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나는 어딘가 망가져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아하핫, 정말 아이러니해.
난 어렸을 때부터 예뻤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고 살았고.
길을 걸으면 열 명 중 일곱 명은 나를 돌아봤으며.
학창 시절에는 고백도 무수하게 많이 받았다.
아! 길 가다 번호를 따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
그런 내가 왜 망가졌을까?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부모님의 과도한 압박과 체벌 때문에?
호기심으로 흡입했던 본드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좋아하던 선배와 그 친구들한테 돌림빵당해서?
몰라, 나도 몰라.
요즘 말로는 몰?루.
알 게 뭐야.
전부 다 이유가 될 수도 있고, 하나도 못 맞췄을 수도 있다.
어쨌건 중요한 건 이유 같은 건 하~~~나도 안 중요하다는 거다.
아하하하핫!
아! 병원은 안 간다.
세상 사람들한테 나 미쳤다고 광고할 일 있어?
내가 좀 관종이긴 하지만 그런 건 별로거든.
스스로 망가져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된 거 아니야?
어쨌든.
내가 좀 망가져 있어서 사람 관계를 이어가기가 너무 어렵다.
난 언제나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사랑받고 싶은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받고 예쁨받는 느낌이 잘 안 들어서.
뭐라고 해야 하지….
너무 연하다고 해야 하나?
아메리카노를 1리터 생수병에 섞은 것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이 너무 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집착하게 됐다.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나만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돈이 좋다.
돈은 예쁨을 오래갈 수 있게 해주는 묘약 같은 거니까.
돈이 많으면 나이로 인한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몸에 달라붙는 더러운 군살을 쉽게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돈이 많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더더더더 모인다.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니까….
돈 많은 사람한테 예쁨받는 게 최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드러냈더니 주위 사람들이 떠나버렸다.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쓸쓸해.
하아. 하아. 하아….
난 언제나 예쁨받는 사람이었는데.
주변엔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으로 가득했는데.
고독은 너무 싫어. 정말 정말 너무 싫어.
무서워. 죽어버려. 진짜 죽일 거야.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더더더더더더더더더 집착한다.
감시하고 잘해주려 하고 속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건 절대 못 참는다.
특히 나만큼 예쁜 사람은 절대 안 돼!
나만 봐야 한다.
나만 예뻐해 줘야 한다.
이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안다.
집착과 독점욕이 나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멈출 수 있었다면, 내가 스스로 망가졌다고 얘기했겠어?
날 예뻐해 주는 사람이 나한테 질렸다면, 사과하면 된다.
대화를 통해 풀어내면 돼.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다시 나를 바라보게 만들면 된다.
난 예쁘니까.
화가 좀 났더라도 분명히 용서해 줄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그녀의 방송에 찾아온 큰손, 이현우.
나는 집착을 하다가 현우를 화나게 해버렸다.
마구 욕설을 내뱉는 현우는 무서웠다.
예쁨받고 싶은데, 왜 욕을 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 사과하러 가는 중이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풀릴 게 분명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남자는 그랬으니까.
“현우야….”
만나기로 한 정류장 앞.
아까 영상 통화로 보았던 남자가 서 있다.
차를 멈추자, 현우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윽한 눈빛과 미안한 표정을 담아 그를 쳐다본다.
실제로 미안하냐고?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감정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거지.
“여기 근처에 남산 호텔 알지? 거기로 가.”
감정을 하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현우의 시선.
욕망이 가득 담긴 시선은 익숙하다.
현우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것 같았다.
그의 화를 풀어주려면 한 번 상대해줘야 한다.
뭐…. 현우가 큰손인 이상 언젠가는 이렇게 될 일이었다.
어쩌면 목요일에 섹스를 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냥 조금 빨라진 것뿐이다.
각오하고 있던 일이기에 난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근데 표정 좀 풀어주면 안 돼? 계속 그렇게 인상 찌푸리고 있으면 나 무서워….”
애교를 날려본다.
내 생각보다 더 화가 나 있으면 소리를 지를 거고, 아니라면 풀어지겠지.
난 운전을 하며 현우의 얼굴을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아….
이건 화가 많이 난 상태네.
현우의 찌푸려진 미간이 풀리질 않고,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폭로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화가 나는 것이었나?
앞으론 진짜 위급상황이 아닐 땐 써선 안 되겠다.
“화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좀 기다려. 한 판 하고 나면 풀리겠지.”
다행인 점은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는 걸까.
극대노인 상태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현우 말대로 침대 위에서 한 번 다리를 벌리고 나면 화가 가라앉겠지.
남자는 성욕을 풀고 나면 감정이 평온해지는 동물이니까.
그래도….
그전까지 이 상태인 건 싫다.
난 언제 어디서나 예쁨받고 싶다.
“아이잉, 그러지 말구우…. 내가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릴 것 같아? 응? 자꾸 그러니까 나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해. 화 풀어주라아. 응?”
“흥, 글쎄. 여기서 가슴이라도 까면 좀 풀릴지도 모르지.”
기회다.
현우는 짓궂게 말한 것뿐이겠지만.
난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여자였다.
가슴 까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우의 시선을 받을 좋은 기회지.
차를 갓길에 세운다.
“지금…. 뭐, 뭣!”
차를 세우자 현우가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 바꿔주겠어.
곧바로 가디건을 벗고 윗도리의 단추를 풀었다.
방송용 의상을 그대로 입고 와서 다행이었다.
벗는 게 무척이나 쉬웠으니까.
브라까지 벗어내고 나자 생가슴이 출렁하고 튀어나온다.
현우의 시선이 내 젖가슴에 꽂힌다.
