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103화 (103/250)

103

***주의***

이번 편에는 NTL(네토리, 타인의 연인을 빼앗는 것)이 서술됩니다.

취향이 아니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늦은 밤.

밤새 잠을 뒤척이던 정소림의 남자친구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맥주를 세 캔이나 마셨지만, 그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때쯤, 갑자기 그의 여자친구인 정소림이 바깥으로 나갔다.

갑자기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촉이 왔다.

분명 회장, 그 새끼랑 연락을 하러 가는 거였다.

‘시발….’

그는 욕지거리를 조용히 읊조리면서도 협탁에 놓인 정소림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게 못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바람을 두고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건 더 못난 짓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

[회장님]

-네. 방송에서 봴게요.

——일요일——

-오늘 방송도 잘 봤어요.

-역시 소림 씨 연주는 (엄지척 이모티콘)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후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뭘요.

-그게 제 일인데 ㅋㅋ

-모레도 방송하죠?

-네.

-그럼 모레 찾아갈게요.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이 별거 아닌 내용에 두 사람이 가진 감정을 말이다.

그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한다.

1박 2일.

좋아하니까 저도 좋네요.

침대.

가슴과 콘돔.

명백하게 외도하고 있다는 내용.

굳이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뇌리에 박혀있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굳이 다시 한번 까톡을 올리며 내용을 확인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으니까.

그는 여자친구가 바람피운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 하는 병신이었다.

헤어지자고 말을 꺼내기는커녕, 바람피운 사실조차 말하지 못하는 병신.

오히려 말을 꺼냈을 때, 정소림이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에게 가겠다고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병신.

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게 병신같아서 매일 밤 여자친구의 까톡이나 몰래 보는 병신.

병신! 병신! 병신! 병신이다.

그는 병신이었다.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롭다.

하지만 이걸 보는 것 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더 정확히는 다른 일을 하면 정소림과의 관계가 끝날까봐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정소림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가, 제 자리에 돌려두었다.

스마트폰을 켜기 전 화면 순서와 정리 탭의 어플 순서까지 맞추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남자친구보다 먼저 일어난 정소림은 침대 위에서 나왔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것은 도난 방지 앱의 숨겨진 폴더를 여는 일이었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제발 아니길 빌었던 것과는 달리, 최악의 상황과 직면하게 되었다.

비밀 폴더에 남자친구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찍혀 음영이 짙긴 했으나, 그렇다고 남자친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진 않았다.

게다가 시간도 어젯밤이었고.

“어떡해….”

그녀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끝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지난 10년의 추억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흘렀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둘은 그렇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남자친구한테 미안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원망도 들었다.

남자친구가 돈만 잘 벌었어도, 그녀가 방송을 하게 될 일은 없었을 거다.

그리고 이현우와 만나는 일도 없었겠지.

‘아니, 아니야…. 오빠는 잘못 없어.’

불안한 마음에서 나온 남 탓이었다.

정소림은 빠르게 잘못을 다잡았다.

어쨌거나 잘못을 한 건 그녀가 맞으니까.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녀가 이현우에게 까톡을 했다.

-현우 씨. 어떻게 하죠? 남자친구 사진이 찍혔어요…. 제 폰을 보는 게 맞았어요….

이현우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것인지 곧바로 답장을 해왔다.

-잠깐만요.

-일단 생각 좀 해볼게요.

무슨 생각을 해본다는 걸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

그런 게 있을까?

정소림음 그리 생각했으면서도 일단 대답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이현우 뿐이었으니까.

-네.

참 역설적인 상황이다.

바람피워서 이렇게 일이 진행됐는데.

바람피운 상대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니.

-잠깐 생각해봤는데, 남자친구가 폰을 본지 적어도 3, 4일은 됐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그럴 경우, 제 생각이 맞다면 소림 씨 남자친구는 이번 일을 드러낼 마음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이상하거든요. 보통 남자라면 자기 여자친구가 바람피운 걸 보았을 때 머리가 뒤집어져야 정상인데, 계속 보고만 있다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가 직접 그 현장을 목격한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혹시 남자친구분 자존감이 많이 낮은 편인가요?

이현우의 말에 조금의 희망이 생겼다.

남자친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그가 바람을 들춰내지만 않는다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게다가 조금만 참으면 된다.

고작해야 1년.

긴 인생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남자친구에게 1년 동안이나 참으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정소림으로서도 할 말은 있었다.

그녀도 하고 싶어서 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이현우와 바람피운 게 아니지 않은가.

-원래는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촉망받는 국악 인재였고, 국악을 다시 일으켜 세울 사람이라는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자존심도 자존감도 높았고요.

