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주의***
이번 편에는 반강제적인 스팽이 나옵니다.
폭력 행위에 눈살이 찌푸려지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여, 여긴 어떻게….”
“사랑의 힘? 하아…. 현우 냄새. 너무 좋아.”
등 뒤로 소름이 쫙 끼친다.
이예린이 열혈 팬 스토킹을 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저 지식으로 아는 것과 직접 당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대체 여긴 어떻게 온 걸까?
아니,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이예린을 돌려보내야 한다.
“떨어져!”
“앗! 현우야아. 왜 난폭하게 그래. 아,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너무 놀란 건가? 헤헤헷.”
이예린의 표정에 악의는 일절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깝다.
그래서 더 무섭다.
“내가 분명 연락하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그건 연락하지 말라는 뜻이었잖아? 찾아오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해서 그냥 온 거야. 너무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싫어? 이렇게 예쁜 내가 직접 찾아온 건데.”
이예린은 감히 네가 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표정으로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그래, 예쁜 건 인정한다.
이예린은 이현우가 실물로 보았던 여자 중 제일 예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도 평범한 상황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거다.
소름이 끼치고, 무서운 상황에선 그런 외모 따위 안중에도 없다.
“그게 그 뜻이지. 당분간 얼굴 보기 싫다고 한 거였으니까. 돌아가. 차단 5일 더 추가야. 내가 다시 연락할 때까지, 연락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마.”
이현우는 이예린의 몸을 돌려 집 안에서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예린은 이현우의 손을 이리저리 피하며 버티려 한다.
“왜! 왜! 돌려보내려고 하는 거야! 내가 먼저 찾아왔잖아! 그러니까 예뻐해 주라고!”
“지금은 그럴 기분 아니니까! 돌아가!”
“싫어!”
이현우가 이예린의 겉옷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예린은 탈피라도 하는 것처럼 겉옷을 벗어버린 뒤,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어차피 10평도 안 되는 원룸이다.
몇 발짝이면 금세 잡힌다.
하지만 이현우는 손을 더 뻗지 못했다.
“하, 하하…. 하하… 또 다른 년이 있네. 죽여야 할 년이…. 빵잇이 그년 하나가 아니었구나.”
날렵하게 움직이던 이예린은 컴퓨터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살의가 가득 담긴 말을 내뱉는다.
그녀가 찾아오기 전까지, 이현우는 여우찡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오늘 할당치는 20만 개.
아낌없이 코인을 쏴대니 여우찡의 방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이현우를 위한 축제였다.
여우찡은 이현우의 취향이 가득 묻어나는 옷을 입고.
가슴과 얼굴에 백수라는 닉네임을 낙서했다.
그리고 벽지엔 백수킹이 도배가 되어있고, 랭킹에도 이현우의 아이디가 1위로 들어가 있다.
‘죽인다고?’
잘 못 들었나? 싶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제대로 들은 것이 맞았다.
농담으로 치부하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돌려보냈다가 살인이라도 나는 거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이, 일단 진정해.”
“현우야. 똑바로 말해. 나야? 저년이야?”
이예린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무섭다.
며칠 전까지 소시민이었던 이현우로서는 감당하기 벅차다.
이럴 때 진짜 갑부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모르겠다.
이현우는 갑의 위치를 깨닫고, 그렇게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진짜 갑부들의 심리나 행동을 배운 적도, 본 적도 없으니 모른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고 있다.
여기서 꺾이면 진짜 먹힌다는 걸.
이건 단순한 기세 싸움이 아니다.
먹고 먹히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이예린이 지쳐 떨어져 나갈때쯤 버린다는 계획은 폐기다.
어떻게 집 주소를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정보력과 행동력이 있다면….
빵잇이나 여우찡이 살해당할 수 있다.
그러지 않을 거라 낙관하는 건 위험하다.
이예린은 제대로 미친년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예린이 훼까닥 돌아버리면 이현우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여기서 이현우가 이예린을 이겨내고 잡아먹는다면 모두의 안전이 보장된다.
그 반대가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게 중요해?”
이현우는 기세를 끌어올렸다.
소름과 공포는 뒷전에 박아둔다.
이예린에게 개빡쳤을 때의 감정을 끌어온다.
당황하고 있던 이현우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썹이 올라간다.
그리고 한 쪽 입꼬리만 올라가며 싸늘한 음성이 나왔다.
“뭐?”
“바로 어제 말했던 거 같은데? 나 화나게 하지 말라고.”
이현우의 음색이 점점 더 냉랭해진다.
그러자 이예린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녀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타입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이성적이고 계산적으로 굴 수도 있는 여자였다.
“아니, 그래서 내가 찾아온 거잖아! 오해가 있으니까 좀 풀어보려고. 근데 넌 딴 년 방송이나 보고 있고! 지금 누가 더 화내야 할 상황이야?”
“닥쳐, 시발년아.”
분명 강압적으로 나가는 걸 좋아했지.
이현우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린다.
이예린은 상냥하게 대해줄 때보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굴 때 애액을 더 많이 흘렸다.
성향이 분명 그런 쪽이리라.
한 걸음을 크게 내디딘 이현우가 이예린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꺄아아아아!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아파! 놔줘! 현우야!”
“닥치라고! 썅년아! 그럼 화나게 하질 말던가! 개 좆같은 년이! 5일만 기다리라는 걸 못 참아서 여기까지 기어와? 넌 벌 좀 받아야겠다.”
이현우가 이예린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 팔을 휘둘렀다.