미간의 주름은 온데간데없다.
그의 얼굴에 남은 건 놀람과 성욕, 단 두 가지뿐.
“에헤헤헷. 이러면 화 풀린 거지? 응?”
감정의 문이 열린 틈을 타 현우를 공략한다.
상의 탈의 상태로 그의 팔에 매달려 한껏 아양을 떨었다.
현우는 나를 밀어내지도 붙잡지도 못한 채 굳어버렸다.
밀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아으응. 차 안에서 하려고?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여긴 너무 도로….”
현우가 내 가슴을 붙잡았다.
반사적으로 비음이 코에서 나온다.
느껴서 그런 건 아니다.
남자에게 이쁨받기 위해 노력했더니, 야한 부위에 손이 닿으면 자동으로 비음이 나온다.
“아니, 호텔로 가자. 그냥 만지고만 있게.”
“응. 알겠어.”
하여튼 남자들이란.
가슴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한테 나쁠 것은 없다.
가슴도 내 몸에 달린 거고, 가슴을 좋아하고 예뻐하면 나도 예쁨을 받는 거니까.
그나저나 현우는 얼마 만에 사정하려나.
조루였으면 좋겠다.
그럼 섹스도 빨리 끝나고, 예쁨받는 시간도 늘어나는데.
솔직히 말해서 섹스에 큰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
아예 못 느낀다는 소리는 아니고.
섹스를 할 바에 예쁘다는 소리를 열 번 듣는 게 훨씬 더 기분이 좋다.
그래서 섹스는 일종의 노동이다.
그런데도 섹스를 왜 하냐고?
노동하면 월급이 나오듯, 섹스하고 나면 남자가 날 예뻐해 주니까.
그 기분이 너무 좋다.
“흐아앙…? 아앗…. 혀, 현우야. 아아앗! 느낌이 이상해! 앗!”
그랬을 텐데.
분명 섹스는 가짜 신음과 느끼고 있다는 연기를 하는 노동의 시간이었을 텐데.
평소와 느낌이 다르다.
몸이 짜릿짜릿 후끈후끈.
기이한 열기가 뱀처럼 몸을 타고 돌아다닌다.
* * *
미친년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미친년일 줄이야.
이현우는 운전하는 달링의 가슴을 만지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가슴을 까란다고 그냥 바로 까버리네?
근데 가슴의 촉감은 너무 기분이 좋다.
한껏 끌어올린 전투력이 흩어지는 듯한 기분.
‘이러면 안 되지.’
이현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달링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선 이현우가 절대 갑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친년인 달링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제멋대로 긴해도 내가 하는 말은 따르려는 모양이야. 그럼 생각보다 좀 더 세게 나가도 되겠어.’
오늘.
이현우는 작정하고 달링을 만나러 나왔다.
이현우의 유일한 장점은 섹스.
특기 분야인 침대 위에서 달링을 제대로 휘어잡을 생각이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스윗한남 모드보다는 마초남 모드로 가려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달링은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다.
이 또한 연기이고 거짓인가?
상관없다.
달링이 이런 연기를 앞으로도 쭉 펼치게 만들면 더 이상 거짓이 아니게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도착한 호텔 방.
이현우는 달링의 팔을 붙잡고 침대로 직행했다.
“엎드려서 엉덩이 들어.”
“아, 아니. 현우야. 나 아직 샤워도 안 했는데….”
“상관없으니까, 엎드리라고.”
“응….”
달링이 입술을 삐쭉인다.
그러면서도 행동은 내 말에 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침대 위에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방송용 의상인 짧은 핫팬츠와 그 사이로 드러나는 얇은 속바지.
“현우야. 땀 냄새날 텐데….”
핫팬츠 위로 손을 가져가자 달링이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며 이야기한다.
이현우는 그 말을 무시하고 핫팬츠의 버클을 풀었다.
짧은 핫팬츠를 허벅지까지 내리자, 얇은 속바지가 보인다.
검은색 속바지는 팬티와 엉덩이를 가린다는 기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얇고 신축성이 좋아 엉덩이와 티팬티가 다 비친다.
“아앙.”
속바지가 내려가자 달링이 부끄럽다는 듯 콧소리를 낸다.
다분한 연기 톤이다.
이현우는 티팬티만 입고 있는 달링의 엉덩이를 만졌다.
티팬티는 벗기지 않았다.
이 상태로도 충분히 보지 애무를 할 수가 있으니까.
“아아, 현우야아.”
달링의 엉덩이는 부드럽고 탱탱했다.
이현우는 엉덩이 위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듯 만졌다.
자극은 점점 약한 것에서 강하게.
손가락은 엉덩이 위를 노닐며, 보지 쪽에 근접한다.
그러다 보지를 만질 듯 만지지 않으며 농락했다.
‘쉽게 안 젖네.’
10분 정도.
이현우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 애무를 진행했다.
다른 여자 같았으면 이미 보지에서 애액을 질질 쌌을 시간.
그런데 달링은 보지만 조금 젖었을 뿐, 애액이 눈에 띄게 흐르지 않는다.
상관없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10분으로 안 된다면 1시간을, 1시간으로 안 된다면 10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백수가 된 이현우에게 남는 것은 시간과 돈뿐이었다.
“흐아앙…? 아앗…. 혀, 현우야. 아아앗! 느낌이 이상해! 앗!”
그리고 결국.
달링이 진심 가득한 신음을 쏟아냈다.
이현우가 공을 들여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보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였다.
처음엔 통나무처럼 가만히 엉덩이만 내밀고 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자연산 활어처럼 엉덩이가 팔딱팔딱하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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