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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45화 (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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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엑.”

가서 물라니.

무슨 개도 아니고.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김하나는 따지지 않았다.

눈앞에 상대해야 할 적이 있다.

또각, 또각.

하이힐을 신고 있는 김하나의 구두가 또각또각 울린다.

김하나는 명품 매장 안에 있는 류인영을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그 기세는 전장에 나서는 장군의 것이었다.

“….”

갑작스러운 이현우의 등장에 류인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온 것일까.

게다가 천박하게 생긴 여자친구랑 같이?

뒷조사라도 한 거야?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오가는데, 김하나가 말을 한다.

“이 매장은 직원이 손님한테 인사도 안 하나 봐?”

“뭐…? 아. 쯧. 안녕하십니까.”

시비조가 가득한 김하나의 말에 류인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자신은 일하고 있는 도중이라는 걸 깨닫고 곧바로 고개를 숙인다.

그런 류인영의 모습에 김하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뭐? 쯧? 지금 나한테 혀를 찬 거야? 여기 고객 응대가 왜 이래! 매장 책임자 어딨어! 책임자 나오라고 해!”

김하나의 목소리가 아울렛 내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녀는 소란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손님을 얼마나 호구로 보면 응대 직원이 고객한테 인사도 안 하고! 눈을 흘기고! 혀를 차! 매장 책임자 어딨어? 안 나와?”

“아니, 여기서 왜 이러는 거예요! 왜 따라와서 진상질이야!”

못돼먹은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지, 류인영도 목소리를 키워 김하나에게 맞섰다.

“진상? 이게 진짜 미쳤나! 너 지금 손님한테 진상이라고 하는 거야? 오늘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돈을 쓴지는 알고 있어?”

“백억을 썼든! 천억을 썼든! 갑질하는 건 아니지!”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튄다.

그야말로 돈호상박(豚狐相搏), 두 사람의 뒤에 여우와 돼지의 그림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우위는 명백히 김하나에게 있다.

김하나는 손님이고, 저쪽은 직원이다.

갑을관계도 명백히 파악하지 못하는 머저리년.

그러니 쓸데도 없이 남 뒷담화나 하고 있지.

“잠깐! 잠깐만요! 무슨 일입니까? 저한테 얘기하시죠. 인영 씨는 잠깐 빠져 있어요.”

“매니저님. 흑, 저 사람이….”

그때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매니저라 칭하는 걸 보니, 책임자쯤 되는 위치의 사람 같아 보인다.

류인영은 선즙필승을 사용했다.

“하, 이봐요. 당신이 책임자예요?”

류인영이 즙을 짜지만, 평생 여적여를 겪으며 살아 온 김하나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매니저를 불렀다.

매니저는 이 사건에 끼어들며 이미 스캔을 마쳤다.

김하나가 몸에 걸친 명품만 일곱 개.

게다가 김하나와 이현우가 구매한 쇼핑백 수만 명품으로 여덟 개였다.

오늘 방문한 손님 중 가장 구매액이 높은 VIP다.

이럴 땐 무조건 엎드려 빌어야 한다는 걸 매니저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VIP가 왜 VIP인가.

아울렛을 먹여 살리는 실질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손님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앞뒤 사정을 볼 것도 없었다.

VIP와 매장 직원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면 무조건 매장 직원의 잘못이었다.

“예. 죄송합니다. 기분이 상한 일이 있으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라운지에서 모시겠습니다.”

화난 고객을 상대하는 세 가지 비법.

하나, 응대 직원을 바꾼다.

둘, 장소를 옮긴다.

셋, 고객이 화를 식힐만한 시간을 준다.

매니저는 CS 강의 시간에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써먹었다.

하지만 김하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목표가 저기 있는데, 어딜 간다는 말인가.

“됐고. 책임자 아저씨. 오늘 우리가 여기서 얼마 쓴 지 알아요?”

김하나가 손에 들린 쇼핑백을 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현우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도 눈짓한다.

이는 그녀가 설계한 것이었다.

이래야만 제대로 복수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 죄송합니다.”

“아니, 아저씨가 죄송할 필요는 없죠. 잘못 한 건 저쪽인데. 1,800이에요. 자그마치 1,800만 원. 백화점으로 가서 신상을 사려고 했었는데. 거리가 가까워서 그냥 아울렛으로 온 거에요. 근데 역시 아울렛이라고 해야 하나? 고객 응대가 뭐 이따위인지. 이럴 거면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왜 붙였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서비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미 기분을 망쳤는데 최고의 서비스는 무슨! 난 아저씨의 사과 말고 제대로 된 보상을 원해요.”

“보상이요…?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말씀해주시면 상부에 전달하겠습니다.”

“아울렛에 원하는 건 없고.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요?”

김하나가 손가락으로 즙을 짜는 류인영을 가리켰다.

매니저의 시선이 그녀를 향한다.

류인영은 즙을 짜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곁눈질로 계속 확인하는 중이었다.

“지, 직원이 직접 사과를 하면 된다는 말씀이신지…. 혹시 무릎 꿇고 사과하거나 그런 걸 바라시는 거면….”

“하, 아저씨. 혼자서 너무 나가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나 욕먹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 남산 그룹 내 사규 있죠? 거기에 따라서 정확하게 징계하세요. 근로자의 업무상 과실로 생긴 피해액에 대한 징계에요.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이거 다 환불할 거니까. 그리고 친구들한테 말해서 남산 아울렛 이용하지 말라고 전달할 거고요.”

