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카이라스-376화 (376/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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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3]

[에필로그 3]

1813년 7월 17일.

결혼식 후 약 8 달의 시간이 흘렀다.

카이라스는 자신의 품에 안겨서 잠든 카일라의 긴 은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신이 된 이후에도 카일라 누나의 맛은 각별하군."

카이라스의 아름다운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새겨졌다. 카일라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은 신이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애정이 넘쳤고, 에라시안에게 해방된 이후 카일라는 예전보다 애교가 많아져있었다.

에라시안에게 잡혀있는 동안 그녀들은 아무래도 사고의 변화를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섹스만 하며 지내던 그녀들은 에라시안이 주입시켰던 사고의 영향 탓인지 하나 같이 색녀들로 변해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둠의 여신인 아이린까지도 다른 아내들에 비해 정도는 약하더라도 색욕이 강해져있었고 화려한 옷들보다 노출이 심한 옷들을 즐겨 입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에라시안에게 잡혔을때 임신을 했던 여인들은 모두 일제히 딸을 출산했고, 당연히 카일라 역시도 카이라스의 딸을 다시금 출산하였었다.

그것을 14 살이 되어 성인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딸인 엘린 역시 바라보았는데, 카이라스는 그 때 엘린의 눈빛을 기억했다.

카일라를 바라보는 엘린의 눈빛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보는듯한 눈빛이었고, 에라시안에게 잡혔던 그의 딸들은 모두가 그러한 증상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성인이 된다면 카이라스와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고, 아직 성인도 아닌 그녀들은 심지어 몇몇은 노골적으로 카이라스에게 교태를 부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이전처럼 만들려면 세뇌를 해야했고 그녀들이 격렬하게 거부했기에 카이라스 역시 제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신인 그는 그가 인간이던 시절 낳은 딸들 역시도 성장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취할 수 있었으니까.

"오라버니."

그리고 카일라를 품에 끌어안은채 침대 위에 앉아있던 카이라스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레나."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인 카일레나였다.

그녀에게는 조카가 되는 엘린보다도 1 살이나 어린 그녀는 그야말로 엘리나의 축소판의 외모가 따로 없는 미소녀였다.

물론 엘리나의 황금빛의 찬란한 아름다움의 금발과는 달리 흑단 같은 긴 흑발을 지니고 있었고 엘리나의 사파이어빛의 푸른 눈동자와는 달리 칠흑색의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이목구비나 연분홍빛 입술은 영락없이 엘리나를 빼닮아있었다.

그리고 에라시안에게 잡혔었던 그녀 역시도 그의 딸들처럼 사고의 변화를 겪었는데 특이한 취미 역시도 생겼다.

"하아~오라버니의 냄새, 너무 좋아~ 아니 좋아요."

어린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은 치기인지 존댓말을 하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카이라스의 체취를 맡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애초부터 몸 안에 노폐물이 없는 카이라스였고, 완전한 신이 된 이후는 외형적으로도 카일레나와 흡사한 아름다운 미청년이 되어있었지만 카일레나에게는 카이라스의 냄새가 더할 나위 없이 자극적인 냄새로 느껴지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에 요새 그녀는 카이라스가 입던 와이셔츠를 끌어안고 자기도 했고, 일부로 카이라스와 아내들의 사이...주로 엘리나와 카이라스의 중간에 껴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행위와는 달리 에라시안에게 지배당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성장을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바로 에라시안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했었던 그녀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현재 13 살의 나이에 무려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9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거기다가 그냥 9 서클의 마스터도 아닌 10 서클을 넘보는 수준이었는데, 여신과의 연결을 통해 역으로 여신이 가진 깨달음들을 자신에게 맞게 변형시켰던 것은 그녀가 카이라스만은 못해도 유일하게 그에게 근접할만한 재능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등에 얼굴을 마구 부비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고, 카이라스 역시 피식 웃으면서 몸을 살짝 돌려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았고 카일라와 함께 카이라스의 품에 안겨지게 된 그녀는 강아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카일라 언니, 많이 행복해보이네?"

"그렇겠지, 오늘 세르리안느를 만났으니까."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죽은 친엄마인 세르리안느의 이름을 언급했다. 카이라스는 신이 된 이후 그가 왜 10 서클 마스터이던 시절 세르리안느를 찾아낼 수 없었는지를 알아냈다.

바로 그녀가 죽은 후 여신으로서 다시 태어났었기 때문이었다.

여신으로 태어나 신계에 있었으니 당연히 존재를 알지 못하던 것이 당연했고, 카이라스는 카일라에게 선물을 주는 겸 해서 그녀가 출산을 하고 난 후 잠시 휴식 기간을 거쳐 드디어 오늘 그녀와 세르리안느의 만남을 주선했었다.

