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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싸움]
[신들의 싸움]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의 단촐한 차림의 흑발적안의 아름다운 미모의 검은 드래고니안 남성의 모습을 한 인류의 수호신 카이라스.
새하얀 어깨와 V자로 파여 풍만한 가슴의 굴곡이 드러나는 찬란한 황금색 드레스의 차림을 한 금발벽안의 아름다운 미모의 황금색 드래고니안 여성의 모습을 한 지배의 여신 에라시안.
신들의 싸움터인 배틀 필드에서 대조적인 두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참으로 질기고 긴 인연이죠? 우리."
에라시안이 살짝 손등으로 우아하게 긴 금발을 뒤로 넘기며 매혹적인 연분홍빛 입술을 열며 말했다. 언제나 착하고 온화하며 장난기 많고 애교스러웠던 엘리나의 모습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에라시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런식은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카이라스가 그렇게 대답하자 에라시안이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쿡쿡." 웃음소리를 내며 물었다.
"지금 후회하시나요? 저에게 10 서클의 마법을 가르쳐줬던 것을? 그래서 제가 드래곤 로드가 되고 여신이 되어 이런 상황에까지 몰린 것을?"
"...그저 서글플 뿐이다."
카이라스가 지금 그의 솔직한 심정을 말했고, 그의 대답에 미소를 짓던 에라시안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서글프다고요? 대체 뭐가 서글프다는거죠? 당신을 따라 같이 환생한 3 마리의 인간 암컷들이 지금 보이는 몰골들이?"
에라시안은 3 명의 여인들을 계집의 수준도 아닌 아예 암컷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암컷으로 호칭된 3 명의 여인들은...
"엘리나, 카일라, 유리아나. 이 3 계집들은 지금 이 정도로 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엘리나, 이 계집은 더더욱."
엘리나의 육체로 엘리나를 조소하는 에라시안의 모습도 카이라스는 그저 고요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윽고 엘리나를 빼닮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어딘가 슬픈 기색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는, 엄연히 카이라스고 전생의 나와는 별개의 존재지만...그래도 전생의 내 제자가 이렇게 된 것을 보니 정말 서글프군."
카이라스는 전생의 자신을 떠올렸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초대 공작, 카르미언스 폰 아르테일.
10 서클일때 그는 자신의 존재를 카이라스 한 명으로서 명확히 하기 위해 전생의 자신들과의 대면을 미루었고, 지금 신이 된 지금에도 그는 스스로를 '카이라스'라는 존재로 명확히 구분짓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전생의 자신이라고 하지만 카르미언스는 엄연한 타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남긴 일들에 대한 책임은 모두 지금의 그가 짊어지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도 명백했다.
그가 하필이면 이 시대에 환생하여 에라시안의 운명의 대적자가 된 것은 그저 우연한 운명에 불과했다. 어떤 신들의 개입도 없었고, 그저 정말 우연히 벌어진 일.
그리고 엘리나와 카일라, 유리아나가 모두 그와 피가 섞인 가족들로 환생한 것은 에라시안에 의해서였다.
전생의 카르미언스와 그의 3 명의 아내들이 일제히 나란히 안식을 위한 죽음을 맞이했을때, 그녀들을 질투한 에라시안은 다음생에 그들이 모두 피가 섞인 가족들로 환생하도록 저주를 걸었었다.
그렇기에 엘리나는 카이라스의 생모가 되었으며,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외사촌누나가 되었고 유리아나는 카이라스의 사촌여동생이 된 것이었다.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그녀들은 모두 다시 카이라스의 아내들이 되었지만, 카일라와 유리아나는 오히려 쉽고 빠르게 가까워졌던 반면 엘리나의 경우는 모자 관계로 태어났기 때문에 최근에서야 겨우겨우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될 수 있었었다.
하지만 카이라스는 그런 일로는 에라시안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공회귀 이전과 지금 그녀가 저지르는 일들은 도저히 그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어있었다.
"에라시안, 네가 저지른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다."
"...확실히 이제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이유는 없겠군요."
카이라스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에라시안이 이내 잔혹한 미소를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드리우며 물었다.
"그런데 과연 당신이 지금 절 이길 수 있을까요? 신으로서의 힘은 분명 당신이 강하겠지만 이 엘리나라는 인간 암컷 출신의 여신의 육체를 제가 차지하고 있고 여기 이 어둠의 여신에 오른 아이린이라는 인간 암컷 출신의 계집이 여기 이렇게 묶여있는데 말이죠?"
