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달링에게 접근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지금이라도 차단을 박고, 모른 척을 할까?
밝혀진 정보는 전화번호와 이름 그리고 대략적인 사는 동네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정확한 주소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 차단을 박자.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채팅창 도배가 진행되는 까톡 창.
이현우는 과감하게 차단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달링의 번호도 차단해버린다.
“후우….”
이제 더 이상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등줄기에 돋았던 소름이 가라앉는다.
달링에게 쓴 시간과 캐시백으로 얻을 돈 그리고 달링의 외모와 몸매가 아깝다.
하지만 집착 쩌는 정신병 스토커를 계속 상대할 순 없다.
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자.
사건·사고가 있는 BJ에겐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이현우는 미친개에게 물렸다 치고 이번 일을 잊으려 했다.
그러나 달링의 집착은 한도가 없었다.
-달링♥ 님의 귓속말: 나 차단한 거야?
-달링♥ 님의 귓속말: 아니지? 현우야 전화 좀 받아
-달링♥ 님의 귓속말: 귀찮게 안 할 게 우리 대화 좀 하자
“미친. 시발.”
빵잇의 방에서 놀고 있는 이현우에게 귓속말이 왔다.
차단당해 위험하다 느낀 것인지, 광기가 느껴지는 도배는 없다.
미안하다는 말, 대화하자는 말.
정상적으로 보이는 말들.
하지만 이현우는 속지 않았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을 한 것인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저건 상대해주면 안 되는 유형의 정신병이었다.
이현우가 귓속말 차단 버튼을 찾았다.
귓속말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차단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찾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그 사이에도 달링의 귓속말은 계속 온다.
-달링♥ 님의 귓속말: 나 차단하지마 ㅠㅠㅠㅠㅠ
-달링♥ 님의 귓속말: 제발
-달링♥ 님의 귓속말: 부탁이야 진짜 말 잘 들을 테니까
-달링♥ 님의 귓속말: 현우야 우리 대화 한 번만 하자
드디어 차단 버튼을 찾았다.
이현우가 차단을 누르자 주황색 글씨로 표시되는 귓속말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달링의 집착은 끝이 없었다.
[달링♥ 님께서 코인 5개를 선물!]
-달링♥ 님이 913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백수야 차단 풀어줘 제바류ㅠㅠㅠㅠ
“달링님 팬 가입 감사합니다. 근데…?”
달링이 코인까지 후원하며 이현우와 접촉을 시도했다.
전자녀의 음성이 달링의 채팅을 읽는다.
방송의 주인인 빵잇도 의아해하며 채팅을 본다.
그리고 채팅창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찐 달링?
-아이디랑 방송국 보니까 진짠데?
-뭔 일이야?
-헐ㅋㅋㅋㅋㅋ 또 시작인가
-?????
-이번엔 백수 형이 타겟?
-??????????
-백수 형님 방송국 가보니까 달링 열혈 달았네 근데 차단 먹은 듯
시청자 대부분은 갈고리라고 불리는 물음표를 채팅으로 쳤다.
그리고 달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시청자는 터질만한 일이 또 터졌구나하는 반응이었다.
열혈 팬에 대한 달링의 집착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비호감 이미지도 굉장히 심한 편.
열혈이 엮이면 오늘처럼 다른 BJ 방송에서 깽판 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달링♥ 님께서 코인 5를 선물!]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차단 안 풀 거야? 그럼 나도 다 폭로한다?
시발.
달링과 엮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폭로라고 할 만한 것은 캐시백뿐이었다.
미친년이 분명하다.
짜증나고 열받지만, 달링이 폭로하면 좆 같은 상황에 부닥치는 건 이현우였다.
캐시백에 관한 건 웬만해선 감추고 싶다.
하지만….
‘계속 끌려다닐 바에야 밝히고 만다. 좆 같은 년’
이현우는 분노에 가득 찬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거칠게 눌렀다.
그리고 밝은 톤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우야아. 이렇게 전화할 거면서 왜 차단 했어. 헤헷.”
“지금 웃음이 나와?”
