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주의***
이번 편에는 NTL(네토리, 타인의 연인을 빼앗는 것)이 서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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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김에 더 늦기로 결정한 정소림은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그 시간 동안 남자친구가 걱정하겠지만, 미리 연락해두었으니 괜찮다.
호텔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빌려서 이제 목포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정말 괜찮은데….”
“아니에요. 소림 씨 만날 때마다 마음에 걸렸었어요.”
“그래도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하면 제 마음이 불편한데….”
“그러면 그 마음만큼 힘내서 저한테 잘해주면 되지 않겠어요?”
“하아, 그러면 감사히 받을게요.”
그리고 두 사람은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다.
정소림이 남자친구와 밥을 먹어야 하기에 식사는 같이 못 하지만, 이현우가 또 선물을 주려고 한다.
정소림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대우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주소를 보니까 여기네? 근데 상가라기보다는 그냥 오피스텔이네요?”
이번에 이현우가 준비한 선물은 수제 속옷이었다.
정소림의 몸매는 탈 아시안급.
몸에 맞는 속옷을 고르려면 디자인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항상 그게 아쉬웠던 이현우다.
그래서 오늘은 그녀의 몸에 맞는 속옷을 주문해주려 한다.
“일단 올라가 보죠.”
“네.”
전혀 상가같지 않은 건물.
그러나 내부는 예상외로 소기업들의 사무실로 가득한 곳이었다.
오피스텔 사무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중 이현우가 예약한 곳은 ‘레이스-수제속옷맞춤제작’ 이었다.
사무실 초인종을 누르니, 안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얼른 들어오세요.”
건수가 생겨 기쁜 것인지 속옷 맞춤 업체 사장이 밝은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리고 폭풍 칭찬을 이어 나간다.
“남자친구분이 직접 예약하시는 경우는 처음인데. 남친분이 정말 스윗하시네요. 너무 부러워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몸매가 엄청나시네요. 이 정도면 국내 속옷이 안맞을 만하겠어요. 외국 속옷을 산다고 해도 체형이 안 맞을 테니 불편하셨을 테고요. 그렇죠?”
“아, 네. 정말 그래요. 국산 제품은 가슴 쪽이 끼고, 해외 제품은 컵 부분은 딱 맞는데, 날개 부분이 너무 껴서요.”
“역시. 저도 그렇거든요. 몸보다 가슴이 큰 편이라. 그래서 딱 맞는 속옷을 찾다가, 못 찾겠어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사업까지 차리게 됐네요.”
“오, 정말요?”
사장의 몸매는 정소림과 비슷했다.
정소림보다는 덜 압도적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몸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금세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면 빠르게 치수부터 재볼까요? 정확하게 재야 하니 속옷까지 다 벗어주세요.”
“저, 전부 다요?”
“네. 팬티는 입고 있으셔도 돼요. 아, 남자친구분이 있으셔서 좀 불편한가?”
속옷까지 벗으라는 말에 정소림이 당황하며 이현우를 바라보았다.
걸즈토크에 끼지 못해 가만히 있었지만, 엄연히 이현우도 사무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 사무실은 원룸이라 따로 치수를 잴만한 공간도 없었다.
두 여자의 시선이 몰리자 이현우는 악동처럼 웃는다.
“소림 씨. 우리가 내외하는 사이도 아닌데. 뭘 그리 부끄러워해요.”
“아우, 진짜아….”
그가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정소림.
그녀는 빠르게 포기하기로 했다.
“호호, 금슬이 좋으시네요. 옷은 여기 걸어주시고. 여기 앞에 서주세요.”
속옷 업체 사장이 줄자로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수치 기록이 끝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옷 다시 입으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제품은 1시간이면 완성되거든요? 시제품을 하루 동안 입으시고 불편한 점을 말씀해주시면 본 제품 만들 때, 참고해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만들어드릴게요. 본 제품은 최대 3주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디자인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여기 컴퓨터에서 편하게 둘러보세요. 그러면 전 실례할게요.”
사장은 그리 말하고 열심히 재봉틀을 뚝딱거렸다.
그 사이, 정소림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녀의 알몸을 본 이현우가 어떤 짓을 저지를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방심할 순 없다.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마우스를 잡은 이현우가 물었다.
정소림은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남자친구와도 속옷을 같이 고른 적이 없는데.
“전 이게 마음에 드는데. 어때요?”
“네? 하지만 이건….”
이현우가 가리킨 것은 T팬티였다.
엉덩이를 전혀 가려주지 못하는.
“소림 씨가 입으면 섹시할 것 같은데. 일단 이것도 담죠.”
“혀, 현우 씨!”
“소림 씨 속옷들은 다 비슷하다면서요. 이 기회에 여러 개 장만해요.”
그렇게 정소림의 기호 보다는 이현우의 선호에 맞춘 속옷들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그 수량은 무려 30개.
하루 1개씩 입어도 한 달을 입을 수 있는 양이었다.
수제 맞춤이라 속옷 가격이 제법 나간다.
싼 것은 20만 원, 비싼 것은 50만 원 까지.
이현우가 고른 속옷들의 총합은 770만 원.
맞춤 속옷 업체 사장은 큰손 고객 출현에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계속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오후 세 시.
정소림은 일부러 집에서 좀 먼 곳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 위함이다.
“후우….”
이현우의 차에서 내린 그녀가 숨을 내뱉었다.
마음가짐을 바꿔야 할 때다.
이제부터 그녀는 여캠 정소림이 아닌, 10년 차 여자친구 정소림이었다.
“응. 거의 다 도착했어. 걱정하지 말래도.”
집에 거의 다 도착해갈 때, 택시 기사에게 스마트폰을 빌려 남자친구에게 전화했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 미안함이 생겼다.
