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핥짝, 하읍, 꿀꺽.
윽…. 하아….
흐읍, 읍, 쥬으읍.
자지를 빠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봄여름과의 전화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아…. 백수님….”
뭔가 곤란한 듯한 봄여름의 목소리.
이예린이 낸 신음 때문에 이런저런 상상을 혼자 한 것 같다.
이현우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거야?”
“아니, 그게…. 여쭤볼 게 좀 있었는데. 아니에요. 바쁘신데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물어볼 거? 뭐? 지금 통화 괜찮으니까. 말해.”
“정말 아니에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봄여름이 후다닥 전화를 끊었다.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게 분명한데.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이현우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내려두었다.
“치잇….”
오히려 아쉬워하는 쪽은 이예린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질색하던 정액까지 삼켰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년은 뭔가를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렇게 쉽게 퇴치해버릴 줄 알았으면 그냥 옆에서 숨소리만 냈어도 되는 건데.
“으음, 좋아.”
핥짝.
그래도 이현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좋았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까 끝까지 해야지.
그리고 결국, 청소 펠라는 섹스까지 이어졌다.
침대 위에 또 한 번의 훈풍이 불었다.
* * *
“후우….”
전화를 끊은 봄여름, 이유나는 빨갛게 달아오른 진정시키고자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해야만 했다.
여자의 선정적인 신음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들은 건 처음이었다.
야한 동영상 같은 건 아니겠지?
그럴 거다.
그건 스피커 같은 데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소리였으니까.
물론 이해는 한다.
백수킹은 그녀보다 나이가 많을 테니, 여자친구나 아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갑자기 전화를 한 사람은 그녀였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소리를 듣고 볼이 빨개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남자와 사귄 경험이 한 번도 없는 20살 숫처녀에게 그런 소리는 자극이 너무 강했으니까.
“누나? 얼굴이 왜 빨개?”
연년생 동생, 이혜성이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두며 질문했다.
두 사람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대형 마트와 전자 상가 등을 돌아다니며, 이현우가 내준 퀘스트를 공략하는 중이었다.
“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백수킹 님한테 전화한다며? 설마 한 소리 들은 거야?”
“아니. 아니라니까!”
“아오. 성질은. 그러면 왜 그러는데? 아니다. 조언은 들었어?”
이유나가 전화한 이유는 이현우의 취향을 묻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온종일 돌아다니며 이현우가 내준 많은 퀘스트를 달성했다.
DSLR, 조명, 송출컴, 인테리어용 소품 사기 등.
남매의 전 재산 500만 원을 거의 다 방송 장비와 소품에 사는데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남은 돈이 얼마 없었다.
그런데 돈 들어갈 곳은 더 남아있다.
방송용 의상도 그렇다.
남매는 하나의 꾀를 냈다.
어차피 방송의 흥망은 이현우에게 달린 것.
그러니 이현우의 취향에 맞는 옷을 2, 3개만 사서 당분간 돌려입자는 것이었다.
“못 들었어. 바쁘신가 봐.”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역시 섹시 계열 의상을 입어야 하나? 백수킹 님 열혈 단 거 보니까 다 섹시한 스타일 여캠이던데.”
“에엑? 미쳤어? 나한테 그런 걸 입으라고?”
“무슨 내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내가 누나 섹시 의상 봐서 뭐 한다고. 백수킹 형님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지.”
“그래도 싫어. 그냥 난 내 스타일대로 입을래.”
“에휴, 마음대로 해라.”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세상에 남겨진 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방송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솔직히 방송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전학 가기 전에 재미 삼아 해봤던 것이었다.
그런데 백수킹 같은 큰손이 붙을 줄은 몰랐다.
남매는 욕심이 생겼다.
백수킹의 말을 따르다 보면 돈도 벌고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벌어들인 돈만 3만 코인이었다.
그리고 내일 퀘스트 보고를 하고 나면 2만 7천 2백 코인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이틀 만에 500만 원이라니.
물론, 수수료나 캐시백을 떼고 나면 더 적어지겠지만….
그래도 고등학생이 어디 가서 이만한 수입을 올리겠나.
“근데 백수킹 형님은 뭐 하시는 분일까?”
“그러게. 정말 어떤 분일까?”
동생의 질문에 이유나가 이현우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아까 전의 통화가 다시 떠올라 볼이 붉어진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그 음성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 * *
“하아….”
방금까지 웃는 낯으로 방송하던 빵잇, 최수현.
그녀는 방송을 끄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이현우가 방송에 찾아오지 않았다.
월 100만 개 코인을 쏴주기로 했으면서.
찾아온 것은 첫날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이현우는 방송에 코빼기조차 비추지 않았다.
‘역시…. 다른 여캠 때문이겠지?’
짐작 가는 이유는 많다.
특히나 달링.
어제 그 여자와 통화를 한 건 잊히지 않는다.
다짜고짜 사람에게 쌍욕을 퍼붓는 인간이라니.
게다가 그녀를 마치 애인 있는 남자를 빼앗은 쌍년처럼 말했다.
어제 전화를 끊고 확인해보니, 이현우를 먼저 만난 것은 달링이 아니라 최수현이었다.
‘그래도 그거 분명 한 거겠지…?’
남녀 둘이 야심한 시각에 같이 만날 일이 몇이나 있겠는가.
