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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120화 (1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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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이 말로는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지만, 딱히 다른 말이 없었다.

최악이라고 하기엔 이현우와 통한 마음이 너무 애틋했고.

나쁘지 않았다고 하기엔 습격 사건이 너무 무거웠으니까.

다사다난.

그 정도가 딱 적당할 것 같았다.

“하아….”

이불 속에 누운 이유나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 하루 받아 들어야 할 것이 많아서인가,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거의 20년을 살면서 이토록 인생이 스펙타클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는데.

사업을 잘하고 있던 부모님은 갑자기 갱단이랑 엮여 연락조차 쉽지 않고.

갑자기 한국으로 오게 되어 소녀 가장이 되어버리고.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도 미친 스토커 여자한테 시달리는 중이었고.

하필 그 스토커가 그녀의 집에 찾아와 칼을 들고 설쳤다.

이만한 일이 단 두 달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건가?

이유나는 자신의 남은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자자. 내일 학교 가려면 자야지.’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부모님은 괜찮을까?

이예린이 다시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이현우가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서 성적인 것들을….

“아읏!”

그건 못 참겠다.

이유나가 이불을 걷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아직 키스를 못 해봤는데.

조교를 하게 되면 뭐…?

섹스 혹은 섹스와 비슷한 행위를 해야 해?

싫다.

정말 싫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겪었으니까.

그건 진짜 정상인이 아니었다.

남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미친년이지.

이현우의 말대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론 안 된다는 걸 이유나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미친년은 빵에서 나온 이후, 잔인하게 복수를 할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조교를 하던가, 아니면 죽여버리던가.

두 가지 선택만 남게 되는데.

‘살인은 안 되지….’

그녀가 도덕성이 뛰어나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당장 생선 대가리 치는 거나 닭 목을 비틀어 보라고 해도 못 할 자신이 있는 이유나였다.

그런데 사람을 죽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이현우가 그걸 태연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니 남은 것은 조교뿐.

알고 있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

그렇게 얼마나 뒤척였을까.

자려고 노력하는데 잠은 안 오고.

자세만 이리저리 바꾸고 있는 이유나의 스마트폰에 까톡이 울렸다.

-자?

이현우다.

어째서일까.

그에게 연락이 온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그저 기분 좋고.

그저 설렌다.

연애란 이토록 사람을 바보처럼 만드는구나.

이유나는 방금 전까지 인생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아니요. 아직….

-왜 안 자. 늦었는데.

-잠이 안 와서요.

-그러면 우리 통화할까?

이현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이유나는 냉큼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뭐야. 아까까진 계속 오빠라 불렀으면서 왜 또 갑자기 회장님이야?”

“아하하…. 아직 입에 안 익어서요. …. 오빠….”

이젠 오빠라 하는 게 부끄럽진 않았다.

하지만 너무 강한 설렘에 가슴이 뛴다.

볼도 붉어진 것 같다.

요즘 얼굴에 열이 오르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현우는 그저 좋기만 한 것 같다.

통화 너머로 그가 나지막히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좋아한다니, 이유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까까지의 꿀꿀했던 기분이 거짓말 같았다.

“오늘 많이 무서웠지?”

“네. 진짜 많이요.”

“미안해. 내가 잘 관리해야 했는데.”

“그게 어떻게 오빠…. 탓이에요. 그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건 맞아. 혹시 무서워서 못 자고 있었던 거야?”

“아…. 그런 것도 있고.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까 걱정도 되고.”

“뭐? 아하하핫.”

이유나의 고민에 이현우가 크게 웃었다.

비웃는 투는 아니었다.

그래도 진지한 고민이었는데 웃을 일인가 이게?

이유나가 살짝 볼을 부풀렸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아하핫. 미안. 난 스무 살 때 그런 고민 안 했던 것 같아서.”

“그거야 오빠는 금수저니까 그렇겠죠.”

“음…. 어쨌든. 유나야. 내가 등하교 할 때 태워줄까?”

“네? 갑자기요? 저야 물론 고맙긴 한데….”

“계속은 아니고. 당분간만. 너도 마음 추스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아! 그런 거면 하교 때만 와주세요. 등교할 때는 지훈이랑 같이 가니까. 괜찮아요.”

“그래? 그럼, 내일부터 너 마치는 시간 맞춰서 학교 앞으로 갈게.”

이유나는 별생각 없이 승낙했다.

자동차로 등하교하는 건 엄마 덕에 익숙한 일이었고.

이현우를 조금이라도 더 자주, 많이 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그래서 걔가 혼자만 사탕을 못 받았다니까요? 덕분에 한동안 울보로 불렸어요. 하암….”

“그랬구나. 그런데 졸려? 졸리면 통화하다가 언제든지 자도 돼.”

한밤중의 통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새벽 네 시 반.

곧 동이 틀 시간대였다.

상대방을 알고 싶고, 상대방에게 자기를 알려주고 싶다 보니.

추억들이 하나둘 나왔다.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어느새 새벽과 이른 아침의 사이.

이유나의 목소리에서 졸림이 묻어 나왔다.

이유나는 굳이 잠이 쏟아지는 걸 거부하지 않았다.

내일 이현우가 학교에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 또 볼 수 있었다.

“아, 네…. 좀 졸리긴 하네요. 이제 자야겠어요. 오빠도 잘 자요.”

“응. 잘자.”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이유나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뜨였다.

