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2화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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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오전 11시.

이현우가 침대에서 눈을 뜬다.

일요일은 그가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었다.

만성피로를 달래주기 위해선 일요일에 잠을 몰아서 자야 한다.

“하암…. 별 이상한 꿈을 다 꿨네.”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 난 것은 지난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현우는 천사를 만난 걸 꿈이라 치부했다.

술에 적잖이 취해있었고, 기억도 흐릿했기 때문이다.

이현우의 관심은 금세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역시 비싼 술이 좋긴 좋아. 두 병이나 마셨는데, 숙취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소주 두 병을 마시면 다음 날에 속이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

아니면 둘 다 아프거나.

간만에 사치를 부린 덕에 숙취 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침 해장라면은 빼먹을 수가 없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이현우는 라면 물을 받은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불을 켜고, 냄비 안에 라면과 스프를 모두 때려 넣는다.

그리고 5분간 기다리기만 하면 라면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식탁이랄게 따로 없으니, 냄비는 컴퓨터 책상 위로 향한다.

“어디 보자….”

이현우의 손가락은 자연스레 꼬레아TV 아이콘을 클릭했다.

모니터 화면에 열리는 꼬레아TV의 홈페이지.

오늘도 잘나고 예쁘거나, 웃긴 놈들이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클릭한 것은 보이는 라디, 그중에서도 토크/캠방 부문.

술을 마실 때야 입담 좋은 남자들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보기 좋은 것은 단연 여캠이었다.

아침 대낮부터 남자 목소리를 듣고 싶진 않으니까.

꼬레아TV의 여캠들은 시간대별로 방송하는 특징이 다르다.

우선 제일 핫한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

이 시간은 춘추전국시대라 표현된다.

시청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인 만큼, 갖가지 컨텐츠를 가진 BJ들이 특색있는 방송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핫한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새벽.

이 시간대엔 남심을 저격하는 섹시 계열이 많다.

야시시한 속옷 차림, 혹은 속옷을 아예 입지 않는 노템전 등 화끈한 방송이 주를 이뤘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 시간대엔 잔잔한 방송이 주를 이뤘다.

방송인도 시청자도 자극적인 것보다는 일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컨텐츠를 좋아한다.

“오, 라디가 방송 켰네.”

BJ 라디.

여캠이지만 섹시 컨셉은 거의 안 잡는 토크 위주의 BJ였다.

토크를 주력으로 미는 만큼 입담이 제법이었기에 그녀의 고정 시청자 수는 제법 탄탄하다.

이현우도 주말에 그녀의 방송이 켜져 있으면 종종 시청하는 편이었다.

[아침반 토크]

라디 · 시청자 수 1,669명

하꼬 BJ들보다 적잖이 성의 없는 제목.

하지만 그녀의 이름값만으로도 천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였다.

이현우는 그녀의 썸네일을 클릭해 시청자 수를 한 명 더 늘려주었다.

-뒷결 해명해라

-해

-(대충 해명하라는 채팅콘)

-명

-해

-해

-진짜 사귀는 거 아님?

방에 입장하자마자 보인 건 불타는 채팅창이었다.

한 명의 시청자일 뿐인 이현우가 입장한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이 님이랑 나는 그냥 오빠 동생 사이지. 자꾸 그렇게 엮으려 하지 마요.”

당연히 라디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 한명 한명이 소중한 하꼬 방송인과 준 메이저 방송인은 다르다.

준 메이저 방송인에게 퀵건(퀵뷰 아이템은 있으나, 팬 가입은 하지 않은 유동 시청자)은 상대적으로 소중한 대상이 아니었다.

준 메이저쯤 되면 코인을 많이 쏘는 큰손들에게 집중하는 법이다.

이현우도 그걸 알기에 신경 쓰지 않고 라면을 먹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라디에게 연애 어그로가 끌린 것 같다.

“아니, 진짜. 무슨 뒷결이야 자꾸. 그날 비제이 모임이었다니까요? 하…. 내가 이걸 깔 수도 없고. 둘이서 만난 게 아니라니까요.”

솔직히 술 먹방을 주로 보는 이현우에겐 라디가 누구랑 사귀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한때 우결에 과몰입을 한 적도 있지만, 이제 삶이 힘들다 보니 남이 연애하는 것엔 관심이 사라졌다.

지금은 그저 방송이 재밌기만 하면 최고라는 생각이었다.

어그로가 끌린 주제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도 라디는 토크로 뜬 준 메이저급 BJ.

썰을 푸는 솜씨나 시청자와의 티키타카가 뛰어나기에 관심 없는 주제라도 적당히 들을만 했다.

그렇게 라면을 다 먹어갈때쯤, 라디가 화제 전환을 했다.

“자, 자. 이 주제는 여기까지. 더 언급하면 차단 먹일 거예요. 더 이상 언급하면 제이 님한테도 실례야. 오늘 간만에 백두산이나 타볼까? 백두산 등반하면 댄스 갑니다.”

백두산은 코인을 1개부터 100개까지 차례로 쌓아가는 걸 말한다.

총 5,050개의 코인을 1개부터 쌓아 올라가는 것이 등산하는 것과 유사하며.

종착지인 100개의 100과 백두산의 백의 발음이 같은 것에서 비롯된 꼬레아TV 용어였다.

