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85화 (85/250)

085

그리고 여섯 시.

봄여름은 활기차게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작도 전에 모여있는 팬은 무려 16명.

봄여름이 방송을 시작하고 끌 때까지 남아있는 충성 코어 팬이었다.

“아아…. 제군들. 와타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하핫, 나 쵸큼 기쁠지도?”

며칠 동안 썼던 사극체는 버렸다.

씹덕체가 더 강렬한 임팩트와 비인간적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어제 확인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잘 먹힌다.

16인의 충성 팬이 내보이는 반응이 무척 찰지다.

-우욱

-아니 진짴ㅋㅋㅋㅋㅋ

-ㅅㅂ 왜그러냐고 ㅋㅋㅋㅋㅋ

-ㅎㅇㅎㅇ

-봄하!

“어이어이. 거기 토하는 형씨. 와타시가 싫어진 거냐는? 흑흑. 와타시…. 조금 슬퍼진다능.”

-ㅅㅂㅋㅋㅋㅋ

-내가 졌다

-우욱

-이분 설마 찐이었나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입장료

충성 팬들과 티키타카를 나누고 있는데 이현우가 방송에 들어왔다.

첫 방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입장만개!

봄여름은 조건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입장곡을 트는 건 패시브!

그녀가 절도 있는 90도 인사를 한다.

“호라! 회장 사마! 키마싯타카 데수!”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 뭐, 뭐야. 그 말투는?

“아아…. 이것은 씹덕체라는 것이다. 후훗, 회장사마. 와타시의 박력에 당황한 것인 데스?”

-ㅋㅋㅋㅋㅋㅋㅋ

-ㅂㅅㅇ

-백수형님 ㅎㅇ요

-백수형 당황하는 거 처음보네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우리 여름이가 좀 이상해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281개를 선물!]

-어…. 그래.

“아앗! 일부러 281개를! 회장사마! 지금의 내가 이쁘지 않는 것이냐는?”

꼬레아TV의 문화엔 코인 1개 차이로 반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있었다.

예를 들어 1,414개는 식사식사 개로, 밥 맛있게 먹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1,415개가 되면 식사싫오가 되어 밥 먹지 말라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282개는 이쁜이라는 뜻이지만.

281이나 283이 되면 안 이쁜이라는 뜻이 된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7개를 선물!]

-ㅋ

“아아앗. 무언의 긍정! 회장사마가 한 자릿수 후원이라니…. 와타시 조금 충격…!”

봄여름이 머리를 탁 부여잡으며 뒤로 넘어가는 리액션을 한다.

그러다 다시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섰다.

“자아, 그건 그렇고. 쿄와 보고할 미션데스. 이빠이 많다데수. 어제와 회장사마가 방송에 오질 않아서 보고할 것이 두 배! 그럼 보고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회장님 오면 여름이 텐션 쭉쭉 올라가네.

-텐션 미쳤닼ㅋㅋㅋㅋㅋ

역시 이현우가 방송에 참여하니, 방송이 너무 즐겁고 편했다.

억지로 텐션을 올려서 똥꼬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큰 후원을 받고 저절로 리액션이 나오니 그렇다.

봄여름은 즐겁게 평소대로 방송을 이어 나갔다.

이현우가 매일 갱신해주는 미션.

즐찾 목표 수 달성, 리액션 연습, 챌린지 참여, 공포게임 하기, 뉴튜브 구독자 목표 수 달성, 영상 길이 맞춰서 올리기 등.

보고할 것은 많았다.

그리고 보고할 때마다 큰 후원이 떨어진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퇴장료. 약속 있어서 이만 간다.

그리고 막 보고를 끝내고 티키타카를 이어 나가는데.

천청벽력같은 이현우의 전자녀가 들렸다.

이제 6시 24분인데?

벌써?

“에에엣? 회장사마! 너무 바쁜 거 아니냐는! 여름이를 또 버리고 가는거냐능!”

봄여름이 처절하게 외쳤다.

진심이 120퍼센트 담긴 리액션이었다.

