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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외전 :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세상이 불타고 있었다.
셀수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순식간에 세상을 떠나 윤회의 고리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깊은 원한과 증오를 품고 죽은 탓에 세상 자체의 기운들이 혼탁해져있었다.
훗날 그 차원에서 초고대문명이라고 불리던 이 문명을 멸망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10 서클 마스터들끼리의 내분이었다.
하나하나가 드래곤 로드에 필적하는, 혹은 압도하는 실력들을 지닌 10 서클 마스터들이 13 명이나 존재했었던 만큼 드래곤들조차도 인간들의 눈치를 봐야했다는 시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신과 같은 힘을 다루는 12 명의 10 서클 마스터들은 자신들의 힘이 아무리 신의 힘이나 다름 없는 전능한 힘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본질이 인간이라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에 그들을 완벽히 신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된 3 개의 금단의 아티팩트들을 제작했었다.
그렇지만 인간이 가진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의심은 10 서클 마스터인 그들에게도 존재했다.
금단의 아티팩트의 제작을 반대하던 1 명의 10 서클 마스터를 제외하고 계획을 강행한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서로 자신들만이 신이 되고 싶다는 망상에 빠져있었다.
그 결과 금단의 아티팩트의 힘들을 이용한, 또 그 금단의 아티팩트들을 차지하기 위한 10 서클 마스터들의 세력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마도시대라고 불리었고, 후대에는 제 1의 마도시대라 불렸던 인류의 최전성기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니, 막을 내린 수준을 넘어서 인류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었다.
아름다웠던 제국의 황도가 불타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모든 문명이 불타 사라져버리고 오직 대지가 뒤흔들리고 하늘의 색이 변하며 대륙의 지형이 아예 변해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이 상황 속에서 이 참혹한 인류의 문명의 멸망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대체 어째서 이런 짓들을...다들 싸워봤자 이런 자멸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유일하게 신이 되겠다는 탐욕에 휩싸이지 않은 10 서클 마스터인 흑발의 사내가 멸망한 문명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12 명에 달하는 10 서클 마스터들끼리의 싸움은 세상의 이치까지도 엉망으로 만들었고, 그로인해 10 서클 마스터인 그의 힘으로도 죽은 자들을 되살려낼 수 없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죽은 자들을 명계로 보내주어 윤회의 고리를 거치게 해주는 것 뿐이었다.
"세상을 이리도 엉망으로 만들어놓다니...안정시키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리겠어."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사내의 등 뒤에는 금발과 은발, 그리고 적발의 아름다운 세 명의 미녀가 나란히 서있었다.
그의 3 명의 아내들은 다행히도 이 끔찍한 지옥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12 명의 10 서클 마스터들은 유일하게 탐욕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마음을 지닌채 인간으로서 남기를 원하였으며 10 서클 마스터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그를 각자 자신들의 편으로 회유하고 싶어했었다.
그리고 그를 회유하기 위해 당연히도 그가 가장 아끼는 존재들, 그의 3 명의 아내들을 노렸었다.
제국의 황녀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모들을 지녔다는 3 명의 미녀들을 노리는 것은 그를 협박하기 위함의 용도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질투심과 탐욕 역시 당연히 섞여있었다.
마치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여인들을 자신들이 차지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런 미녀들이 이미 한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에 대한 질투심이었다.
더군다나 오만하기 그지없는 10 서클 마스터들의 입장으로서는 인정하기는 싫지만 자신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10 서클 마스터인 그가 그런 미녀인 아내들까지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열등감들을 느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아내들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국은 멸망했다.'
그는 제국의 공작이었다.
10 서클의 마스터인 그는 다른 10 서클의 마스터들이 각자 지니고 있는 마탑들과는 다른 오직 그 혼자만의 1인 마탑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탑에 있는 수많은 방어 마법들의 도움으로 그는 다른 10 서클 마스터들의 공격을 견뎌냈고, 결국 다른 12 명의 10 서클 마스터들이 자멸할 때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국을 지켜내지는 못했다.
수많은 인간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원시 수준의 하찮은 문명들을 지닌 이종족들은 드래곤들이 보호하여 철저하게 안전한 방어 결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기에 도리어 피해가 없었지만 고도의 문명을 지니고 있던 인간들은 정말 극소수의 생존자들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희생자들 중에서는 '그녀'도 있었다.
"허망하군."
흑발의 잘생긴 용모의 사내는 모든 것이 파멸한 황무지에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한 때 이곳은 제국의 황도가 있던 곳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고, 떠들고, 분노하며 지내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그와 그의 사랑스러운 3 명의 아내들을 제외하고는.
* * *
그는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제 2의 마도시대가 열리도록 유도하며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자신의 유적에 자신처럼 10 서클로 가는 모든 지식들을 남겨놓은 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가진 수많은 지식들을 인류에게 풀어서 인류의 왕국들이 알아서 발전할 수 있게 했으며 그는 각 왕국들의 일에 틈틈히 개입하여 치명적인 전쟁은 막고 있었다.
이미 제 1의 마도시대 당시 때부터 카나타 연합왕국의 핵심을 이루는 부족들을 제외한 각지의 수많은 부족들이 정착한 농경민족들로 변해있었기에 농업을 가르치고 수확물을 늘리는 방법들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영안하게 했다.
* * *
2500 년전.
"또 온거냐?"
숲 속에 있는 넓은 저택의 정원에서 나무에 등을 기댄채 책을 읽고 있던 흑발의 사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허리 아래까지 황금색 머리카락을 기르고 황금색 눈동자를 지닌 경국지색의 미모의 아름다운 미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마침 인간들의 세상에 좋은 식재료가 있길래요."
