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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
운동을 다녀온 이현우는 오늘 하루 방에 박혀있기로 했다.
요즘 하도 밖에 싸돌아다니느라, 방송을 느긋하게 즐기지 못했다.
게다가 후원 할당량도 미달이니.
오늘 하루 정도는 방송에 투자해야지.
여우찡♡ 오후 5시~오후 12시
봄여름 오후 6시~오후 12시
정소림 오전 11시~오후 5시
*박하늘* 오후 9~10시 ~오전 2~3시
강소라 오후 3시~오후 8시(첫 방송)
빵잇♥ª (생리 휴방)
달링♥ (타박상 휴방)
이현우는 여캠 방송 시간을 적어둔 스케쥴 표를 펼쳤다.
휴방을 제외하면 볼 수 있는 방송은 다섯 개.
오후 시간대에 방송이 몰려있지만, 시간 배분과 멀티를 잘하면 다섯 개 전부 못 볼 것도 없다.
하지만 굳이 이현우가 노력할 필요가 있나.
“유나는 학교에 있으니 안 될 거고. 강소라는 아직 관계 형성 전이니까…. 역시 만만한 건 박하늘이나 여우찡인가.”
여캠 보고 방송 시간을 옮기라고 하면 되는 거다.
그럼, 이현우가 이 방송, 저 방송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볼 필요가 없었다.
여우찡과 박하늘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현우는 박하늘을 골랐다.
오늘 밤에는 달링이 조교 당하는 곳으로 한 번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 여보세요…?”
박하늘에게 전화를 거니, 잠에 빠져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새벽까지 방송하는 그녀의 특성상 아직 잠을 잘 시간인가 보다.
하지만 이현우는 가차 없었다.
“새롬아. 오늘 방송 오후 1시에 켤 수 있어?”
“네…? 1시면…. 점심 1시요?”
“어. 내가 밤에는 못 들어갈 것 같아서.”
“지금 몇 시…. 아, 10시네요. 2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서 켤게요.”
“그래. 잘 자고. 조금 있다 보자.”
“네….”
박하늘의 방송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몇 마디 말이면 되었다.
어찌 보면 갑을관계가 제대로 형성된 것은 박하늘 한 명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처럼 모든 말에 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는 없었으니까.
스케쥴 정리가 끝났다.
이유나와 여우찡의 방송이 겹치긴 하지만.
그거야 멀티로 해결하면 될 부분이었다.
그럼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늘어져 있어야지.
침대에 누운 이현우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
[정소림]
-어젯밤에도 제 폰 확인했어요.
-(당황하는 이모티콘)
-현우 씨 말대로 그 사진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좀 짜증이 늘긴 했는데…. 그것 외에는 표현도 잘 안하고요.
-좋아요. 이제 이 대화는 지워요.
-방송 준비하는 시간이 10시쯤이라고 했죠? 그때 내가 다시 연락할게요.
-씻으러 들어갈 때 폰 가지고 들어가고요.
————————
이런 대화가 적혀있었던 까톡창은 지금 깨끗했다.
이현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연락했다.
-소림 씨. 좋은 아침.
-소림 씨 생각하니까 아침부터 자지가 빵빵하네요.
-(발기한 자지 사진)
-….
-이런 사진 보내지 마세요.
-ㅋㅋㅋㅋ
-왜요. 우리 좋았잖아요.
-소림씨도 보지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싫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밀당이 이어졌다.
짜고 치는 연극이다.
하지만 금태양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보내주면 오늘 후원 3만 개 추가.
몇 분간 답이 없다.
정소림도 꽤 연기를 잘한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
-뭐든지 돈으로 다 해결하려는 행동 좀 그만하시면 안 돼요?
-그래서?
-싫어요?
-돈 그만 벌고 싶으면 말해요 ㅋㅋ
-하아….
-(사진)
이미 사진을 찍어뒀는지 정소림이 바로 사진을 보냈다.
욕실 안에서 쪼그리고 보지를 클로즈업한 사진이었다.
-우효. 소림씨 보지 사진 겟또다제!
-(경멸하는 이모티콘)
-그런 말은 또 어디서….
-이번엔 전신 샷으로 보내줘요.
-2만 개 추가!
-(사진)
-이제 진짜 씻어야 해요.
-방송 늦어요.
-ㅋㅋㅋㅋㅋ
-알겠어요.
-조금 이따 봐요.
-코인은 가득 쏴줄 테니 걱정 말고요.
잠깐의 유희가 끝났다.
짧은 유희였지만 정소림이 직접 찍은 야한 사진이 두 개나 남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자지가 폭발할 듯 솟아오르다니.
남자의 성욕은 남자도 알 수가 없구만.
그리고 시작된 방송.
[귀 호강 방송♥ 가야금 라이브♥ 힐링♥ 신청곡 받아요♥]
정소림 · 시청자 수 2명
-열혈 팬 백수킹 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입장료.
“회장님. 어서 오세요. 오늘은 1등으로 오셨네요.”
시청자 수 2명일 때 들어왔는데, 1등이었다.
먼저 들어와 있던 2명 중 1명은 정소림이고, 나머지 1명은 매니저인 그녀의 남자친구다.
원래 방송에 잘 안 들어왔었는데.
핸드폰을 보는 때부터 방송에 자주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사람이 없네요?
-아, 이제 들어오기 시작하네.
-안녕하세요. 백수 형님도 있었네요.
-ㅎㅇㅎㅇ
“초시계님, 박아졍님, 쿠마님 어서 오세요. 일단 회장님 선곡 들어왔으니, 연주하면서 인사 마저 하겠습니다.”
정소림이 가야금을 연주한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선율이었다.
