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쉴 새 없이 터지는 코인 폭격에 봄여름이 10대의 텐션을 뽐냈다.
그녀는 한국 나이로는 20살이었다.
하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았기에 만 나이로 치면 18살, 아직 10대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충성! 충성!”
꺄르르거리며 높은 톤의 음색으로 연신 충성을 외쳤다.
역시 봄여름은 방송 포텐이 있었다.
미모도 미모지만, 사람이 없는 방에서 이만한 텐션과 끼를 발산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코인에 봄여름의 남동생도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리 보니 채팅창이 참으로 썰렁하다.
원래 큰 후원이 터지면 채팅창이 둥가 둥가 하면서 큰손을 빨아주는데.
그 맛이 살짝 부족한 게 아쉽다.
-시청자 유입 계획은 짰어?
“네! 물론이죠! 지훈아, 화면 틀어.”
동생의 이름이 지훈인 것 같다.
봄여름은 아주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명령했다.
평소 누나 동생 사이가 어떤지 단박에 짐작되는 부분이다.
송출화면에 다시 PPT가 띄워진다.
다음 장으로 넘어간 PPT에는 시청자 유입 계획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어제 방종하고 조사를 좀 해보니까 하꼬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면 퀵뷰 같은 걸 선물해주는 게 베스트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따가 방제를 팬갑시 무조건 퀵뷰 선물로 바꿀 생각이에요. 그리고 방송에 꾸준히 오게 하기 위해 구독권도 선물할 거구요. 그런데…. 혹시 이런 식으로 팬갑이랑 즐찾 미션을 깨버리면 기분이 나쁘실까요?”
자신감있게 프레젠테이션하던 봄여름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녀가 얼마만큼 이현우의 의중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현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채팅을 쳤다.
-기분 나쁠 게 뭐 있어.
-나는 분명 능력껏 퀘스트를 깨라고 했고, 돈을 써서 클리어하는 것도 능력이지.
-난 돈을 잘 쓰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어디 한번 잘 해봐.
“아! 네! 알겠습니다! 지훈아. 얼른 방제 바꿔.”
그녀가 명령을 하고, 방제가 바뀐다.
[20살 현역 고딩) 여캠 시작 1일 차! 팬갑 시 무조건 퀵뷰 증정! 1코/토큰 다 받아요! 얼른 놀러와!]
-사실 2일 차인 거 아니야? ㅋㅋㅋ
“에헤헤. 어제는 시험 방송이었으니까요…. 오늘은 정식 데뷔!”
-오 데뷔 ㅋㅋㅋ 축하해.
-우웩 예쁜 척 그만 좀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넌 좀 닥치고 있어라. 하늘 같은 회장님이 얘기하시는데 어딜 끼어들어? 확 끄냥!”
방제를 바꿨으나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퀵뷰를 퍼준다고 걸어놔도 볼 사람이 있어야 들어올 테니까.
BJ와 매니저 그리고 회장까지 단 3명.
3따리 하꼬 방은 스크롤을 엄청나게 내려야만 보이는 곳에 있다.
그렇기에 시청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봄여름 방송에 있는 세 명은 한없이 노닥거렸다.
이현우는 조언을 빙자한 현실 육성 시뮬레이션을 했고.
봄여름은 이현우의 말에 맞장구치며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매니저인 이지훈은 봄여름에게 말로 처맞는 포지션이었다.
-앙리둥절 님이 방송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세 명이서 노닥거리던 중, 드디어 신규 유입이 들어왔다.
-앙리둥절 님! 봄하!
-매) 20살 현역 여고생 봄여름 방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추천, 즐찾 부탁드려요.
“앙리둥절 님! 어서 오세요! 지금 퀵뷰 이벤트 중이에요. 1개만 쏴도 퀵뷰 드려요!”
-ㅎㅇ
-진짜 여고생?
-근데 왜 20살?
하라는 팬 가입도 안 하고 즐찾, 추천도 안 하는 건빵이다.