처음에 카일라는 겉으로까지 드러나는 떨림을 보였었지만 이내 세르리안느의 품에 안겼고, 세르리안느는 자신도 빼닮으면서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자란 딸을 끌어안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었다가 이내 두 모녀는 동시에 울음을 크게 터트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엘리나와 세르리안느 역시 재회하여 서로 반가워했는데 거기에서 둘은 하나의 의견에 일치했다.

바로 알프레드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세르리안느로서는 인간이던 시절, 자신을 그렇게까지 사랑한 알프레드의 마음은 고맙지만 그것을 이유로 카일라에게 평생의 상처가 될 폭언을 하였다는 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카일라는 그보다도 세르리안느를 만남으로서 평생의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행복했다.

본래 주신 일루바타르 휘하의 여신 중 한 명이던 세르리안느는 일루바타르가 카이라스에게 보내준 선물이었기에, 그녀 역시 카이라스의 신계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인간 출신의 여신이 아닌 인간에서 환생을 한 여신이다보니 차이가 컸다.

그 예로 카이라스는 물론이고, 원래 말을 편하게 했던 엘리나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하며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고 카이라스 앞에서는 수줍은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카이라스의 아내들 숫자는 거의 포기한 카일라는 그저 자신을 신경써주는 카이라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적극 봉사를 해주었고, 지금 이렇게 섹스가 끝나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품에 안겨져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일레나는 카이라스의 얼굴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공허해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녀만이 아닌 다른 여인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의 아내들이 특히나 적극적인 교태를 부리며 심지어 단체로 모여서 카이라스의 앞에서 알몸으로 단체 스트립쇼를 벌이기도 하는 등의 행동은 그를 어떻게든 기쁘게 하려는 의도들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눈은 계속 다른 곳을 찾고 있었다.

'오빠가 가는 곳은...따라가고 말거야.'

카일레나의 마음에 굳은 다짐이 생겨났다.

*              *             *

"......"

카이라스는 서서히 준비가 끝나감을 느끼었다. 이 시간 동안 그는 아내들의 출산을 지켜보거나 대륙을 안정화시키는 것 외에도 다른 작업을 틈틈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역시도 그는 마찬가지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라스 오빠."

장미빛을 연상시키는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파이어빛 푸른 눈동자의 아름다운 미녀이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 중 한 명인 유리아나가 다른 아내들과 같은 새하얀 야한 복장의 차림으로 풍만한 젖가슴을 출렁거리면서 그의 등 뒤에 다가와 그를 불렀다.

"...유리아나."

카이라스는 조용히 몸을 뒤로 돌렸고 유리아나의 푸른 눈동자와 그의 붉은 눈동자가 살짝 교차했다. 그리고 유리아나가 살짝 걱정스럽게 물었다.

"라스 오빠, 아직도 찾고 있어?"

유리아나는 카이라스가 요새 무엇을 하는지 당연하게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린 역시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카이라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아이린을 제외한 다른 아내들의 경우 카이라스를 유혹하는듯한 행동들을 보이며 그를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내들의 마음과 불안감을 알더라도 카이라스는 결코 지금 하려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매일매일 느껴지는 영혼의 공허감은 아무리 지금의 생활에 충실히 하려고 해도 채워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가슴이 텅 빈 공허감이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고, 그 탓인지 유리아나는 그가 무척이나 약해보인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절대신의 반열에 오른 그였기에 그는 이전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리아나가 볼 때 카이라스의 지금의 모습은 그야말로 유리 같은 부서지기 쉬워보이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미 찾았다. 이제 준비만 남았을 뿐이야..."

카이라스는 그렇게 유리아나의 말에 대답해준 후 허공을 바라보았다. 신의 눈을 통한 차원의 벽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유리아나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라스 오빠가 떠나는거...솔직히 말리고 싶어. 그렇지만 지금 라스 오빠는 너무 약해보이고...부서질 것만 같아보여서 또 말릴 수가 없다는게 정말 슬퍼. 신이 됬으니 물론 강해지기는 했겠지만...내 눈에는 9 살 시절의 오빠가 더 강해보이거든."

"...후후, 걱정을 많이 끼쳤구나."

카이라스가 약간 자조 섞인 웃음을 짓자 유리아나가 살짝 붉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으응, 아니야. 그냥...걱정이 많이 되서 그래. 오빠랑 떨어지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으니까."

"몇 년 안 걸릴거야. 그리고 어차피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영원한 시간이 있어. 나는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

유리아나는 그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카이라스는 쓰게 웃었다. 그렇지만 그는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차원의 벽을 넘어서라도, 반드시 세르티네스가 있는 곳으로 가야했고 그리고 거기에서 그녀를 데리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했다.

