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ㅋㅋㅋㅋㅋㅋㅋㅋ
-(웃는 이모티콘)
-화순이는 아직도 잘 먹히네
-처음 따먹으려면 한 천만 원? 그년 요새 돈독 올라서 그 이하는 쳐다도 안 볼 거야.
미친.
천만 원?
보지에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니고.
한 번 따먹는데 천만 원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관심 있으면 주선해줄까?
하지만 이현우는 됐다는 말할 수가 없었다.
여긴 돈 많은 큰손만 모인 방이었다.
이현우도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달 10억씩 턱턱 쏠 수 있는 알부자로 말이다.
-네. 해주세요. 근데 현금으로 줘야 하나요? 코인으로 줘도 되려나? 제가 이번 달에는 현금이 없어서요.
-그럼 싫어할걸? 세금 내야 한다고.
-싫어하긴 할 거에요. 근데 세금 내는 만큼 더 주면 좋아라 할듯 싶네요.
-기다려봐 일단 한 번 물어볼게. 할 생각 있는지와 코인을 물어볼게.
큰손의 연락을 기다리는 사이.
이현우는 아직도 자지를 핥고 있는 이예린을 쳐다보았다.
계속 자지를 빠는 게 힘든지, 처음보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누나.”
“어! 현우야!”
“많이 힘들어?”
“조금…. 아니, 많이 힘들어. 물론 널 기쁘게 해주는 건 좋지마안…. 입 안의 상처 때문에 입이 너무 아파.”
“그래? 그럼 집에 갈래?”
이예린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귀엽고 불쌍한 척을 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애교는 이현우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현우의 냉담한 반응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나랑 같이 있고 싶어?”
“응! 완전! 매일매일 붙어있고 싶어!”
“그건 무리고. 앞으로 정말 잘 할 수 있어?”
“잘할게. 무조건 잘할게. 네가 마음에 안 드는 짓 절대로 안 할게.”
“믿음이 가진 않지만. 믿어볼까? 좋아. 오늘은 같이 자자.”
“정말?”
이현우의 한 마디에 이예린의 표정이 꽃처럼 화사하게 피었다.
예쁘긴 존나 예쁘다.
“가서 씻고 와.”
“응!”
이예린을 욕실로 보낸 이현우는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여캠들이 보낸 돈을 대충 계산해보니 1,300만 원이 살짝 넘는다.
아직 돈을 보내지 않은 이예린의 것까지 합하면 얼추 계산이 들어맞았다.
이예린이야 함께 있으니 나중에 받아내면 되는 것이고….
-물어봤어.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겠다.
-네. 형님 듣고 있습니다.
-일단 오케이래. 근데 스케쥴 상으로 다음 주 월요일이나 될 것 같다는데? 걔가 화요일 휴방이거든. 그래서 월요일날 보자고 하더라. 시간 돼?
-저야 백순데 시간이야 차고 넘치죠.
-ㅇㅋ 그럼 그렇게 전달할게. 그 전에 인사차 한 번 찾아가도록 해. 번호는 넘겨줄게.
-(BJ화순 전화번호)
이현우는 넘겨받은 화순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당장 연락하진 않는다.
일단 큰손의 말대로 방송에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에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캐시백 거래를 제안할 것도 아니니까.
화순은 큰손들의 공용 정액 받이다.
독점할 수도 없고, 독점할 생각도 없었다.
“현우야! 나 다 씻었어. 너도 씻을 거야? 아니면 내가 씻겨줄까?”
“씻겨준다고?”
“응! 나 남 씻겨주는 거 잘해. 그걸로 봉사도 여러 번 다녀왔는 걸. 맡겨볼래?”
이현우는 기꺼이 이예린에게 목욕 시중을 받았다.
그녀는 정말로 목욕 시중을 잘했다.
여자라서 그런가?
부드럽게 몸을 씻기는 스킬이 장난 아니다.
또다시 자지가 불끈불끈해진다.
참을 필요는 없다.
이현우는 그대로 이예린을 덮쳤다.
이예린도 기뻐하며 팔을 벌려 이현우를 꽈악 안았다.
다음 날.
이현우는 옆자리의 부드러움과 따듯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여자의 향긋한 냄새와 부드러운 살결이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현실이 좋았다.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도 존나 예쁘네. 성격만 아니었어도. 시발.’
몇 시간 동안 구타당한 이예린의 뺨은 티가 날 정도로 부어있었다.
그런데 그 부어있는 얼굴마저도 예쁘다.
진짜 사기급 외모였다.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이 천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건 악마다.
“으음…. 현우야아.”
이현우는 가슴과 엉덩이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며 이불 속의 여유를 즐겼다.
얼마간 그러고 있으니 이예린이 눈을 떴다.
이현우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곤 이현우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한다.
“일어나. 조식 먹으러 가자. 그리고 이후엔 나 운동 가야 해.”
“운동? 어디로 가는데? 같이 갈까?”
“헬스장. PT 끊었어. 누나는 같이 못 가지. 얼굴이 그렇게 붓고 멍들었는데.”
“왜애. 난 괜찮아. 어차피 얼굴 좀 망가져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예쁠 테니까.”
“운동하는 데 있으면 방해돼.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가 운동하는 곳 미행해서 따라온다거나. 우연을 가장해서 같은 곳에 등록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운동하는 헬스장 출입 금지야. 알아들었지?”
“아앗….”
이예린은 머릿속에 있는 계획들이 모두 폭로 당하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식을 먹은 뒤, 좀처럼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이예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
이현우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체크한다.
