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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사람: *박하늘*
안녕하세요 백수킹 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쪽지 보냈습니다. 저는 BJ 박하늘이라 합니다. 26살 키 168 몸무게 53 허리 23 골반 35 가슴 75 C 컵. 담배X 피어싱X 문신O 술O. 섹시 컨셉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쪽지를 드린 이유는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입니다. 제발 부탁이니 제 방의 열혈이 되어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 지 다 하겠습니다. 진짜 뭐든 다 하겠습니다. 진짜 뭐든 지입니다. 연락해주세요. 제 전화번호는 010-XXXX-XXXX입니다. 까톡 아이디 SAEROM98. 제발 꼭! 꼭!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제게 기회를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대 제한 글자까지 꾹꾹 눌러쓴 쪽지였다.
이토록 간절할 이유가 있나?
이현우는 답장을 보내거나 연락처로 전화를 걸기 전, 검색부터 해봤다.
BJ는 방송국에만 들어가도 대부분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다시 보기가 남아있는 것은 물론, 팬들이 클립을 남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언제부터 방송했는지, 어떤 컨셉인지, 방송 시간은 언제인지 등 세부 사항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확실히 몸매는 합격이네.”
쪽지에 자기 바디 사이즈를 적을 만큼 자신감이 강했던 박하늘이다.
확실히 화면으로 보기에도 그녀의 몸매는 나올 곳은 나와 있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 있다.
다만, 몸매에 비해 얼굴이 살짝 아쉽다.
못생겼다는 건 아니다.
그저 성형 티가 좀 과하게 날 뿐.
이현우가 성형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일단 그는 예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취향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현우는 과하게 티 나는 쪽보다는 자연스러운 쪽을 선호했다.
“오우….”
그래도 섹스 어필에는 제대로 관통당한다.
여우찡도 섹시 컨셉을 잡은 BJ만 결이 약간 달랐다.
여우찡은 교태를 부려 사람을 홀리는 타입이라면, 박하늘은 대놓고 섹스 어필만 주구장창해서 남자의 심장을 관통하는 타입이었다.
다만, 강약을 조절하면서 방송해야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 어필만 해대니 팬이나 큰손이 잘 붙지 않는 것 같다.
박하늘의 다시 보기를 정주행한 이현우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 연락해보자.
-안녕하세요. 백수킹입니다. 박하늘 씨 맞으신가요?
까톡을 넣었지만, 답이 오질 않는다.
밤부터 새벽까지 방송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지금 자는 모양.
급한 쪽은 저쪽이니 메시지를 확인하면 바로 전화가 올 것이다.
이현우는 그리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노트북 옆에 놔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한다.
수확은 없었다.
일단 시간대가 애매했다.
게다가 4일간 여캠만 주구장창 찾아다녔지 않은가.
대부분 이미 봤던 얼굴이다.
열 명 남짓 있는 신규 BJ도 딱히 끌리진 않는다.
이현우의 후원을 받으려면 일단 예쁜 여자여야 했다.
-달링♥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뜨는 알람.
달링이 해명 방송을 시작했다.
이현우는 수확 없는 BJ 탐색을 종료하고, 달링 방에 입장했다.
로그인 한 채로 들어가면 어그로가 끌릴 테니, 비 로그인으로 방송을 시청한다.
-왔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
-명
-이딴 어그로로 3일이나 끄는 건 너무한 거 아님?
-싸개싸개 해명하고 빨리 끝냅시다
-건빵쉑들 우리 달링눈나 말 못 들음? 팬갑은 하고 채팅치라고
-앜ㅋㅋㅋ 건빵 말 안듣는다고ㅋㅋㅋㅋ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채팅창이 벌써 어지럽다.
달링은 이런 채팅창을 가만두고 보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하게 채팅창을 얼렸다.
그리고 어느새 시청자가 천 명을 넘었고.
달링은 준비했던 말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원래는 어그로가 끝날 때까지 휴방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해명하려고 합니다. 지난 방송에서 저는 제 방의 큰손인 백수에게 차단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분에 못 이겨 타 BJ의 방에 가서 횡포를 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빵잇 님. 그리고 빵잇의 팬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달링은 평소답지 않게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여기서 악질 유동들이 제일 궁금해할 건 폭로에 대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제가 감정에 휘둘려 그냥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백수가 다른 여캠에게 코인을 쏘는 것이 짜증 나고 열받아서요. 폭로 내용도 별거 아니었습니다. 백수의 개인적인 일이니까 말을 하진 못하지만, 사회적 지탄을 받거나 범죄적 행위인 건 아닙니다. 이것으로 해명을 마치겠습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달링의 해명이 끝나는 것에 맞춰 이현우는 코인을 쐈다.
99,999개, 꼬레아 TV에서 쏠 수 있는 최대치의 코인이었다.
“앗? 꺄아아앗! 백수야! 꼬마워! 내가 진짜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알라뷰! 빵야 빵야!”
99,999개의 코인에 엄숙했던 분위기가 한 번에 무너진다.
신이 난 달링이 캠을 향해 애교를 잔뜩 부린 탓이다.
99,999개의 리액션이 끝나고,
“자, 백수랑 나랑 화해도 했고. 해명도 했으니까. 유동들은 어서 나가. 훠이 훠이. 내 팬들은 잠시만 기다려. 유동들 다 나갈 때까지 광고 보고 올 테니까. 이따 봐잉.”
그리고 틀어지는 광고화면.
어느 정도 이예린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는 이현우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이예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우야아. 나 잘했지? 네가 말한 대로 해명 끝냈어. 얼른 칭찬해줘.”
“응. 잘했네. 수고했어. 누나가 그렇게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잖아. 너무 멋있더라.”
“에헤헤헷. 그리고 다른 건?”