"나는 세르티네스가 아니라, 유리아나. 너였어도...아니 아내들 중 누가 이계로 떨어졌더라도 구하러 갔을거다..."

"알아, 라스 오빠는 그런 사람이니까."

유리아나는 카이라스의 새하얀 뺨을 섬섬옥수와 같은 손으로 어루어만지며 살짝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며 조용하고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              *             *

새로운 카르시스 제국의 여황제, 아이리스 폰 카르시스의 재위 하의 중간계는 평화로웠다.

그리고 아르테일 공작가는 가주의 신분인 카이라스가 신이 되어버림에 따라 자연히 가주의 신분이 공석이 되었고, 그 탓에 카이라스의 할아버지인 아나클레투스가 다시금 가주의 자리를 임시로 맡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가주로서 의욕이 없는 상태였고, 그리하여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가주로는 카일레나가 선택되었고 그녀 역시도 신계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임시로라도 그렇게 그녀가 차기 가주로 임명됨에 따라 아르테일 공작가는 안정이 되었다.

여자가 공작위를 계승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아르테일 공작가에선 아무런 불만도 없었는데 이미 13 살에 9 서클의 마스터인 역사상 최대의 성취를 보이고 있는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리히테나워 공작가는 전쟁이 끝나고 난 후 제법 큰 성세를 계속해서 누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르테일 공작가와는 달리 리히테나워 공작가는 여전히 정치계에서 큰 힘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가 세력 면에서 월등하고 거기다가 인류의 수호신 카이라스가 태어난 곳인만큼 인류에게 있어서는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지만 애초 마법사 가문인 그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었다.

리히테나워 공작가도 기사 가문이기에 정치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문의 성세는 신경쓰며 황제에게 충성을 하는 최측근이었기에 그들이 적당한 권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아이리스는 아이린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운 정치를 펼치고 있었기에 리히테나워 공작가를 제외하고도 다른 가문들 역시 혜택을 받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그문트의 알브레히트 후작가였다.

검황 지그문트는 오크들과 싸움의 치열함과 신이 된 카이라스에게 받은 수련을 통해 검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이때는 카이라스의 아내인 검사들 역시 모두 검신의 경지에 올랐기는 하지만 중간계에 존재하는 검사 중에서는 최고의 경지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권황 제이크 역시도 권신의 경지에 올라 스승인 권제 알버트를 뛰어넘게 되었다.

권황 제이크는 귀족 가로서 세력을 가지기 보다는 자유로운 자유용병을 지향하였으며, 아이리스는 그에게 명예 후작 위를 대신 포상으로 내렸다. 그 후에도 그는 여전히 지그문트와 친분을 유지하며 중간계에서 용병으로서 활동하며 위험한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이종족들과의 전쟁을 겪고 성장하여 더욱 강력해진 인간들에 의해 서서히 대륙에서 더더욱 밀려남에 따라 카이라스는 아예 몬스터 대륙이란 새로운 대륙을 만들어냈고, 거기에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을 창조해내고 풀어놓았고 인간들이 사는 대륙과 몬스터 대륙을 연결시키는 공간이동 장치들도 만들어놓음에 따라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은 몬스터들의 생태계에 신경 쓸 것 없이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은 좋은 수련이 되었다.

그렇게 인류는 계속해서 번영해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              *             *

준비는 모두 끝났다.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가 있는 차원을 알아냈으며 그 세계로 떠날 준비도 완료된 상태였다.

"이제, 떠나는거구나...라스."

엘리나가 아름다운 눈가 주변에 살짝 이슬이 고인채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카이라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눈가에 난 눈물을 손가락으로 살짝 닦아주며 말했다.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영원한 이별처럼 생각하지마.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노력할테니까."

차원이동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지금의 카이라스라면 근접한 차원들로의 이동은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세르티네스가 있는 차원이 정말 멀고도 먼 위치에 있는 차원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그 정도 거리는 되도록 추방을 당했기에 에라시안과 엘리나를 분리시킬 정도의 권능이 발현될 수 있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자신의 육체를 이곳 신계에 잠들게 해놓은 후 영혼만이 따로 이동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신의 영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힘을 얼마든지 발현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육체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보다 영혼만이 이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영혼이 육체보다 차원 사이의 압력을 적게 받기 때문이었다.

하나하나 차원을 넘어서 천천히 이동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세계의 신들이 그를 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누구든 자신의 세계에 낯선 침입자가 오는 것은 싫어할테니까.

세르티네스가 있는 세계는 그가 갈 수 밖에 없는 곳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결코 다른 세계의 일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신이란 다른 세계로 간다면 결국 어떤 일로든 그 세계의 일에 얽매아는 성가신 일을 겪게 될 테니까.

"카이라스, 이제 떠나는 거군요..."

