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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TV에 역병이 돌고 있다.
이 역병은 망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 때문에 시작되었다.
연원과 배경을 설명하자면 복잡하니, 짧게 축약한다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인터넷 플랫폼에 망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했고.
인터넷 플랫폼은 반발하며 대립했다.
그 과정에서 제일 반발한 것이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벌이는 코그모TV였다.
코그모TV는 망 사용료 법안을 대비해 초강수를 뒀다.
화질 제한, 다시 보기 서비스 종료 등으로 트래픽 사용률을 최소화했다.
여기서 누가 나쁘고 잘했지를 따질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코그모TV에서 서비스 정책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개인방송 플랫폼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거였다.
제일 먼저 이탈한 것은 고화질 스트리밍을 중요히하게 여기는 부류였다.
그다음은 앞으로 화질이 더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스트리머들.
이 중에서 방송 화질에 제일 민감한 버튜버들의 탈주가 주를 이뤘다.
버튜버는 버츄얼 뉴튜버 또는 버츄얼 스트리머의 준말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신종 인터넷 방송 장르로, 모니터상에 실제 사람이 아닌 움직이는 2D 혹은 3D 캐릭터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버튜버들이 코그모TV에서 탈출해 터전을 옮긴 곳은 꼬레아TV였다.
버튜버들의 대이주에 사람들은 저게 뭐냐? 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애청자들이 함께 꼬레아TV로 건너왔고.
꼬레아TV의 적극적인 지원정책(버튜버 카테고리 신설, 버튜버만을 위한 이벤트, 신규 가입자 이벤트, 버튜버 공방 등)에 힘입어 노출도가 높아지고 방송 랭킹도 점점 높아졌다.
덕분에 기현상이 발생했다.
기존 BJ가 버튜버로 갈아탄다거나.
유명 BJ가 버튜버를 컨텐츠로 삼는다는 등의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그리고 버튜버가 꼬레아TV 문화에 깊숙이 침투한 것을 두고 기존 시청자들은 역병이라 불렀다.
“버튜버라….”
노트북 화면을 보던 이현우가 중얼거렸다.
그도 버튜버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몇 번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실사 여캠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현실에 예쁘고 가슴 큰 여캠들이 얼마나 많은데.
2D의 가상 인물을 지켜볼 시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짭세돌)(유나월드:가로수) 별빛 컴퍼니 마을 만들기!!!!!]
김세앙· 시청자 수 1178명
천 명이 넘는 시청자를 거느린 버튜버가 전체 랭킹 1위에 올라가 있었으니까.
아무리 시청자가 없는 낮 시간대라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진짜 역병이 돌고 있긴 한가 보다.
‘별로 안 끌리기는 하는데.’
당장 볼 방송이 없었다.
정소림의 방송 시작까진 2시간이나 남아있기도 하고.
그렇기에 이현우는 버튜버의 방송에 입장했다.
김세앙은 하얀 머리에 금색 눈을 가진 미소녀 캐릭터였다.
특징이 있다면 인간 귀 대신 고양이 귀가 붙어있다는 것 정도?
그 이외엔 평밤한 씹덕 여캐였다.
“이번엔 여기를 파 볼까?”
그녀가 말할 때마다 캐릭터가 입을 벌렸다.
움직일 때마다 머리와 몸이 움직이기도 했고.
오래 보고 있으면 컴퓨터 너머의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움직이고 말을 한다고 착각할 수준의 완성도였다.
이래서 버튜버에 빠지는구나.
이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판때기 뒤의 얼굴이 궁금하다.
어떻게 생겼을까?
“오! 다이아 발견! 지우야! 나 다이아 발견했어!”
김세앙은 마인 크래프트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 말고도 여러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합방을 진행 중.
이현우는 일단 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0개를 선물!]
-백수킹 님이 1,871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입장료.
오.
만 개를 쐈는데도 열혈을 못 달았다.
한 명의 BJ당 열혈의 숫자는 20명.
즉, 김세앙은 10,001개 이상 쏜 사람이 최소 20명이라는 소리였다.
‘생각보다 풍력이 좀 되는데?’
어지간한 하꼬 BJ였다면 만개를 쏘는 순간 열혈이 되었을 텐데.
그래도 버튜버 1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 개?
-백수형님이다!
-꼬레아의 재신 백수킹갓! 강림!
-와, 저 형님 버튜버도 봄?
-누군데?
-유명한 사람임?
이현우의 입장만개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하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도 꽤 있었다.
여캠만 보는 시청자와 버튜버만 보는 시청자층이 꽤 갈린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시청자보다 몇초 늦게 김세앙이 반응했다.
그녀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에? 마, 만개? 꺄아아아아! 감사합니다아아앗!”
생각보다 격한 반응.
여캠 평균보다 텐션이 훨씬 더 높다.
“형니이이임! 결혼해주세요! 형님의 크고 아름다운 것이 가득 들어왔어어어어! 하아아아아! 너무 좋아아아아아아!”
방금 뭘 들은 거지?
이현우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 방 시청자들은 매운맛 리액션에 익숙한 것인지 ‘ㅋㅋㅋ’을 잔뜩 올리는 중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매운맛1티엌ㅋㅋㅋㅋㅋ
-개또라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 코인 리액션인 계속된다.
“하아아아아! 형니이임! 사랑해요! 배 속이 꽉 차는 것 같아아아! 형님의 사랑이 가득 들어오고 있어. 아아아앗!”
이건 광기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리액션을 할 수 있는 게 목소리뿐이니, 이런 방향으로 방송이 진화한 것이겠지.