한때 누나, 누나 거리며 졸졸 쫒아오기만 하던 귀여웠던 것에서 역변해 아저씨가 된 놈의 목소리에 의해서.

“누나! 늦었어! 지금 안 나가면 지각이야!”

지각!

그것은 성실한 학생이었던 이유나에게 끔찍한 단어였다.

지각 벌점이 쌓이면 내신 점수에 영향을 주니까.

그녀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몇 분 남았어! 아씨! 왜 이제 깨워!”

“한 참 전부터 계속 깨웠거든? 여유시간 10분. 씻을 시간 없으니까, 양치하고 세수만 하고 나와.”

“이 씨!”

자신을 깨워주지 않은 동생에게 응징을 가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유나는 서둘러 욕실에 달려갔다.

그리고 이지훈을 향해 외쳤다.

“야! 내 교복이랑 양말! 속옷도 앞에 준비해놔! 분홍색깔 하나 있을 테니까 그거!”

“아니, 미친 인간아! 교복은 그렇다 쳐도 남동생한테 속옷까지 만지라고 하냐?”

“바쁜데 어쩌라고! 빨리 준비해! 용돈 끊기기 싫으면!”

“우씨. 맨날 용돈으로 협박이야.”

투덜대면서도 이지훈의 몸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십 수년간 몸에 배어있는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었다.

‘머리까지 감기엔 시간 부족해. 양치랑 세수, 몸만 씻고. 머리는 앞머리만…!’

미국이었다면.

하다못해 다른 날이었다면, 양치와 세수만 대충 한 뒤 교복을 입고 달려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몸에서 냄새가 나는 걸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이현우가 하교하면 데리러 오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이유나의 손이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였다.

군인들이나 할 법한 전투 샤워가 20살 현역 여고생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걸 볼 수 있었다면 군필여고생쟝이라 했을 수준!

10 분만에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나온 이유나는 동생과 함께 버스 정류장까지 달렸다.

“아, 놓쳤네.”

하지만 하필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치게 되었다.

별수 없다.

이러면 택시를 타는 수밖에.

씻고 나와 달리며, 이제 내신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졸업장만 있으면 미국 대학에 합격할 수 있으니까.

원한다면 한국의 명문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생은 아직 고1이었으니까.

미국이나 한국이나 내신 시스템은 비슷할 터.

지각을 안 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지각을 택할 이유는 없었다.

“택시!”

이유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뼈 아픈 지출이다.

멋 모를 때야, 무조건 택시를 타고 다녔지만.

이젠 돈의 무서움을 잘 안다.

BJ를 하고 이현우에게 큰돈을 후원받고 있지만.

그 돈은 허투로 쓰지 않고 모으는 중이었다.

진짜 상상도 하기 싫지만.

혹시라도 부모님이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그녀가 진짜 가장으로써 그녀의 인생도, 이지훈의 학업도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택시 타니까 편하고 좋네. 누나 앞으로도 계속 택시 타고 다니면 안 돼? 어차피 돈도 얼마 차이 안 나는데.”

이유나는 옆자리에 앉아 철없는 소리를 하는 동생을 한심한 눈으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러곤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

화장이라고 해봐야 색조 화장을 제외한 기본적인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도착한 학교.

택시를 탄 덕분에 버스를 탄 것보다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택시 탈 생각을 할 걸 그랬다.

그럼 샤워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언니!”

“누나!”

이유나가 교실로 들어서자, 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다가오지 못하고 쭈뼛대는 지영호가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쟤 때문이었지.

그래도 크게 화가 나거나 열 받지는 않았다.

달링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렇다.

“누나, 괜찮아요?”

“어제 야자 끝나고 방송 봤는데, 언니 상태가 좀 초췌하던데. 그 뒤로 시청자들한테 조리돌림 계속 당했어요?”

고맙게도 반 친구들이 이유나의 상태를 걱정해주었다.

그들이 알기에 일이 잘 풀렸다곤 하지만, 그 뒤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지 않는가.

딱 봐도 악성 시청자들에게 조리돌림을 계속 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랬기에 방송 막판, 12시가 다 되어 갈 쯤에 이유나가 방송을 던진 것일 테고.

반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아. 초췌했던 건…. 잊어주라. 모두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어제 일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유나는 가방을 내려두고 지영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오자 지영호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어제 말했던 것과 달리 한 바탕 따질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이런 피곤에서 해방되고 싶다.

“영호야.”

“네…. 누나….”

“네가 한 일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알고 한 일은 아니었지?”

“네. 죄송해요. 그냥…. 그냥 갑질 당했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생각을 최소 한 번은 하고 하길 바래.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그럴 수 있어?”

“네. 무조건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고. 그 실수에서 어떤 걸 배우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한 거지. 앞으로 지켜 볼 거야. 잘해.”

“네? 그, 그 말은…. 저 용서해주시는 거예요?”

“그래. 나도 어제 욱해서 그런 말을 내뱉긴 했지만.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매일 얼굴 볼 사이인데. 어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 남자친구 있고, 너 때문에 공개 연애도 하게 되어버렸으니까. 앞으로 들이대지는 말고.”

“아…! 그럴게요!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제밤 이후.

친구들에게 욕을 거하게 처먹은 지영호였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사과하고자 마음먹었는데, 용서를 받을 줄은 몰랐다.

이유나 그녀는 외모만큼이나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지영호가 이유나를 우러러보았다.

그 마음에 삿된 마음은 없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철없고 어린 그와 맺어지기엔 너무 큰 사람이었다.

지영호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이유나를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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