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치심을 느끼고 계시는 군요...”
놈은 아내의 눈을 직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하긴...이해못할 노릇은 아니겠죠. 인간에게 있어 의복이란...육체뿐 아니라 때때론 마음까지 가리는 도구로 사용되곤 하니까요. 물론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아내는 대답이 없다. 다만 입술을 깨물곤 애써 놈의 눈을 마주볼 뿐이었다.
그건 지금의 상황에게 아내가 표할수 있는 최선의 항거였다.
하지만 아내의 나신 구석구석은 잔물결처럼 떨리고 있다.
그건 어쩔수 없는 두려움의 표시이기도 했다.
놈은 이미 그 작은 틈마저도 읽고 있었다.
“참으로 알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째서 추위를 덜기위한 도구였던 의복이 어느새 마음까지 가릴수 있는 초자연적 신기로 발전해버린건지...”
“....”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런 어색한 느낌은 저역시 즐겨하지 않으니까요. 전 부인과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약속드리는 건 그건 부인께도 다시없는 행운일거란 겁니다.
섹스...
그 원초적인 단어가 텅빈 하얀방을 메아리치는 순간 동시에 아내의 살결도 일제히 출렁였다. 그건 아내가 이미 예상하였으되 결론으로 맞고 싶지 않았던 어떤 상상이 현실로 강하게 도래되었음을 느낀 아내의 충격을 대변하고 있었다.
“ 적어도 섹스에 대한 기술은 감히 제가 세계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므로...부인은 지금껏 상상조차 못해봤던 쾌락을 제대로 즐기실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겁니다. ”
아내의 아랫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다. 이건 분명 꿈에라도 원치 않는 상황일거다.
아내는 체내의 모든 세포에게 죽을 힘을 다해 명령하고 있을거다. 얼른 깨어나 작금의 위기에서 주인을 보호해 달라고.
아니면 진실을 다해 거절할수 있게 목소리 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허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내의 간절한 명령에 화답한건 간신히 떨려주는 아랫입술 뿐이었으니...
그렇듯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아내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준건 엉뚱하게도 놈이었다.
“하지만 부인과 결코 강제로 섹스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강간이니까요. 그러니 저와의 섹스는 오직 부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순간 아내의 떨림이 일제히 사라졌다. 대신 아내의 동공엔 의문과 긴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의 급변하는 반응과 관계없이 놈의 어조는 얄밉도록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묻겠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제게 몸을 열어 지상최고의 쾌락을 즐기시겠습니까...? 아니면 당당히 거절하시어 쾌락대신 유교사상의 불행한 잔재인 정절을 택하시겠습니까...?”
질문의 요지는 더없이 차분하고 명확했지만 아내는 아무런 답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당연하다. 성대가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무슨 재주로 말을 하랴.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떠 놈을 쏘아 봄으로서 분명한 부정을 표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놈이 원하는 대답의 방식이 아니었다.
“애써 말을 하실 것 없습니다. 입을 통해 들으려는 대답이 아니니까... 입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거짓을 위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입을 통해 나오는 대답은 결코 완전한 진실이라고 인정될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건...”
놈은 잠시 말을 멈추곤 아내의 나신을 천천히 훑어본다.
놈의 시선이 지날때마다 아내의 하얀 피부는 작은 떨림과 함께 소름이 돋아갔다.
놈의 검지 손가락이 아내의 배꼽 바로 아랫부분을 지긋히 누른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움찔...!
아내의 나신이 작게 출렁이더니 동시에 아내의 피부에 돋아오르던 강한 부정의 사위가 일제히 사라졌다.
“제가 진실로 듣고 싶은 건...부인 내면 깁숙히 숨어 있는 본능이 짖어대는 진실의 목소리입니다. 바로 그 목소리의 선택을 알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그 대답을 들려 주십시오.”
말을 이으며 놈은 천천히 열손가락을 가볍게 펴서 들어 보였다. 아내의 눈앞에서 번뜩이는 가늘고 긴 손가락...
그건 놈이 가장 자랑하는 무기중 하나였으며...또한 아내에겐 가장 지독한 흉기였다.
놈은 그 손가락을 아내의 나신으로 천천히 옮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목숨을 걸고 약속드리죠...만일 부인의 본능이 진정 쾌락대신 정절을 택하신다면 부인께서 원하시는 생활로 고스란히 돌려 보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놈의 손가락은 아내의 나신을 건반 삼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놈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허....!”
놈의 손가락이 아내의 겨드랑이 결을 슬쩍 스치는 순간...그러니까 막 게임의 초입이 시작된 순간...
죽은 듯 늘어져 가늘게 떨고만 있던 아내의 나신이 강하게 출렁였고 동시에 여지껏 닫혀 있던 아내의 입술에서 강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그건...분명 쾌감의 반동이었다.
(3)
“여성의 성감대가 몇군데쯤 될거 같아요...? ”
내 옆에 앉아 담담하게 스크린을 주시하던 놈의 아내가 느닷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가벼운 목소리였으나 전신의 세포에게 긴장을 명한체 잔뜩 스크린을 응시하던 내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네....? 그게 무슨....”