딱 봐도 별 영양가가 없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이현우는 개입하지 않았다.
그는 장르소설로 치면 성좌였고, 축구로 치면 감독이었다.
직접 필드에서 뛰는 건 봄여름이지 이현우가 아니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봄여름이 영양가 없는 건빵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본다.
“찐 여고생 맞아요. 유급 비슷한 거 했어요. 나쁜 일은 아니고 유학다녀 왔는데 미국 하이스쿨 학점이 인정이 안되서 고등학교를 다시 다녀야 한대요.”
-오 미국 유학
-금수저임?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돈 열심히 벌어야 함요. 그러니까 팬갑 부탁드려요! 퀵뷰 바로 쏴드립니다!”
오, 이건 좀 여캠 같았다.
1일 차인데 벌써 건빵에게 돈 빼먹는 화술을 구사하다니.
봄여름은 눈웃음을 살랑살랑치며 건빵의 광고 묻은 코인을 빼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 봄여름의 노력은 성공했다.
[앙리둥절 님께서 (AD)코인 1개를 선물!]
-앙리둥절 님이 4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앙리둥절 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헐ㅋㅋㅋㅋㅋㅋㅋ
-1토큰 열혈ㅋㅋㅋㅋㅋ
-진짜 1일 차인가보네.
“예쓰! 이렇게 네명 확보! 앙리둥절 님 팬 가입 고맙다냥. 바로 퀵뷰 선물해드릴게요.”
-ㄳㄳ
-엥? 구독권도 주는 거였음?
“그건 써프라이즈 선물이에요. 하하핳. 마음에 들어요? 구독권 받았으니까, 앞으로 한 달은 내 방에 놀러 오기. 약속. 그리고 추천이랑 즐찾도 해주기.”
-ㅋㅋㅋㅋㅋㅋ
-ㅇㅋㅇㅋ 지금 추천 즐찾 함
봄여름은 간단하게 건빵 하나를 홀려버렸다.
질투심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것 같았다면 현실 BJ 육성 시뮬레이션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다음 사람 올 때까지 넷이서 놀고 있죠.
다른 사람이 들어왔기에 이현우는 존댓말로 어투를 바꿨다.
세 명에서 네 명이 되는 것보다, 네 명에서 다섯 명이 되는 게 시간이 더 짧았다.
한 명이 는 것만으로도 심해 1,000미터에서 500미터가량 올라온 듯한 순위 상승이 있었을 테니까.
꼬레아TV는 시청자가 많을수록 방송 썸네일과 제목이 페이지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시청자가 많으면 유입이 더 많게 되는 구조였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이쯤에서 노래나 춤 한 번 보고 가자.
시청자가 아홉 명쯤 되었을 때, 이현우는 만 코인을 투척했다.
팬 가입은 6명, 즐찾 추천은 7개씩 받은 상황이었다.
이럴 때 도와줘야 방송이 쑥쑥 크지 않겠나.
게임으로 치면 버프 아이템이나 캐시 아이템을 사용한 거다.
“회장님! 만개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1일 차라 연습 된 춤이나 리액션이 얼마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노래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춤과 리액션은 빠른 시일 내로 연습해서 꼭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패기롭게 외친 봄여름이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의 노래는….
음…, 못 부른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고 잘 부른다고 하기엔 아쉽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신감이 넘친다 정도?
-앜ㅋㅋㅋㅋㅋㅋ
-아니, 예쁘기는 겁나 예쁜뎈ㅋㅋㅋㅋㅋㅋ
-이분 여캠 아니라 엽캠이었나요? 개웃기넽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도 ‘ㅋㅋㅋ’이 쏟아졌다.
하지만 봄여름은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노래를 완창했다.
평범 이하의 실력으로 노래를 불러놓고 엣헴하며 가슴을 펴는 것이 귀엽다.
이런 걸 두고 천상 여캠이라고 하는 건가 싶다.
-어? 백수 형님 여기 계시네요?
