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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금만 기다려용. 여러분, 나 옷 갈아입고 올게. 잠깐 너희끼리 놀고 있어.”
백수킹도 동의했겠다, 화순은 서둘러 화면 전환 키를 눌렀다.
그녀가 자신하는 비키니 사진이 송출 화면에 떴다.
아래에는 ‘방송 로딩 중 잠시만 기다려주세욥♥’ 이라는 글씨가 귀여운 폰트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오디오를 가리기 위해 음악도 틀었다.
-안녕하세요. 백수 님.
-금융 오빠한테 다 들었죠?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고 말했던, 화순은 곧장 이현우에게 1:1채팅을 걸었다.
백수킹은 PC로 방송을 시청하는지 곧바로 답장이 온다.
그녀는 방송에 절대 보여선 안 되는 비밀 파일을 켜, 문구를 복사했다.
-네.
-내일 몇 시에 볼까요?
-점심 이후라면 백수 님 편한 시간에 갈게요.
-2시간, 질싸&노콘은 성병 검사지 동봉해야 가능, 입싸or얼싸 +50만 원, 후장X, 추가 이벤트or시간 연장엔 추가금
그리고 붙여넣기.
-보통 이렇게 진행하고 1회 1,000만 원이에요.
-그런데 들어보니까 코인으로 주고싶다 하셨던데 맞나요?
-맞아요.
-그럼 세금까지 해서 20만 개 쏴주시면 대충 계산 맞겠네요.
1만 개에 42만 5천 원.
10만 개면 425만 원.
20만 개면 850만 원.
코인 갯수 당 순이익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화순은 바로 계산하고 채팅을 쳤다.
-알겠습니다.
-오늘 쏠게요.
이러한 사실에 별 이견이 없는지, 백수킹도 동의했다.
-네.
-그럼 저 진짜 옷 좀 갈아입으러 갈게요.
뭘 입을까?
이유를 가져다 붙이긴 했지만, 이번 의첸은 백수킹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그가 좋아할 법한 옷을 입는 것이 맞다.
2년 전쯤 시청을 했었다니, 완전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역시 섹시 계열로 가야겠지.
화순의 방송을 보러 오는 시청자는 대부분 몸매를 보러오는 층이니까.
‘어떤 섹시를 고를까?’
섹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대놓고 보여주는 섹시, 은근히 꼴리는 섹시, 청순한 섹시 등등.
화순은 옷 방에서 고민했다.
역시 골반과 가슴에 집중이 되는 이벤트 드레스류가 짱이긴 했지만, 이건 고작 만개에 입기엔 좀 그렇다.
오늘 20만 개를 받을 텐데, 한 번 더 의첸을 해야 할 수 있다.
두 번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니 최종 보스는 남겨둔다.
“그러면 역시 이거지.”
화순이 선택한 것은 은꼴이었다.
남자들이 환장하는 돌핀 팬츠.
한 치수 작은 것.
안 그래도 골반이 타고 난 화순이 한 치수 작은 돌핀 팬츠를 입으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은근히 드러나는 엉밑살과 하얀 허벅지.
그리고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생기는 도끼 자국.
여기에 맞춰 상의도 정한다.
배꼽을 드러내는 크롭티보다 더 짧은 언더붑티.
가슴 밑과 배꼽 아래까지 시원하게 드러낸 패션이다.
‘오늘 춤 좀 추겠네.’
방송 고인 물인 화순은 이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시청자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아랫 가슴이 살짝씩 보이는 게 딱 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티셔츠가 아닌가?
몇몇 큰손들은 방송 사고를 유발하기 위해 춤을 시키며 돈을 뿌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이 티셔츠는 가슴 아래를 드러내는 만큼, 절대로 벗겨지지 않게 가슴과 흉부를 꽉 조이고 있으니까.
옷을 갈아입은 화순은 의자 아래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화면 전환 키를 눌렀다.
-???
-화순이 어디 감?
-책상 아래에 머리 보이네
[[쑨♥]숲하이 님께서 코인 15개를 선물!]
-꼭꼭 숨어라 화순이 머리 보인다
[blueLi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큰 거 오나?
-오 진짜 큰 거인가?
-뭐길래 이렇게 안 나와?
잠깐동안 정수리만 보여주며 킥킥대고 있으니,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커진다.
