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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력했어.
정말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노력했다구.
이렇게 참고 또 참아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노랑머리 썅년을 찔러버리고 싶지만.
꾹 눌러 참았어.
그래야 현우랑 같이 지낼 수 있으니까.
조교에 합격하면 평생 같이 살기로 했으니까.
그 때문에 죽도록 싫은 년에게 명령받고.
뺨을 맞기도 하고.
별 해괴한 자세를 다 취하기도 했지만.
현우를 위해서 전부 다 참은 거라고오오오오!
근데 이게 뭐야!
봄여름?
이딴 년이란 사귄다고?
절대로 용서 못 해!
이 썅년이 현우한테 꼬리 쳐서 그런 게 분명하겠지.
죽여 버릴 거야.
절대로. 죽인다. 죽일 거야.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 * *
밤 11시.
이현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어 이유나의 방송을 시청하는 중이다.
‘방송이 끝나면 데이트하러 가자고…. 아, 달링 보러 가야 하지….’
아쉽다.
오늘 이유나에게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은데.
특히나 ‘오빠가, 오빠가’ 하며 3인칭을 쓰면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은데.
하지만 달링의 관리는 중요했다.
그 미친년은 정말로 칼을 휘두를 년이었으니.
‘슬슬 나갈 준비 해야 하나.’
이예린의 조교는 오후 11시에 시작된다.
지금쯤 조교가 시작되었을 테니, 이현우도 외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때, 이현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포랑이다.
“의뢰자분. 이예린과 연락 두절되었습니다. 혹시 의뢰자분과는 연락이 되는가요?”
“연락 두절이요…?”
이현우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예린이 이런 적이 또 있었나요?”
그런 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현우가 물었다.
포랑에게 매일 조교 성과에 대해 보고받고 있었으니까.
“아뇨. 처음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마…. 제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달링이 통제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할까?
두 사람의 머릿속에 같은 결말이 떠올랐다.
“저런…. 왜 하필 지금 시기에. 그보다 방치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이예린의 집착과 광기는 상상 이상이었으니까요.”
많은 노예를 조교 했던 포랑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이제껏 선택적 분노 조절 장애인들은 많이 봐왔다.
하지만 진짜로 미친 정신병자는 처음 다뤄보았다.
정상인과 사고 구조 자체가 다른 정신병자를 조교 하는 건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래도 포랑은 조교사 중의 조교사라 말할 수 있는 프로.
어떻게든 이예린을 굴종시켰고, 명령에 따르게 만들어 조교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네. 일단 끊을게요. 이예린에게 연락해봐야겠습니다.”
“아! 의뢰인 분! 앉아는 몸에 새겨넣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예린 앉아는 수행할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놨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이현우는 서둘러 포랑과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이예린에게 전화를 건다.
수신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이어지는 전화.
“야! 이예린! 지금 어디야?”
“현우야.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해줄 테니까.”
“구해주긴 뭘 구해…! 야! 야! 이예린!”
처음으로 이예린이 통화를 먼저 끊었다.
이현우는 참을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가 당장 호텔을 나섰다.
검은색 스포츠카가 도로 위를 질주한다.
이유나는 슬슬 방종각을 잡고 있었다.
오늘 예기치 않았던 사고가 빵빵 터졌지만, 어떻게든 잘 수습했고.
떡락했던 민심도 잘 휘어잡았다.
시청자가 꽤 떨어져 나간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런 이들은 나중에 떨어져 나갈 사람들이었으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커뮤 여론은 안 나쁘네. 다행이다. 그렇지? 얘들아?”
-ㅇㅇ
-물소 비율이 적어서 그런 듯
-애초에 여캠보다는 엽캠이었으니까 ㅋㅋㅋㅋㅋ
“어허, 엽캠이라니. 나처럼 예쁜 엽캠 본 적 있어?”
-우욱
-저기 선생님? 그런 말을 스스로 하시는 건 좀….
-ㅋㅋㅋ 인정하기 싫은데…. ㅅㅂ ㅋㅋㅋㅋ
“그런데 이 사람들은 안 질리나 봐. 하루 종일 내 얘기만 하고 있네.”
-그거 원래 커뮤 종특임
-별 수 없음 ㅋㅋㅋ 다른 떡밥 돌기 전까진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하꼬 BJ 봄여름 인지도 개떡상!
-(떡상 채팅콘)
“오호, 나 이제 메이저 갈 수 있는 거야?”
-이걸로 메이저 가기엔 평청자 수가 부족함
-가능하지 않을까? 백수 형님이 팍팍 밀어줄 테니
-어? 근데 왜 백수형님 조용함?
-그러게, 멀티 키고 딴 방 보러 가셨나 ㅋㅋㅋㅋ?
소통을 하던 도중, 이현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큰 후원을 하며 적재적소에 끼어들기를 하던 이현우가 묘하게 조용하다.
진짜 딴 여캠이라도 보러 간 걸까?
아무리 허락을 했다곤 하지만….
아니, 그런 생각하지 말자.
이유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현우가 괜히 여캠을 보는 게 아니지 않은가.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의 재산이 꼬레아TV에 묻혀있었고.
그걸 캐시백이라는 형태로 환전하는 거다.
그러니 일을 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었다.
“글쎄? 시간이 늦었으니 샤워라도 하는 거 아닐까…?”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이유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동생 이지훈이 학교에서 돌아온 것이라면 벨을 누를 필요가 없었다.
음식 배달 같은 걸 시킨 것도 아니었다.
“누가 온 것 같은데. 잠시만. 확인 좀 하고 올게.”
