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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카이라스의 양면성]
[외전 : 카이라스의 양면성]
차원이동.
그것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수호신이며 이종족들에게는 파괴신인 카이라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원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동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이동하고자 하는 차원은 너무도 먼 곳에 있었고, 그 상태에서 그는 육체를 두고 영혼만을 이동해야했다.
육체를 두고, 영혼만이 이동한다는 제약을 통해 먼 거리의 차원이동까지 성사시킨 그는 영체 상태로서 이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대륙이랑은 한참 멀리 떨어진 그저 조그마한 크기의 섬이었다.
인간은 살지 않고 동물들만이 좀 살아가는 작디 작은 섬이 그가 도착한 장소였다.
[후우, 힘이 너무 많이 소비됬군.]
영체 상태에서 카이라스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느꼈다. 아무리 그가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존재이며 그 절대신 중에서도 특출난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할지라도 차원이동을 하면서 힘이 상당히 소비된 상태였다.
그나마 육체를 두고, 영혼만이 이동하는 제약을 걸어놨기에 힘이 덜 소비되었지만, 카이라스는 자신의 상태가 좋은 상태가 아님을 느꼈다.
[일단 육체부터 만들어야겠군.]
영체 상태로 계속 있어도 신의 권능을 쓰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렇지만 육체가 있는 편이 효율이 더 좋았다.
영체 상태에서의 간섭보다 육체 상태에서의 간섭이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인간의 모습 자체가 신의 모습에서부터 따서 만들어졌다고 신들 사이에 알려져있을 정도였다.
물론 수많은 차원들의 인간들을 생각하면 한 명의 신에게서 파생된 것은 아니겠고, 정확한 진실은 신들조차 알지 못하며 당연히 인간에서 신이 된 카이라스도 마찬가지였다.
슈우웅-
카이라스는 순식간에 원래 세계에 있는 그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여 이 세계에서 쓸 자신의 육체를 만들었다.
흔히 분신체를 만드는 방식을 이용해서 만든 지금의 육체는 본체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지금 만들어진 그의 육체는 신(神)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절세의 미남의 모습이었다.
현재 그의 외모는 인간이던 시절의 그의 어머니였으며, 신인 지금은 그의 아내인 빛의 여신 엘리나와는 달리 머리카락이 길지도 않았고 찬란한 금발도 아니었으며 맑고 순수한 푸른 눈동자는 더더욱 아닌 외모였다.
하지만 너풀거리는 흑발에 여성을 홀리는듯한 색기까지 느껴지는 눈매와 요염한 빛이 흐르는 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기는 했어도 그의 전체적인 얼굴 선이나 새하얀 피부 등은 영락없이 엘리나를 빼닮은 모습이었다.
"세르티네스..."
육체를 만든 카이라스는 바로 세르티네스를 찾았다. 그녀가 이곳 차원에 있는 것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기에 이 세계의 정보를 읽어 그녀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이 세계의 정보에 접속했을 때였다.
[이계의 침입자가 감히 함부로 이 세계에 오다니!]
카이라스는 바로 5 명의 신들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하나가 절대신의 반열에 올라있는 신들의 기운을.
그리고 이내 카이라스가 있는 공간이 중간계의 어느 섬이 아닌 신계의 지역으로 변하였고, 신계의 한 가운데 서있는 그를 화려한 외모들을 가진 5 명의 남녀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 카이라스의 주변을 포위했다.
금발의 화려한 미남자의 모습을 한 주신 데우스
백발의 화려한 미남자의 모습을 한 빛의 신 루미누.
흑발의 화려한 미녀의 모습을 한 어둠의 여신 아스토리아.
적금발의 화려한 미녀의 모습을 한 태양의 여신 바루나.
은발의 화려한 미녀의 모습을 한 달의 여신 루니아.
이들 5 명의 신들은 일제히 카이라스를 포위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자신을 흥미롭다는듯 바라보는 어둠의 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4 명의 신들과 여신들의 투기를 느끼고는 싸울 의지가 없다는 자신의 의지를 공개했다.
