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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꼬레아TV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문화의 중심! 컨텐츠의 보고! 꼬레아TV 공식 방송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MC 프라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네. 안녕하세요. 이번에 공식 방송 MC를 맡게 된 BJ 월야입니다.”
두 명의 MC가 화면에 등장했다.
이현우가 보고 있는 건 작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거대한 스크린에 뜨는 방송 장면이었다.
꼬레아TV가 참 센스 있는 게, 스크린 화질도 무척 선명한데다 옆에 채팅창도 뜬다.
확실히 잘 성장하는 기업의 포텐셜이 있다니까.
“어우, 월야님. 실물은 처음 보는데. 미모가 상당하시네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하하핫, 부정을 안 하시는군요. 그런 당당한 매력이 있는 월야님. 오늘 꼬레아TV 팬덤 대격돌의 룰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아, 네. 꼬레아TV 팬덤 대격돌은 꼬레아TV에서 주최, LA나성음료에서 후원하는 공식 방송입니다. 참가자는 꼬레아TV 각 카테고리 분야에서 모인 32명의 BJ들과 그들의 팬 15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 라운드마다 모든 팀이 대결을 벌여 총 네 팀을 뽑아 본선에서 맞붙습니다. 본선부터는 팀 대 팀의 일 대 일 대결이 성사되어, 토너먼트가 벌어지고. 마지막까지 승리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입니다.”
대본을 읽는 듯한 멘트.
전문 MC가 아니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것 또한 인터넷 방송의 묘미였으니까.
그리고 MC들이 공방에 참가한 BJ들을 하나둘 소개한다.
준 메이저부터 소개하고.
중, 하꼬는 그 뒤.
여기서 인지도가 밑에서 3, 4번째인 빵잇은 거의 마지막에 호명되다시피 했다.
앞에서 인터뷰 분량도 다 가져가서인지 그녀는 말 몇 마디 못해보고 소개가 지나갔다.
하지만 빵잇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꼬 대우는 익숙하다.
여기서 멘탈이 터질 것이었으면 방송을 지금까지 계속하지 못했다.
그녀는 소심한 것뿐이지, 멘탈이 나약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꼬레아TV 팬덤 대격돌을 시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
MC의 멘트와 함께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컨텐츠 룰을 설명하며 게임도 공개가 된 상황.
이현우는 가로수가 왜 돋보일 수 있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코인 레이스라니. 이거 너무 티 나게 밀어주는 거 아니야?’
본선으로 향하는 티켓은 네 장.
그렇기에 대결 종목도 네 가지.
태정태세문제지, 보여줘 너의 탤런트, 마음대로 조작 사다리.
그리고 마지막은 달려라 코인 레이스였다.
팬들의 후원과 추천을 통해 레이스를 한다는 미친 발상.
돈으로 이뤄지는 머니 로드!
인터넷 방송이자, 대놓고 돈을 후원받는 인터넷 방송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가로수가 말했던 것처럼.
이현우와 빵잇의 팀이 돋보이기 위한 게임이 분명하다.
코인 무한 능력을 갖춘 이현우가 여기서 여포나 다름없었으니까.
“백수 형님! 코인 레이스에선 우리 팀이 우승인 거 맞죠?”
옆에 앉아있던 시청자 중 하나가 이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딱 봐도 연식이 이현우보다 많아 보이는데, 형님이라 부른다.
좀 부담스럽다.
“예. 코인 레이스는 제게 맡겨 주세요. 무조건 우승시켜줄 테니까.”
“오오오오! 백수 형님이 단언하셨다!”
“사스가 백수 형님!”
“백수업! 백수업!”
“백수업!”
아니, 미친놈들아.
현실에서 백수업 같은 거 외치지 말라고.
옆에서 쳐다보잖아!
빵잇의 팬들이 일으키는 소란에 주변에서 그들을 주목했다.
게다가 방송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조금 조용해달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쪽팔려….
“너희 팀 분위기 좋더라.”
세 번째 게임이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
샷빨 형님이 다가왔다.
지난 게임들은 별 의미 없이 지나갔다.
빵잇의 팀들은 분전했지만, 아쉽게 다른 팀의 팬들이 승리해서 본선 진출 티켓을 빼앗겼다.
하지만 진심으로 분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빵잇은 코인 레이스에서 우승할 예정이었으니까.
“아으…. 사람들이 이상해요. 현실에서 인터넷 말투를 쓴다니까요?”
“하하핫. 그게 좋은 거지. 인터넷에서 모인 사람들인데. 뭐 어때. 그보다 백수야.”
“네.”
“너 이번에 얼마 쓸 거냐?”
샷빨이 살짝 긴장하며 묻는다.
그가 응원하고 있는 여캠도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왕이면 본선 진출하게 해주고 싶은데, 이현우라는 넘사벽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현우가 씨익 웃는다.
“1등 할 때 까지 쓸거에요.”
“와이 씨. 현금 쌓아둔 놈이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무섭네. 알겠다. 난 손 턴다. 우리끼리 피 보지 말고, 적당히 하다가 빠져야겠다.”
“예. 형님.”
‘그게 좋으실 겁니다. 전 이제 리미트가 해제되었거든요.’
이현우는 알아서 빠지겠다는 샷빨을 말리지 않았다.
이번에 진짜 돈찍누가 뭔지 보여줄 셈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대형 스크린에 코인 레이스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아기자기한 말들이 번호를 달고 시작선에 서 있다.
별거 없는 그래픽.