하지만 이현우의 결심은 확고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더블 퇴장료! 진짜 미안. 가야 함.

“아아앗, 더블 퇴장료라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군. 회장사마! 당신의 퇴장을 허락한다! 그것이 의리이니까!”

가겠다는데 어찌 붙잡겠나.

봄여름은 정말 싫었지만, 눈치껏 상황에 맞춰 드립을 쳤다.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현우가 가고 나면 혼자서 방송을 끌어나가야하는데.

어제의 똥꼬쇼를 또 해야 한다니….

“흐아아….”

방송이 끝난 후.

파김치가 된 봄여름이 의자에 늘어졌다.

“누나, 고생했어.”

방송이 끝나자, 매니저를 보고 있던 동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봄여름에서 이유나로 돌아온 그녀는 자연스레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물 가져와. 얼음 잔뜩 넣어서.”

“얼음? 지금 얼음이 있나?”

“없으면 사와. 얼른. 나 피곤해.”

“오케이. 금방 다녀올게.”

용돈을 잔뜩 받아서일까.

동생의 행동이 참 빠릿빠릿하다.

“하아….”

이지훈을 내보낸 이유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제도, 오늘도.

이현우가 방송에 없었다.

이제까진 매일 방송에 찾아왔었는데.

급한 일이 있어도 꼭 2시간은 방송에 머물던 것이 이현우였다.

‘내가 철벽이라도 친 걸까?’

그녀는 진짜 모르겠어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것뿐인데.

이현우가 느끼기엔 가망이 없다고 느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이 떨어진 것일 수도.

조금 섭섭하다.

잔뜩 잘해줄 때는 언제고 고백에 대한 답이 조금 늦는다고 이런 식이라니.

하지만 그보단 두려움이 앞선다.

연고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앞으로 어떡하지 걱정만 하던 고등학생 남매가.

아무 걱정 없이 매일을 보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모두 이현우가 보내주는 후원 덕분이었다.

지금 이현우가 후원을 끊는다면….

“그건 안 돼.”

절대로 안 된다.

적어도 엄마 아빠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까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후원을 이어 나가야 했다.

그러면 이현우에게….

“으….”

이유나는 방금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부정했다.

돈 때문에 고백에 응하자는 생각이라니?

스스로가 너무 속물적인 것 같아 싫어지려 한다.

차분히 정리해보자….

이현우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서 외향적인 면은 그녀의 이상형에 절대 부합하지 않았다.

수많은 모쏠들이 그렇듯.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연예인 같은 완벽한 미형을 가진 상대를 원하니까.

이유나도 마찬가지였다.

연예인에 비한다면 이현우는 탈락이었다.

너무 평범하게 생겼으니까.

사실 평범하게 생겼다는 말도 칭찬이었다.

그럼 외적인 면은 탈락.

다음은 능력.

능력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

백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금수저인데.

그것도 하루에 2, 3천만 원은 우습게 쓸 수 있는 금수저였다.

그다음은 성격인데.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겪은 이현우의 성격은 모난 것이 없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리고 여자를 기뻐하게 할 줄도 아는 것 같다.

세 가지 요인을 종합해서 평가한 이현우의 매력은….

연애 대상으로 부족함이 없는 게 맞았다.

“하아…. 정말 이런 식으로 조건만 보고 정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늘 하던 고민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모쏠인 그녀는 좀 더 운명적인 사랑이나 첫눈에 반해 두근거리는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현우에게 호감을 품고 있음에도 망설이는 거다.

정말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으니까.

“누나. 그 정도면 쥰내 마음에 드는 거라니까? 이러다 누나 평생 연애도 못 한다?”

그녀의 고민에 얼음물을 들고 온 동생이 직언을 날렸다.

이유나는 이제껏 고백받고 바로 차버린 후 공부만 하던 독종이었지 않은가.

그녀가 고백받았다고 이렇게 깊은 고민을 하는 걸 보는 게 처음인 이지훈이었다.

그가 보기엔 이유나는 이현우를 좋아하는 게 맞다.