이계에서 온 절대신이 이곳의 절대신들과 싸울 의지가 없다고 스스로 공개한 것이었다.
"이계에서 온 침입자여. 네 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주신 데우스가 강압적인 태도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마치 카이라스를 아래로 내려다보는듯한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그렇지만 일단 자신은 이방인이기에 카이라스는 그런 그의 행동에도 반발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세르티네스를 찾아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괜히 이곳 세계의 신들과 충돌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인류의 수호신의 직위를 맡은 카이라스라고 합니다. 얼마전 있던 신들의 싸움에서 제 아내가 이곳 세계로 떨어져 아내를 데려가고자 잠시 이곳에 들렀습니다."
카이라스의 그러한 모습에 오히려 기가 살아난건지 데우스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내를 데려가고자 한다고? 고작 계집 하나 때문에 다른 차원에까지 침입을 해왔다는 말을 믿으라는거냐? 너는 분명히 다른 속셈이 있는게 틀림없다."
데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노골적으로 카이라스를 향해서 적의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속에 싸우려는 의지가 깃든 것에 카이라스가 말했다.
"싸울 생각입니까? 저는 싸울 생각도 없고, 그저 아내만 찾으면 아내만 데리고 돌아갈 생각인데."
카이라스의 말에 데우스가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믿느냐? 그러면서 이 세계에 해악을 끼칠 음모를 꾸밀지 말이야."
데우스의 말은 억지였다. 지금 카이라스는 '신'으로서 자신의 말이 진심임을 대놓고 공개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신들은 그가 일체의 거짓도 말하지 않고, 그 어떠한 것도 숨기지 않은채 솔직하게 자신의 목적을 모두 말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데우스는 그럼에도 카이라스에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르티네스를 찾으러 온 입장인 카이라스는 그런 그의 시비를 참아넘기면서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저 내 아내를 찾으러 왔을 뿐입니다. 아내만 찾으면 바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겁니다."
"그럼, 네 놈의 아내의 모습을 보여봐라. 대체 어떤 계집이어야 이계의 신이 다른 차원에까지 가게 만드는지 도통 믿을 수가 없으니까."
데우스의 말에 카이라스는 별말 없이 바로 세르티네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띄워서 보여주었다.
긴 흑발에 황금색의 눈동자, 새하얀 백옥의 피부를 지니고 있는 어딘가 무뚝뚝해보이지만 그것이 또 매력이 되는 절세의 미모를 지닌 미녀의 모습.
"확실히 이 정도면 찾으러 올만도 하군요."
그리고 조용히 있던 흑발의 미녀, 마신 아스토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세르티네스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곳 세계의 여신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에 비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기에 저런 미모의 아내라면 신인 그가 찾으러 올만도 하다고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데우스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아내를 찾으러 왔다 이거군. 하지만 그 계집은 지금 중간계에 있을테니, 중간계의 관리자인 주신인 내 소유다. 이미 이 차원에 정착해버린듯 하니 결코 넘겨줄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카이라스의 표정에 차가운 분노가 감돌았고, 그가 데우스를 향해 물었다.
"지금 내 아내가 자신의 것이라고 한겁니까?"
"그렇다. 너의 세계에서는 네 아내였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온 이상 모든 것은 주신인 내 소유다. 당연히 그 계집도 내 것이지. 그러니 그만 꺼지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라. 남의 것을 훔칠 생각은 하지 말고."
노골적으로 세르티네스를 향한 탐욕을 드러내는 데우스의 말에 마신 아스토리아의 표정이 찌푸려졌고, 카이라스의 얼굴에는 차가운 분노가 더더욱 감돌았다.
"추악하군. 어차피 싸움을 피할 수는 없어보였지만."
카이라스의 말에 데우스가 비열해보이기까지하는 미소를 지었다. 한 차원의 주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치졸한 존재였다.
중간계의 모든 것은 주신인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극도의 오만에 빠져있었다.
카이라스의 세계에 있는 주신 일루바타르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중간계에 깊은 애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자신이 맡은 책무는 열심히하는 존재였다.