“발데 님 어서 와요. 숫자 님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바로 연주 시작하네요. 오자마자 귀 호강 (엄지척 이모티콘)
코어 팬들이 출석을 완료하고.
어느 정도 방에 사람이 들어찼다.
꼬레아TV의 개인 방송은 사람이 많을수록 노출이 잘되는 구조였다.
시청자 수가 많을수록 페이지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니 코어팬층이 많으면 그만큼 유입도 잘 붙게 된다.
유입이 잘 붙으면 붙을수록 랭킹도 올라가고, 추천 즐찾도 늘고, 수입도 늘어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항상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와 ㅋㅋㅋ 빨통 존나 크네
-백종원표설탕(youris2go)님이 매니저에 의해 강퇴 당하셨습니다.
유입이 늘어날수록 분탕, 성희롱, 도배, 광고 등의 악질 시청자도 같이 늘어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매니저다.
평균 시청자 수가 적은 방이라 이 방엔 매니저가 둘 뿐이었다.
압도적 큰손인 이현우와 정소림의 남자친구.
이번 분탕은 정소림의 남자친구에 의해 제거당했다.
그래도 매니저로서 일은 열심히 하려는구나.
싶었는데, 그가 이상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연주도 듣기 좋은데 소림좌 미모와 몸매도 역시 굿!
-발데가르송(bittir02)님이 매니저에 의해 강퇴 당하셨습니다.
-눈나 넘무 예뻐요 특히 몸매가 너무 훌륭해요
-koreana3(koreana3)님이 매니저에 의해 강퇴 당하셨습니다.
-소리미처럼 개쩌는 몸매 가진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ydg1990(ydg1990)님이 매니저에 의해 강퇴 당하셨습니다.
갑자기 미치기라도 했는지 일반적인 찬양글도 마구 강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몸매나 가슴이 들어간 댓글은 무조건 강퇴하고 보았다.
어조나 상황을 보면 성희롱이나 분탕이 아닌 칭찬이라는 게 분명했는데.
뭐 하는 짓이지?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잠깐만요. 매니저님. 지금 왜 강퇴 난사하고 계십니까? 멈추세요.
정소림은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이 사달이 난 줄 모르고 있다.
그러니 이현우가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
-강퇴 심하긴 했네.
-아니 ㅋㅋㅋ 몸매 하나 언급한다고 다 강퇴를 하네.
-저 매니저 평소엔 방송 잘 들어오지도 않더니, 왜 갑자기 ㅈㄹ임?
평균 시청자 수도 적고, 채팅도 잔잔한 방이었기에.
시청자들이 이변을 알아차리는 건 쉬웠다.
십 수명 되는 시청자들이 내 편으로 돌아서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만 개짜리 후원을 터뜨렸으니, 정소림도 이변을 눈치채게 되었다.
“강퇴? 잠시만요.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이 와중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눈으로는 채팅창을 훑으면서도 손은 바쁘게 가야금 줄을 튕겼다.
참으로 프로다운 자세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멋대로 강퇴를 날린 매니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매니저님. 제 방이 일정 이상 수위를 넘는 발언 금지라곤 하지만. 저건 그냥 칭찬이잖아요. 앞으론 그러지 말아 주세요.”
정소림이 나서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때까지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벌인 미친 짓치고는 너무 싱겨운 결말이다.
-왜 매니저 안 짤?
-소리미 지인임? 저러고 매니저 계속 달고 있네 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소림좌 시청자 수 부족한데 매니저란 양반이 ㅉㅉ
정소림이 짧은 헤프닝으로 끝내고자 했지만, 시청자들의 성토는 계속 이어졌다.
채팅을 치는 이들은 모두 정소림이 잘되길 바라는 코어팬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도와줘도 모자랄 매니저가 오히려 방송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해?
거기다 직접적인 피해를 본 건 그들과 같은 시청자였으니.
정소림의 한 마디에 진압이 불가능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나설 차례인가?’
만화나 영화였다면 저런 대사를 이현우가 읊조렸을 것이다.
이현우는 직접 나서서 이 사태를 진압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자자, 여러분 합죽이가 됩시다. 지금부터 합 치시는 분들께 구독권이랑 퀵뷰 난사 갑니다.
돈의 위력은 위대했다.
막 나가는 매니저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내던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유치원생으로 돌변했다.
-합
-합!
-합!
-합합
-합
-합
돈에 의한 일치단결.
이현우는 흐뭇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며 서른 가까이 되는 시청자들에게 모두 퀵뷰와 구독권을 선물했다.
방송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방송의 주인인 정소림은 자신이 할 일을 대신 해준 이현우를 향해 살풋이 웃음을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소림의 방송이 끝났다.
이현우는 2시간만 방송을 시청하고 떠났지만, 늘상 있는 일이었으니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 그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코인을 후원했기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좋은 기분을 남자친구와 공유하고 싶어서 방으로 나오는데….
“오빠, 표정이 또 왜 그래?”
오늘은 일이 없어 출근도 하지 않은 남자친구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아니, 그것뿐이었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
뭔가 굉장히 불만이 있다는 듯 정소림을 쏘아보고 있었다.
“너….”
그는 뭔가를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
굉장히 이중적인 말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말을 하면 경제적 가장이 되어버린 정소림의 일을 폄하하는 것 같고.
말을 하지 않자니, 회장 놈과 자신의 사이에서 회장편을 든 정소림에게 너무 서운했다.
“오늘 친구랑 술 마시고 들어올 거야. 늦을 거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아니, 오빠! 잠깐! 오빠!”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뒤에서 정소림이 그를 부르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실 만날 친구는 없었다.
혼자 마실 수 있는 포장마차라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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