게다가 그런 통화를 거리낌 없이 내뱉을 정도라면.
분명 육체적 관계를 맺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현우가 건드린 여자는 달링 한 명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현우는 오늘 여우찡의 방송에 20만 개를 넘게 후원했다.
어제, 오늘 빵잇의 방송엔 찾아오지도 않아놓고 말이다.
“하아….”
꼬레아TV가 동물의 왕국이니, 더러운 창녀 소굴이니 하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걸 실제로 겪게 될 줄이야.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방송 시작 전에는 몸 파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최수현이었다.
하지만 월 100만 개의 코인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수수료, 세금, 캐시백을 다 떼주고 나서도 월 2,000만 원이다.
지금 버는 액수보다 네 배는 더 많다.
고정적으로 2천만 원을 벌 수 있다면 그깟 섹스 한 번….
“아아! 모르겠어. 이 오빠는 까톡은 왜 안 보는 거야.”
머리가 복잡해진다.
최수현은 괜히 이현우를 탓했다.
방송 도중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까톡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대체 뭘 하는 건지.
설마 이대로 계약을 파기하자는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싫었다.
“짜증 나.”
최수현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래봤자 소심 끼가 있는 최수현이 하는 최대의 행패는 인형의 배를 주먹으로 푹푹 찌르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냥 내가 먼저 전화를 할까?’
근데 큰손 중엔 갑자기 통화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큰손 중엔 유부남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은 가족과 있는 시간에 여캠이 전화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들었다.
만약 와이프한테 여캠의 큰손이라는 걸 들키면, 그날부로 후원은 끊기는 것이다.
백수킹 이현우의 나이가 20대 중후반인 만큼 결혼을 안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최수현은 그런 위험부담을 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때, 드디어 이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 아, 크흠.”
최수현은 당장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목소리를 점검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오빠! 많이 바쁘셨어요?”
아까 전 혼자 짜증을 낼 때와는 달리, 최수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밝았다.
그녀도 그녀가 을의 입장이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이현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를 쟁취해야 한다.
“좀 정신없는 일이 있어서. 그보다 이번 주 할당량 때문에 전화한 거지? 걱정하지 마. 내일은 꼭 할당량 맞춰줄 테니까.”
“아…. 그렇게 독촉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었는데…. 알겠어요. 그럼 내일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보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게 거의 없네. 방송 끝났지? 안 바쁘면 밥이나 같이 먹을까?”
“네…?”
간단한 안부 인사차 물었을 뿐인데, 이현우가 훅 들어왔다.
조금 당황스럽다.
하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 거절하면 안 된다.
“그, 그럴까요? 어디서 뵐까요?”
마음을 다잡은 최수현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약속을 잡았다.
만나는 시간은 1시간 뒤.
전화를 끊은 최수현이 먼저 생리 주기부터 확인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마음속은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만약 오늘 이현우가 잠자리 권유를 한다면, 최수현은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겠지?’
최수현은 처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몸을 함부로 굴리지도 않았다.
그러니 섹스하게 된다면 확실한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 다짐했다.
최소 명품. 최대로 받는다면 캐시백 수수료일까?
최수현은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며 전투적으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머리는 방송 시작 전에 감았으니까, 몸만 씻으면 20분이다.
씻으면서 입고 나갈 속옷과 옷을 고른다.
그녀의 머릿속에 자신의 옷장이 촤르륵 펼쳐졌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오니 약속 시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약속 장소까지 가려면 30분은 걸릴 텐데.
-오빠.
-저 지금 집에서 나가는데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사죄하는 고양이 이모티콘)
일단 이현우에게 까톡을 보내며 까까오 택시를 불렀다.
근데 원래 식데를 하면 큰손이 데리러 오는 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
그녀는 방송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현우처럼 만 개, 이만 개씩 뿌려대는 큰손이 붙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약속 장소.
고급 식당 안에는 이미 이현우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현우가 보인다.
영상통화를 했기에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뭐랄까….
첫인상은 무척이나 평범하다는 거?
딱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것 같은 사람이다.
얼굴이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나 덩치가 큰 것도 아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돈 많은 사람 특유의 자신감 같은 것이 후광으로 비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실제로 뵙는 것은 처음이네요. 반가워요. 백수 오빠.”
“그래 반가워. 근데 현실에서까지 백수라고 부를 필요는 없지 않아?”
“아! 그렇네요. 그럼 현우 오빠라고 부를까요?”
최수현이 안으로 들어오자, 식탁 위에 반찬들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전부 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최수현은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너무 긴장한 탓이다.
그녀를 거쳐 간 남자는 이제까지 단 두 명.
한 번은 고등학생 때, 다른 한 번은 대학교를 그만두기 전 커플일 때였다.
그 이외엔 원나잇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대가를 받고 몸을 파는 것과 비슷한 지금 상황에 많은 긴장이 되는 것이다.
“왜 그리 긴장했어?”
“네? 네! 아, 아니에요.”
이현우가 말을 건네자 최수현이 심히 당황한다.
그녀도 스스로 이럴 줄은 몰랐다.
이대로 밀려나면 안된다는 생각하고 있을 땐 전투력이 치솟았는데.
막상 이현우를 만나고, 이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생각하자 긴장되고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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