에라시안이 자신의 옆에 놓여진 십자가에 묶여 매달려있는 만신창이 상태의 아이린을 가리키며 물었지만, 카이라스는 그저 침묵을 했다.
신이 되기 이전부터 카이라스는 에라시안보다 강했다. 그리고 동등한 조건의 지금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모습인 상태에서도 카이라스는 에라시안보다 강했다.
애초 드래고니안 이론을 창시한 것이 그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엘리나와 아이린이 에라시안의 손아귀에 있는 이상 시작부터 그가 불리한 싸움임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가 싸워야하는 에라시안의 현 육체는 다름아닌 엘리나의 육체였다.
- 카이라스, 지금은 싸우는 수 밖에 없다.
- 알고 있어.
세르티네스의 말에 카이라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고요함 속에 칼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의 기세가 예리해진 것을 느낀 에라시안의 기세 역시 예리해졌고 그런 그들의 기세를 느낀 아이린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아으..."
그리고 의식을 차리고 고개를 든 아이린은 에라시안과 대치하고 있는 카이라스의 모습을 보며 환희와 안도감을 느꼈지만 이윽고 그녀는 자신이 이른바 '인질'로서 잡혀있는 것을 느끼고는 굴욕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린."
그리고 에라시안과 대치하던 카이라스가 그녀를 불렀다.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와 카이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잠시간 교차했고, 이내 카이라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금방 구해줄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의 시선이 에라시안에게 다시 향했다.
"에라시안, 한가지만 말해두지. 반드시 내 여자들을 돌려받겠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섬뜩한 안광을 엘리나의 맑고 순수하던 푸른 눈동자에 담은 에라시안의 공격이 날라왔다.
수많은 가느다른 선 형태의 황금색의 빛줄기들이 빛의 속도로 날라와 카이라스의 전신을 꿰뚫으려 했지만 카이라스는 가볍게 방어막을 치는 것으로 그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내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공격이 카이라스가 만든 방어막 안에 흡수되어버렸다.
까닥-
그리고 카이라스의 손가락이 살짝 까딱이는 순간, 에라시안이 날렸던 황금색의 빛줄기들이 일제히 그의 방어막에서 튀어나와 원래 시전자였던 에라시안을 향해 날라갔다.
그러나 에라시안의 등에 있는 두 개의 황금빛 날개가 펄럭이더니 이윽고 빛줄기들은 모조리 빛의 가루로 변해 산화했고, 이어서 에라시안과 카이라스의 신형이 동시에 사라졌다.
공간을 회전시키고, 반전시키며 뒤흔들고 붕괴시키다 소멸에 이르게 하는 다양한 공격들과 함께 수천만번의 공방이 끝났을때 세계 전체가 마치 난도질을 당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자잘한 공격까지 합치면 수천만번은 족히 공격했던 카이라스와 에라시안의 대결을 여파는 배틀 필드까지도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힘을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둘이 보이는 신의 권능은 가히 사기적이었다.
시공간을 다루는 힘과 소멸과 창조의 힘을 그냥 의지만으로 이루어내며 공방을 주고 받는 그들은 10 서클 마법사로서 싸울 때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가공한 상태였다.
그리고 어느 사이 검을 생성해내 싸우던 둘은 공간 자체를 베는 것을 넘어서 아예 차원 자체에 검으로 베여지는 상처를 입히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1초 쯤 지났을까? 둘이 싸우면서 시공간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등 세계 자체에 미치던 영향만이 아닌 둘의 충돌에 의한 여파가 드디어 세상에 전해졌다.
행성 하나를 파괴할 법한 위력의 폭발이 사방에 퍼졌고, 당연히 둘은 물론이고 아이린 역시 폭발에 휩쓸렸다.
십자가에 묶여진채 힘을 봉인당해 힘을 쓸 수 없는 아이린으로서는 둘의 대결의 여파를 견뎌낼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에라시안과 대결하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신경을 쓰며 그녀에게 방어막을 걸어주고 있었고 그 덕분에 아이린 역시도 둘의 대결의 여파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린의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도 카이라스는 에라시안과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어느덧 광속을 초월한 초광속의 속도로 싸우면서 주신 일루바타르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 강력한 의지력을 바탕으로 한 신의 권능들을 사용하며 싸우고 있는 둘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들의 싸움에 의한 세상의 종말을 보게 만드는듯 하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만약 둘이 중간계에서 싸웠다면 공격이 처음 충돌하는 그 순간 중간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었다.