‘오늘부터 계획을 잘 짜야 일주일이 편해.’
택시에 타고 있는 이현우가 작은 수첩을 꺼냈다.
관리하는 여자가 많아지다 보니, 기록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목요일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다음 주 목요일까지 모든 여캠에게 25만 코인씩 후원되도록 스케쥴을 잘 짜야 한다.
‘낮 방송은 빵잇, 달링, 정소림….’
“아, 맞다. 까톡.”
이예린과 화순 때문에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정소림의 까톡에 답장한다는 걸 깜빡했다.
어제도 워낙 다사다난했어야 말이지.
이현우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정소림에게 뭐라 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 * *
정소림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배웠다.
처음 손에 잡은 것은 바이올린.
재능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어린 것치고 잘하는 재능이었지,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콩쿠르나 대회에 제법 나갔지만 가장 큰 결과가 입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부모님에 의해 가야금으로 진로를 틀었다.
경쟁자가 적으니, 대성하기엔 조금 더 쉬우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잘한 결정도 아니었다.
국악은 쇠퇴한 문화산업이었다.
그 길을 나아가는 사람도 적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더 적다.
한 마디로 그들만의 리그.
국악 관련 경연이나 한마당에서 상을 타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고.
차라리 바이올린을 계속했다면 음악으로 벌어 먹고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이올린은 클래식계에서 꼭 필요한 악기였고, 그만큼 일자리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가야금은 아니다.
가야금은 공연계에서 낄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학원을 차리거나, 개인 교습을 할 수도 없다.
배우려는 수강생도 부족하고.
수강생이 부족하니 대학교수들조차 제자 및 수강생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 어중간한 실력을 갖춘 정소림이 낄 자리는 없었다.
그러던 중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판단이었다.
가야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그것도 많이 벌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처음 수입은 적었지만, 하루하루 늘어나는 수입을 보며 정소림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했다.
가야금이 신기해서 들어오는 이는 제법 있었지만, 오래도록 방송을 찾아주는 사람은 몇 없었다.
수입은 늘었지만,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수입이 들쭉날쭉 한다는 거였다.
어떤 달은 10만 개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또 어떤 달은 3만 개밖에 받지 못했다.
여기에 수수료조차 떼어가니 그녀가 버는 수익은 월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역시 개인 방송에서 돈을 벌려면 큰손이 붙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송은 큰손이 붙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가야금이라는 특이점은 있지만, 시청자가 많이 붙기엔 부족했다.
게다가 식데, 뽑기 등의 이벤트도 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큰손이 관심을 가지기엔 힘든 환경이었다.
그러던 중 백수킹이 찾아왔다.
입장하자마자 만 개를 쏘고.
하루 만에 5만 개를 쏜 진짜 큰손.
정소림의 입장에선 꼭 붙잡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가 아주 좋은 계약을 제시했다.
월 100만 개, 그러니까 월 1억을 쏴줄 테니 15퍼센트의 캐시백을 하자는 계약이었다.
계산해보니 이것저것 다 떼고 나서도 정소림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였다.
수락하고 꽃길만 걷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림 님은 뽑기나 식데 같은 건 안 하시나요?
식데를 원하는 큰손 백수킹.
식사 데이트가 뭔 대수냐 싶겠지만, 정소림도 BJ 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이 있었다.
열혈 큰손과의 식데는 그렇고 그런 의미라는 것.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로서는 식데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안 된다고 거절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백수킹이 방송에 흥미를 잃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그 당시 정소림은 안돼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미 월 2천만 원….
아니, 세금을 떼기 전이면 4,500만 원이었다.
그 계산을 토대로 세세한 계획까지 모두 짜두었다.
2,500만 원은 세금낼 것을 대비해 단기 적금 상품에 투자하고.
200만 원은 생활비와 각종 공과금 및 월세를 내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1,800만 원은 집을 사기 위해 만든 통장에 저축한다.
지금까지 저축한 것과 합치면 10개월 안에 2억 5천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럼 대출을 껴서 집을 사고,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집은 남자가 해오는 거라고 하지만.
정소림에겐 그런 고정 관념은 없었다.
능력이 되는 사람이 해가면 좋은 거지.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와 같은 국악인이었다.
앞서 설명했듯, 국악인은 돈을 벌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가 찼고 부모님이 빨리 결혼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음에도 결혼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큰손 백수킹이 찾아왔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리고 백수킹이 흥미를 잃는 게 눈에 보이니 얼마나 절망스러웠겠나.
정소림은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까톡을 보냈다.
-식데는 제가 사정이 있어서 힘듭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식데 말고 다른 것을 원하는 건 없으신가요?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보낸 까톡.
식데는 못하지만, 다른 건 다 해주겠다는 내용.
답장을 기다렸지만 바쁜 것인지 답장이 오지 않았다.
완전히 흥미가 식은 것인가?
남자는 한 번 돌아서면 끝인 거라던데.
이대로 계약도 깨지면 어쩌지?
그런 고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데, 읽음 표시가 사라진 것이 보였다.
정소림은 답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오고, 해가 떴음에도 백수킹의 답은 오지 않았다.
읽씹을 당한 것이다.
정소림은 절망했다.
월 4,500만 원이 손에서 쥐어졌다가 빠져나간 기분은 당해보지 않으면 몰랐다.
“하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정소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끝인가 보다.
종이 한 장 없이 계약한 사이였으니, 이대로 쉽게 계약이 깨지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다.
억울하고 아쉽지만 털어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의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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