아이린이 긴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우아하게 넘기며 말해왔다. 그녀는 카이라스가 이계에 다녀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해왔었다.

세르티네스는 그녀에게 있어서 최초의 친구였고,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가족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심지어 세르티네스는 그녀가 어른이 된 후에도 항상 그녀의 옆에 있어주었었다.

그런 세르티네스를, 아이린 역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카이라스가 자신이 떠난 동안을 부탁했기에 남아있기는 하겠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녀는 카이라스와 함께 떠나고 싶은 수준이었으니까.

"린."

"카이라스, 우선 이것 맛 좀 봐주실래요?"

카이라스가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아이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카이라스를 제지한 후 아공간에서 따끈따끈한 면 요리를 꺼내었다.

"한 번 맛을 봐주세요."

"...알았다."

카이라스는 살짝 웃으면서 면 요리를 먹었고, 그가 면 요리를 다 먹은 순간 아이린은 다시금 카이라스가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것을 제지했다.

"셀리나에게 요리를 배워가면서 직접 만들어본 거에요. 맛이 어떤지는...돌아와서 듣도록 하겠어요. 그러니까 카이라스, 세르티네스를 데리고 반드시 꼭 돌아와주세요."

"약속하지. 반드시 세르티네스를 데리고 돌아오겠다고."

"그거면 충분해요."

아이린은 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카이라스는 아내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달래주어야했다.

"3 년간은 자동모드로 해놓았으니 영혼이 없는 빈 육체지만 섹스는 충분히 즐길 수 있을거야."

이런식으로 달래기도 하고...

"너무 늦게 돌아오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날 믿고 기다려줘.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1, 2 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거야."

이렇게 살짝 감정에 호소해보기도 했다.

그런 끝에야 겨우겨우 그는 아내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었고, 이내 그는 마침내 차원이동을 시작하고자 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름다운 아내들과 첩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카이라스는 미소 속에서 육체와 영혼을 잠시 분리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육체가 영혼이 비고 카이라스가 남긴 잔류의식만이 남아 반가사상태나 다름 없게 되었을때, 카이라스의 영혼은 아내들을 향해 마지막 미소를 지은 후 차원을 넘었다.

육체를 두고 영혼만이 차원을 이동한다. 라는 제약을 걸고 이동한 그는 영혼의 특성도 있지만 제약의 덕분에 세르티네스가 있는 곳의 차원을 향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에라시안의 말이 현실이 되었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속에는 그에게 파괴신으로서의 성향을 준 너무나도 거대한 증오가 남아있었으니까.

*              *             *

--삭제된 장면--

1. 검황 지그문트와 오크 로드 아조그는 라이벌로서 계속해서 치고 박고 싸울 예정이었다.

2. 루시퍼는 카일레나를 달라고 아르테일 공작가를 방문했다가 여동생 및 딸을 달라는 말에 분노한 카이라스와 루스칼리스 부자가 나란히 날린 파워 워드 킬에 끔살(...)용 개그 캐릭 예정이었다.

3. 전쟁은 100 편은 더 있을 예정이었다.

4. 카일레나의 경우 점점 브라콤 끼가 심해지는 장면이 천천히 나올 예정이었다.

5. 유리아나의 어머니도 나올 예정이었다.

6. 세르리안느는 여신으로서 중간계에 카이라스의 부름을 받고 내려와 에라시안을 따르는 신들과 싸우는 것이 본래 예정이었다.

*              *             *

"......"

카이라스는 창조해낸 육체에 만족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힘을 쓸 수 있었으니까. 원래의 육체의 분신이었기에 성능 역시 다른 점이 전혀 없었다. 본래의 육체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

수많은 증오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가 느끼기에도 자신의 증오는 거대하고, 또 이 세상을 벗어나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3

집착과 증오가 자신을 망가지게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막아줄 상대들을 키우기로 했다. 또한 그들이 자신을 원래의 세계로 되돌려보내줄 열쇠가 될 것이었다. 그는 그렇기에 모든 계획을 꾸몄다.

4

소년의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해온다. 증오가 가득하지만 신념에 가득찬 눈, 과거 자신의 눈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5

이 세계에서의 그는 수호신이라기보다는 파괴신이라 해야 걸맞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역시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6

이 세계의 신들이라 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무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의 옆에는 언제나 세르티네스가 있으니까.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변한 그는 최강의 신이니까.

============================ 작품 후기 ============================

에필로그 끝입니다...

일단 이 정도로 카이라스는 끝내고 후속작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후속작은 남성향이라기보단 중간 쯤으로 하려고 구상하고는 있습니다만...먼치킨물이 아니라 성장물이다보니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실거 같네요.

일단 비축분 모으기에 우선 들어가겠습니다.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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