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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싸움]
[신들의 싸움]
그리고 에라시안이 카이라스에게 초광속의 속도로 달려들었고, 이때부터 그녀의 공격은 변해있었다.
방어는 일체 하지 않는 오직 공격에만 집중을 하는 형태로서 변해있는 그녀는 연달아 맹공을 퍼부었고,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의 검은 자신의 검을 들어 막고는 그녀의 권능들은 그의 권능으로서 상쇄시켜가며 방어만을 하고 있었다.
'엘리나...'
그리고 방어를 하면서 카이라스는 엘리나의 육체에 상처를 입힐 수 없었기에 에라시안의 힘을 소모시키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원래라면 신성에 타격을 받지 않는한 소모되는 힘이 없을 무한한 힘을 가졌을 신들이었지만 카이라스는 자신의 신기로서 에라시안의 힘을 소모시키는데만 집중하고 있었고 그가 서서히 말려죽이는 식의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린 에라시안은 공격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카이라스, 힘을 소모시키는 식으로 나아갈 생각인거 같은데...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겠죠? 지금 상황에서는 특히."
"......"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확실히 신끼리의 싸움에서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키는 수법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키려는 쪽이 소모당하는 쪽보다 2 배는 빠르게 힘이 소모되는 법이었으니까.
그만큼 신이 가진 신성이 주는 방어는 견고했다.
신기가 신성을 꿰뚫는 창이라면, 신성은 신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무효로 만드는 최강의 방패와 같은 존재.
그렇지만 신기가 신성을 꿰뚫을 수 있다고 해도 그건 공격으로 상처를 입힐 시 였지 신기의 힘으로서 신성을 약화시키고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것은 그냥 정신 나간 미친짓일 뿐이었다.
그런 것은 본래 마법사로서 항상 최고의 효율만을 지향하던 카이라스 역시 잘 알고 있었고, 원래라면 그 역시 그런 미친 짓은 결단코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엘리나의 육체에, 그것도 자신의 딸을 임신하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의 육체에 차마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그로서는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
"......"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이린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카이라스는 엘리나의 육체에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가능한 그녀의 힘이 가능한 내에서 에라시안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아름다운 여성체의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변한 에라시안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어둠의 여신인 그녀의 힘조차도 너무나 무력했었다.
'어떻게든 이 구속을 풀어야...!'
아이린은 이를 악물면서 그녀의 가는 양쪽 팔에 채워진 수갑들과 그녀의 늘씬한 양쪽 다리에 채워진 족갑들, 그리고 목에 채워진 개목걸이 같은 목걸이가 그녀의 힘을 봉인하고 있었다.
사실 봉인의 원리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
어둠의 여신, 즉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마신인 그녀의 힘을 봉인하는 봉인구는 에라시안이라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채워진 봉인구들의 진짜 효능은 그저 [약해져있는 현재 힘의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였다.
아이린의 현재 상태는 에라시안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쇠약해져있는 상태였고, 에라시안은 그녀를 생포하고는 그녀의 여신으로서의 힘들을 모두 봉인시켰다.
그리고 그 후 아예 그녀가 여신으로서의 힘이 봉인되었어도 시간이 지난다면 스스로 그 봉인을 깰 수 있을 것이었기에 아예 그녀를 계속해서 쇠약한 상태에서 힘을 회복하지 못하게 힘의 회복을 억제시키는 봉인구를 착용시킨 것이었다.
힘이 회복되질 않으니, 아이린으로서는 도저히 그녀의 힘을 억제하는 봉인구들을 풀 수가 없었고 그렇기에 여신으로서의 힘 역시 조금도 쓸 수 없었다.
'지켜볼 수 밖에 없다니...'
아이린은 남편인 카이라스와 친구인 세르티네스가 에라시안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하는 자신의 신세가 서글펐고, 또 그들에게 자신이 오히려 방해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할 나위없이 굴욕적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와 에라시안의 대결 도중 방어만 하며 에라시안의 힘을 소모시키려던 카이라스의 방어가 결국은 무너졌다.
푸화아악!
