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카이라스-373화 (373/380)

0373 / 0380 ----------------------------------------------

[신들의 싸움]

[신들의 싸움]

"하으으윽, 아아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에 결국 다시금 거센 비명을 내지르고만 그녀는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했고 거기에 무엇인가의 추방력에 의해 그녀는 엘리나의 육체에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황금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금안의 미녀의 모습으로서 엘리나의 육체에서 따로 분리된 그녀는 심장이 있는 부위를 부여쥐며 비틀거렸고, 그녀는 자신의 영혼과 엘리나의 영혼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별개의 여신이 되었음을 느끼었다.

마침내 에라시안과 엘리나가 각각 별개의 여신으로서 분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보면서도 카이라스는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다.

주르륵-

오히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세르티네스."

그리고 어느 사이 카이라스 역시 드래고니안으로서의 상징들이 모두 사라진채 본래의 아름다운 용모의 남성으로서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있었는데 그는 에라시안과 마찬가지로 심장이 있는 부위를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더 이상 세르티네스와의 정신적 연결도, 영혼간의 교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니 이곳 차원에 근접한 모든 차원들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에라시안과 엘리나를 분리시키기 위해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가 말릴 틈도 없이 권능을 사용했다.

그녀가 쓴 권능은 바로 자신을 먼 이계로 추방하는 대가로 엘리나와 에라시안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신도 아니고 무려 절대신의 반열에 오른 여신이 스스로를 먼 이계로 추방하는 것을 대가로 하여 발현된 권능은 카이라스조차도 분리할 수 없었던 에라시안을 엘리나의 육체와 영혼에서 완벽히 분리시켜낸 것이었다.

"이럴수가...안돼..."

그리고 카이라스가 눈물을 흘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아이린이 절망적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카이라스의 모습을 바라본 아이린은 지금 상황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그녀가 힘이 봉인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여신으로서 안목이 남아있었고, 그 안목 중에서는 권능의 발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렇기에 세르티네스가 발현한 권능이 무엇인지를 알아본 그녀는 세르티네스가 먼 이계로 추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세르티네스..."

아이린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세르티네스는 그녀의 외로웠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준 최초의 친구였으며, 카이라스와 만난 후에도 그녀는 항상 언제나 그녀의 옆에 있어주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아이린에게 가슴이 텅 빈 기분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

카이라스는 천천히 엘리나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그녀는 마치 잠든듯한 모습으로 쓰러져있었었기에 카이라스가 공주님 안기로 자신을 안아들어올렸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강제로 분리당한 고통 속에서 벗어난 에라시안이 드래곤 로드이던 시절부터 지녔던 황금색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응시하며 입술을 열었다.

"...하아, 정말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군요."

에라시안의 말에 엘리나를 안아들고 있던 카이라스의 시선이 에라시안에게로 향했다.

"에라시안..."

그리고 카이라스는 엘리나를 카일라, 유리아나 등 그의 아내들을 잠시 보관해두고 있는 그가 생성한 공간 속으로 집어넣은 후 조용히 에라시안과 대치했다.

그의 왼팔은 여전히 재생이 되지 않았지만 그 대신 그의 왼팔에는 의수가 만들어져있었고 그의 몸 곳곳에는 에라시안에 의해 입은 부상들이 남아있었지만, 카이라스는 여전히 에라시안보다 강했다.

거기다가.

철그렁- 쨍강쨍강-

아이린을 묶고 있던 쇠사슬들이 산산조각이 난채로 바닥 위에 떨어졌고, 이로서 아이린은 목에 있는 개목걸이의 봉인구를 제외한다면 양쪽 팔과 다리가 자유로워진 셈이었다.

"하아..."

자유로워진 아이린은 아직도 얼얼한 팔다리를 가볍게 풀고는 카이라스를 바라보았고, 카이라스의 시선이 잠깐 그녀를 향하였고 살짝 안도의 미소를 짓는 그를 본 아이린은 한시라도 빨리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목에 채워진 개목걸이를 부수려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목에 채워진 개목걸이가 가장 강력한 봉인구였고, 그렇기에 카이라스 역시도 그녀의 목에 채워진 봉인구는 신경을 써서 해제해야했기에 에라시안이 앞에 있는 동안은 그녀의 목에 채워진 봉인구까지는 풀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봉인구를 풀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에라시안은 그렇게 말한 후 손가락을 까딱했다.

"꺄아아아아악!"

그러자 목에 채워진 개목걸이 모양의 봉인구에서 뿜어져나온 기운이 아이린의 전신에 퍼졌고 아이린은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그녀의 음부에서는 애액이 마치 소변을 거세게 보는듯한 쏟아졌고, 지면에 여신의 애액을 흩뿌리며 그녀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하아...하아..."

숨을 가쁘게 쉬며 주저앉은 아이린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그녀가 당한 것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이린은 본래부터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고통 종류로는 그녀를 제압하여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여자로서 절정에 달하는 쾌감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아내들 중 가장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 답게 그녀는 금새 정신을 추수리고는 차가운 붉은 눈동자로 에라시안을 노려보았다.

"어지간히 제가 힘을 되찾는게 무서운 거 같군요? 이미, 제 남편도 실력으로는 싸우기 무서워서 비열한 수나 쓰던 분이니 별로 놀랄 것도 없지만요."

아이린의 신랄한 비판에도 에라시안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라시안,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어졌다. 이 이상 하는 것은 그저 발악일 뿐인 것을 알텐데?"

"...후후훗. 그렇군요. 이미 승부는 제 패배로 기울어졌죠."