꼬레아TV와 BJ가 코인을 받기 위해 만들어낸 상술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기분 좋게 상술을 받아들인다.

백두산 등반을 완료하면 BJ가 보상해주니까.

특히 라디처럼 평소 댄스를 추지 않는 BJ라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극

-락

-(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

-(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

-극

-(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

-락

해명하라는 채팅으로 가득 차 있던 채팅창이 단숨에 바뀌었다.

역시 노련한 방송인.

이현우는 잔 코인이 7개 남아있다는 게 생각났다.

라디 정도면 시청료 납부를 해야지.

팬 가입도 할 겸 7 두산 때 쏴야겠다.

두산 때 코인을 쏘는 건 타이밍이 중요한 법.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겹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리 코인 선물 창을 켜는데,

“시발?”

이현우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코인 선물하기]

-라디(Lajeehye)님께 선물

-선물할 코인 ____개

-보유 코인 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

끝없이 이어지는 999의 향연.

버근가?

무슨 이따위 오류가….

“아니, 잠깐…. 설마….”

어제 그 개꿈이 진짜였다고?

머릿속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젯밤 상황이 떠오른다.

꿈이 아니었구나.

“하, 하하…. 하하하….”

헛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온다.

생각지도 않았던 로또를 맞은 기분이 이럴까?

기분이 엄청 좋은데, 실감은 그리 크지 않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거 써도 되겠지?”

써도 된다.

천사가 말하길, 하나님의 은총으로 꼬레아TV나 국세청 등에 피해는 전혀 주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현우는 술에 취한 와중에도 그런 걸 물어본 자신이 너무나 대견했다.

“율킹 오빠! 7, 8, 9 두산 감사합니다. 영차, 영차.”

-영

-차!

-영

-차

-(줄다리기 채팅콘)

이현우가 경악하는 사이, 라디는 백두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은 비유적인 표현.

그녀는 의자에 앉아 몸을 가볍게 흔들며 시청자가 코인을 쏘도록 유도했다.

양팔을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흔들거나, 코인을 쏴주는 시청자의 닉네임을 불러준다.

채팅창은 돈 쓰는 사람들을 독려하기 위해 영차, 영차 하는 채팅을 열심히 치고 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개를 선물!]

-백수되고싶다 님이 25,244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백수님! 10 두산! 그리고 팬가입도 감사해요! 영차, 영차! 다음은 11 두산. 11 두산 쏴주실 분은 누구?”

선물하기 버튼을 누르자 입력한 개수만큼 코인이 선물 되었다.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선물이 가는 것을 보자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이제야 실감이 된다고 해야 할까.

“우아아아아아아앗!”

이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했다.

그의 입에선 바바리안 뺨치는 사자후가 터졌다.

기쁘다.

너무 기쁘다.

이제 그는 재벌이었다.

이현우는 라디의 방송을 종료했다.

무한한 돈이 생겼는데 지금 라디의 방송이 별거인가.

그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고객센터의 환불하기였다.

코인이 무한대로 있으니, 적당한 금액의 돈을 계속 환불하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아니지. 환불을 진행하는 직원이 내 코인 내역을 볼 수 있으면?”

신나게 환불하기 양식을 작성하던 이현우의 손이 멈췄다.

너무 기쁜 나머지 제대로 생각하질 않았다.

그가 소유한 코인은 많아도 너무 많다.

현금으로 따지면 수천조를 넘어, 경, 해, 자, 양을 넘어간다.

산술적으론 불가능한 수치.

전 세계의 돈을 다 끌어모아 코인으로 환전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를 본 직원이 과연 뭐라고 판단할까?

당연히 버그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결제 내역이나 충전 내역 같은 것을 확인할 테고, 그런 게 없다면 코인을 삭제하겠지.

만약 천사가 그런 것까지 대비해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면?

그래도 문제다.

전 세계의 모든 부를 모아도 부족한 금액이 충전됐는데, 꼬레아TV가 모를 수 있었을까?

이 경우엔 버그가 아닌 해킹으로 생각할 것이다.

꼬레아TV 코인 해킹뿐 아니라, 결제 시스템과 국가 신용망까지 해킹한 범죄.

단순 버그보다 훨씬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이걸 돈으로 바꿀 수 없나?”

로또, 아니, 미국의 수퍼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큰 금액에 당첨이 되었는데.

환불이 불가능하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이현우는 무한대의 코인을 바꿀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그의 눈에 코인을 돈으로 바꿀 방법이 보였다.

그것도 아주 많다.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수십 명의 BJ.

저들을 이용하면 쉽게 현금화를 할 수 있었다.

코인을 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일종의 캐시백이라 볼 수 있다.

일단 BJ들의 수입구조를 생각해본다.

방송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에 그들의 수입 구조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었다.

일반 BJ의 수수료가 40퍼센트.

원천징수 3.3퍼센트.

부가가치세 10퍼센트.

종합소득세 6~35퍼센트.

만약 1코인, 그러니까 100원을 번다고 치면 BJ는 과세표준에 따라 32원에서 50원을 벌게 된다.

1,000원이면 320원.

1,000만 원이면 320만 원 인 거다.

그럼 코인 10만 개를 쏴주고 절반인 160만 원.

아니, 100만 원만 캐시백을 해달라고 해도 해주겠다고 나서는 BJ가 줄을 설 것이 분명했다.

이현우는 열의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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