이미 화순의 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화순이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
그렇기에 이번 의첸이 굉장히 파격적이라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짠. 오빠들 나 보고 싶었어?”
화순이 책상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몸 전체를 보여주는 건 아니고 딱 머리만.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아직 화순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모른다.
닳고 닳은 화순의 밀당이었다.
-눈나 제발 보여줘
-보여줘!
-눈나나죽어
-미칠 거 같음 ㄷㄷㄷㄷ
“아니, 내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입은 옷을 보고 싶었던 거야? 하, 참. 나 기분 나빠지려고 해.”
화순이 티가 나게 고개를 픽하고 돌리며 삐진 척을 했다.
이건 나 삐졌으니까 빨리빨리 돈을 줘서 내 기분 풀어줘라는 신호다.
쉽게 말해 그냥 수금을 위한 행동.
화순에 대해 잘 아는 열혈들은 주머니를 풀기 시작했다.
[금융치료전문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얼마야? 얼마면 돼?
[농삼심양라면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천개씩 보탭시다. 화순이가 돈 받고 싶대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그럼 저도 보탭니다 ㅋㅋ
백수킹이 또 만 개를 쐈다.
이미 1등에 있는 백수킹의 후원 앞자리가 바뀌었다.
TODAY’S 화순바라기
1위 백수킹 23,000개
2위 blueLi 12,433개
3위 금융치료전문 10,999개
4위 농삼심양라면 6,000개
좋다.
이래야 옷을 갈아입은 보람이 있지.
몇 초 만에 약 2만 개가량의 후원을 뽑아낸 화순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반응한다.
-금수박사 김화순ㅋㅋㅋㅋㅋ
-지금 웃었지? 웃은 거 맞지?
-예리미 얼른 그 옷 까봐!
-보여조
-눈나 제발(눈물 흘리는 채팅 콘)(눈물 흘리는 채팅 콘)(눈물 흘리는 채팅 콘)
“그럼 보여 줄까?”
-네
-ㅔ
-ㅔㅔㅔㅔㅔ
-제바류ㅠㅠㅠ
수금을 끝낸 화순이 슬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계속 쪼그려 앉아서 방송할 순 없는 노릇이고.
슬슬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노련함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낸 그녀는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
-티셔츠?
-?
-아… 이것도 좋긴 한데….
-기대보다는 약간?
-화순이라면 뭔들(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
-엥?
-이건 좀ㅠㅠ
-????
-?
화순은 정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슴께까지 왔을 때,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난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평범한 패션이라 그렇다.
의첸을 하기 전의 옷이 더 나았을 정도.
이러한 의문은 몇 초 만에 박살이 났다.
-?
-오
-ㅗㅜㅑ!
-눈나 나 죽어!
-우오
-ㅗㅜㅑㅗㅜㅑ
-(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하트 채팅 콘)
-눈나채고!
-대박 존예 여신!
티셔츠 아래, 언더붑이 드러나자 물음표 채팅이 금세 ‘ㅗㅜㅑ’로 바뀌었다.
곧이어 미끈한 배가 드러나고, 돌핀팬츠까지 보이자 채팅창에 광란의 현장이 펼쳐졌다.
평소 화순의 채팅창답지 않게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들.
게다가 누군가 벌써 뻐꾸기 짓을 했는지, 시청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
“짠! 언더붑 유행할 때 사뒀던 건데, 너무 야해서 안 입다가 지금 입어봤어. 어때? 잘 어울려?”
화순이 몸매 자랑을 하듯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그리고 또 후원 타임이 시작되었다.
[blueLi 님께서 코인 2,820개를 선물!]
-너무 이쁘다. 화순아 딱 네 옷이다.
“블루 오빠. 왕 이쁜이개 너무 고마워. 따랑해. 쪽쪽.”
[금융치료전문 님께서 코인 1,083개를 선물!]
-최고.
“금융 오빠. 하나뿐인 화순이개 고마워용. 아잉.”
[농삼심양라면 님께서 코인 333개를 선물!]
-역시 우리 화순이 몸매가 최고지.
“라면 오빠! 뽀뽀뽀개 쪽쪽쪽!”
[백수킹 님께서 코인 28,282개를 선물!]
