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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싸움]
[신들의 싸움]
"하.지.만! 카이라스. 이 쪽 역시 만약을 대비해두었답니다."
그리고 양쪽 팔과 다리가 쇠사슬에 묶여있었지만 에라시안의, 엘리나의 푸른 눈동자에서 황금색 안광이 번뜩였고, 이윽고 카이라스는 숨겨두었던 권능의 발현을 느끼고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크군."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크기의 태양이 지금, 상공 위에서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권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 카이라스와 에라시안, 그리고 카이라스의 방어막에 보호를 받는 아이린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거대한 크기의 태양의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타들어가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다행스럽게도 신들의 싸움터인 배틀 필드였기에 그들을 제외한 다른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오직 아이린만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태양을 향해서 카이라스는 조용히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디멘션 크리에이션."
하나의 차원을 창조하는 10 서클의 마법의 시동어였다.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는 태양의 크기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카이라스의 신안은 태양의 크기의 정확한 정보까지 알아내었고, 태양의 지름이 139만km라는 사실도 알아내었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한 크기라고 해도 결국은 차원에 속한 것일 뿐, 태양 자체는 카이라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유일하게 성가신 점이라면 바로 태양 안에 신기가 담겨져있기에, 저 태양이 신기를 머금은 에라시안의 무기라는 점이었다.
'무기에는 무기로 맞상대해야겠군.'
저 거대한 태양을 이동시킬 차원을 생성해내기는 했지만 단순한 태양이라면 그냥 권능 한번만으로 소멸을 시킬 수 있었기에 사실 이동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렇지만 저 태양이 에라시안의 신기를 머금고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그의 권능으로 소멸을 시키려고 해도 에라시안의 신기에 의해 막힐 것이 뻔했기에 카이라스는 우선 태양을 이동시킬 차원을 만든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동을 시키는 것 역시도 간단히 될 일이 아니었고, 이동을 시키기에 앞서서 우선은 저 태양의 박살을 내야만 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오른쪽 팔에 쥔 검을 초광속의 속도로 휘두른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의 신기를 둘러싸고 있는 태양을 두 조각으로 절단해버렸다.
슈우우우-
그리고 이글거리는 태양만이 보이던 하늘에 거대한 태양이 두 쪽으로 절단되어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절경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보다도 태양을 감싸던 에라시안의 신기가 약해진 것을 더 주목했다.
이제 이 정도라면 충분히 다른 차원으로 무리 없이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은 구멍이 서서히 열렸고, 아이린과 에라시안은 그 구멍의 정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블랙홀.
바로 아이린이 에라시안을 죽이기 위해 썼던 블랙홀이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블랙홀 계열의 권능이면서도 빛조차도 삼켜버리는 끝이 없는 구멍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블랙홀의 도착점은 바로 카이라스가 생성한 다른 차원이었다.
그리고 그가 생성한 차원이 이윽고 수축하고 소멸하면서 그 차원 안에 있던 에라시안이 만들어낸 태양 역시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블랙홀, 마신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권능이지만...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군요. 세르티네스."
양쪽 팔, 다리가 여전히 검은 쇠사슬들에 묶인채 에라시안이 황금색 꼬리로 쇠사슬을 후려치며(물론 사슬들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카이라스를, 정확히는 카이라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붉은 눈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카이라스의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모습은 그의 육체에 세르티네스의 힘이 덧씌워져 그녀가 그에게 모든 힘을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이라스에게 모든 힘을 몰아주면서 그녀는 모든 주도권을 카이라스에게 스스로 넘겨준채 조용히 싸움을 관전하고, 또 필요하면 카이라스에게 충고를 하는 식으로만 있었지만 지금 에라시안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세르티네스는 딱히 대답해줄 필요성을 못느꼈기에 쿨하게 에라시안의 말을 무시했고, 카이라스는 어딘가 쓴웃음 같아보이는 웃음을 살짝 지었다.
방금전의 블랙홀 계열의 권능처럼 비록 둘로 쪼개지기는 했지만 신기를 머금은 태양을 순식간에 빨아드려 이동시킬 정도로 강력하고 효율적이게 발현한 것은 당연하게도 마신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카이라스는 인류의 수호신이었기에, 마신의 권능과는 상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세르티네스는 본래 다크 드래곤 로드였고, 그녀는 그 상태에서 절대신 반열의 여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용신 중에서도 마룡신(魔龍神)의 경지에 도달해있는 상태, 즉 아이린과는 또 다른 마신인 것이었다.
아이린과는 다른 방식의 권능들이기는 해도, 마신으로서의 권능 계열이 주특기인 것은 마찬가지였고 방금전 블랙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이제 남은 수는 없겠군, 에라시안."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제압되어있는 에라시안에게 다가갔다.
