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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정소림이 가야금을 연주한다.
연주와 노래는 듣기 좋다.
그녀의 솜씨는 수준급이었고 목소리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뿐이다.
이현우가 짠 스케쥴에 따르면 이번 주 정소림의 방송에 3번 방문한다.
한 주 25만 개의 코인을 맞추려면, 한 번 올 때마다 8만 개의 코인을 쏴야 했다.
하지만 정소림은 컨텐츠가 부족하다.
그녀의 방송은 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것뿐.
신청 곡 하나에 만 코인을 쏜다고 해도 8번 반복해야 한다.
그건 이상하다.
입장료나 퇴장료로 만 개를 쏘면 2만 개를 채울 수 있다.
신청 곡도 한두 개엔 만 개를 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소림 방송의 신청 곡 단가는 30개였다.
단가 30짜리에 만 개를 태운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법한 후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책이 필요하다.
이현우는 방송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의심받지 않고 큰 후원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미션을 걸어야 하나?’
큰손은 BJ에게 보고 싶은 장면을 미션이라는 형태로 주문했다.
게임 BJ라면 온니 질럿만 사용해 게임 이기기, 노 강타 정글로 게임 승리하기 등 난이도는 있으나 달성하기 힘든 일을 미션으로 걸었다.
토크 및 보이는 라디오 BJ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토킹으로 불리는 일명 야킹의 경우에도 금발 백마 꼬시기, 여자 셋 있는 테이블과 합석하기 등의 미션을 건다.
그런데 여캠에겐 무엇을 걸어야 할까?
그게 살짝 의문이다.
여캠에겐 미션을 거는 문화가 없었다.
왜냐하면 여캠의 수익 창출은 여캠 스스로가 만들어오기 때문이다.
-33개 신청곡
-50개 엉덩이 싸대기
-99개 빵야
-100개 뽑기
-101개 룰렛
-167개 제로투/ 348개 솜사탕/ 525개 오토바이
-333개 의첸
-1,000개 사다리 5/2 선택
-1,000개 19의첸
-1,567개 슴낙
-2,000개 역팬 1개
-2,567개 얼낙
-2,999개 엉덩이로 이름쓰기
……
위 목록은 한 여캠이 진행했던 코인 리액션 단가표다.
저만큼의 코인을 주면 적혀있는 리액션을 해주겠다고 송출 화면에 대놓고 걸어놓는다.
이러니까 여캠에겐 큰손이 주는 미션이 없었다.
여캠이 직접 후원 방법을 지정해줬으니까.
그런데 스스로 여캠이 아니라 음악 방송인이라 주장하는 정소림에겐 코인 단가표가 없었다.
있다면 30개 신청 곡, 5개 전자녀 딱 두 개뿐.
이래서야 코인을 후원하고 싶어도 후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답은 미션뿐이다.
미션이란 어렵고 힘든 일을 주문하는 것.
그러면서도 방 분위기와 알맞아야 했다.
정소림에게 맞는 미션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이현우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소리미 노래(엄지척 채팅 콘)
-오늘도 귀 정화
-쌋다
-왜 인기가 없는지 의문
간절한 가야금 선율이 점차 줄어들고, 정소림의 노래가 끝났다.
몇 없는 시청자들이 노래가 좋았다며 극찬한다.
기분 좋게 노래를 끝낸 정소림이 물이 든 텀블러를 들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역시 너무 좋네요. 잘 들었어요. 근데 리액션은 따로 개발 안 하시나요?
“회장님. 천 개 선물 감사합니다. 리액션이요? 아…. 역시 리액션이 필요할까요? 애교 같은 건 잘 못하는데….”
-ㅋㅋㅋㅋㅋㅋ
-소리미 리액션은 안 할 거라더니 ㅠㅠ 회장형님이 말하니까 단숨에 태도가 바뀌네
-어쩔 수 없는 거지
-ㄹㅇㅋㅋ 백수형 만큼 코인 쏴주면 나도 24시간 애교 부릴 자신 있음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댄스 리액션은 어때요?
“춤이요? 그건 좀…. 제가 몸치라….”
단박에 거절하는 정소림.
하지만 이현우는 굴하지 않았다.
작전명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이키마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댄스 리액션 연습해오면 10만 개.
“엑? 1, 10만 개요?”
정소림이 놀라워한다.
하지만 망설이는 기색이 가득하다.
이대로 방송을 해도 100만 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20만 개.
“아니, 잠깐 회장님!”
-와ㅋㅋㅋㅋㅋ
-20만 개 ㄷㄷㄷㄷㄷ
-이건 해야지
-드뎌 소리미 댄스 볼 수 있는 건가
-회장님 ㅎㅇㅌ
-ㅂㅅㅇ
-외쳐 ㅂㅅㅇ!
정소림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니, 이현우가 계속 단가를 올린다.
적당히 50만 개 정도까지만 뻐팅기면 좋겠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30만 개.
-ㅂㅅㅇ!
-ㅂㅅㅇ
-(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
-(엄지척 채팅콘)
-(돈다발 채팅콘)(돈다발 채팅콘)(돈다발 채팅콘)
-ㅋㅋㅋㅋㅋ
-ㅂㅅㅇ!
-ㅂㅅㅇ
-이게 돈으로 때린다는 그건가?
-와! 30만 개!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40만 개.
계속해서 올라가는 금액.
그제서야 정소림은 이현우가 명분을 쌓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분명 이현우는 그녀와 캐시백 계약을 했다.
월 100만 개를 채워주겠다고 이야기도 했고.
하지만 어떤 식으로 100만 개를 주는지는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식데만 나갔다고 안심하고 있었던 게 잘못이었다.
하긴, 데이트 몇 번에 1억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스타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맞다.