시공이 가진 인과율조차 무시하는 법칙을 무시하는 신의 권능 속에서 행성조차 베어버려 절단시켜버릴 거대한 힘이 광속을 초월한 초광속의 속도로서 절단 형태의 공격으로 카이라스의 팔을 베어버렸고, 카이라스의 왼팔이 에라시안의 검에 의해 베여졌고 그의 팔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 피가 뿌려졌다.
"큭!"
그리고 처음으로 카이라스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아이린은 그 광경에 생전 처음으로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에라시안의 검에 담긴 신기가 카이라스의 신성을 무력화시키고 그의 팔을 베어버린 지금, 카이라스가 불리해진 상황임은 명백했고 여신으로서의 힘들은 봉인당했지만 여신으로서의 안목은 여전하기에 그 광경을 볼 수 있는 아이린은 생전 처음 무력함에 의한 절망으로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많이 아프군..."
카이라스는 피를 주르륵 흘리는 자신의 절단된 왼팔을 힐끔 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통이었기에 신인 그조차도 고통으로 안색이 좋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던 에라시안이 카이라스의 팔이 베어질 때 카이라스가 팔에서 뿜어져나와 얼굴에 묻은 피를 연분홍빛 입술 사이에서 혀를 살짝 내밀며 입술 주변을 요염하게 핥아 입술 주변 쪽의 피를 핥아먹었다.
고혹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엘리나의 육체로 보이는 그녀의 이런 행동은 더할 나위 없이 요염하고 고혹적인 색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조소를 가득 담고 있었다.
"신이 되어서도 마음이 약해빠진 것은 변함이 없군요. 지킬 것이 있는 것은 인간이건 신이건 약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에라시안의 이번 공격도 사실 카이라스는 막을 방법이 있었다. 바로 방어를 포기하고 에라시안이 공격을 해오기 전 역으로 그녀를 공격하여 그녀에게 강력한 타격을 입히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스스로의 왼팔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포기했고, 그 대가가 이것이었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한점의 후회도 없는 눈빛으로 에라시안을 응시하며 물었다.
"에라시안, 그럼 너는 대체 왜 그렇게 분노를 하는거지?"
"...무슨 말이죠?"
"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정작 다친 나보다 다치게 한 네가 더 화를 내고 있군."
카이라스의 지적에 에라시안이 엘리나의 아름다운 연분홍빛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말했다.
"확실히, 지금의 당신을 보면 화가 나는군요. 1000 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대답한 에라시안은 카이라스를 향해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한쪽 팔을 잃은 카이라스가 팔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터, 이제 승기는 자신의 쪽에 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흐으읏!"
에라시안은 갑자기 전신을 옭아매는듯한 느낌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그런 그녀를 카이라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며 말했다.
"팔 한 쪽을 포기한 대가가 있군."
"큭, 어느 사이...설마, 이 피가?"
에라시안은 자신을 옭아매는 제압 형태의 권능이 발현되자 당혹스러워했지만, 여신 답게 그녀는 어떠한 힘이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지 금새 알아차렸다.
바로 카이라스의 피.
인류의 수호신인 카이라스의 피가 얼굴에 뿌려진 에라시안의 현재의 육체는 다름아닌 엘리나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에라시안이 잠시간 움직임이 봉쇄되었을때, 카이라스의 아름다운 얼굴에 약간 쓴웃음이 새겨졌다.
"마누라의 약점들을 잘 아는 것이 이런데 도움이 될 줄이야."
그리고 카이라스의 멀쩡한 손이 까닥거리는 순간, 에라시안의 동공...정확히는 엘리나의 푸른 동공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으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있던 에라시안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에라시안은 이 느낌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바로 카이라스가 가시나무 관으로 의식이 봉인당하던 때에 엘리나와 그가 섹스를 할 때마다 엘리나가 느끼던 쾌감을 정신적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받던 에라시안이었기에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바로 애무의 자극에 의한 쾌감.
그것이 분명했다.
"하윽...피를 이용한 권능을 통해 제압을 하고..."
에라시안은 방심했다는 것을 느꼈다. 피를 이용한 권능을 이용해 움직임을 제압하는 것은 둘째치고, 설마 그런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 일부로 피를 뿌리다니!