그 후 카이라스는 천천히 에라시안의, 정확히는 현재 쇠사슬에 묶인 엘리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았다.
허리 아래까지 내려올 길이의 아름다운 찬란한 황금색 머리카락, 사파이어빛의 진하고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V자로 파인 드레스의 사이로 보이는 작은 수박만한 크기의 풍만하고 탄력이 넘치는 가슴, 가늘고 긴 두 팔과 늘씬한 두 다리, 잘록한 허리 등 여신 다운 아름다운 미모는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뿔과 날개, 꼬리가 생긴 지금도 여전했다.
'아니, 이 여신 다운 아름다운 미모는 본래 인간이던 시절부터 타고난 것이었지.'
그리고 카이라스는 서서히 권능으로 압력을 가해서 에라시안의 영혼과 엘리나의 영혼을 분리시키려 하였다. 그렇지만 엘리나의 영혼은 에라시안의 영혼에 너무도 잠식된채 뒤섞여있었고 도저히 분리를 할 수가 없었다.
"후후훗, 소용 없습니다. 카이라스, 이미 엘리나는 완벽히 제 일부가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 뱃속의 아이 역시 당신과 엘리나의 아이인만큼...태어나서 적당히 자란다면 여러모로 아이리스처럼 될 것입니다."
에라시안은 여전히 자신과 엘리나를 분리시켜보려고 하는 카이라스의 행동을 비웃으며 아이리스를 언급했다.
카이라스의 아이를 임신하고 심지어 에라시안의 영혼 분신이 심어져 에라시안의 분신체와 같이 변해버린 그녀는 현재 카이라스의 전용 공간 안에 다른 카이라스의 아내들과 함께 보관(?)되어있었다.
그리고 에라시안은 엘리나가 임신한 카이라스의 딸 역시도 성장한다면 그녀와 같이 만들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당당히 말했고,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긴 했지만 귀로 듣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기에 카이라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렇지만, 과연 이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지나 의문이군요."
그 때 에라시안의 입술, 정확히는 엘리나의 아름다운 연분홍빛에서 잔혹한 말이 흘러나왔다.
"지금 당신에게 붙잡혀있는 이 상황은 확실히 저에게는 최악의 위기죠. 하지만 저는 이 권능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습니다. 강력한 대가로서 지불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거든요."
에라시안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어도 카이라스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금새 알아차렸다.
아니, 도저히 못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지불해야할 대가는 다름 아닌 엘리나의 뱃속에 있는 그와 엘리나의 딸이었으니까.
그리고 확실히 뱃속의 태아를 희생시키는 대가로서 권능을 발현한다면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 그의 권능 역시 해제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엘리나의 육체와 영혼이 에라시안에게 동화되어있는 지금, 엘리나의 뱃속에 있는 딸을 대가로서 바치는 것은 에라시안에게는 그저 강력한 권능을 최고로 효율적이게 쓸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애초 그녀는 엘리나의 뱃속에 있는 딸에게 아무런 모성애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에라시안이 엘리나의 아름다운 얼굴에 고혹적일 정도로 색기 어린 미소를 띄우며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자아, 카이라스. 당신은 어떻게 할건가요? 어차피 저는 어떤 식으로든 이 쇠사슬을 해제시켜버리고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단, 제가 뱃속의 아이를 대가로 바쳐서 스스로 자유롭게 풀려나는가 아니면 당신이 직접 절 자유롭게 풀어주는가 두 가지의 과정이 있을 뿐이죠."
"......"
카이라스는 어떻게든 결국 에라시안이 풀려날 것이었기에, 결국 그는 스스로 에라시안을 묶고 있던 쇠사슬들을 해제시켰고, 쇠사슬들이 사라짐에 따라 바로 자유를 얻은 에라시안은 그대로 카이라스에게 초광속으로 날아가며 달려가는 사이 생성시킨 검으로 카이라스의 복부를 정확히 찌르려고 했다.
카이라스는 옆으로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지만, 아무래도 소모된 힘이 있었기에 완전히는 피하지 못한채 왼쪽 허리에 타격을 허용해버렸고 그의 왼쪽 허리에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크윽..."
그리고 그 후의 대결은 계속해서 에라시안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에라시안에게는 언제든지 대가로서 희생시킬 수 있는 아이가 뱃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희생시키면 강력한 권능을 발현하여 얼마든지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반면 카이라스는 실력적인 면에서는 에라시안보다 훨씬 강했지만 에라시안이 차지하고 있는 엘리나의 육체에 타격을 입힐 수 없었고, 더군다나 뱃속의 아이가 희생될 수도 있었기에 적극적인 싸움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철저하게 카이라스에게 불리한 상황.