“으윽…. 알겠어요. 할 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
-와ㅋㅋㅋㅋ 40만 개짜리 미션
-나를 돈으로 사려고!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큰돈이었다 ㅋㅋㅋㅋㅋㅋ
-메이저들도 40만 개 미션은 잘 없는데 ㄷㄷㄷ
-40만 개를 혼자 태우시는 백수 형님 ㄷㄷ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잘 생각했어요. 40은 숫자가 좀 불길하니까 50만 개로 ㄱㄱㄱ. 연습할 댄스는 오토바이로 할까요?
-오토바이!
-와아! 오토바이!
-(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엄지척 채팅콘)
-(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하트 채팅콘)
-ㅄㅇ!
-ㅂㅅㅇ!
-킹갓제너럴백수형님!
-그는 신인가?그는 신인가?그는 신인가?
-야 위엨ㅋㅋㅋ ㅂㅅㅇ 하면서 은근히 ㅄ 넣는 놈 그만해라
“으으…. 하아, 댄스 리액션이라니. 그래도 미션하고 코인 후원은 감사합니다…아? 아니, 회장님! 미션 제안하시면서 만 코인씩 쓴 거예요? 5만 코인이었잖아! 너무 감사합니다!”
리액션 연습이라는 말에 정신이 팔렸던 정소림은 이현우가 후원한 코인 액수를 이제야 발견했다.
총합 5만 코인.
오늘의 액수를 다 채운 이현우에게 정소림이 목소리 톤을 높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것을 끝으로 방종 시간이 되었다.
“어쨌든…. 회장님이 지정하신 오토바이 댄스는 연습해보도록 할게요. 기간은 상관없는 거죠?”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1주면 되지 않나? 오토바이 춤 그리 안 어려워요.
“아니, 전 춤을 춰 본 적이 없다니까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방송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방송에도 좋은 노래 들으러 와주세요.”
정소림이 양손을 흔들며 방종 인사를 했다.
방송 화면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현우 씨.
그리고 곧바로 정소림에게서 까톡이 왔다.
-오토바이 리액션은 너무 했어요 ㅠㅠ
-저 진짜 춤 못 추는데.
-이거 분명 흑역사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소림 씨는 몸매가 리액션이니까.
-어떤 식으로 추든 시청자들은 무조건 기뻐할 거예요.
-저도 물론이고요.
이현우는 까톡으로 정소림을 달랬다.
그러면서 다음 방송에 입장한다.
[20살 현역 고딩) 방송 4일 차! 과연 오늘의 미션은? 건빵환영!소통!저스트채팅]
봄여름 · 시청자 수 16명
봄여름의 방송은 4일 만에 큰 성장을 이뤄냈다.
BJ까지 포함 3따리에서 방송 시작 시청자 16따리까지 올라왔다.
연습했던 댄스 리액션을 선보일 때면 세 자릿수 시청자를 찍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이현우의 의도대로였다.
봄여름도 이현우 덕에 방송이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만큼 이현우가 등장하면 극진하게 대접을 한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ㅎㅇ
“회장님 어서 오십쇼!”
시청자와 노가리를 까고 있던 봄여름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 형님 이사를 했다.
팔을 과장되게 벌리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직각 인사.
다 큰 성인이 저런 인사를 했으면 모르겠으나, 스무 살의 풋풋함과 상쾌함이 터져 나오는 봄여름이 행하자 귀여움이 물씬 느껴졌다.
봐도 봐도 새로운 미모다.
첫날에 비해 얼굴이 펴서인지 좀 더 예쁨이 추가된 것 같기도 하다.
-오셨다.
-백수 형님 ㅎㅇ요.
-이제 보고 시간인가 ㅋㅋ
시청자들도 이현우를 환영한다.
봄여름 방송의 재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회장과 봄여름의 티키타카였다.
특히, 이현우의 큰손질이 방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재미를 주는 만큼 시청자들은 이현우에게 극호감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방송이 시작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았는데 모여든 이들은, 봄여름 방송에 깊게 빠져든 코어 팬들이다.
그들은 회장 이현우가 찾아오면 봄여름이 무엇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충썽!”
봄여름이 경례를 올렸다.
여전히 손날이 다 펴져 있지 않고, 손끝은 눈썹 끝이 아니라 이마 끝에 올려져 있는 둥.
군대 가면 폐급 소리를 듣겠지만 여긴 군대가 아니라 꼬레아TV다.
어느 정도 비슷하고 예쁘고 귀여우면 그만이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충성
“보고드립니다! 메인 퀘스트 현황입니다! 현 시각 즐찾 81명, 추천 233개. 즐찾 100명 미션까지 19명, 추천 1,000개 미션까지 767개 남았습니다. 뉴튜브 업로드는 2일 3시간 남아있습니다.”
현재 송출 화면에 붙어있는 메인 퀘스트는 넷이다.
즐겨찾기 100명 달성.
추천 1,000개 달성.
뉴튜브 업로드 개시.
베스트 BJ 승급.
방송이 성장한 만큼 즐찾과 추천도 늘었다.
다만, 즐겨찾기는 1계정당 1번만 가능하고.
추천은 1일 1회가 가능한 만큼, 추천 수가 즐찾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리고 요 며칠간 편집자를 구하는 데도 성공했다.
편집자는 고용되자마자 일을 시작했고, 이틀 뒤에 그녀의 뉴튜브에 첫 영상이 올라올 것이다.
‘뉴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뉴튜브 미션도 줘야겠네.’
미션할 거리는 넘친다.
구독자 수 달성, 좋아요, 알림 설정 등.
1시간짜리 영상 만들기 챌린지, 한 영상 10만 뷰 넘기 등등.
이현우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기재하며 봄여름의 보고를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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