미녀, 골드 일족의 드래곤 에라시안이 미소를 지으면서 아공간에서 수많은 식재료들을 꺼냈다.
"...많이도 가져왔구나."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식재료들을 보며 사내가 살짝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에라시안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래뵈도 요리도 좀 배워왔는데, 어때요? 제가 요리를 해드릴까요?"
"그보다 이제 드래곤 로드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되는거냐?"
사내의 물음에 에라시안이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뭘 그리 따져요? 어차피 드래곤들은 다 각자 개인 생활 하는 종족이라고요. 그리고 제가 로드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또 누가 뭐라 한다해도 로드도 사생활이라는게 있는 법이라고요."
에라시안의 말에 사내는 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다. 기대하도록 하마."
"네!"
에라시안은 밝게 웃으면서 식재료들을 다시 아공간 안에 넣고는 안으로 들어갔고,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마치 봄의 여신을 연상시키는 착하고 온화해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황금빛과 같이 찬란한 긴 금발에 맑은 호수와도 같은 푸른 눈동자를 지닌 여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아름다운 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간편해보이는 반팔의 새하얀 티셔츠에 실내용의 새하얀 핫팬츠를 입고 늘씬한 다리와 새하얗고 탐스러운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는 금발의 미녀의 몸매는 그야말로 터질듯이 풍만하고 농염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고 있었다.
봄의 여신 같은 착하고 온화한 분위기와 그에 따른 밝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큐버스 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색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자 에라시안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첫째 사모님. 오랜만이에요."
"응, 라시도 오랜만이야."
에라시안을 라시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밝은 미소를 짓는 금발의 미녀는 바로 밖에 있는 사내의 첫번째 아내였다.
수만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그의 3 명의 부인 중 한 명.
그녀의 앞에서 에라시안은 드래곤 로드임에도 지극히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밖의 그는 그녀의 감정이 어떻든 일단은 그의 스승인 선생님이었고, 눈 앞의 미녀는 그런 그녀의 선생님의 부인이었으니까.
"부엌을 쓰려고 하는거니?"
"네, 선생님을 위해서 요리도 배워왔거든요."
에라시안이 살짝 자랑스럽게 말하자 금발의 미녀, 엘리나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어멋, 기특하기도 해라. 나도 라시의 요리를 기대할께."
"네, 맡겨주세요."
친절하게 자신을 응원해주는 엘리나의 말에 에라시안은 미소로 대답한 후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부엌으로 들어간 순간, 그녀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구겨졌다.
물론 그렇게 구겨진 표정을 지어도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그만큼이나 무시무시하기도 했다.
'흥, 기대한다고? 그 계집이 건방지게...!'
에라시안은 그 3 마리의 계집들이 그의 아내들이라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셋 모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다달아있는 여인들이기는 했지만 검신의 경지에 오르기를 포기하는 것으로 제 1의 마도시대의 붕괴 당시 이후 쭉 지금까지 수만년의 세월의 살아온 앞으로도 발전할 수 없을 계집들이었다.
정확히는 그녀들은 경지의 정체(停滯)를 대가로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었고, 그녀들이 재능을 포기하는 정체를 대가로 지불한 덕에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었지만 에라시안에게는 그딴 사실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를 살아있게해서 자신과 만나게 해준 점은 감사하지만, 그녀들 따위가 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화가 났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엘리나, 그 계집은 누가 보더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계집이었고 그런 사실이 인정하기 싫지만 에라시안의 마음에서 크나큰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있었다.
* * *
1000 년전.
"왜...? 왜!"
에라시안이 울부짖듯이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죽었다.
그가 그녀를 떠났다.
그가 신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아내들과 함께 안식을 취하겠다며 세상을 떠났다.
"아하하...!"
에라시안은 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바라보며 웃었다. 세상을 수도 없이 위해온 그가 죽었을때 슬퍼하는 것은 오직 그녀 하나 뿐이었다.
그토록 세상을 위해서 일했거늘 그가 죽었음에도 그 사실을 아는 자들도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린다해도 세상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기뻐할 것이었다.
이미 안정되기 시작한 세상 속에서 그와 같은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며 울면서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의 금색의 눈동자가 광기로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미워요. 그리고 당신이 날 떠나가게 만든, 자신들을 계도하고 구원해주는 구세주를 탄압하는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싫어요. 그리고 그런 인간들에게 징벌을 내리지 않는 당신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한 에라시안은 서서히 드래곤 로드로서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나는, 당신과 그 계집들의 사이를 축복해주기 싫어요."
에라시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3 명의 아내들의 영혼에 저주를 걸었다. 다음 생에 그녀들은 환생한다면 그와 피가 섞인 가족으로서 환생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그녀, 엘리나는 다음 생에 그의 엄마로서 환생하게 될 것이었다.
즉, 그녀를 가장 열등감에 빠지게 만든 그녀가 다음생에서는 그의 아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00 년후, 엘리나가 전생의 이름 그대로 환생했다. 훗날 그의 엄마가 될 여인으로서.
19 년 후, 카일라가 전생의 이름 그대로 환생했다. 훗날 그의 외사촌누나로서.
10 년 후, 그가 카이라스라는 이름으로서 환생했다.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6 년 후, 유리아나가 전생의 이름 그대로 환생했다. 그의 사촌동생으로서.
그리고 카이라스와 에라시안은 이제, 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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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1부의 최종보스인 에라시안의 외전을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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