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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100개씩 쏴야 하는 거야? 아니면 한 번에 쏴도 돼?
이현우는 자신감 넘치는 질문을 던졌다.
거기 있는 뽑기를 전부 다 사버리겠다는 강렬한 포부.
그 뜻을 알아들은 달링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당연히 한 번에 사도 되지!”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총 몇 갠대?
“이거 한 판에 520개. 아, 나 심장 떨려.”
그 심장 제대로 저격해주지.
이현우는 코인 선물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52,000개를 선물!]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한 번에 52,000개 코인 투척!
이제까지 이현우가 쐈던 코인 중 가장 큰 금액의 코인이었다.
“꺄아아아아아! 백수야! 아니, 백수 오빠! 나 이제부터 오빠라 부를래! 백수 오빠 사랑해! 알라뷰! 아이이이이잉! 쪼아! 슈우우웃!”
5만 개의 코인에 달링이 자지러지며 좋아한다.
이제까지 받은 코인이 9만 개.
여기에 5만 개가 추가되었으니, 오늘 받은 것만 14만 개다.
달링이 기쁨에 미쳐 날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리액션을 동원해 아양을 떨었다.
-와 백수님 찐 큰손이네
-대박 ㅋㅋㅋ
-건물 대체 몇 개 가지고 있을까?
-찌루 형님 전성기 시절 보는 듯ㅋㅋㅋㅋㅋ
-(놀라는 달링 채팅 콘)
-역시 여캠 걱정은 하는 거 아니구나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한 번에 5만 코인을 후원하는 건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그러나 채팅창에 시기 질투하는 이는 없다.
큰손이 코인을 쏘면 간접이익을 얻는 건 바로 일반 시청자들이었다.
BJ들의 리액션과 댄스, 노래 등을 돈 안 쓰고 즐길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큰손은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비방을 하는 놈이 있더라도 매니저들이 칼 차단을 박아버린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그렇게 감사하면 댄스 함 ㄱㄱ
이번에 쏜 것은 100개.
이현우는 코인질의 강약을 조절했다.
여우찡과 빵잇에게 후원하며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걸 습득했다.
“넵! 오빠! 뭐 보고 싶으세요?”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코카인? ㄱ?
“오케이! 코카인 바로 가겠습니다!”
-오오!
-얼마만의 달링 코카인이야
-착석!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 늘어나는 거 봐
-(엄지척 채팅 콘)(엄지척 채팅 콘)(엄지척 채팅 콘)
달링이 화면을 3분할로 바꾸고 코카인 댄스 음악을 튼다.
노래 제목도 KOKAIN 2021.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중독적인 비트가 흘러나왔다.
그 리듬에 맞춰 달링이 골반과 몸을 섹시하게 흔든다.
예쁜 얼굴과 여리여리한 몸선.
그리고 볼륨 넘치는 가슴과 골반.
살짝살짝 몸을 흔들기만 해도 섹시함이 화면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
-(달링 하트 채팅 콘)(달링 하트 채팅 콘)(달링 하트 채팅 콘)
-((
-))
-(엄지척 채팅 콘)(엄지척 채팅 콘)(엄지척 채팅 콘)
-))
-((
-(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
-(달링 하트 채팅 콘)(달링 하트 채팅 콘)(달링 하트 채팅 콘)
-(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
-((
-))
시청자들도 열렬히 채팅을 친다.
‘((‘와 ‘))’ 는 몸을 흔든다는 뜻의 채팅이다.
채팅 콘이야 직관적이니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형님 감사합니다.
-나도 백수님 형님으로 모신다.
광란의 댄스파티가 끝난 후.
몇몇 시청자가 이현우에게 사탕발림 가득한 아부를 했다.
이현우는 거기에 대답해주진 않았지만, 즐거이 그런 채팅을 읽었다.
“백수야, 어땠어?”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굿. 진짜 섹시함.
“아하하핫. 열심히 춘 보람이 있네. 그런데 백수가 뽑기 판을 플렉스 해버렸으니까, 뽑기를 할 필요는 없겠다. 혹시 다른 분 중에 뽑기 하실 분 있어요?”
역시 10년 차 BJ.
이현우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수금 각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대놓고 돈을 밝히는 데 밉지 않은 게 신기하다.
이현우는 달링의 수금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간을 보았다.
오후 2시.
BJ 빵잇이 방송을 켤 시간이었다.
그녀는 평일엔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방송한다.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해야겠지.
이현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누나, 나 이만 가볼게.
그 순간, 달링의 표정이 싹 굳었다.
생글생글 웃던 이전 모습과는 정반대의 표정.
갑자기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올라온다.
-안돼!
-백수 형 그 말을 하면 ㄷㄷㄷㄷ
-링이 또 발작하겠네 ㅠㅠㅠ
-하필 큰손 형이 저 말을….
안 된다고? 뭐가 안 된다는 거지?
그때, 달링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가지 마아아아아!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말라고! 나 내버려 두고 어디 가려는 거야! 나빠! 미워! 못됐어!”
달링이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며 소리를 꽥꽥 지른다.
천사 같은 표정으로 애교를 날리고 교태를 떨던 여자와 같은 여자가 맞나?
아까 전의 간드러진 몸짓은 온데간데없고 미운 네 살이 되었다.
“뭐야 이게….”
“백수 너! 딴 년 보러 가는 거지? 가지 마! 가지 말라고오오! 내 방에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마!”