어떤 시청자가 들어와 이현우에게 아는 척을 한다.
돈 많은 큰손이 있는 방에는 건빵이 몰리기 마련이었다.
돈을 많이 쓰는 큰손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자기 돈을 쓰지 않고도 여캠의 리액션을 즐길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고인 꼬레아TV 유저라면 큰손들의 닉네임을 외우고, 그들이 있는 방을 찾아다녔다.
지금 찾아 온 건빵도 그런 류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이현우를 보자마자 친근한 척을 하며 이현우를 빨았다.
-ㅎㅇ요.
-형님이 새로 파는 여캠이에요?
-예 ㅋㅋ.
-그럼 저도 일단 가입부터.
[어수고르키 님이 코인 10개를 선물!]
-어수고르키 님이 7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어수고르키 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헐 ㅋㅋㅋㅋ 저 열혈 됐네요 찐 1일 차인가
-백수 형님은 어케 이런 분을 다 찾으시는지 ㅋㅋㅋ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어수고르키 님 팬 가입 고맙다냥! 퀵뷰 받아가라냥!”
-커엽눜ㅋㅋㅋㅋ
-아 이게 어떻게 1일 차 BJ?
-700
퀵뷰 및 구독 선물 공세에 힘입어 팬 가입 10명과 즐찾, 추천 10명은 방송 1시간 만에 달성할 수 있었다.
10번째 팬 가입 리액션을 한 봄여름이 눈을 반짝인다.
그리고 약속된 대사를 내뱉었다.
“회장님! 충성! 보고드립니다! 미션 클리어! 팬 가입 10명! 즐찾, 추천 각 10개씩 달성 했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여러분도 박수쳐주세요.”
-???
-10명이 그리 기쁜 일인가?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눈치 챙기자 (박수 채팅 콘)(박수 채팅 콘)(박수 채팅 콘)
-(박수 채팅 콘)(박수 채팅 콘)(박수 채팅 콘)
-잘했네.
-미션 보상금 나간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팬 가입, 추천, 즐겨찾기 미션은 각 1만 개짜리 미션이었다.
이현우는 만 개씩 세 번을 후원했다.
그러자 열 몇 명이 있는 채팅창답지 않게, 채팅이 빠르게 올라간다.
-ㅋㅋㅋㅋ????
-이건 무슨????
-아니 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건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 백수형님 재밌게 노시네
-ㅅㅂ 돈 많으면 저런 짓도 가능하구나
-개부럽다 ㄷㄷㄷ
이현우의 채팅과 코인 후원을 본 시청자들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조금 눈치가 없는 사람도 이현우의 채팅을 읽어주는 전자녀를 보고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
-다음 메인 퀘스트 팬 가입, 즐찾, 추천 100명. 이번 보상은 각 2만 개.
전자녀가 이현우의 채팅을 읽어주고, 채팅창이 또 한 번 불탄다.
그리고 봄여름은 조금 색다른 반응을 보였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모습.
설마 놀란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회장님! 이의 있습니다.”
-이의?
“달성치는 10배로 늘었는데, 왜 보상은 겨우 2배인 거죠?”
아, 그쪽이었냐.
놀란 게 아니라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장난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방송 텐션을 위해 일부러 저런 말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장난을 걸 대상을 잘못 정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2만 개가 싫으면 걍 만개로 ㄱㄱ
“아아아앗! 회장님 죄송합니다아아앗! 쇤네가 돈에 눈이 멀어 그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어버렸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어어어!”
-ㅋㅋㅋㅋㅋㅋㅋ
-이 분 진짜 엽캠 아닌 거죠?
-텐션 장난 아니긴 함 ㅋㅋㅋㅋㅋㅋ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으니까 착석
-나도 백수형이 퀘스트 내줬으면 좋겠다 ㅠㅠㅠㅠ
봄여름은 방종 전까지 최고 시청자 23명.
추천, 즐찾 19개를 달성했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 3개와 사이드 퀘스트 6개를 새로 받았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