신과 신의 싸움이 의지력이라고는 하지만 신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어려운 조건을 대가로 삼거나, 보다 강력한 의지를 일으킬수록 신의 권능의 힘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미리 [자신의 피가 상대방에게 닿을시 상대방의 움직임을 억압할 수 있다.]라는 현상이 일어나도록 팔을 잘리기 이전부터 권능을 발현해두고 있던 것이었다.
자신의 팔을 포기하면서까지 벌인 카이라스의 권능에 당한 데다가 이어서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에게, 정확히는 엘리나의 육체에게 과거 육체가 경험했던 것을 권능으로 재현시켜주었고 엘리나의 육체는 처음에는 애무에 의한 자극의 쾌감을 맛본 것에 이어서 서서히 온갖 절정에 다달은 쾌감들을 맛보았고 에라시안은 머리 속이 새햐앟게 변하는 충격을 받으며 비틀거렸다.
여신이라고 하지만, 아니 오히려 여신이기에 이런 쪽에 더욱 민감한 면이 있었고 카이라스는 그 부분을 정확히 노린 셈이었다.
거기다가 그가 쓴 권능은 그저 과거 엘리나가 겪었던 경험을 '재현'시켜주는 것이었기에 권능을 발현하기도 더 쉬웠다.
촤아아아악- 철그렁-
그리고 지상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수많은 검은 쇠사슬들이 일제히 에라시안의, 엘리나의 가느다란 두 팔과 늘씬한 두 다리를 묶었고 쇠사슬에 묶인 에라시안은 바로 카이라스를 바라보았다.
이 쇠사슬 가닥들은 전부 그의 잘라진 왼팔의 부위에서부터 솟아나오고 있었었고 카이라스는 쇠사슬에 묶인 에라시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왼팔을 포기하는 대가로는 비싸게 값을 받아낸 셈이로군."
"...확실히...그렇군요."
에라시안은 카이라스의 말을 인정했다. 확실히 왼팔을 포기하는 대신 이 정도까지 받아낸 것은 제값보다 비싸게 받아낸 셈이었다.
카이라스가 만들어낸 검은 쇠사슬들은 그의 신혈(神血)에서부터 생성된 것이었기에 단순히 권능으로서 생성해내는 것과는 강도부터가 틀렸다. 뭐니뭐니해도 이 권능들을 사용하기 위해 카이라스는 스스로의 왼팔까지 포기했고, 왼팔을 포기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가 담겨져있었으니까.
"내 여자의 몸을 쓰고 있는 이상, 약점을 모를 수는 없지."
카이라스는 너무도 당연하다는듯이 엘리나를 자신의 여자로 지칭했다. 그런 그의 말에 에라시안은 살짝 눈가가 꿈틀거렸지만 그녀는 이내 차갑게 대답했다.
"하.지.만! 카이라스. 이 쪽 역시 만약을 대비해두었답니다."
그리고 양쪽 팔과 다리가 쇠사슬에 묶여있었지만 에라시안의, 엘리나의 푸른 눈동자에서 황금색 안광이 번뜩였고, 이윽고 카이라스는 숨겨두었던 권능의 발현을 느끼고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크군."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크기의 태양이 지금, 상공 위에서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권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 카이라스와 에라시안, 그리고 카이라스의 방어막에 보호를 받는 아이린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거대한 크기의 태양의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타들어가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다행스럽게도 신들의 싸움터인 배틀 필드였기에 그들을 제외한 다른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오직 아이린만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태양을 향해서 카이라스는 조용히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디멘션 크리에이션."
하나의 차원을 창조하는 10 서클의 마법의 시동어였다.
============================ 작품 후기 ============================
신들끼리 싸움이라고 해도 10 서클 마법은 유용한 면이 남아있습니다. 애초 10 서클 마법은 신의 힘...
그리고 다다음화 쯤에서 최종보스전 싸움도 끝날 것 같군요. 즉, 다다음화에서 에라시안이 죽는다는거.
그리고 카이라스의 상대가 만약 '임신한' 엘리나의 육체를 쓰고 있지 않았으면 어렵지 않게 이겼을 겁니다. 애초 죽일 기회는 여러번 있었거든요. 단지 임신한 이쁜 마누라 몸뚱이라서 차마 못다치게 하는것...
그냥 마누라여도 못 다치게 할텐데 거기다가 애까지 배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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