“성감대를 물은 거에요. 아시잖아요 성감대... 선생님께선 부인의 성감대를 몇군데나 알고 계시죠...? ”
“그...글쎄요...한...열댓군데...? ”
거짓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의 성감대는 다섯군데에 불과했다. 양쪽 유두...크리스토리...허벅지 안쪽...귓볼......
하지만 고작 다섯군데라고 말하기엔 어쩐지 창피했다.
그러나 서너배의 부풀림도 별효과가 없었다.
피식...
놈의 아내...미란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린 것이다.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다.
“대충 세도 일만개가 넘을거에요.”
“예...? 일...만개요....?”
물론 믿기지 않은 숫자였지만...그렇다고 부정할 이유도 자격도 없다.
다만 쪽팔림을 무마하기 위한 되물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미란은 이미 내 속내를 눈치챈 듯 했다.
그 증거로 미란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모니터로 향하고 있었다.
미란의 그런 야속한 행위는 나로서도 다행이었다.
나역시 여성의 성감대 비밀따윈 관심없다.
스크린속의 아내가 수천만배나 중요했으니까...
“하아....하....하아....”
잠시 눈을 돌린 사이...스크린의 율동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아내의 나신을 훑는 놈의 손길은 여전했지만...아내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굳게 감은 눈...어느새 전신으로 내어난 땀...
그리고 놈의 손길이 스칠때마다 격렬하게 출렁이는 나신...
그리고.....
신음성......
하아...하악...하아아....하아....!
그건...참으로 생경한 아내의 모습이었으되...분명 언젠가 황홀하게 목도한 모습이기도 했다.
처음...소위 마사지 전문가라는 진석이란 인간의 손길에서 보였던 아내의 반응...
그건....분명 쾌락이었다.
“흔히 여자의 몸을 악기라고 하죠...남자는 연주자고... ”
잔뜩 긴장한체 스크린을 뚫듯 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어색할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던 미란이 중얼거리듯 던진 말이었다.
“옳은 말이에요. 여자는 피아노라 할수 있죠. 그런데 재밋는건...피아노완 달리 여자는 대부분의 건반을 숨기고 있단 거에요. 또한 그 숨겨진 건반을 울려 진정한 음악을 연주할수 있는건 순전히 연주자의 실력에 달린거고요... 저렇듯....”
스크린을 보는 미란의 동공이 어느덧 천천히 젖기 시작했다. 그건 놈의 연주를 그리워하는 미란의 단상인 듯 했다.
:하...하아...하아악.....아...아아아아...하악...!!“
어느새 스크린은 격동으로 휘감겨 있었다.
여진히 느긋한 놈의손...
그러나 정신없이 튀는 아내의 나신...
그건 놈과의 게임에서 일방적으로 몰리는 아내의 수세를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과연 진석이의 표현대로 고집스런 분이세네요...저정도면 몸을 열어줄만 한데....”
뜬금없는 미란의 말이 들려왔다.
---무슨....?
그러나 금새 난 미란의 말뜻을 알수 있었다.
스크린을 가득채운 전장...
그 전장의 한가운데 알몸으로 싸우는 아내...
분명 일방적인 수세임이 분명한데도...
그런데도....
(4)
“하아...하...아아아...아....하악...아....”
어느새 놈의 손길은 아내의 상반신을 지나 하반신을 연주하고 있었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바쁘게 스쳐가는 놈의 손...
또한 그 손가락이 각기 아내의 피부를 눌러가고 있다.
그럴때마다 아내의 알몸은 정신없이 튀고 있었고...고개는 부러질 듯 젖혀져 가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아...아내는 여전히 투항할 생각이 없다. 마지막까지 의지를 다해 항거하고 있다.
그 증거로....아내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오직 남편이 내게만 허락된 그곳....
그 소중한 성이 숨겨진 양허벅지를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놈의 손길을 아내의 허벅지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분명히 보이는건...아내의 허벅지에 몽그러져 있는 근육....
그렇다...비록 전신의 모든 곳은 놈의 공격에 함몰되었어도...
그 반동으로 아내의 보지를 수성하고 있는 수위병은 오히려 결사항전의 의지를 더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아내였다.
그런데...나의 뿌듯(?)함은 잠시 뿐이었다.
잠시의 소강상태후...
아내의 항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닳은 놈이 기어이 최후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건....
혀였다.
(5)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우리 그이의 밑천을 다 꺼내들게 하시다니...”
마린의 감탄 섞인 말따윈 이미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모든 정신은 갑자기 반전되어 휘청이는 스크린에 몰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크린속엔 이미 놈의 손가락따윈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건....
아내의 종아리를 스쳐 굳게 닫힌 허벅지까지 천천히 이동하는 놈의 시뻘건 혀뿐...!
“손가락이 훌륭한 연주도구이긴 하지만 일반적이죠. 아무리 부드럽게 놀려도 작은 껄끄러움은 남기 마련이거든요. 건조하기도 하고...그에 비하여 혀는....손가락이 총알이라면 혀는 대포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