-이 시간에?
-설마 스토킹?
-귀신이다!
-조심해 ㄷㄷㄷ
“장난치지 마. 아마 동생이 음식이라도 시킨 것 같은데. 이놈의 자식. 밖에 있으면 포장을 해올 것이지. 배달비 아깝게, 배달이나 시키고. 어쨌든 너희들끼리 놀고 있어. 나 잠깐 다녀올게.”
이유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이크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관을 향해 다가갔다.
“누구세요?”
“치킨 배달이요.”
역시 이지훈이 배달을 시킨 것이 맞나 보다.
이유나는 동생이 오면 한 소리 해야겠다 생각하며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배달부가 아니라는 의심은 하지도 못했다.
마침, 동생이 돌아올 시간대이기도 했고.
배달부의 목소 리가 여자였으니까.
남자도 아니고, 여자인데 무슨 일이 벌어질리가.
끼이익.
그렇게 문이 열리고.
앞에는 굉장히 예쁜 여자가 예쁜 옷을 입고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치킨이 담긴 봉투를 든 채 말이다.
요즘 건 바이 건 배달 알바도 많이 한다더니.
그런 건가?
이유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갔다.
“만 칠천 원 입니다.”
“아, 결제 안 됐나요?”
“네. 현금 결제하신다고 했는데.”
“잠시만요. 지갑 좀 가져올게요.”
이유나가 등을 돌렸다.
그녀가 붙잡고 있던 문이 서서히 닫힌다.
턱!
여자 배달부가 닫히려는 문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유나가 들어간 집 안으로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온다.
“이 씨발년아! 죽어어어어!”
“꺄아아아아!”
이유나가 휘둘러지는 칼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천운이었다.
뭔가 섬찟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이예린의 근력이 뛰어나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본능적인 감각으로 몸을 옆으로 내던지지 않았다면.
분명 칼에 찔렸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의 행운은 없었다.
땅바닥에 칼을 헛찌른 이예린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으니까.
이대로 허벅지를 찔리고 나면, 그다음은 복부, 그다음은 심장이었다.
“죽어어어어어…!”
“이예린! 앉아!”
그때, 막 닫히려는 현관문을 번쩍 열고 이현우가 나타났다.
얼마나 계단을 빠르게 올라왔는지, 숨을 잔뜩 헐떡이는 이현우.
그가 이예린의 몸에 새겨진 명령어를 내뱉었다.
놀랍게도 포랑이 알려준 명령어는 진짜로 효과가 있었다.
칼을 번쩍 치켜든 이예린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으니까.
이예린과 이유나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간다.
“오빠!”
“현우야! 방해하지 마! 으아아앗!”
“이예린! 멈춰! 앉아!”
이예린이 덜덜 떠는 손으로 다시 칼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이현우가 다시 한번 명령어를 내뱉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이예린이 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잇팔! SM 조교를 선택한 건 정답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대단하다!
“으아아아! 왜! 왜 방해하는데에에에! 아아아악!”
이예린이 악을 질렀다.
이현우의 교육으로 기초가 닦아지고, 포랑의 조교로 완성된 ‘앉아’는 그녀의 몸을 완벽히 지배했다.
일종의 PTSD라고 보면 된다.
‘앉아’를 어기면 커다란 스트레스가 반드시 따라오게 되니, 뇌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각하기 전에 몸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 것이었다.
“죽일 거야! 내가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라도 죽여버릴 거야아아아아!”
“오, 오빠….”
이예린의 마수에서 벗어난 이유나가 이현우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이제 스무 살.
갓 성년이 된 이유나의 입장에선 이예린의 살의를 정면에서 받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이현우는 이유나를 토닥여 준 뒤, 그녀를 방 안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덜덜 떨며 악을 지르는 이예린의 팔목과 발목을 묶었다.
이번에도 돌발 사태가 일어났다.
한 번만 더 이러면 죽이려고 독한 마음을 먹었었는데.
지금 사태가 굉장히 애매했다.
SM 조교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지켜볼까?’
미련하게 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조교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서 행동을 제약하지 않았나.
포랑이라면 정말 이예린의 마음까지 조교 해버릴지도 몰랐다.
“예. 주소 찍어 드릴게요. 여기로 좀 와주세요.”
이현우는 포랑에게 연락을 마치고 이예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으윽!”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묻지 않을게. 어차피 예상이 가니까.”
“현우야. 나, 난….”
“됐어. 말하지 마. 내가 분명 나를 위해서 살라고 했을 텐데. 너의 욕망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라고 했잖아. 근데 또 이렇게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네?”
“아니야! 그건! 난 정말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저 썅년이 너를 유혹해서…! 꺄앗!”
이현우는 전혀 납득되지 않는 변명을 내뱉는 이예린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짜악 하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됐어. 내가 말 했지. 마지막 기회였다고. 어떻게 할래? 이대로 나랑 끝낼까?”
“히이익! 그건 안돼! 싫어! 절대로 싫어!”
“그럼 교육받을래?”
“으으읏…!”
이예린은 그것도 싫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말로 내뱉지는 못했다.
이현우의 빡침이 그녀에게도 느껴졌으니까.
“이렇게 하자. 넌 지금, 이 순간부터 조교사랑 하루 종일 지내면서 조교를 받는 거야. 조교가 끝날 때까지. 그럼, 나랑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조건은 유지해줄게. 좋지?”
“아아…. 그….”
“싫으면 널 폐기처분할 거야.”
이현우의 눈에 살심이 깃들었다.
저번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켜야 하는 소중한 사람이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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