“다른 거?”
“아잇! 어디 호텔인지 알려주기로 했잖아.”
“아, 그랬었지. 여기 남산 호텔이야.”
이현우는 약속대로 어느 호텔에 묵고 있는지 순순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몇 호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알겠어! 오늘 방송 금방 끝내고 갈게!”
“어떻게? 몇 호인지는 모르잖아.”
“뭐…? 설마 몇 호인지 말 안 해주려는 거야?”
“방송 열심히 해. 내 말 잘 듣고 예쁜 짓 많이 하면 알려줄 테니까. 끊는다.”
“아니, 잠깐….”
이현우는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다시 걸려 오는 전화.
받을까? 말까?
받자. 그리고 확실하게 말해두자.
“이현우! 이런 게 어딨어. 빨리 알려줘! 알려줘! 알려주라구. 알려줘. 알려줘. 알려줘. …”
정신병 쿨타임은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다.
이예린이 또 정신병자처럼 같은 말을 중얼중얼 거린다.
하지만 이젠 이현우에게도 내성이 제법 생겼다.
이현우는 중얼중얼거리는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한다.
“방 번호를 알고 싶어?”
“응, 알고 싶어. 알려줘어어어어.”
“알고 싶으면 금요일까지 방송 열심히 하고 있어. 그러면 금요일 저녁엔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전까지 내가 연락하기 전엔 연락하지 말 것.”
“그, 금요일? 안돼! 너무 길어!”
“좀 참을 줄도 알아야지. 내 말 어기면 전부 다 차단하고 만나는 일자도 뒤로 늦춰질 거야. 명심해. 이번엔 진짜 끊는다. 전화 하지 마.”
“현우야! 잠깐….”
이예린이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끊었다.
좋다. 전화가 다시 오지 않는다.
이예린이 말을 듣는다.
이예린을 지배하고 있다!
이현우가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이다음은 뭘 할지 생각하는 사이, 달링 방송에서 나오던 광고가 끝났다.
그리고 화면에 송출되는 달링은 굉장히 열받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외친다.
“폭로하려던 거 그냥 할래! 백수는 사실 모쏠 아다다! 백수 이 나쁜 새끼야! 잘 먹고 잘살아라!”
채팅창은 여전히 얼어있는 상태였기에, 채팅은 올라오지 않는다.
만약 올라왔다면 ‘ㅁㅊㅋㅋㅋ’ 이나 ‘???’가 도배되었을 것 같다.
“하….”
뜬금없는 달링의 폭로에 이현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캐시백에 대해 말하지 않아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이예린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은 취소다.
길들이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차단 5일 추가.
“흥! 하나도 안 무섭거든?”
그러거나 말거나, 이현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달링의 번호를 차단하고 까톡도 차단했다.
그리고 로그아웃을 한다.
-열혈 팬 백수킹님이 방송을 나가셨습니다.
“어…. 배, 백수야? 아니지?”
제 분에 못 이겨 일을 저지른 달링.
그녀는 이현우가 방송에서 나갔다는 매크로를 보고 심하게 당황한다.
동공이 떨리는 것이 화면으로 다 보일 정도였다.
“백수야! 미안. 내가 미안! 아 씨발! 벌써 차단했어! 이 나쁜 새끼!”
화면 속 달링이 이현우에게 전화해 보지만, 이미 차단당한 상태였다.
쌤통이긴 한데, 이대로 놔두기만 하면 안 되겠지.
달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자로와 같았다.
가만히 놔두고 방치하면 터져서 사고를 일으킨다.
그러니 차단했더라도 지속적인 관리는 필요하다.
이현우는 잠시 차단을 풀고, 그녀에게 까톡을 하나 보냈다.
-방송 8시간 채울 때마다, 차단 1일씩 줄여줄게. 그럼 방송 잘하고. 차단 끝나면 보자. 이번에도 사고 치면 진짜 연 끊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
달링의 폭로 이후 인터넷은 다시 이현우와 달링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게 되었다.
[속보) 달링 폭로함]
근데 폭로 내용 별 거 없네 ㅋㅋㅋㅋㅋㅋ
백수킹이라는 큰손인데 모쏠 아다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폰붕이 평균 아니냐 ㅋㅋㅋㅋ?
-와 달링 진짜 나쁜 년이었네 모쏠 아다라는 걸 폭로했다고?
-아니ㅋㅋㅋㅋ 폭로라고 해서 거창한 건 줄 알았더니 이건 뭨ㅋㅋㅋ
└그래서 달링도 별거 아닌 내용이라 했었음ㅇㅇ
[이번 어그로 존나 시시하네]
난 또 대형 사건 터지나 했더니
무슨 모쏠아다 엔딩이야
-ㄹㅇㅋㅋㅋㅋㅋ
-근데 그걸 폭로한다고 한 달링 년 정신상태는 ㄹㅇ 찐임
└ㅋㅋㅋㅋㅋ ㄹㅇ정병
└ㅇㅈ
[우리 폰코 일동은 모쏠좌를 지지합니다]
동질감을 느끼는 바입니다
격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냅니다
인정하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추
-개추
-너어는 지인짜
-ㅋㅋㅋㅋ 금수저 별거 없눜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근데 금수저인데 왜 모쏠아다?
[근데 며칠 전에 폭로하려 했던 게 진짜 저거 맞음?]
너무 내용이 얼탱이 없는데
-달링이면 쌉진실임
└ㄹㅇㅋㅋㅋ 정병년이면 저게 진짜일 확률 99퍼
-보통 진짜인가 싶을 땐 가짜고 가짜인가 싶을 땐 진짜인거임
어그로가 해소되었고, 폭로 자체가 별것 아니었기에 이번 화제는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금방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현우에겐 모쏠좌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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