땡깡을 피우는 달링의 모습에 이현우가 당황한다.
그런 이현우에게 한 열혈 팬이 귓말했다
-[링]행복스타킹 님의 귓속말: 백수 님 달링은 나간다는 이야기 제일 싫어해요ㅠ 거의 병적인 집착 수준
-[링]행복스타킹 님의 귓속말: 조금 달래주다가 몰래 나가셔야 함 다른 방 가실 거면 멀티 켜서 활동하시고 다른 일 있으신 거면 그냥 켜두시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링]행복스타킹 님의 귓속말: 물론 저희 정신건강이요 백수 형님 한 번 도와주십쇼
한 열혈 팬의 귓속말로 달링이 왜 지랄발광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억 속에 묻혀있던 달링에 대한 사건·사고도 떠올랐다.
집착과 스토킹 사건.
달링은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집착이 병적으로 심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수준의 애정결핍.
그녀는 과도한 집착으로 한 열혈 팬에게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스토킹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유명했던 사건을 왜 이제야 떠올린 걸까.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와….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네.”
이현우는 가지 마라는 말을 저주처럼 계속 내뱉고 있는 달링이 살짝 무서워졌다.
이대로 도망쳐야 하나?
이제까지 투자한 비용이라고 해봐야, 겨우 14만 개.
무한 코인에 비하면 바닷물을 한 바가지 퍼 올린 수준일 뿐.
철수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데 달링의 예쁜 얼굴과 반쯤 드러낸 젖통이 보인다.
그리고 얻어낸 전데권과 식데권도 떠오른다.
예쁘다.
얼굴도 몸매도 이제까지 이현우가 보았던 여캠 중 탑 티어다.
저 성격만 아니었다면 준 메이저가 아니라, 메이저급 BJ가 되었겠지.
이현우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달링에 대해 욕심이 든다.
물론, 사귀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달링의 저 성격을 잘만 이용하면, 여우찡과 같은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농담이었어.
“뭐어어? 아, 진짜. 놀랐잖아아. 백수 바보. 멍청이. 치이.”
코인 만 개에 달링의 표정이 바로 풀린다.
스산하던 표정이 밝은 미소로 바뀌는 광경은 짧은 공포 영화 같았다.
‘괜찮겠지?’
이현우는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화면 속에 아른거리는 젖통을 보고 잠재웠다.
그리고 얼마 뒤, 이현우는 인터넷 탭을 하나 더 늘려 빵잇의 방에 접속했다.
흔히 멀티라 불리는 행위다.
꼬레아TV는 이러한 멀티를 총 세 개까지 제공한다.
하나의 웹 브라우저로 총 세 개의 방송을 동시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열혈 팬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백수 형님 ㅎㅇ
-백수님 오셨다.
“백수 님 어서 오세요.”
빵잇 방에 입장하자 채팅이 먼저 이현우를 반겨준다.
그리고 지연 시간 탓에 3초 늦게 빵잇이 이현우에게 인사했다.
사석에서는 오빠라 불렀던 그녀지만, 방송 컨셉을 지키기 위해 님으로 칭한다.
이는 합의 된 사안이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입장료.
“와, 백수 님 오늘도 통 큰 개 후원! 감사합니다!”
-씹ㅋㅋㅋㅋㅋ 하루 만에 월클 댔놐ㅋㅋㅋㅋ 리액션 창렬
-와, 오자마자 만개모야모야
-저분이 하루 만에 부회장 다셨다던?
-헐 ㅋㅋㅋㅋ 백수 형님 여우찡하고 달링 방 열혈은 언제 다신 거?
이현우의 코인 후원에 빵잇이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이미 코인이 터질 것을 알고 있었던 탓인지, 어제만큼의 격렬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헐. 백수 님, 저 말고도 딴 방에 살림 차리신 거예요?”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02개를 선물!]
-네가 방송을 24시간 안 하는 걸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맞지맞지
-아ㅋㅋㅋㅋ 빵잇이 24시간 했으면 외화유출 없었자너ㅋㅋㅋㅋㅋㅋ
“윽…. 천사빵잇 개 감사합니다.”
시청자 중 누군가가 이현우가 다른 방에서 코인 후원한 것을 채팅창에 말했다.
그걸 본 빵잇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이현우에게 뭐라 말을 했지만, 이현우의 카운터를 맞고 그대로 녹다운 된다.
하꼬 BJ 주제에 이현우와 딜교환을 하려면 한참 멀었다.
“그, 그래도 본부인은 저예요!”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드립 ㄹㅈ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클립 돌아다니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부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현우와 캐시백 거래를 하는 빵잇은 그가 다른 여캠들과도 같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걸 쉽게 짐작했다.
그렇기에 자기가 최고 우선순위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다.
이 뒷거래가 일반 시청자에게 밝혀지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았고.
그러다 보니 본부인이라는 말이 얼떨결에 튀어나왔다.
그 드립에 시청자들이 폭소하며 즐거워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02개를 선물!]
-글쎄.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 아닐까? 일단 섹댄부터 ㄱ
-역시 형님이심니다!
-섹
-댄
-백수형 최고!
-색
-댄
“아이, 진짜. 춤은 청자 모이면 추려고 했는데에….”
빵잇은 입술을 깨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캐시백 거래를 했다곤 하지만 절대 갑은 이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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