할 살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공회귀 후 현재의 나이 35 살의 자지 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노처녀. 하지만 이제 곧 서방님의 아내가 되어 평생 귀여움을 받게 될테니, 스스로 검을 내리라고 충고하겠어."
그리고 카일라의 입술에서 살짝 연분홍빛 연기가 흘러나왔고, 동시에 유리아나를 비롯한 다른 아내들의 붉은 입술에서도 연분홍빛의 연기가 흘러나와 포위되어있는 제니와 에이미를 휘감았다.
"읏!"
"하윽!"
제니와 에이미는 연기가 본능적으로 좋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각자 방어막을 쳤지만 놀랍게도 그 연기들은 그대로 방어막을 통과하며 안으로 들어왔고 그 연기를 맡은 제니와 에이미는 갑자기 아래에 있는 양쪽의 구멍이 동시에 욱씬 거리는 것을 느꼈다.
성욕이 미친듯이 솟아올랐고, 제니는 서큐버스 퀸인 자신까지 이리도 간단하게 성욕에 휩싸이게 만드는 힘에 놀라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들은 긴장감을 자극당한 탓인지 더욱 예리하게 변해있었다.
슈우우웅!
제니는 바로 암흑투기를 담은 검을 카일라를 향해 휘둘렀고, 에이미는 바로 주술력을 담은 회전하는 물의 칼날을 유리아나에게로 날린 후 유리아나가 그것을 막아내는 사이 보여진 틈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주술사의 전투는 마법사처럼 근접전은 검사를 상대로는 좋지 못했기에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제니의 공격은 카일라와 레이나의 검에 의해 막혔고, 에이미의 탈출 시도는 유리아나와 티세라에 의해 저지되었다.
결국 다시금 원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게 된 제니와 에이미는 자신들이 원 안에 갇혔음을 확실히 느꼈다.
"...싫어, 이런거."
유리아나를 바라보던 에이미가 품에 안고 있던 곰인형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항상 멍해보이던 붉은 눈동자에 아주 약간이지만 슬픔을 담아 말했다.
"나, 유리아나 싫지 않았어. 나, 모두 좋았어. 나, 라스 오빠랑 함께 있는게 행복했어. 나, 라스 오빠 애 100 명 진짜로 낳고 싶었어...이런거는 싫어...모두...내가 아는 모두가 아니게 됬어."
평상시 말수도 적고 항상 과자 등을 먹으면서 백치 같은 무표정으로 있던 에이미였기에 슬픔을 담아 말하는 그녀의 말은 더 애절하게 들려왔지만, 이미 완전히 에라시안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그녀들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에이미, 아무래도...작전을 변경해야겠어."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듣던 제니가 조용히 말했고, 에이미는 이내 살짝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이는 이미 28 살로 성숙한 여인의 나이인 그녀였지만 외모 자체는 여전히 10 대 정도의 귀여운 소녀의 용모였기에 곰인형을 끌어안고 우울해보이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깜찍할 정도로 귀여웠다.
"일단은 약해져있지만..."
제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갑자기 카일라, 유리아나, 레이나, 티세라, 디아나, 셀리나를 향해 암흑투기로 만들어진 오러 서클들을 생성해 날렸는데 특이하게도 수백 개의 작은 구슬 형태의 모습을 가진 검은 색의 오러 서클들을 그녀에게 날렸고, 너무나도 많은 오러 서클들에 그녀들은 포위망을 유지하면서도 위로 뛰어올라 공격을 피하는 길을 택했다.
"이것이면 충분해."
제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에이미는 바로 연이어서 자신들의 주변 전체에 물의 주술력을 기반으로 한 결계를 만들었다.
"아무도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내가 못 나가게 할꺼야."
제니의 공격과 에이미의 결계에 의해 1000 년의 역사를 가진 황궁의 내부가 일부가 부서지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10 명의 미녀들을 상대로 '시간벌이'를 하려고 했다. 본래라면 그녀들 역시 아이린이 시간을 벌어주는 틈을 타서 카이라스에게 도달해 함께 탈출을 해야했지만 그녀들은 스스로 시간벌이를 위해 탈출을 포기하려고 하고 있었다.
* * *
제니가 날린 암흑투기로 만들어진 오러 서클, 암흑투기의 탄알들, 그리고 그 암흑투기의 탄알들은 계속해서 사방으로 날라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알이 갑자기 빛이 나더니 이윽고 그 암흑투기가 폭발을 함과 동시에 그 주변에 있던 계속해서 벽들을 관통시키며 나아가던 암흑투기의 탄알들이 일제히 폭발을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폭발 속에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흑발에 황금색 눈동자의 미녀가 흑빛의 섬광처럼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세르티네스였다.
'느껴진다. 카이라스가 있는 곳이.'
카이라스와의 정신연결을 개방한 세르티네스는 서둘러 카이라스가 있는 장소로 날아가고 있었고, 도중 방비를 위해 남겨져있던 엘프 퀸 세레니아를 순식간에 제압한 그녀는 카이라스가 있는 곳을 연결을 통한 느낌으로서 알아차리고 단번에 올바른 길을 찾아 카이라스의 방으로 향하였다.
에라시안조차도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존재.
다름 아닌 그녀는 여태까지 아이린이 만든 암흑투기가 뭉쳐진 구슬의 안에 스스로 봉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봉인을 하여 존재를 숨겼던 그녀는 제니가 암흑투기의 탄알들을 생성해 날릴 때 그곳에 섞여져 날라갔고, 다름 아닌 마신의 권능이었기에 에라시안에게 지배당하는 카이라스의 아내들 역시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수 있던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이런 치사한 수법 쯤은 간단하게 알아내겠지만, 에라시안은 설사 절대신이 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녀의 근본은 드래곤이었고 드래곤의 오만함에 따른 허술함은 이럴 때 빛을 발했다.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 역시 이런 치사하고 얍삽한 수법은 떠올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효과는 확실했고, 덕분에 세르티네스는 순식간에 카이라스가 있는 방 앞에 도달하여 바로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봉인을 깨고 나와 의식을 차리는데 1초,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도 1초 미만, 그리고 제니와 에이미가 버틸 수 있는 예상 시간은 1분 40 초 정도. 카이라스의 아내들이 이곳까지 달려올 예상시간은 1 초.
그런 계산을 끝낸 그녀는 아이리스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카이라스, 데리러 왔다."
세르티네스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는 않는 딱딱한 말투로 그를 불렀다.
============================ 작품 후기 ============================
원래라면 제니와 에이미의 전투씬은 2편 짜리가 되어야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빨리 진도 나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그냥 시간벌이만 하는 것으로 끝냅니다.
그리고 드래곤들은 원래 허당에 허술하죠. 기억력은 좋지만, 아무래도 오래 살다보니 응용력이...솔직히 판타지나 무협 세계의 인간들이 1만년 산다면...아니 5000년만 살아도 재능이 없는 누구나도 다 우화등선 할 수 있을텐데.(아니면 오래 살기 싫다고 자살하거나)
그리고 빠르게 나아가기 때문에 다음화에서 카이라스가 해방되고 신으로서 각성합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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