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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번 편에는 NTL(네토리, 타인의 연인을 빼앗는 것)이 서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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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요?”
정소림은 택시 기사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홧김에 나오긴 했는데….
갈 곳이 없었다.
그녀의 친구들?
정소림의 주변에는 거의 다 국악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끈이야 여전히 남아있지만, 형편은 다 거기서 거기니 잠깐 신세 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냥 모텔 가서 하루쯤 있을까?
아니….
그러고 싶진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이현우인데….
정소림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그 생각을 지웠다.
조금 전에 만났다가 헤어졌는데, 다시 찾아가는 건 좀….
이현우도 자기 할 일이 있을 테고.
또 여자친구도 만난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하나에게는 여섯 시 반에 호텔로 다시 온다고 했는데….’
“아가씨! 어디로 가요?”
“아, 나, 남산호텔로 가주세요.”
“예. 남산호텔. 알겠습니다.”
택시 기사의 재촉.
정소림은 저도 모르게 남산 호텔이라 말해버렸다.
이대로 이현우에게 가도 괜찮은 걸까?
아니, 어차피 이 일에 대한 상담은 이현우뿐이었다.
그러니, 찾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정소림은 그렇게 합리화하며 이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만 두 번째로 연락을 하네.
조금 부끄러웠다.
“소림 씨?”
“네, 현우 씨…. 지금 호텔이에요?”
“예.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아…. 그, 그게…. 저…. 다시 호텔로 가도 될까요?”
“지금요?”
이현우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쿨하게 승낙했다.
그 목소리에 정소림은 안도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호텔.
그리고 익숙한 호텔 방 번호.
똑똑, 정소림이 문을 두드렸다.
“현우 씨….”
정소림이 조심스럽게 그의 목소리를 불렀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이현우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환하게 웃어주며 그녀를 맞이했다.
“어서 와요.”
그가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정소림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김하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같이 저녁을 먹는다고 했는데, 벌써 돌아간 걸까?
그런 그녀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이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나는 밥 먹자마자 방송하러 돌아갔어요. 소림 씨한테 인사 전해달라던데요? 둘이 많이 친해졌나 봐요?”
“아, 네…. 으음, 뭔가 동지애? 그런 게 생겨서. 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어요.”
“그랬구나. 어쨌든 잘 왔어요.”
방금까지 쓰리썸을 하며 뒹굴었던 방.
아직도 음란한 냄새가 가득 배어있는 것 같았다.
“앗…!”
이현우가 갑작스레 허리를 껴안았다.
정소림은 그의 행동에 살짝 놀랐으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를 조금씩 바꾸며 그의 품속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남친하고 싸웠어요?”
귓가에 이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 네? 어, 어떻게…?”
“소림 씨 얼굴에 쓰여 있는데요? 싸워서 나한테 온 거, 맞구나?”
“네….”
“아하핫, 잘 왔어요. 이런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와요.”
쪽, 쪽쪽.
이현우가 그녀의 입술과 볼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
정소림은 그런 행동이 싫지 않았다.
“앗, 혀, 현우 씨…! 잠시만요. 잠깐만….”
그의 스킨십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왔다.
엉덩이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리고, 팬티까지 벗겨내려 했다.
그런 행동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할 것이 있었다.
정소림은 이현우의 가슴을 살짝 밀어냈다.
“음?”
“잠깐만요. 하,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침대 위에 올라서 이야기할까요?”
침대 위에 올라가면 이현우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정소림은 그의 손길과 애무가 싫은 게 아니었다.
손장난을 좀 치겠지.
그 정도쯤은 대화 나누는 데 큰 방해는 아니었다.
정소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은….”
정소림이 속마음과 고민을 털어내었다.
이현우는 그녀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남친이 그런 식으로 굴어서 속상했구나. 우리 소림 씨.”
“네…. 읏….”
이현우의 손가락이 그녀의 젖꼭지를 건드렸다.
어느새 그녀의 앞섬은 거의 다 풀어헤쳐져 옷과 속옷의 기능을 상실했다.
이상한 일이다.
남친이 젖꼭지를 만져도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현우의 손길은 스치기만 해도 기분이 이렇게나 좋은 걸까?
“그래도 나쁜 징조는 아니네요.”
“네? 나쁘지 않다고요?”
“예. 소림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죠?”
“네. 맞아요. 전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요.”
“그럼, 지금 상태가 더 좋은 거라고 봐요. 제 삼자 입장인 제 눈에는요.”
이현우의 말에 정소림이 눈을 깜빡였다.
지금도 무척 스트레스를 받고, 냉전 아닌 냉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품고 있는 느낌.
그런데 지금 이게 좋다고?
“어, 어째서예요…?”
“소림 씨와 소림 씨 남자친구. 두 사람 다 서로를 놓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제 계획이 너무 잘 먹혔네요. 이 정도로 잘 될거라 생각은 못 했는데.”
“정말 잘되고 있는 거예요?”
“네. 그 증거로 남자친구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잖아요. 소림 씨 남자친구도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죠. 이대로만 계속 가면 원만하게 마무리될 겁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래서 해야 할게 있는데요….”
정소림은 이어지는 말을 듣고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이제 이현우를 믿고 끝까지 따라야만 한다.
“아, 알겠어요….”
“그러면 잠깐 세팅 좀 할게요.”