그리고 이현우의 이유나에 비하면 좀 많긴 하지만, 그 외의 조건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가?

일단 돈이 많다.

그거면 된 거다.

“생각해봐. 이때까지 누나가 고백받고 이렇게 고민한 적 있었어?”

“없었지….”

“그런데 백수 형 고백은 엄청나게 뜸들이고 있잖아. 평소 같았으면 1초 만에 차버렸을 거잖아. 근데 지금은? 이틀이나 고민하고. 어제는 고민 때문에 잠까지 설쳤지? 그만큼 고민된다는 거잖아. 그냥 사귀어. 당장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누나도 연애하고 싶다고 했잖아.”

“으음….”

동생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 말이 맞다.

이 정도로 고민이 되는 것을 보니, 이현우가 정말 괜찮은 남자라는 건 맞았다.

그리고 그녀가 연애를 마음 놓고 할 시간은 지금뿐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었다.

“좋아. 알겠어.”

좀 속물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현우를 아끼고 사랑….

아니, 좋아해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게 연애 아니겠나.

“그러면 백수 형 고백에 답하는 거지? 사귄다고?”

“어.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내 연애에 관심이 많냐? 언제부터 그랬다고?”

“아하하…. 그야 백수 형님이 좋은 사람이니까. 누나가 꼭 잡았으면 해서 그렇지.”

이유나의 날카로운 말에 이지훈이 당황하며 웃음을 흘렸다.

그는 빠르게 누나 방에서 빠져나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까톡을 날렸다.

-방금 누나가 결정 끝냈어요.

-형한테 사귀자고 말할 거래요.

-(GOOD하고 엄지를 올리는 이모티콘)

-500,000원을 받으세요.

-까까오 페이.

-감사합니다.

좋은 거래였다.

누나는 좋은 형님이랑 연애하게 되어서 좋고.

이지훈은 약간의 프락치 짓을 한 것만으로도 돈을 벌어서 좋고.

형님도 성격은 많이 이상하지만 예쁜 누나랑 연애해서 좋고.

이지훈은 이게 바로 긍정적인 창조경제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유나도 이현우에게 까톡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떻게 멘트를 보낼지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심플한 문장만 보내게 되었다.

-회장님. 드라이브 가고 싶은데, 혹시 언제 시간 되세요?

“후우, 보냈다. 어!”

바로 읽었다.

이현우도 그녀의 까톡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일까?

아니, 확대해석하지 말자.

그냥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겠지.

-지금 갈까?

이현우에게서 답장이 왔다.

지금이라니.

방금 방송이 끝났기에, 옷도 머리도 화장도 완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유나는 자기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지금도 좋아요.

-한 3, 40분 걸려. 집 앞에 도착하면 전화할 테니까 그때 내려와.

-네.

이후로 까톡이 이어지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콩닥거린다.

고백하러 가는 게 아니라 받은 고백에 답을 해주러 가는 상황임에도 그랬다.

‘내가 승낙하면 오늘부터 1일인 건가?’

그럼 연애 시작인 거네….

첫 연애….

이유나의 뇌내망상이 빠르게 굴러갔다.

데이트도 하고,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키스도 하고.

그, 그것도….

그러다가 연애를 오래 하기라도 하면 결혼도 하고.

결혼식도 하고.

애도 낳고….

모쏠인 이유나는 정식으로 사귀기 전임에도 한참 앞선 생각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상이 막힘없이 드는 것을 보면.

그녀 역시 이현우에게 큰 호감이 있는 건 명확했다.

그녀가 첫째의 이름을 고민하고 있을 때쯤, 스마트폰에 통화가 걸려 왔다.

이현우였다.

“네, 네! 금방 나갈게요!”

전화를 받은 이유나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무척 긴장되어 있었다.

그녀가 같은 쪽의 손과 발을 내밀며 어색하게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누나! 매형…. 아니 백수 형 온 거야?”

“어, 어…. 근데 너는 왜?”

“나도 인사해야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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