“그럼, 우리 현우가 나랑 대화할 마음이 생겼잖아. 이제 다시 차단하지 마. 알겠지?”
알겠지에서 협박이 묻어 나온다.
언제라도 자신은 이현우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뜻이 가득 담겨있다.
이현우는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인생을 바꿀 힘이 생겼다.
그런데 웬 미친년 하나가 훼방을 놓으려고 한다.
어떻게 열받지 않을 수 있을까.
널리고 널린 사회의 부품 시절이었다면 참아야 했을 거다.
아니, 이런 예쁘고 몸매 좋은 미친년과 엮일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돈과 자신감이 한껏 충전된 지금은 참을 필요가 없었다.
이현우가 그답지 않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말한다.
“시발년아! 폭로하고 싶으면 폭로해! 내가 무슨 불법 자금 같은 거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지, 지금 나한테 욕한 거야…? 화 안 내기로 약속했으면서! 나쁜 새끼야!”
“진짜 미친년인가? 니가 한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짓거리는 거냐? 좆 같은 년아. 폭로하고 싶으면 당장 해. 그런다고 나한테 피해가 올 것 같아? 니 이미지만 씹창나지 병신 같은 년.”
이현우는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를 욕설로 풀어냈다.
자갈치 시장에서 30년간 단련 된 욕쟁이 할매보다 더 구수한 욕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몇 분이나 욕을 했을까.
가슴 속에 쌓인 화가 어느 정도 풀리고 이성이 돌아왔다.
“흐윽….”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니,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울먹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시발 진짜 가지가지 하네.
“흐아아앙…. 현우야 미아내에… 진짜 미아아안, 흐윽, 안 그럴게. 폭로 안 할게. 농담이었어어어…. 그러니까 나 차단만 하지 말아줘어어…. 흐아아앙.”
“하아….”
울먹이며 사죄하는 달링의 목소리에 이현우의 마음이 약해… 지긴 개뿔.
정말 답이 없는 노답 년이라 생각하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차단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이 미친년은 분명 캐시백에 대해 폭로를 할 것이다.
밝혀져도 캐시백을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캐시백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밝혀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이현우는 이왕이면 사람들 모르게 큰돈을 벌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두자니, 저 미친년 같은 성격이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제어를 할 수 있을까?
이현우는 일단 설득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차단 안 할게. 그러니까 울음 그쳐. 3초 안에 울음 안 멈추면 차단할 거야.”
“으응! 뚝! 흡!”
이현우가 말하자 거짓말처럼 울음이 멈춘다.
집착이나 애정결핍 류의 정신병이 아니라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아니, 싸이코패스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을 테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 비즈니스만 생각하자. 응? 나는 코인 쏘고. 누나는 15퍼센트 캐시백하고. 그러면 누나는 월 100만 개가 고정적으로 들어오잖아.”
“그치만 더 받고 싶은 걸….”
“더 받고 싶어도 내가 안 줄 거라니까?”
“히잉….”
“누나가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코인은 100만 개가 최대야. 이해했어?”
“응….”
“그럼 누나가 받을 100만 개 이외의 코인이 어디에 쓰이든 누나랑 상관없다는 것도 알겠네?”
“응…. 그래도 질투 나. 딴 년한테는 안 쐈으면 좋겠어.”
시발!
답도 없는 년!
이 년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그때, 이현우는 달링의 질투심을 충족시킬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냈다.
“좋아. 그럼 대신 누나만 특별취급해 줄게. 딴 애들은 전부 다 100만 개. 누나만 101만 개. 어때?”
“….”
달링에게서 잠시간 말이 없었다.
이게 이득이 되는 제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중인 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150만 개.”
“시발, 말이 되는 소리를…. 미안. 자꾸 욕설이 나오네. 누나가 자꾸 좆 같은 소리를 하니까 그렇잖아. 150만 개는 안 돼. 110만 개.”
“130만 개.”
“지금 내가 흥정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 아, 좋아. 120만 개. 더는 안 돼. 더 흥정하려고 들면 그냥 누나 좆대로 하라고 하고 올차단 박을 거야.”