이현우가 스마트폰의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동영상 녹화 기능을 켠 뒤, 침대 위가 잘 보이도록 놔뒀다.
그리고 화면을 조금 가리는 엄폐물 같은 것을 두어, 몰래 찍는다는 느낌을 연출했다.
“그럼, 침대 위로 올라와요.”
“이, 이대로 찍으시려고요?”
“어허, 내 이야기 들었잖아요? 소림 씨는 카메라가 있는 거 모르는 거예요. 카메라 이야기도 하지 말고, 저쪽을 쳐다보지도 마세요.”
“아, 네….”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섹스 비디오를 보내서 남자친구를 길들이겠다니.
하지만….
이제까지 이현우의 말이 틀린 적은 없었다.
그의 계획으로 인해 남자친구가 예민해지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지만….
그건 바람피운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좋아요. 다시 갈게요. 저기쯤에서 서 있다가. 제가 부르면 오세요. 레디. 액션! …. 소림 씨. 이리 와요.”
이현우는 영화감독이라도 되는 것처럼 액션 싸인을 준 뒤, 연기에 돌입했다.
그가 정소림을 불렀다.
정소림은 카메라 쪽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그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아….”
이현우의 손이 곧바로 치마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거침없이 팬티를 내렸다.
“아까 입고 있던 팬티, 그대로 입고 있네요? 옷 갈아입을 시간 없었나 봐요?”
“네, 네…. 집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바람에….”
“하핫, 그랬군요. 그럼, 남자친구는 지금 소림 씨의 팬티가 무슨 색인지도 모르겠네요.”
“아…. 혀, 현우 씨…. 그런 말은….”
“왜요? 어차피 남자친구가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하지 말아주세요….”
정소림이 고개를 돌리며 이현우와 시선을 마추지 않았다.
이현우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좋아요. 대신 내 말 잘 들어야 합니다. 알겠죠?”
“네….”
“치마 올려요.”
“읏….”
* * *
그날 밤.
정소림의 남자친구는 정소림이 없는 집안에서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우습게도 그의 안주는 정소림이 사 온 삼겹살이었다.
“하아….”
그의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
정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그도 정소림에게 틱틱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정소림의 얼굴을 보면 자꾸 까톡이 떠오르는 걸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정소림이 웃고 있는 모습만 봐도, 회장 새끼하고 무슨 좋은 일이 있어나 의심부터 드는데 어찌한단 말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들춰내고 단단히 혼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
정소림이 헤어지자고 하면?
회장 새끼가 가진 돈과 커다란 자지가 더 좋아졌고.
그를 떠나버리면?
그럼….
진짜 그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였다.
“후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실패한 인생이 바로 이런 걸까.
그래도 예쁜 여자친구와 결혼은 할 수 있으니, 남들보다 나은 점 하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숨과 시름만 깊어져가는 밤이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에 무언가 메시지가 왔다.
“또 돈 내라는 문자냐…. 하….”
신세가 처량하다.
어렸을 때엔 여기저기서 그를 찾았는데.
이제 그를 찾는 것은 독촉 문자뿐이었다.
“어…?”
그런데 메시지는 독촉 문자가 아니었다.
문자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보낸 까톡.
그리고 글이 아닌 동영상이었다.
“….”
300MB 용량의 동영상.
미리보기라고 해야 할까?
동영상의 첫 화면에는 왜인지 익숙하게 보이는 침대가 있었다.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이 침대가 어느 침대인지 알아본 탓이다.
매일 정소림과 까톡을 주고받는 회장 새끼가 머무는 호텔의 침대였다.
덜덜.
그가 떨리는 손으로 동영상을 클릭했다.
까톡 메시지 창에서 동영상이 다운되는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이내 100퍼센트가 되자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소림 씨. 이리 와요.”
첫 장면부터 정소림의 이름이 나왔다.
이건 명백하게….
“크윽….”
정소림의 남자친구가 눈물을 터뜨렸다.
이건 회장 새끼가 그에게 보내는 NTR 비디오였다.
“시발! 시발! 시발!”
눈물과 함께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는 동영상을 끄지도, 스마트폰을 던지지도 못했다.
그의 시선이 스마트폰에 집중된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정소림이 화면에 나타났다.
시발! 오늘이다.
이 동영상은 오늘 찍힌 동영상이었다.
정소림이 입은 옷과 머리 스타일이 저녁과 완전히 똑같았다.
“아….”
재수 없게 생긴 회장 놈이 정소림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팬티를 내렸다.
영상을 보고 있는 남자친구가 주먹을 꽉 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바지 속에 있는 자지가 크게 부풀었다.
“아까 입고 있던 팬티, 그대로 입고 있네요? 옷 갈아입을 시간 없었나 봐요?”
“네, 네…. 집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바람에….”
회장 새끼가 정소림을 가지고 놀고 있다.
“시발….”
하지만 그는 욕을 내뱉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과거의 일을 촬영한 것뿐이니까.
그가 영상을 껐다.
심장이 무척이나 빨리 뛰고, 머릿속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지에도 피가 몰려 있었다.
그는 애써 자지에 대한 건 무시하며 까톡 프로필 창을 눌렀다.
[회장]
[1:1 채팅][보이스 채팅][페이스 톡]
프로필 사진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다.
그가 보이스 채팅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멈췄다.
순간, 수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를 막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보이스 채팅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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