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34화 (3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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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이현우는 목요일이 좋았다.

꼬레아TV 정산일이기 때문이다.

정산 시간은 목요일 정오.

전날인 수요일 오후 여섯 시까지 환전 신청한 코인이 정오에 일괄 입금된다.

‘총 1,749만 원!’

후원 내역을 보며 계산기를 두드려본 이현우가 활짝 웃었다.

오늘 캐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1,749만 원이라는 거금이 통장에 들어오게 된다.

이건 그가 이제까지 저축했던 돈과 맞먹는 액수였다.

더욱 기쁜 것은 한 번 받고 말 돈이 아니라는 거였다.

BJ들을 후원하고 캐시백을 받는 한 매주 1,749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아니, 앞으로 여캠들의 방송 시간에 익숙해지고 후원을 더 잘하면 최대액인 2,250만 원을 매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캐시백 거래를 할 BJ 한 명을 더 구하면 2,500만 원이다.

월 1억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하하하핫!”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현우는 정산금이 들어오는 12시를 목 빠져라, 기다렸다.

12시가 된다고 해서 바로 이현우의 통장에 입금되지 않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기대가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현우는 좋아하는 방송도 보지 못하고 시계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띠리리링-.

그렇게 기다리는데 호텔 방의 전화기가 울린다.

리셉션인가?

호텔 측에서 전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이현우는 궁금해하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숙박은 편안하신지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

아주 정중하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다름이 아니라, 고객님을 찾는 듯한 여성분이 방문하셔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객님의 성함과 나이, 핸드폰 번호는 알고 있는데 정작 방 번호는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텔리어의 말을 듣고 단박에 누가 찾아왔는지 눈치챘다.

이예린이다.

분명 차단 5일이라 했고, 차단을 줄일 방법도 말해줬는데.

그녀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보내 주세요. 그리고 얌전히 말 잘 듣고 있으면 차단을 풀어줄 거란 말도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이현우는 간단한 말로 달링을 물리쳤다.

비싼 호텔이 이래서 좋다.

돈값을 제대로 하니까 말이다.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조식부터 석식까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원한다면 수영장, 헬스장 등의 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아침마다 청소까지 해준다.

이제 호텔에 온 지 2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현우는 돈 쓰는 매력에 점점 더 푹 빠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정소림 방송에도 한 번 갔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달링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녀 덕분에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 떠올렸으니까.

정소림에게 접근해놓고, 그녀에게 코인을 쏜 것은 첫날뿐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정소림에게 받아야 할 돈은 75만 원.

다른 여캠들에 비해 무척 적은 돈이었다.

다음 주가 풍족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지금 시각은 11시 32분.

노트북을 열고 꼬레아TV에 접속하니, 32분 전에 온 알람이 하나 있었다.

-정소림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열혈 팬 백수킹 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백수킹 님! 어서 오세요. 드디어 와주셨네요. 저는 다신 안 오는 줄 알고 엄청 걱정했답니다.”

소통 중이었는 지, 정소림이 채팅창을 보고 곧바로 이현우를 반겼다.

선한 얼굴에 어른스러운 태도를 가진 정소림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여캠은 여캠이다 이건가.

분명 통화를 나누며 방송에 들리는 간격이 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런 사실을 들은 적 없다는 것처럼 천연덕 스럽게 말을 했다.

-드디어 오셨다!

-큰손 형님!

-환영합니다.

채팅방도 난리다.

그들은 정소림의 코어팬이긴 하지만, 정소림에게 큰돈을 쥐어줄 능력이 없었다.

매일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정소림이 큰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신에게 능력은 없으니 큰손인 이현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이현우가 나타났으니 이리 반기는 것이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늦어서 죄송. 이건 입장료.

그들의 염원을 이현우는 들어주었다.

그의 전매특허인 입장료 만개!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정소림도 돈 앞에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눈이 반달로 휘며, 소리 내 웃는다.

그 덕에 흉부에 달린 거대한 가슴이 박력 있게 떨린다.

“감사합니다. 백수킹 님. 노래 들으시러 찾아오신 거죠? 듣고 싶은 곡 있으세요?”

이현우는 듣고 싶은 노래를 요청하며 정소림의 방송을 즐겼다.

목소리 좋고, 노래 잘 부르고, 가야금 잘 타고.

박하늘과 달리 말재주도 있다.

그렇기에 방송은 즐겁고 재밌다.

몇 십명뿐인 시청자지만 채팅도 활발해서 코인 쏘는 맛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림 님은 뽑기나 식데 같은 건 안 하시나요?

욕심이 생긴다.

정소림이라는 여자에게.

그리고 저 큰 가슴에.

예전이었다면 꿈도 못 꿀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인 무한 능력을 가진 이현우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가 원한다면 그 어떤 BJ도 꼬실 수 있을 거란 자신감 말이다.

그래서 대놓고 정소림을 푹 찔러본다.

-헐ㅋㅋㅋㅋ

-형님 아무리 형님이라도 그건 좀;;

-우리 소리미 여캠 아니여유 ㅠㅠ

-근데 나도 방장이랑 식데시켜준다고 하면 하고 싶을 듯

이현우의 질문에 채팅이 발작한다.