“야, 얘들아! 세앙이 만 개 받았다는데?”
“어쩐지 아까부터 말을 안 하더라니!”
“헐! 저 방에서 만 개 쏜 거 꼬레아TV 1등 큰손 형님이래!”
“아아아악! 형님! 저도! 제 방에도 와주세요! 새롭이라고 합니다! 세앙이 옆옆 자리에 있어요!”
이현우가 나타났다는 뻐꾸기가 합방하는 사람들에게 퍼졌다.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피라냐 떼처럼 이현우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특이한 것은 형님이라 부르는 호칭이었다.
남자는 한 명도 없는데, 그녀들은 이현우를 형님이라 칭했다.
그러자 김세앙이 아예 디스코드에서 탈주했다.
여캠판도 그렇지만, 여기도 꽤 치열한 바닥인 것 같았다.
“형님 감사합니다.”
-아니 ㅋㅋㅋㅋ 디코 탈출 뭐냐고 ㅋㅋㅋㅋ
-견제 지리고 ㅋㅋㅋㅋㅋ
-별빛 컴퍼니 오늘부로 해체 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
[백수킹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매니저 가능한가요?
이현우가 매니저 자리를 요구했다.
버튜버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
이현우에겐 호기심이자 심심풀이였다.
하지만 대놓고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면 피해가 갈 것이 분명했다.
이현우는 피해를 끼치기도 싫고, 진상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매니저를 요구했다.
매니저는 BJ와 1:1 채팅을 할 수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실례인 거 알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혹시 실제 얼굴 사진 보내주실 수 있나요? 너무 궁금해서요. 단순한 호기심이고, 다른 곳에 뿌리지도 않을 겁니다. 보여주시면 10만 개 후원 바로 할게요.
“에…?”
채팅을 확인한 김세앙이 잠시 작동을 멈췄다.
하지만 현실 여캠들처럼 표정에서 티가 나는 게 아니었기에 시청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러분, 나 잠시만. 아까 리액션하다가 컵을 엎어버렸어. 잠깐만 닦고 올게.”
그녀는 그리 말하곤 화면에서 사라졌다.
확실히 버튜버는 편리했다.
클릭 한 번으로 화면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표정이나 얼굴에 신경 쓰지 않고 방송을 이어 나갈 수 있으니까.
-진짜 10만 개요?
김세앙의 답장.
-네. 싫으시면 안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할게요! 근데 인터넷엔 절대로 올리시면 안 돼요! 무조건 개인 소장!
-그건 물론이죠. 저도 귀찮은 일 만들 생각 없습니다.
김세앙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얼굴 공개를 허락했다.
이현우가 가진 명성 덕분이었다.
꼬레아TV 제1 큰손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돈 많은 사람이 허튼 일을 할 것 같진 않다는 믿음.
게다가 김세앙은 10만 개의 유혹도 져버리지 못했다.
어차피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건 큰일도 아니었다.
방송에서 얼굴 공개가 되면 곤란한 일이 생겨버릴 수도 있지만.
그 외엔 괜찮다.
어차피 버튜버끼리는 서로 신상을 공개하기도 하고.
까톡 프로필 등을 통해서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꼬레아TV 관계자들이랑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대면하게 되어있기도 하고.
-아. 영통은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씻질 않아서요;;;
그렇게 전화번호 교환을 하고.
이현우가 영상 통화를 걸었다.
하지만 1초 만에 끊겼다.
-사진으로 대신 보내드려도 될까요?
잠깐 고민하던 이현우는 그녀의 제안을 승낙했다.
얼굴 확인에 사활을 건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심심풀이이자 호기심이었으니까.
-그러시죠.
-넵!
-(사진)
-제 얼굴입니당!
-헤헷, 이렇게 보내려니까 좀 부끄럽네요.
-그럼 전 다시 방송하러 가볼게요!
-10만 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세앙이 보내온 사진.
평범하게 예쁜 여자였다.
하지만 보정이 들어간 게 조금 티가 난다.
보정 필터를 뺀다면….
음…. 어….
그렇구나.
이현우는 굳이 캐시백 계약이나 계속 방송을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백수킹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백수킹 님께서 열혈 팬이 되셨습니다.
“꺄아아아아아! 백수 형니이이임! 10만 개! 풀 코인! 아앗, 아까보다 크고 굵은 거! 흐에엥!”
약속한 금액은 정확히 입금했다.
그러자 김세앙이 또 정신 나간 리액션을 펼치려 했고.
이현우는 광기 어린 리액션을 뒤로하고 방송에서 퇴장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큰손 방에서 곰도리푸가 이현우에게 1:1 채팅을 걸었다.
큰손 방 형님들은 대부분 근본 있는 여캠 시청자.
하지만 개중에도 몇몇은 역병에 걸려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곰도리푸였다.
-백수야. 너 버튜버까지 진출한 거냐?
-아뇨. 그냥 재미 삼아 한 번 들어가 본 거예요.
-ㅋㅋㅋ.
-재미로 10만 개를 태웠어?
-그럼 버튜버에 흥미 없는 거야?
-네. 제 취향하곤 좀 안 맞네요.
-왜요? 뭔가 건수라도 있어요?
-아 별건 아니고.
-꼬레아 쪽에서 부탁한 게 있었는데.
-너 버튜버 취향 아니면 됐어.
-아쉽네. 같이 놀면 좋았을 텐데.
-꼬레아가 부탁한 거요?
-그게 뭔가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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