그리고 신이기에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고 초광속으로서 움직이던 카이라스의 검이 마침내 에라시안이 차지하고 있는 엘리나의 육체에 상처를 입히고 더 나아가 그녀들의 신성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을 상황에 이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도중 엘리나의 육체에 닿을 뻔 하던 검을 멈추었고 그런 그를 향해 에라시안의 검이 휘둘러졌다.
"...!"
카이라스는 빠르게 뒤로 이동하며 공격을 피했지만, 그의 뺨에는 작은 선혈이 그려졌고 에라시안의 빛나간 공격이 차원을 갈랐다.
"......"
차원이 갈라졌다가 복구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카이라스는 무덤덤하게 자신의 뺨을 손등으로 쓸었다.
그러자 분명 신성에 타격을 주기 위한 공격이었던 에라시안의 공격에 당해 상처를 입었던 카이라스의 아름다운 얼굴에 새겨졌던 작은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신의 육체에 타격을 주고 더 나아가 신을 죽이기 위해 신의 신성을 파괴하기 위한 신기를 담은 공격.
그 공격에 의한 상처임에도 작은 부상이었기에 카이라스는 그 상처를 가볍게 치유해낸 것이었다.
"역시, 당신은 이 육체를 공격할 수 없군요. 후후훗, 하긴 이 육체는 지금 당신의 딸을 임신하고 있으니까요."
엘리나의 아름다운 육체로 우아하게 허공에 발을 디디고 서있는 에라시안이 웃음을 지었다. 절대신의 영역에 오른 인류의 수호신 카이라스가 세르티네스와 일체화가 된 드래고니안 상태에서 보여주는 신의 권능들은 과연 가공할만 했다.
드래고니안 형태로서 엘리나의 여신으로서의 힘까지도 완벽하게 일체화시킨 에라시안이라고 해도 카이라스를 실력 면에서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카이라스의 힘을 억제시키는 최고의 패인 엘리나의 존재가 있었고, 그녀의 육체와 영혼이 지금 그녀 자신에게 동화되어있는한 카이라스는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힘으로 어떻게든 제압하려고 하겠지만, 아이린을 보호하는 상태에서 에라시안을 그냥 힘으로만 제압하는 것은 카이라스로서도 무리였다.
아니, 아이린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도 무리였을 것이었다. 상처를 입히지 않고 제압하는 것은 그냥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상처를 입히고 제압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힘든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라시안이 카이라스에게 초광속의 속도로 달려들었고, 이때부터 그녀의 공격은 변해있었다.
방어는 일체 하지 않는 오직 공격에만 집중을 하는 형태로서 변해있는 그녀는 연달아 맹공을 퍼부었고,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의 검은 자신의 검을 들어 막고는 그녀의 권능들은 그의 권능으로서 상쇄시켜가며 방어만을 하고 있었다.
'엘리나...'
그리고 방어를 하면서 카이라스는 엘리나의 육체에 상처를 입힐 수 없었기에 에라시안의 힘을 소모시키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원래라면 신성에 타격을 받지 않는한 소모되는 힘이 없을 무한한 힘을 가졌을 신들이었지만 카이라스는 자신의 신기로서 에라시안의 힘을 소모시키는데만 집중하고 있었고 그가 서서히 말려죽이는 식의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린 에라시안은 공격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카이라스, 힘을 소모시키는 식으로 나아갈 생각인거 같은데...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겠죠? 지금 상황에서는 특히."
"......"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확실히 신끼리의 싸움에서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키는 수법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키려는 쪽이 소모당하는 쪽보다 2 배는 빠르게 힘이 소모되는 법이었으니까.
그만큼 신이 가진 신성이 주는 방어는 견고했다.
============================ 작품 후기 ============================
카이라스(+세르티네스) vs 에라시안(+엘리나) 상태입니다...
실력은 카이라스가 훨씬 위지만 아무래도 엘리나, 거기다가 임신까지한 엘리나의 육체가 적이다보니 제대로 타격을 못입히는 상태...
그리고 후속작 주인공은 지금의 카이라스가 전력을 다하는 것을 상대해야하니 안습하네요. 생각하면 할 수록...
그리고 카이라스에게 전생이라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편은 아닙니다. 애초 카이라스로서의 자아가 중심이고 나머지는 다 '쩌리'.
카이라스와 에라시안의 상태는 도마뱀이라기보다는 용 뿔, 용 날개, 용 꼬리 생긴 인간인 드래고니안이니...(그리고 에라시안은 금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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