이현우는 살짝 놀랐다.

김하나가 이런 식으로도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저리 말을 하니 제법 유식해 보인다.

그리고 류인영이 아무것도 못 하고 코너에 몰린 상황이 너무 통쾌했다.

“알겠습니다. 정확한 사정을 알아본 뒤에….”

“정확한 사정은 무슨 사정! 저 직원이 인사도 안 하고, 손님한테 혓바닥을 차고, 진상으로 몰아갔다니까? 그런데도 사정을 알아봐야겠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요? 좋아요. 끝까지 해보겠다 이거죠?”

“아니, 아닙니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제대로 징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직원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탓이기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매니저님!”

끝까지 제 직원을 지키려 하던 매니저가 결국 항복했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류인영이 소리를 빽 지른다.

“인영 씨.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질러요. 어서 고객님에게 사과하세요.”

“아니, 하지만 시비는 저쪽에서 먼저….”

“인영 씨가 먼저 인사 안 하고 혀를 찼다면서요. 그게 틀린 말입니까?”

“그렇긴 하지만….”

“하아…. 그럼 사과하세요. 어찌 되었든 인영 씨의 접객 태도가 잘못되었던 것은 맞는 것 아닙니까? 징계가 싫으면 그만두시면 됩니다.”

“매니저님….”

류인영은 끝까지 저를 지켜줄 줄 알았던 매니저가 차가운 태도를 보이자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회는 이토록 냉혹한 법이다.

매니저는 부하 직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회사 생명까지 갈아가며 부하 직원을 지킬 의리까진 없었다.

“….”

류인영이 갈등한다.

아울렛을 그만둬도 일할 곳은 있을 터.

하지만 구직이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결국 그녀가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겼다!

이현우는 사과하는 류인영의 모습에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마냥 기뻐하는 이현우와 달리 김하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약간 숙여 류인영에게만 들리게 말한다.

“그러게, 주제를 알았어야지. 되도 않게 남의 남자 뒷담화나 하고 다니면 벌 받는 거야.”

“뭐!”

김하나의 마지막 말에 류인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더는 따지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갑이 누구인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징계 결과는 여기로 문자 보내줘요. 확인할 테니까.”

김하나가 매니저에게 번호를 적어서 건넸다.

할 거면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오늘 여러모로 김하나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오빠, 나 잘했어?”

두 사람은 당당한 걸음으로 아울렛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옅어지자마자 김하나가 이현우에게 매달린다.

사나운 여우에서 다시 사람 홀리는 여우가 되었다.

“잘했어. 너무 잘했어. 우리 하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보이지?”

이현우는 김하나를 마구마구 칭찬했다.

과장을 좀 보태고 있긴 하지만, 칭찬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재수 없는 쿵쾅이년을 쥐 잡듯 잡아버렸는데, 어찌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법은 어디서 배운 거야? 평소와 다르게 정말 유식해 보이던데?”

“엑. 그럼 내가 평소에는 무식해 보인다는 말? 오빠, 나 나름 인서울 4년제 출신이거든? 뭐어…, 1학년 때 방송한다고 자퇴하긴 했지만.”

“헐. 하나, 너 공부 잘했구나?”

“흠흠, 그러니까 나를 좀 더 예뻐해 주라구.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고 머리까지 좋은 여자가 오빠한테 매달리는 거니까. 나 오늘 예쁜 짓 많이 했으니까 구두 두 개 사주는 거지?”

“아하하핫. 알았어. 알았어. 두 개 사줄게. 그런데 지금 백화점 갈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네가 나중에 가서 사. 사주는 건 내가 사줄 테니까.”

사실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다.

아울렛에서 1,800만 원이나 긁는 바람에 돈이 부족했다.

하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으니, 시간 핑계를 댄 것이다.

직접 사라고 말하면 돈을 안 줄 수 있다.

일단 그녀가 직접 구매하게 한 다음, 다음 주 캐시백에서 그 가격만큼 깎아주면 되는 거니까.

아울렛에서 구매한 1,800만 원은 대부분 이현우의 물품이었다.

구두 두 켤레, 정장 세 벌, 넥타이 두 개, 시계 하나, 캐쥬얼 의류 여섯 벌, 운동화 한 켤레.

이 중 시계가 900만 원으로 가격 중 절반을 차지했다.

비싼 값을 치르긴 했지만, 전부 사용할 물품들이었다.

그러니 과한 소비가 아니다.

1,800만 원쯤이야 한 주만 지나면 다시 들어온다.

“에잉, 그럼 선물 받는 느낌이 안 나는데. 알겠어. 나중에 백화점 가면 내가 살게. 그러면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김하나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자동차 매장. 차 한 대 뽑으려고.”

“오오! 오빠 드디어 차 사는 거야? 뭐 살 거야?”

“글쎄. 뭘 살지는 아직 안 정했는데. 일단 돌아다녀 볼려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차로 살 거야.”

이현우에겐 드림카라 불릴 만한 차가 없었다.

딱히 차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승차감과 하차감을 느낄 수 있기는 바란다.

그러니 외제 차.

무조건 간지나고,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차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그래? 일단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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