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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18화 (1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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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쳤다. 100만 원. 너무 감사합니다. 어떡해야 하지?”

코인 만 개를 받고 얼을 타는 봄여름.

너무 많은 후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쁘기는 한데, 생각지도 못했던 큰 금액이라 어쩔 줄 모르는 중.

그녀는 계속 미쳤다는 말만 내뱉으며,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전혀 BJ답지 않은 일반인의 반응이다.

하꼬였던 빵잇도 이러지는 않았다.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게 아니라, 오늘이 처음인 걸까?

후줄근한 화질을 보여주는 캠이나, 전혀 준비되지 않은 송출 화면 등.

킹리적갓심이 든다.

-누나 일단 리액션

-얼른 리액션해

“아! 맞다! 리액션해야지! 잠시만요.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게 있었는데.”

봄여름이 마우스를 붙잡고 몇 번의 클릭을 한다.

그러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쿠란보, 몇 년 전에 한참 유행했던 귀여운 리액션이다.

봄여름은 현재 꼬레아TV의 유행도 모르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사쿠란보 리액션의 난이도가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화질구지를 뚫고 나오는 미모가 졸렬한 리액션을 고품격 리액션으로 만들어준다.

이현우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고대 시절 하두리 얼짱 짤방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봄여름의 사쿠란보를 감상했다.

그리고 리액션이 끝나자마자 질문한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찐 고딩임?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고딩 맞아요! 100개 리액션 또 할게요!”

이현우의 질문에 후다닥 답을 한 봄여름이 또다시 마우스를 붙잡았다.

“하핫….”

그 모습에 이현우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큰손이 대화를 걸었는데, 대화는 뒷전이고 리액션을 챙긴다고?

여캠 시장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번엔 제로투 댄스였다.

사쿠란보 보다는 최신이긴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건 마찬가지인 리액션.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프로 여캠만 상대하다가 일반인 같은 여자를 보게 되니 신선함과 풋풋함이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대화할 상대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현역 고등학생이에요 누나가 해외 유학 다녀온다고 1년 꿇었거든요

봄여름이 골반을 흔들며 춤을 추는 사이, 매니저가 답을 해줬다.

누나라고 지칭하는 것과 개인사를 잘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친동생인가?

-친동생임?

-ㅁㅊ 눈치 대박 빠르시네요

-친동생마자여

-ㅇㅎ. 일단 매니저 좀 주라고 말해줘요.

-리액션 계속해주는 건 고마운데 일일히 쏠 때마다 리액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아! 넵!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굳이 부캐까지 파서 방송에 상주하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매가 힘을 합쳐 시청자 수를 펌핑한 거다.

-푸른하늘 님이 방송에 입장하셨습니다.

-델타에코 님이 방송에 입장하셨습니다.

준수한 미모를 가진 봄여름이 제로투를 추고 있으니, 시청자가 유입된다.

하지만 화질이 구려도 너무 구리기에 유입된 시청자는 금방 빠져버렸다.

9, 10, 11, 10, 11, 12.

10 근처에서 맴돌던 시청자 수는 제로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9로 복귀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캠부터 사는 게 좋을 듯.

“아! 네! 오늘은 시험 삼아 방송해 본 거라 준비가 많이 미흡했어요. 죄송합니닷!”

이현우의 지적에 봄여름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그래도 텐션은 좋네.

괜한 자존심을 부리려 하지도 않고.

방송 자질이 있어 보이긴 한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방송하려고 학교에 안 간 거야?

저쪽이 미숙하니, 이현우가 자꾸 말을 걸게 된다.

다른 여캠이 보았다면 특혜 중의 특혜라고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큰손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코인을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쪽은 여캠이니까.

“아…. 꼭 그런 건 아닌데. 학교 못 가게 되서…. 심심해서 방송 켜 본 거예요. 어…. 근데 백수킹 님? 이 갑자기 100만 원이나 후원해주셔서. 솔직히 좀 많이 놀랐어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앞으로 쭉 방송하면서 먹고 살려고?

“잘 모르겠어요. 백수킹 님이 제 방송 계속 와주신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요. 에헤헤.”

호오, 끼를 부리네?

첫 방송이라도 여캠은 여캠이다 이건가?

봄여름의 감질나는 챔질에 이현우가 눈웃음을 지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어차피 시청자도 없는데 그냥 통화하면서 대화할까?

이현우는 음성 통화를 제안했다.

솔직히 말해, 코인을 쏘는 것도 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방은 시청자도 없고.

BJ의 리액션도 신선하고 귀엽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즐겨야 하지 않겠나?

“네? 토, 통화요?”

이현우의 과감한 제안에 봄여름이 어딘가를 계속 곁눈질했다.

눈의 위치로 짐작하건대, 1:1 매니저 채팅이 있는 구역이었다.

아마 동생이 코칭을 하는 것 같다.

뭐든 상관없다.

이현우는 밀어붙였다.

되면 좋고, 안되면 다른 BJ를 찾으면 그만이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번호 줘도 되고, 디코로 해도 되고, 보이스톡도 ㄱㅊ.

“아! 그러면 디코로 할까요?”

동생의 허락이 떨어진 모양.

이현우는 디코를 실행했다.

디코는 다이렉트 코멘트의 준말(DIRECT의 ‘DI’와 COMMENT의 ‘CO’)로, 음성채팅 지원 프로그램이다.

보통 게임이나 서브 컬쳐등의 친목질을 하는 데 많이 이용된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백수님!”

“안녕. 아 말 놔도 되지?”

“네, 네! 물론이죠.”

통화가 시작되고 잠깐의 어색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현우는 어색함을 한 번에 날려줄 무기가 있었다.