그저 중간계에 신으로서 끼칠 수 있는 영향이 한계가 있기에 무능함을 좀 많이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주신인 데우스는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탐욕에 휩싸여있는 그는 카이라스가 볼 때 이곳 차원의 주신으로서의 자격이 참으로 부족하다못해 실격인 존재였다.
특히나 카이라스는 자신의 아내인 세르티네스를 노골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면서 탐욕을 드러내고, 또 자신을 도발하는 데우스를 보면서 마치 원래의 세계에 있던 아이린의 이복오빠이며 찌질이인 알렉스가 떠오를 정도였다.
"데우스, 마계를 담당하는 여신인 제가 중간계에 간섭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말은 지나치군요."
그리고 그가 추악해보이는 것은 카이라스만이 아니었지만 아스토리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데우스에게 지적하자, 데우스가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뭐가 지나치단 말이오? 그리고 대체 맨날 당신은 왜 그리 내가 하는 일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오?"
되레 신경질을 내는 데우스의 모습에 아스토리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루미누, 바루나, 루니아, 그리고 저. 모두가 당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절대신들이에요. 결코 당신의 수하가 아닌거죠. 주신은 그저 중간계를 다스리는 신일 뿐 이곳 모든 세계의 주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둬요."
그리고 아스토리아는 바로 그녀의 세계인 마신계로 이동해버렸고, 데우스는 이내 사라진 그녀를 보며 이를 으득 갈았다.
"저 년이…!"
"참으시죠, 데우스. 일단 처리할 일이 남아있으니까요."
이를 으득 갈던 데우스는 빛의 신 루미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침입자를 처리해야하니까 말이야."
카이라스는 하필이면 많고 많은 차원 중에서 이런 치졸한 신이 주신으로 있는 세계에 세르티네스가 떨어졌다는 것이 기가 막혔지만, 데우스의 목적이 단순히 세르티네스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침입자 타령을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그저 날 죽여서 내 힘을 나눠 가질 생각인 것이 아니던가?"
카이라스는 더 이상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에게 적의를 완전히 드러내고 있는 자들에게는 한치의 양보도 해주기 싫어진 것이었다.
이미 그는 참을만큼 참은 상태였다. 이 이상 참는 것은 바보짓에 불과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이곳 세상의 안정을 위협하는 네 놈을 이곳에서 처리하겠다."
마치 알렉스를 연상시키는 말을 떠들어대는 데우스의 말에 카이라스가 차갑게 그를 비웃으며 물었다.
"신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내 말에 반박할 수 있나? 이곳 차원의 주신이여. 반박할 수 있거든 그대가 날 죽여서 내 힘을 빼앗고 내 아내를 빼앗고 싶어하는 탐욕에 휩싸여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을 부정해봐라."
카이라스의 물음에 데우스가 움찔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카이라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는 주신이었다. 고귀한 이곳 세계의 신이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대부분 이루어졌었고, 이곳이 그의 세계인 이상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그의 것이며 그의 마음대로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지적은 그에게 있어서 아픈 곳을 찌르는 발언이었다. 예리하게 아픈 곳을 찔러오는 카이라스의 말에 당황한 데우스는 그의 동료인 신들이 보기에도 한심한 반응을 보였다.
"닥쳐라! 그런 허황된 말을 하여 나를 모욕하러 하다니! 내 계집을 탐하면서 잘도 떠들어대는구나!"
이제는 아예 세르티네스를 자기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그의 태도에 카이라스의 표정이 더더욱 싸늘해졌다.
============================ 작품 후기 ============================
카이라스가 이계에 첫 왔을때의 2편 외전 중 1편입니다.
주신인 데우스(엑스 마키나!)가 찌질이로 나오는데, 이런 찌질한 신은 원래 드뭅니다. 이놈이 알렉스 같은 놈이라.
손가락이 아파서 나머지는 내일 쓰겠습니다.
[코멘, 추천, 선작, 쿠폰 지급 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