-그런데 현재 국악이 나라 전체에서 외면받다 보니…. 자연스레 오빠도 의기소침해가기 시작했어요.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었는데, 돈 얘기 나오면 소심해지기도 하고요.

-네…. 자존감이 많이 낮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요!?

-네. 하지만 소림 씨나 남자친구분도 조금 괴로울 수도 있는데. 하시겠어요?

-어떤 방법인가요…?

-일단….

정소림은 이현우의 계획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이러면 그녀의 남자친구가 많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미 들켜버린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선택은 두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남자친구와 가난하게 살던가.

아니면 이현우의 뜻에 따라 그녀의 커플이 조금의 아픔을 견뎌내고 돈을 모아 행복하게 살던가.

-어쩌시겠어요?

-정말…. 현우 씨 계획대로 될까요?

-저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남자친구분의 행태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되네요. 왜, 개구리도 그렇잖아요.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에 넣어두고 물을 끓이면, 죽을 때까지 모른다고.

-하아….

-알겠어요. 해볼게요.

-좋아요. 그럼, 지시대로 해주세요.

몇 분 후, 정소림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 사이 남자친구가 일어났는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중이었다.

“평소보다 오래 걸렸네?”

‘평소보다’ 라니….

다른 때였다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을 말인데.

그가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자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으응…. 어제 먹은 게 좀 잘못됐나 봐.”

“그랬어?”

그다음 추궁은 없었다.

역시 이현우의 말대로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가 바람피운 것조차 추궁할 배짱조차 없는 소심쟁이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분명 10년 전에는 세상 누구보다 멋진 남자였었는데.

“아침 뭐 먹을까? 간만에 고기라도 구워 먹을까?”

정소림은 억지로 목소리 톤을 올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슬퍼질 것 같았다.

“오. 진짜? 요즘 벌이가 좋아진 게 확 느껴지긴 하네.”

“그치? 엣헴. 오빠 여자친구 요즘 돈 잘 번다니까.”

“그러게. 누구와는 달리 돈 잘 버네.”

자조적으로 말하는 목소리.

하지만 거기엔 분명히 짜증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정소림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참는다.

어쨌거나 잘못한 건 그녀였으니까.

“오빠. 누가 돈을 더 잘 벌고 못 벌고가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 결혼하면 공동 재산 될 건데. 아니야? 혹시 오빠는 오빠가 번 돈은 다 오빠 꺼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건…. 아니지….”

“그치? 그러니까 우리 행복하고 즐겁게. 아침 먹자. 오빠가 좋아하는 삼겹살 사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그리고 점심이 되었다.

이 시간이면 정소림은 한창 방송 중이다.

그렇기에 남자친구는 1:1 채팅으로 출근한다는 말을 남겼다.

화면 속 정소림은 가벼운 눈인사로 그를 배웅했다.

방과 후 수업이기에 그가 일하는 시간은 오후 5시부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전 시간을 한가하게 보내선 안된다.

방과 후 수업은 기간제 수업이었고,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러니 각종 문화센터나 청소년 수련원 같은 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서류 작성해오셨어요?”

“네, 네. 여기. 작성해왔습니다.”

공무원같이 깐깐하게 구는 문화센터 직원이 턱짓으로 서류를 놓을 곳을 가리켰다.

진짜 공무원은 아니다.

그저 센터에 소속된 직원일 뿐.

그러나 콧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다.

적어도 센터 강사가 되려는 이들에겐 막강한 권력을 발휘하다 보니, 그도 절로 허리를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

“네. 수업 배정되면 연락드릴게요. 보통 2주 안에 연락이 가는데, 그 이상 걸리면 안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만 가보셔요.”

“대리님. 저 진짜 잘 가르칩니다. 지금도 수호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직을 맡고 있고요. 가르칠 수 있는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국악 대회에서 금상만 14개, 대상은 6개예요. 저보다 창 잘하는 사람? 대한민국에 몇 없습니다. 진짜예요.”

“네. 네. 알겠습니다. 심사이후 결과 통보해드릴 테니. 인제 그만 가주세요.”

그가 이를 악물었다.

이젠 담당자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뽑아온 서류는 심사위원….

아니, 심사위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담당자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란걸.

그래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 달, 다다음 달에라도 자리 나면 꼭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살펴 가세요.”

끝까지 설렁설렁 대답하는 담당자.

그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센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고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다 이렇게 인생이 꼬인 걸까.

고등학교 졸업전까지만 해도, 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무너져가는 국악을 일으키고, 전 국민이 아는 슈퍼스타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활동하던 때보다 국악은 더 쇠락했고.

이미 많은 국악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살기 힘든데.

여자친구의 바람까지.

그는 어렸을 때 이후로 흘려보지 않았던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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