그러나 선비들이 모여있는 방답게 발작의 수준이 그리 세지 않다.

이현우는 적잖이 무시하며 정소림의 답변에 주목했다.

“뽑기나 식데요? 죄송해요. 저는 음악인이고 싶지, 여캠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정소림은 죄송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며 이현우의 질문 같은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아닙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저번에도 비슷한 답을 하신 것 같은데.

이현우는 정중하게 채팅을 쳤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제까지 찌르면 안 넘어오는 여캠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여캠 쪽에서 이현우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이었다.

그랬기에 섹스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쉬웠다.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 같다.

하긴, 보통을 생각하면 이게 정상이겠지.

정소림의 말대로 여캠이 아니라 자존심 있는 여자 혹은 프로 음악인이라면 돈 때문에 데이트권 같은 걸 팔지는 않을 거다.

빵잇이나 여우찡 같은 여캠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그녀들과 정소림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거였다.

이현우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해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이현우가 쏘는 코인이나 채팅의 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까지 재미있기만 하던 방송에 갑자기 재미가 없다.

못 먹는 포도란 걸 알게 되어서 그런가?

여캠이란 유사 연애를 상업적으로 파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여캠 방송을 시청하고.

큰손들은 현실 유사 연애를 하기 위해 큰돈을 쓴다.

그런데 여캠이 아니라 음악인이라 하니.

이현우의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그가 가야금에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했는데, 백수킹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는 저도 좋아해요. 백수킹 님도 좋아하세요?”

“…이 노래는 어떠세요? 여러분? 백수킹 님은 어떠세요?”

이현우의 흥미가 떨어졌다는 걸 느낀 건지.

정소림은 필사적으로 이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현우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니, 시간이 지나자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멀티를 켜서 다른 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근성 없이 도망을 친 거냐고?

그렇다기 보다는 빠른 손절을 한 것뿐이다.

먹지 못할 감에 계속 투자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먹기 위해선 노력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없는 자들이나 하는 거다.

이현우에겐 무한한 힘이 있었다.

무한대의 코인은 수많은 여캠의 다리를 벌리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힘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노력을 퍼부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 시간에 다른 여캠을 찾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얘도 별로네.”

이현우가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해 인터넷 브라우저 추가 탭을 종료했다.

얼굴은 꽤 이쁘장했는데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방송을 들어간다.

그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이건 괜한 성질이고 트집이라는 걸.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게 쉽게 달래지지 않는 걸 어떻게 하나.

그렇게 짜증을 부리고 있는데, 스마트폰에 문자 하나가 날라왔다.

-[Web 발신] 대한은행 입금 4,020,000원 13:14 123-456-7890 최수현 잔액…….

이현우를 기쁘게 할 소식이었다.

빵잇, 최수현이 캐시백을 입금했다.

무려 400만 원.

꿀꿀했던 이현우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진다.

“좋아!”

그래, 여캠 좀 못 따먹으면 어떠냐.

이렇게 돈이 들어오는데.

다른 여캠을 따먹으면 되는 거지.

뭐 이런 걸로 자존심을 던졌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안 줄 건데 계속 꿍해있어봐야 그만 손해였다.

“여보세요?”

빵잇에게 전화가 왔다.

이현우는 지체하지 않고 받았다.

“오빠…. 혹시, 돈 보냈는데 확인하셨어요?”

“응. 방금 확인했어. 정확하게 보냈더라.”

“아하하…. 저기 오빠. 오늘 잊지 않으셨죠? 저 꼬킹 님 방송 게스트로 나가는 거.”

어제 빵잇의 방송에 들어갔으니, 오늘은 건너뛰어야 할 차례다.

하지만 빵잇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오늘 그녀는 꼬레아TV 3 대장 중 하나인 꼬킹 방송에 게스트로 나간다.

이현우는 그 방송에서 그녀의 기를 세워주기로 했었다.

“그럼. 기억하고 있지. 오늘 저녁 열 시 맞지? 갈 테니까 걱정 마.”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근데 개인 방송은 안 해?”

“오늘은 휴방 날이라 쉬려고요. 어차피 저녁 합방을 하면 쉴 시간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 그러면 같이 쉴까? 호캉스 어때? 내가 아직 말 안 했지? 나 호텔에서 지내고 있어. 남산호텔. 여기 수영장도 좋고, 룸에서 보는 경치도 좋은데. 올래?”

이현우는 자연스레 최수현을 호텔로 불러들였다.

방금 정소림에게 까인 참이라, 또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하지만 최수현은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정소림에겐 이현우의 부유함이 그다지 어필되지 않은 것 같지만, 최수현에겐 잘 먹힐 거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호캉스요? 너무 좋아요. 안 그래도 저번에 오빠랑 호텔 갔다가 잠만 자고 나온 게 너무 아쉬웠거든요. 갈게요! 지금 바로 가면 되나요?”

최수현은 너무나도 쉽게 이현우의 제안을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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