하지만 태연해야 한다.
“오빠? 걱정하지 말라니까, 왜 나와 있어.”
택시에서 내리자 보이는 것은 그녀의 남자친구였다.
“어휴. 걱정 많이 안 했어. 무사한 거 보니까 됐네. 왜 너답지 않게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걱정 안 하긴. 딱 봐도 엄청 걱정한 얼굴인데. 미안해. 나 때문에 예약한 식당도 못 가고.”
“지금 그게 문제야? 너 핸드폰 없어서 어떡해. 어머니한테 전화는 드렸어?”
“이제 해야지. 그보다 오빠. 내가 뭐 들고 왔는지 알아? 빨리 방으로 가자.”
정소림은 평소의 그녀를 연기하며 남자친구의 팔을 이끌었다.
다행이었다.
남자친구는 아무런 낌새도 눈치 못 챈 것 같았고.
그녀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
그 건물에 정소림과 남자친구의 보금자리는 원룸 같은 방 한 칸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부엌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조금 좁긴 하지만.
“짜잔! 이거 오빠가 가지고 싶었던 거 맞지?”
정소림이 캐리어에서 게임기를 꺼냈다.
이현우가 사준 것이지만….
그 사실은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플레이박스 4? 이거 정말 나 주려고 산 거야? 네가 돈이 어딨다고. 이거 꽤 비쌀 텐데.”
“오늘이 정산일이잖아. 말했지? 돈 많이 벌었다고. 그래서 산거야. 모델이 이거 맞아? 제일 최신형이라고 하길래 이거 산 건대.”
“응! 맞아. 소림아. 고마워. 난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아니야. 오빠가 얼마나 나한테 잘해주는데. 오히려 내가 고맙지. 오빠,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의 눈이 맞았다.
10년 차 커플의 애정이 넘실거린다.
남자친구가 정소림을 와락 껴안았다.
‘아…. 이거 분위기가….’
남자친구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온다.
오랜만의 키스.
그러나 정소림의 정신은 딴 곳으로 가있다.
아무래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방금 전….
그러니까, 어차피 늦은 거 더 늦기로 결심한 뒤.
이현우와 침대에서 한 번 더 뒹굴었다.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쾌락에 열중해서일까.
아랫배가 아직도 얼얼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할 수만 있다면 안 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친구를 밀어낼 수 없었다.
이현우에게는 쉽게 몸을 대주면서,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거절하다니.
그건 본말전도였다.
그녀가 이현우에게 잘 보이고 그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는 이유는 모두 남자친구와의 행복을 위해서였으니까.
“츄읍, 하아, 소림아.”
“으응, 오빠….”
“침대로 가자.”
“응….”
며칠 만에 눕게 되는 침대.
정소림은 그 위에 앉아 옷을 하나둘 벗었다.
“아앗, 오빠!”
그녀보다 먼저 옷을 벗은 남자친구가 달려든다.
익숙하다는 듯 브라 후크를 풀고, 팬티를 내렸다.
“하아, 소림아.”
알몸이 된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달려들었다.
애무가 시작된다.
“아…, 아읏.”
그리고 조금 달아오르려는 찰나.
애무가 끝났다.
“오빠?”
“응? 왜?”
정소림이 다리를 벌리고 삽입하려는 남자친구를 의문형으로 불렀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때, 정소림은 깨달았다.
아, 이게 원래 섹스였지.
남자친구는 항상 이랬지.
그래서 섹스를 할 때 항상 느끼지 못했었지.
“아니, 아니야. 콘돔 꼈냐고 물어 본 거야.”
“당연히 꼈지. 지금 우리 상황에 아기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 넣을게.”
“응…. 아….”
자지가 들어온다.
그런데 느낌이 거의 없다.
얼마 전까지 이현우의 자지를 넣다 와서 그런가….
남자친구의 자지가 유독 작게 느껴졌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아, 아! 소림아! 으읏!”
남자친구가 그녀의 몸 위에서 헐떡였다.
그에 반해 정소림은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런 건 섹스가 아니다.
섹스에 눈을 뜨게 된 정소림은 깨달았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더럽게 섹스를 못 한다는 걸.
“으으읏, 싼다. 소림아.”
“버, 벌써?”
정소림은 당황했다.
그래도 남자친구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노력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삽입 10분 만에 사정을 해버렸다.
절륜함을 가진 이현우에 비하면 토끼나 다름없었다.
“하아…. 좋았다. 뭐라고 했어?”
“아, 아니. 숨소리 나온 거야. 오빠 다 했으면 위에서 내려와 줘. 무거워.”
“으, 응.”
“오빠, 밥 아직이지. 오빠가 좋아하는 거 시켜 먹을까? 치킨 어때?”
“치킨? 좋지. 어디서 시킬까?”
정소림은 신음도 내지 않았고 오르가즘을 느낀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둘 사이의 섹스는 원래 그랬으니까.
그는 원래 정소림이 잘 느끼지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치킨이 왔다.
그리고 소주와 맥주도 사 왔다.
술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뭐 어떤가.
정소림은 휴방 중이었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월수금에만 수업이 있는 방과 후 강사다.
두 사람은 10년 치 쌓인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나눴다.
술이 약한 정소림이 먼저 뻗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녀를 안아 침대 위로 옮겼다.
“정리라도 해둘까?”
그녀가 도착하고 바로 섹스까지 하느라 캐리어는 방치된 상태였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이었다.
하지만 10년이나 되어 편해진 사이를 다시 알콩달콩하게 만들어가자고 생각한 것이 어제이지 않나.
그는 캐리어가 판도라의 상자라는 걸 몰랐다.
아니, 정소림이 혼자서 정리했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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