그리고 이 상황을 바라보던 아이린은 자신의 몸을 옥죄고 있는 쇠사슬들이 한스러웠다. 아까전 에라시안을 제압하고 있을때도 카이라스는 우선 엘리나와 에라시안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먼저 시도해보았었기에 그녀를 풀어주지 못했었고, 설사 자신을 먼저 풀어주려고 하려 했어도 카이라스는 결국 자신을 풀어주지 못했을 것이었다.
뱃속의 아이가 인질이나 다름 없게 된 지금, 그것은 가족의 정에 약한 면이 있는 카이라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으니까.
'이것만 푼다면 차라리 강력한 대가를 바쳐서라도...'
아이린은 십자가에 매달린채 바둥거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마침 세르티네스 역시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시 이대로는 위험하다.]
그것이 지금 세르티네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에라시안이 엘리나의 육체를 차지하고 뱃속에 히든 카드와도 같은 뱃속의 아이까지 있는 이상 카이라스로서는 지금 에라시안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에라시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와 엘리나를 완전히 분리시켜야만 했다.
그렇지만 지금 카이라스로서도 둘을 분리시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렇게 깊이 동화된 두 여신을 분리시킬 방법은...하나 뿐이었다.
'세르티네스!'
에라시안의 공격을 피하려 하였지만, 부상에 점점 쌓이고 있어 오른쪽 어깨에 다시금 일격을 허용한 카이라스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닫고 그녀를 불렀지만, 세르티네스는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미안하다, 카이라스. 지금은 이 방법 밖에 없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나는 영원히 너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세르티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이라스를 향해 사과를 하였고, 카이라스는 그녀를 만류하기 위해 신이 된 이후 처음으로 격렬한 감정을 토해내려하였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제지가 있기도 전에 세르티네스가 움직이는 것이 빨랐다.
카이라스의 안에서 조용히 카이라스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있던 세르티네스와 에라시안과 접전을 벌이는데 대부분의 의식을 집중시키던 카이라스가 가진 여유가 너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상을 처음 느낀 것은 바로 에라시안이었다.
"흠, 흐읏? 아아아아악!"
카이라스를 향해 초광속의 속도의 찌르기를 다시금 하려던 에라시안은 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멈추는 현상에 당황했고, 이윽고 영혼이 찢겨지는듯한 고통에 크게 비명을 질렀다.
'...라스?'
그리고 에라시안에 의해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어야했던 엘리나의 의식이 꿈틀거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여 엘리나의 아름다운 육체를 바탕으로 하여 생성되었던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뿔과 날개, 꼬리가 모두 사라지며 이윽고 본래의 모습으로서 돌아온 엘리나, 정확히 엘리나의 육체를 차지하고 있는 에라시안은 엘리나의 의식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쎄게 깨물었다.
"하으으윽, 아아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에 결국 다시금 거센 비명을 내지르고만 그녀는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했고 거기에 무엇인가의 추방력에 의해 그녀는 엘리나의 육체에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황금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금안의 미녀의 모습으로서 엘리나의 육체에서 따로 분리된 그녀는 심장이 있는 부위를 부여쥐며 비틀거렸고, 그녀는 자신의 영혼과 엘리나의 영혼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별개의 여신이 되었음을 느끼었다.
마침내 에라시안과 엘리나가 각각 별개의 여신으로서 분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보면서도 카이라스는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다.
주르륵-
오히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세르티네스."
그리고 어느 사이 카이라스 역시 드래고니안으로서의 상징들이 모두 사라진채 본래의 아름다운 용모의 남성으로서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있었는데 그는 에라시안과 마찬가지로 심장이 있는 부위를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더 이상 세르티네스와의 정신적 연결도, 영혼간의 교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니 이곳 차원에 근접한 모든 차원들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작품 후기 ============================
세르티네스는 죽은거 아닙니다. 그저 이계로 떨어지고, 후속작의 세계로 떨어졌을 뿐...
그리고 에라시안과 엘리나는 완벽히 분리되었습니다만 어떻게 분리되었는지는 다음편에 나오고 그리고 다음편에서 에라시안이 죽을 겁니다.
근데...대체 왜 저번화에서 다들 에라시안이 끝났다고들 생각하신 거죠?...2화는 더 남아있다고 했는데...
그리고 역시 에라시안은 그저 순수한 강한 힘보다는 비열함을 주무기로 삼는 교활한 수법을 써야 에라시안 답죠.
실력으로는 카이라스에게 안되지만 엘리나의 육체와 거기다가 엘리나의 뱃속에 있는 아기를 이용한 위협...애초부터 에라시안은 카이라스보다 언제나 약했지만 비열함과 교활함으로서 카이라스를 괴롭혔던 적이니까요.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