하지만 결승선 오른쪽의 ‘0’으로 표시된 숫자가 참 많은 감흥을 준다.
제한 시간 내에 저 숫자를 가장 높이 올리는 팀이 우승할 테니까.
“예. 시청자 여러분. 지금 막 경기 진행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네 번째 대결. 달려라 코인 레이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쉬는 시간 10분.
그동안 보조 MC인 월야와 열심히 입을 털던 MC프라임이 기쁜 얼굴로 멘트를 쳤다.
“월야 님. 달려라 코인 레이스의 룰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달려라 코인 레이스는 여기 모이신 팬덤뿐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도 참여가 가능한 레이스입니다. 지금 보이스는 화면의 오른편, 결승선의 점수가 보이시나요? 5분의 제한 시간 동안 점수가 제일 높은 BJ가 우승하게 되는 방식인데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점수를 높이는 방식이겠죠? 레이스에 참여하는 BJ의 방송이 지금 열렸습니다! 응원하는 BJ의 방송에 들어가서 추천과 후원을 하면 점수가 오르게 됩니다. 추천과 코인 후원 1개당 1 점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 제한 시간 이외의 추천과 후원은 집계되지 않으니 주의해주세요.”
곧 시작된다.
돈으로 하는 레이스.
본선 진출을 한 3명을 제외하고 29명의 BJ가 4개 조로 나뉘어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빵잇은 1조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녀.
하지만 이현우가 나선 이후엔 그녀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질 것이다.
“1조 레이스! 시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달려라 코인 레이스의 서막.
준 메이저 1명이 끼어있는 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빵잇과 같은 중, 하꼬들.
“아아아! BJ 짬타이가! 치고 올라가고 있어요. 짬타이가의 팬분들이 화력을 모아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거 무서워요. 순식간에 2만 돌파! 아, 말씀드리는 순간 3만 돌파. 채팅창! 짬타이가 방송 채팅창 어디 있나요? 이거 꼭 봐야 하거든요!”
MC 프라임이 열을 올리며 중계했다.
꼬레아TV에서 MC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긴 한다.
그 중엔 게임 중계나 캐스터 같은 일을 곁다리로 하기도 했고.
그러나 경마 중계는 그도 처음이었다.
살짝 현타가 오려하지만, 그는 참아내고 열심히 입을 털었다.
그게 프로의 자세니까.
“말씀드리는 순간, BJ 짬타이가의 채팅창이 켜졌습니다. 추천 수 6,245! 그럼, 나머지 24,000은 전부 코인 후원인가요? 아! 이럴 수가! 놀랍게도 BJ 짬타이가의 회장님께서 2만 개의 코인 후원을! 역시 회장님입니다! 저도 저런 회장님 있으면 좋겠네요. 안 그렇습니까? 월야 님?”
“아…. 저는 회장님이 있어서….”
“아…. 네…. 아…. 중계 이어 나가겠습니다. 어, 잠깐만요. 6번 말. 갑자기 무섭게 치고 올라옵니다. 6번, 누구죠? 아! BJ 빵잇! 선두로 치고 달려 나가는 짬타이가를 무섭게 따라잡습니다. 2만 5천! 3만! 아! 3만 5천! 빵잇이 따라잡았어요! 역전합니다! 누구죠? 이번에도 회장님인가요? BJ 빵잇 채팅창 띄워주세요!”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이현우는 달려라 코인 레이스를 보면서 적당히 후원했다.
지지 않을 정도만.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주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영
-영
-ㅄㅇ!
-차
-영
-달려!
-영
-차!
빵잇의 채팅방에서는 팬들의 응원이 한참이었다.
그런데….
“영!”
“차!”
“영!”
“차!”
“달려!”
“백수업!”
이 미친 팬 분들은 채팅을 치면서 입으로도 소리를 내는 중이었다.
시발! 옆에서 쳐다보니까 그만하라고.
이현우는 저들의 입에 고급 도시락에 포함된 소시지를 박아버리고 싶었다.
‘신경 쓰지 말자.’
신경 쓰면 지는 거다.
이현우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코인 레이스에 집중했다.
남은 시간은 1분여.
대형 스크린에 나온 결과는 치열한 선두 대결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치열합니다! 치열해요! 1등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 내가 후원하는 BJ를 우승시켜버리겠다! 양 팀의 팬덤들의 뜨거움이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분! 1조의 우승마는 누가 될 것인가! 아, 말씀드리는 순간! 짬타이가의 1번 말이 순식간에 치고 들어옵니다! 무려 99,999코인! 99,999코인이 한 번에 터졌습니다! 한참을 앞서 나가는 짬타이가! 이거 뒤집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쪽 회장이 초강수를 두었다.
꼬레아TV의 끝판 후원인 99,999코인 후원.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걸 깨부수는 게 지금 이현우가 할 일이었으니까.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50만 코인!
아니, 49만 9천 9백 9십 5코인! 투하!
뒤쪽으로 밀리던 6번 말이 빛의 속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2위로 떨어진 1번 마와의 격차는 넘사벽!
“우오오오오오!”
“이겼다아아아! 백수 킹! 백수 업! 찬양하라! 갓 백수우우우웃!”
“백수! 백수! 백수! 백수!”
“백수! 백수! 백수! 백수!”
50만 코인에 얻어맞고 전의를 잃어버린 상대.
1조의 경기는 빵잇의 압도적 우승으로 끝이나 버렸다.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팀원들.
이현우는 돈을 왕창 쓰고도 쪽팔림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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