에라시안은 순순히 자신의 열세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아이린을 이용해 압박을 가하려 한다고 해도 카이라스는 아이린을 다른 아내들처럼 자신의 공간 속으로 피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정면으로 싸우자고 해도 지금의 그녀는 비록 부상을 입고 있다지만 카이라스를 상대로 승리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하지만 그냥 포기할 생각은 없는 에라시안은 그대로 검을 생성해내 카이라스를 향해 휘둘렀다.

엘리나의 육체와 영혼을 차지하고 그녀의 육체를 바탕으로 드래고니안으로서의 모습으로 변했을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린 속도였지만 여전히 시간감속과 시간가속의 힘을 이용해 초광속의 속도를 선보이는 그녀의 공격은 경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나 지금 카이라스는 부상이 쌓여있는 상태이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결국은 경시할 수준이 아닐 뿐,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살짝 손을 들어올렸고, 에라시안은 그것을 본 순간 주춤했다.

예전의 기억이 스쳐갔다.

전생의 그가 그녀의 앞에서 손을 들어올릴때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이, 그의 미소가 보기 좋았었다.

이전에 카이라스에게 그녀가 가장 괴로울 기억을 보여줬을때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 그녀 역시 가장 괴로웠던 기억을 보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녀가 보았던 광경이 바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그의 미소와 그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아내들과 죽음을 택하며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아..."

에라시안의 검이 자신도 모르게 카이라스의 바로 앞에서 멈춰섰고, 카이라스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영혼의 파트너이자 반쪽이나 다름 없던 세르티네스가 사라졌기에 영혼의 반쪽이 텅비어버린 공허함 속에서도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을 향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말했다.

"에라시안, 네가 느꼈을 원망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이런 방식은 정말 아니었다."

"......"

카이라스의 의지가 전달되어왔기 때문일까, 에라시안은 치솟아오르는 미련에 한탄했다.

"정말...미련이라는 것은 지긋지긋하군요. 호호호...다음 생에는...인간으로 태어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여신이 환생한 인간이라..."

그리고 에라시안은 생성해냈던 검을 취소하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가기는 억울하니, 몇 마디를 해주도록 하죠. 카이라스, 미련과 증오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듯이 당신이 품고 있는 증오 역시 언젠가는 당신에게 독이 될 겁니다."

"......"

카이라스는 에라시안의 말에 침묵했다.

인류의 수호신.

현재 그것이 지금 그의 신으로서의 정체성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파괴신이기도 했다.

이종족들을 향한 증오로 인해 탄생한 신.

파괴신으로서의 성향은 지금 그의 내면에 내제되어있었고, 이종족들을 본다면 파괴신으로서의 분노와 증오와 깨어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수호신임과 동시에 파괴신이었고, 수호의 신과 파괴의 신으로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저에게는 저에 의해 심어진 당신의 속 안에 내제된 광기와 증오가 아주 잘 보이는군요."

"...그럴지도. 아니, 그렇겠지. 나 역시 느끼고 있으니까."

에라시안의 말에 카이라스는 조용히 수긍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손에 신기가 모이기 시작하자 에라시안은 죽음을 각오하고는 눈을 감았다.

"다음 생에 보도록 하자, 에라시안."

그리고 에라시안이 여전히 눈을 감은채 물었다.

"카이라스, 죽기 전에 한가지만 묻도록 하겠어요. 제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인간들이 스스로 그려나가고 칠하고자 하던 미래의 색에 자신의 색을 강요하는 것에서부터 잘못되었어."

"후후훗, 그런가요."

카이라스의 말에 에라시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내 눈을 감은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카이라스, 당신도 언젠가 자신의 광기에 먹히는 것을 경험할 거에요.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그것이 에라시안의 유언이 되었다. 카이라스의 신기가 그녀의 신성을 파괴하고 그녀를 순식간에 산산조각내 가루로 흝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신의 육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진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에라시안의 육체였던 가루들을 손으로 살짝 잡아보던 카이라스는 이내 아이린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이라스는 천천히 아이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봉인구를 간단히 부숴버렸다.

이미 에라시안이 죽어버린 이상, 그녀의 목에 채워졌던 봉인구의 힘 역시 약해져있었기 때문에 부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완전한 자유가 된 아이린이었지만, 그녀가 회복이 되려면 역시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힘은 빠르게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고, 오히려 그녀가 힘을 회복하는 시간은 카이라스의 잘라진 왼팔이 재생하는 시간보다 더욱 빨리 끝날 것이었다.

그리고 봉인이 해제되어 자유가 된 어둠의 여신이 천천히 자신의 남편인 인류의 수호신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요염한 붉은 입술 사이로 내뱉었다.

"카이라스 공자..."

"그냥 카이라스라고 불러."

"네, 카이라스...수고하셨어요."

"미안...좀 많이 늦었다."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두 남녀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서로를 끌어안고 격렬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진한 키스를 하였다.

드디어 그토록 쓰러뜨리고 싶었던 에라시안을 쓰러뜨렸지만,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신과 여신은 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슬프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이라스는 아내를 잃었고, 아이린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으니까.

============================ 작품 후기 ============================

에라시안 드디어 사망...

그리고 탈나서 고생하다가 밤 9시에 잠들어 새벽에 일어나는 바람에 새벽에 썼습니다...

이렇게 세르티네스는 이계로 가고 카이라스가 이계로 가서 최종보스가 되는 것이 내용...근데 드래고니안 모드 카이라스가 최종보스일텐데...후속작 주인공 일행은 그저 암담할 수 밖에...

이 괴랄한 먼치킨이 최종보스인 것은 주인공이 불쌍하지만...후속작 주인공은 성장물인만큼 많이 굴러보게 하렵니다(사실 본인의 취미는 주인공 굴리기 + 잔혹한 고문...)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네요...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