“응…. 알겠어, 120만 개…. 그럼 딴 년들은 100만개 인 거지?”
진짜 시발,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한가 싶다.
하지만 대답해준다.
“그래. 딴 애들은 전부 100만 개. 누나만 특별히 120만 개.”
“으음…. 알겠어. 그거면 충분해.”
“그러면 이걸로 정리하고, 지금 나와. 식데권 있는 거 지금 쓸 거니까.”
이현우는 강한 태도로 달링을 불러냈다.
평소 같으면 ‘내가 달링같이 예쁜 여자에게 나오라고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니!’ 라면서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이 순간, 이 상황에 받은 빡침을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여러 번 말하지만, 달링은 꼬레아TV에서도 흔치 않은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달링의 몸으로 받아내야겠다.
“어? 그거 목요일에 만나기로 했잖아.”
“지금 빡친 거 해소해야겠으니까. 보자고. 무슨 말 하는지는 알지? 화장도 안 지웠을 거잖아. 그냥 방송 복장도 갈아입지 말고 가디건 같은 거나 걸치고 바로 와.”
그리고 달링이 이현우의 강권을 이겨내지 못하고 외출 준비를 할 때, 인터넷상에서는 새로 터진 사건으로 불타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터진 꼬레아TV 대형 떡밥이다.
[실시간) 달링 열혈 큰손과 폭로전]
할 뻔ㅋㅋㅋㅋ
아 뭐 폭로하려고 했으려나 존나 궁금하네
내 뇌피셜에 의하면 분명 큰손이 달링 따먹으려다 실패한 듯
ㅇㄱㄹㅇ
-그런 거면 달링이 왜 차단 풀어주라고 이야기함? 보통은 반대가 돼야지
└달링이 코인 더 뜯어내려고 한 거 아닐까?
└ㄹㅇ 뇌피셜이네 ㅋㅋㅋㅋ
-보나 마나 집착이지 ㅁㅊ 정병년ㅋㅋㅋㅋ
(댓글 82개 더 보기)
[열혈보단 달링이 무슨 미친 짓 한 거 같은데]
코인에 미친년이라 코인 더 받을려고 열혈 스토킹 한 년임
이번 사건도 비슷할 듯
클립 보니까 열혈 오늘 처음 들어갔고 전데권 식데권도 오늘 얻었다매
(52,000코인 한 번에 쏘는 짤)
내가 볼 땐 열혈이 따먹으려고 ㅈㄹ하다가 벌어진 일 아님
분명 달링이 열혈한테 수 쓰다가 차단 박힌 거임
원래 달링 방종 저녁 늦게까지 하는데 오늘 코인 낭낭하게 벌어서 일찍 방종함
그리고 곧바로 열혈한테 전화했을 듯
거기서 뭔가 벌어진 거지 ㅇㄱㄹㅇㅍㅌ
-그래서 폭로 내용이 뭐냐곸ㅋㅋㅋㅋ
└몰?루 그걸 내가 어찌아누
└ㅋㅋㅋㅋ
-오히려 역으로 달링이 벌려준다했는데, 열혈이 유부남이라 차단박은 거 아닐까?
└ㄴㄴ 백수형 20대 중후반이랬음
└와 시발 20대 중후반에 코인을 14만개를 태움?
└ㅁㅊ? 14만개? 달링한테?
└ㅇㅇ
└개부럽네
(댓글 13개 더 보기)
[그래서 백수 그 사람은 정체가 뭐임?]
달링한테 잘못 물린 거는 알겠는데
뭐하길래 돈이 그렇게 많음?
비트코인 함?
-그걸 여기다 물어보면 누가 알겠놐ㅋㅋㅋㅋㅋㅋ
-금수저래
└금수저야 당연한 거고
폭로하겠다는 말 이후, 달링과 이현우가 종적을 감췄다.
그랬기에 인터넷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갑론을박하며 추측했고.
떡밥이 식기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다만, 이는 새 떡밥이 투척 되지 않아 소강상태가 된 것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내일 달링 방송이 불타겠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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