-왘ㅋㅋㅋ 진짜 몸매 꼬레아 갑인듯. 인정.
“꺄아앗! 우리 백수 오빠가 이뻐이뻐이쁜이 개! 너무 고마워용!”
-ㄷㄷㄷㄷㄷㄷ
-화순이 오늘 날이넼ㅋㅋㅋㅋ
-오늘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버는 듯?
-와 방송 1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10만 개 돌파 ㄷㄷㄷ
-화순아 리액션! 섹댄!
-섹댄 가즈아아아!
분위기가 슬슬 달아오른다.
연이은 후원에 기분도 좋겠다.
화순은 시청자가 바라는 대로 댄스 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오빠들이 이렇게 노력해 주는데. 나도 보답을 해야겠지? 섹시 댄스 갈게요.”
많은 후원을 받은 화순은 평소보다 리액션을 길게했다.
그렇게 즐겁게 방송을 이어 나가던 중.
갑자기 백수킹이 작별 인사를 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퇴장풍이요.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갑니다. 오늘 재밌게 잘 놀았어요. 다음에 또 봬요. ㅂㅂ.
“앗, 백수 오빠! 어디 가려고? 내 방송 이제 시작인데!”
-진짜 약속이 있어서 ㅋㅋ 미안.
백수가 간다는 소식에 화순의 눈이 저절로 랭킹창으로 향했다.
1위 백수킹 216,400개
약속했던 20만 개보다 16,400개 더 많은 후원.
쫌생이는 아닌 것 같네.
이건 진짜 약속이 있어서 가는 게 맞는 듯하다.
“응. 오빠. 그럼 다음에도 꼭 내 방송 와줘요. 바이바잇!”
그렇게 백수킹이 나가고, 화순은 방송을 계속 이어 나갔다.
하지만 아까처럼 막 흥이 나고 열의가 생기지 않았다.
오늘 방송의 주역이던 백수킹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열혈들도 있지만, 그들의 하루치 후원량도 이미 다 받았다.
더 이상 후원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돈을 받고 방송하는 입장인 화순은 힘이 나질 않았다.
“여러분 오늘도 수고했어요. 내일도 힘찬 하루 보내시고, 그럼 잘 자요.”
어찌어찌 7년 차 짬바로 마무리 멘트까지 방송을 끌고 왔다.
백수킹이 있을 때에 비해 흥이 나질 않았다 뿐이지, 크게 실수하거나 흠 잡힐 곳 없는 진행이었다.
“후우….”
방송이 끝나자마자 화순은 의자에 늘어졌다.
아까 전까지 생글생글 웃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끄응,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백수 오빠. 저 화순이요.
-이제 방송 끝나서 연락해요. 오빠는 약속 간다고 했는데, 술 약속? 뭐 하고 있어요?
아까 받은 번호로 연락한다.
일종의 고객관리였다.
그러나 답장이 없다.
아니, 아예 읽지도 않는다.
많이 바쁜가?
시간이 시간인 만큼 자고 있을 수도 있다.
“아, 몰라.”
연락을 안 받으면 안 받는 거지.
내일 휴방에 오늘 손님도 없다.
화순은 간만에 마음 편히 집에서 뒹굴뒹굴했다.
다음 날, 샵에 들러 풀 세팅을 하고 나온 화순이 도로 위에서 이현우를 기다리고 있다.
좀 친해진 큰손이라면, 집을 알려주거나 샵을 알려줬겠지만.
아직 이현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많은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연예인 뺨치는 외모와 몸매에 지나가는 남자들이 전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본다.
그들의 시선이 종착하는 곳은 압도적인 골반이었다.
“쯧.”
그런 시선에 환멸이 난다는 듯 화순이 혀를 찼다.
본다고 닳는 건 아니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어릴 때야 남들의 시선에 우쭐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귀찮다.
‘내가 데리러 간다고 할 걸 그랬나.’
그녀도 차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여자들의 워너비 카로 두 대나 소유 중이다.
그러나 계속 같이 움직일 건데, 둘 다 차를 끌고 나올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이현우의 차를 타려고 했던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녀가 운전할 걸 그랬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도로 끝에서부터 나 비싸요 하고 자랑하는 검은색 스포츠카가 등장했다.
차종과 브랜드를 알아본 화순은 저 차라는 걸 단박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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