그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 이예린의 몸이 침대 위로 쓰러진다.
이예린이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이현우를 째려보았다.
눈가엔 눈물이 조금 맺혀있다.
하지만 이현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감정이 끓어오를 대로 끌어올라, 진짜로 빡이 쳤고.
이에린이 강압과 피학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굳게 믿고 있는 덕이었다.
“아파! 그렇게 세게 잡지 마!”
“조용히 해. 벌 받는 거니까.”
“읏….”
이예린은 강하게 나오는 이현우의 모습에 더 이상 짖지 못했다.
그녀도 스스로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분명 그녀는 예쁨받고 칭찬받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아프게 취급하고 윽박지르는 사람은 별로인데.
왜 이현우의 말을 따르고 싶을까?
이건 역시….
‘내가 현우를 사랑하니까…, 그런 걸까?’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 성격에 아프고 힘든 걸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정상적인 여자가, 사랑을 하는 소녀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예린은 얌전히 이현우가 시키는 대로 양 손목을 모았다.
‘역시 강압적으로 나가니까 얌전해지네.’
이예린의 반응을 본 이현우는 자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건 그다지 취향과 성향에 맞지 않다.
하지만 이 미친년을 얌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런 류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아…. 현우야, 날 묶어서 어떻게 하려는 거야…? 취향이 이런 쪽?”
“그 입 닫으라고. 내가 질문할 때까지 입 열지 마.”
“응….”
노끈으로 이예린의 손목을 묶은 이현우는 침대 프레임에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결박시켰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옷을 전부 벗긴다.
그것만으로도 이예린의 숨결에 점점 색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현우는 어제처럼 이예린의 엉덩이와 보지를 애무하지 않았다.
그는 허리띠를 들고 이예린의 옆에 섰다.
“지금부터 질문할 거야. 거짓말을 하거나 대답 안 하면 엉덩이 맞을 거니까. 똑바로 대답해. 알았어?”
“뭐어어…? 그런 거 싫어.”
휘이이잉! 패앵!
이현우가 허리띠를 휘둘렀다.
허리띠로 여자 엉덩이를 때리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전력을 다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손목의 스냅만을 활용해, 소리는 크게 내면서도 위력은 크게 줄였다.
“꺄아아앗! 아파! 아파! 아프다고! 이거 뭐야! 나 이런 거 싫어! 얼른 풀어줘!”
그런데도 이예린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허리띠가 주는 타격은 그리 아프지 않지만, 허리띠가 내는 소리는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대답만 하라고 했을 텐데. 머리가 나빠? 돌머리야? 아니면 내 말을 듣기 싫다는 거야? 대답만 해. 쓸데없는 소리 하면 계속 맞을 테니까.”
“현우야아. 내가 잘못했어. 응? 그러니까 풀어줘. 나 이거 싫어어엇!”
휘이잉! 패앵!
또 대답 대신 다른 걸 말하는 이예린의 엉덩이에 한 방!
“아파아아앗! 아파! 아프다고!”
“대답.”
“흐으윽, 무슨 대답을 하라는 거야. 나 이제 집에 갈 거야. 이거 얼른 풀어. 꺄아아아앗!”
이현우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허리띠를 계속 휘둘렀다.
새하얀 눈처럼 예뻤던 엉덩이는 어느새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변했다.
그리고 결국 이예린의 마음이 꺾였다.
이예린은 폭력에 내성이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트레스 역치가 낮았다.
힘든 일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조금만 수틀려도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지랄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러한 이예린이 묶여서 엉덩이를 맞는다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흐으윽, 흐에엥.”
“울지마. 뚝.”
“흡…. 흐읍, 흑. 흡.”
“그래서 대답은?”
“흐윽, 알겠어. 뭐든 알겠으니까아…. 이것 좀 풀어줘어…. 나 무서워 현우야아…. 너무 아파, 힘들어. 더 못하겠어. 흐윽.”
마음이 꺾인 이예린이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었다.
하지만 이현우는 속지 않는다.
그러기엔 이예린의 정신병 들린 모습에 너무 시달렸다.
그는 이예린을 달래주는 대신 허리띠를 한 번 더 휘둘렀다.
“꺄아아아앗!”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니까. 어쨌든 알겠다니까 다음 단계로 넘어갈게. 드디어 질문을 할 수 있겠네.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이현우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꺾인 이예린은 이현우의 질문에 거짓 없이 모든 것을 답했다.
질문을 하던 도중, 이현우는 핏기가 싹 죽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이예린의 가방을 뒤집었다.
채앵, 쨍그르르르.
가방에서 물건들이 쏟아진다.
이현우의 눈길을 끈 것은 바닥에 한 번 부딪친 뒤 굴러가는 식칼이었다.
식은땀이 등 뒤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미친년….’
진짜 일을 저지르려 한 건가.
이현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런 미친년 하곤 처음부터 엮이지 않는 게 정답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처신을 잘하는 수밖에.
그래도 지금 했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이예린이 어떤 여자인지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예린은 참을성은 네 살, 예쁨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아홉 살짜리 어린애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좆같게도 인지능력이나 사고능력은 평범한 성인들과 같았다.
게다가 더 좆같은 건 잘못을 저지르면 잘못했다는 걸 안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 잘못을 사과하고 없었던 일로 만들면 아무 상관 없다는 사고관을 가진 거다.
“하아, 시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이현우가 아직도 훌쩍이고 있는 이예린을 쳐다보았다.
이현우는 이예린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정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