바로 금융치료라는 녀석이다.

“일단 통화비부터 쏠게.”

“통화비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아아아앗! 또, 또 만 개! 감사합니다! 리액션 바로 갈게요!”

“아니, 잠깐. 잠깐. 리액션 좋아. 좋은데, 일단 통화 끝나고 해줄래?”

“아! 네! 그럴게요! 무슨 리액션으로 할까요?”

이거야 원.

리액션 못해서 죽은 귀신이 들러붙은 것도 아니고.

아직 방송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맹목적으로 그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유학은 어디로 다녀온 거야?”

“미국이요. 원래 거기서 하이스쿨 졸업 예정이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미국에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왔어요. 하이스쿨 학점 인정이 안 돼서 다시 고등학교 3학년을 다니는 중이에요.”

“미국이라. 미국에서 인기 많았겠다. 보정이나 캠빨 하나도 없는데, 미모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거 보면.”

“에헤헤.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쪼끔? 그래도 연애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아!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요! 집이 엄해서 학교랑 집만 왔다 갔다 했거든요. 엄마가 매일 등하교 때 운전해주기도 했고.”

-진짜에요 형님

-저도 같은 생활 해서….

-그래서 누나도 저도 둘 다 모쏠ㅠㅠㅠ

시청자가 유입되지 않는 방에서, 이현우는 오랫동안 봄여름과 대화를 나눴다.

20살 복학생이 학교에 나가지도 않았다길래 불량스러운 애인가 싶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에 가깝다.

“원래 사립 고등학교에 배정이 됐는데, 사립 고등학교는 등록금이 비싸서요. 전학을 가려고 해요. 사립에서 공립으로 옮기는 건 시간이 좀 걸린대요. 그래서 오늘 방송 켜 본 거예요.”

봄여름 남매는 집안 사정 때문에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추측하건대, 집안 사정이란 부모님과 관련된 일인 것 같았다.

모종의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거나, 부모님의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좋아.

결정했다.

나작비(나만의 작은 BJ) 키우기!

나작비는 본래 부정적인 뜻이다.

과몰입하는 시청자가, 대꾸를 잘해주는 하꼬 방송인과 좆목질을 하는 걸 말한다.

이 같은 행위가 부정적인 이유는, 과몰입 시청자는 방송이 성장하고 BJ가 돈을 버는 데엔 하등 관심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오히려 나작비를 원하는 시청자는 BJ의 방송이 성장하지 않길 바라며, 24시간 내내 자신과의 좆목을 해주길 바란다.

그렇기에 나쁜 뜻이다.

하지만 이현우의 나작비는 달랐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갓수르 형님이 현실에서 축구 매니지 게임을 하고 싶어서 맨씨 구단을 인수했듯.

이현우도 현실에서 BJ 육성 시뮬레이션을 해보려 하는 거였다.

당연히 이는 보통의 나작비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케어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캐시백 계약.

“캐시백이요? 그거 괜찮은 거예요?”

“이상하다 생각되면 안 해도 되는 거고. 여기 다른 사람이 없어서 말하는 건데, 내가 후원하는 BJ들은 전부 다 캐시백 하고 있어.”

“아! 정말요! 그럼 할게요! 만약 만 개를 받았으면 15만 원을 다시 드리면 된다는 거죠?”

“맞아.”

역시나.

캐시백 계약은 너무나 쉬웠다.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1억을 줄 테니 1,500만 원을 돌려달라고 말한다면 어찌할 텐가?

그걸 거절하는 멍청이는 세상에 없다.

“그럼 한 주에 몇 개나 쏴주실 거예요…?”

“그건 네가 하기에 따라 달렸지.”

이현우는 봄여름을 다른 BJ들과 같은 취급을 할 생각이 없었다.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차별을 할 셈이었다.

다른 BJ들은 무조건 월 100만 개의 코인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봄여름은 다르다.

“제가 하기에 따라서요?”

“응. 첫 번째 퀘스트야. 뉴튜브 편집자 구하기, 만 개. 팬 가입 수 10명 달성 만 개. 하루 추천 10개 받기 만 개. 즐찾 10명 달성하기 만 개. 뭐해? 안 받아적고?”

“네? 아, 네! 적을게요!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세요.”

이현우는 봄여름에게 퀘스트를 내줬다.

벌써 재밌다.

봄여름은 이현우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할까?

봄여름이 노트에 퀘스트를 받아 적는 걸 본 이현우는 또 한 번 퀘스트를 생성했다.

이번엔 사이드 퀘스트다.

“그리고 지금부터 부르는 건 사이드 퀘스트. DSLR 사기, 5천 개. 송출 컴 사기 5천 개. 조명 구비하기, 5천 개. 방음벽…. 이건 단가가 좀 세니까 나중에. 그리고 방 청소하기, 천 개. 방송용 의상 사기, 천 개. ……… 방송 시간 공지하기 백 개.”

이현우는 생각나는 대로 퀘스트를 만들어냈다.

난이도가 제멋대로고, 보상 밸런스도 망가졌지만.

뭐 어떤가.

돈 주는 사람 마음인 거다.

그리고 봄여름도 생각이 있으면, 돈 되고 시급한 퀘스트부터 처리하겠지.

“뉴튜브 편집자 구하면 캐시백 부분은 잘라내고, 퀘스트 시작 부분부터 편집하도록 해. 이왕이면 편집자한테도 캐시백 부분은 잘라내서 영상 전달하고.”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우의 말이 끝나고, 봄여름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십도 인사를 했다.

그녀는 뭐가 뭔지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지금 이게 인생에서 쉽게 찾아오지 않는 커다란 기회라는 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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